옛이야기의 매력 1
브루노 베텔하임 지음, 김옥순.주옥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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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자신이 어릴 때 읽었던 옛이야기, 명작, 전래 등등의 이름이 붙은 이야기들을 어른이 되서 다시 접하면서 점차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어릴 때는 그 이야기들에 빠져들고, 주인공에게 동화되고, 감동과 슬픔에 눈물을 흘렸으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상상의 나래를 폈던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접해주려고 보니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왜 그리 많던지...  어째서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는 다 아름답고, 착하고, 수동적이며 남성에 의해 구출되거나 결혼으로 귀결되는가 등등, 아이들 책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보 등을 찾아보면서 옛이야기를 더욱 비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는 되도록이면 적게 보여주게 되었는데 다른 시각으로 옛이야기에 접근하는 강의나 글을 접하고, 또한 이 책을 읽음으로서 옛이야기에 숨겨진 의미들을 알게 되면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1권에서 신화 및 우화를 비교 대상으로 들어 옛이야기의 장점을 거론하고 있으며, 2권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등의 동화를 분석한 부분을 통해 이야기의 이면에 숨겨진 각 장치(피, 잠, 행동, 나무, 신발 등등)가 지니는 의미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주인공을 학대하는 나쁜 계모나 형제의 등장을 통해 자신에게 억압된 감정을 전이하거나 나쁜 사람은 벌을 받거나 죽임을 당하는 결말 등을 통해 얻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세상을 대면할 힘을 얻는다고 한다. 초자아나 무의식에 작용하는 부분들, 오이디푸스적인 행동 등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오는데 심리학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할 순 있겠으나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종종 등장하는지라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어보기도 했다. ^^* 

 신델렐라와 유사한 내용이 중국에도 전해 내려오는 등 옛이야기는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유형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서양의 전래이야기나 동양의 전래이야기에서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본성의 근간은 어디서나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옛이야기가 주는 잇점을 모두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으나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의 원형이 작가에 의해 이야기의 본질이 왜곡된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일반인이 그런 원형을 일일이 찾아내어 읽어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옛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분석을 하려는 시도 또한 일반 독자가 하기는 어려우며, 그런 식으로 접근하다보면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옛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는지 탐색하거나 일일이 설명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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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5-3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까지 읽고 리뷰 쓴 건데 2권에 쓸 걸 잘못했나.. 추천하신 분이 계셔서 삭제하기도 그렇고..

2005-05-30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부후사 2005-05-3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도 찍습니다~

2005-05-30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30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5-05-3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래동화의 여성관 세계관이 마음에 들지않아 계속 아이에게 읽어주기를 망설였습니다. 종이봉지공주라든가 신데왕자등등을 읽어주었지요. 그러나 아이는 어떻게 저절로 그런 동화에 빠져들어서는 유치원에서 책을 빌려주는 날이면 꼭 콩쥐팥쥐류의 전래동화를 빌려오더군요. 관심이 가는 책이네요.

아영엄마 2005-05-3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메테우스님/추천 감사~
하니케어님/이 책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전래, 옛이야기에 대해 고심하신 적이 있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라 사료되옵니다.(__)
 
옛이야기의 매력 1
브루노 베텔하임 지음, 김옥순.주옥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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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란 특정한 나이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어른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삶의 의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정신적 성숙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정신적 성숙은 오랜 시일에 걸친 자아 발전의 최종적 결과이다. 그러므로 나이를 먹으면서 그때마다의 정신연령과 이해 수준에 알맞게 고민하며 탐색한 의미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삶의 의미가 찾아지는 것이다.-13쪽

한 사람의 무의식 속의 생각을 해석하는 것, 즉 잠재의식에 남겨 두고 싶은 것을 의식으로 떠올리게 하는 것은 항상 의식을 침해하는 일이 된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부모와 함께 옛이야기를 즐김으로써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만큼이나, 자신이 마음먹기 전까지는 자신의 내면을 부모에게조차 숨기고 싶은 느낌도 어린이가 느끼는 행복감의 중요한 요인이다. 만약에 부모가 그걸 이미 알고 있다고 밝히는 행위는 은밀하게 간직했다가 나중에 함께 나눈다는 즐거움, 즉 어린이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을 어린이에게서 미리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34쪽

어린이에게 "실제의 현실 속" 이야기(어린이의 내부 현실과는 들어맞지 않는)만 들려준다면, 어린이는 자기의 내부 현실의 상당 부분이 그의 부모에게는 용납이 안된다고 결론짓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어린이들이 자기의 내면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정신적으로 빈약해진다. 그 결과 어린이가 자라서 부모의 정서적 영향권을 벗어나는 사춘기가 되면, 합리적인 세계를 증오하게 되고 유년 시절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보충하려는 듯 환상적인 세계에 탐닉하게 된다.-108쪽

많은 어른들이 어린 시절에 옛이야기의 메세지에 접하여 도움을 받았다면, 그들은 마땅히 어른으로서 자기의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해야지, 아이가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위협을 느낀다면 얼마나 바보스러운 부모인가를 희미하게 깨닫는다. 특히, <세가지 언어>에서 반어적으로 꼬인 부분은 아들을 공부시키려고 먼 곳의 선생들을 택한 것은 아버지 자신인데도 선생들이 아들에게 가르쳐 준 것에 격노하는 것이다. 요즘에도 부모가 어린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 아이가 거기서 무엇을 배웠으며 그 공부가 아이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가에 대해서 분노를 터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역사적을 비춰 보면 결코 새롭지 않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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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역사 21세기
마이클 화이트.젠트리 리 지음, 이순호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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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TV를 보다 보면 은나노세탁기니 나노화장품 같은 광고를 통해 "나노 기술"이 우리 실생활에 접목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젠 외출해서도 전화로 집안의 가전제품의 동작을 제어할 수 있고, 이 책에 나오는 것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리모컨만 누르면 알아서 청소를 하는 생활로봇 시대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로봇이래야 '로보트 태권V' 같이 악의 무리를 응징하고 지구를 지키는 정의의 용사로만 알고 있던 나같은 세대에게는 가끔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자아내게 한다. 그런 와중에도 이처럼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어떤 변화를 겪고 어떤 미래를 열어갈지 궁금하기도 한지라 과거와 현재의 일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서 그려 보이는 이 책에 끌렸을 것이다.

책의 내용중에서 주부인 내가 특히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단원은 <생물학 혁명>과 <네트워크 세계에서의 삶>로, 나와 우리 아이들의 생활환경과 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눈여겨 볼만한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이 책 속에서 가상체험을 해 보았다. J.D.Ÿm슨의 제의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인체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멀지 않은 미래에 성공함으로써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다면 인류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정상적인 형질의 유전자로 교체하는 것으로 병의 발생요인을 없앨 수도 있을 것이고, 나의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복제 인간이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며, 유전자 조작으로 아기도 자신의 원하는 바대로 디자인해서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가 어느 순간 복병처럼 튀어나올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측하기로 한 모양이지만 인간의 신체도, 인류의 삶도, 그리고 역사의 방향도 눈에 보이지 않게 서로에게 얽혀 있는 무수한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결과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황우석 박사는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의 성공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이 기술을 통해 신체의 특정 부분을 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계라면? 기술의 발달로 신체의 일부분을 뛰어난 성능을 가진 기계제작품으로 대체할 수 있겠으나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메텔과 은하철도 999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 철이를 떠올려 보니 과연 기계의 몸을 얻어 영원히, 또는 기나긴 수명을 얻는 것이 과연 행복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트워크 세계에서의 삶>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단어인 "가상체험"에 이어 "유비쿼터스"라는 조금은 생소하지만 이미 우리 시대에서 실현되고 있는 생활환경시스템의 발전된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모바일 등이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 살아가고 있지만 이를 어렵게 여기고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부모 세대를 보면서 나 또한 미래의 과학 발전의 산물들의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도태될까 두려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밤늦게까지 이 책을 보다 문득 뱃속이 출출한 현실로 돌아와 라면을 끓여 먹자니' 편리한 생활과 풍요로운 삶..., 과연 미래에는 누구나 이런 꿈의 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가상의 인물들을 내세워 그들이 누리게 된 삶을 이야기 하게 하고, 평범한 인물이 인류에게 기여하고 역사의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측면을 강조한 점은 책에 언급된 미래의 다양한 변화를 독자들이 훨씬 가깝게 느끼도록 해주고는 있다. 그러나 앞선 과학의 발달의 혜택을 누리는 이들에게만 그 미래가 낙관적일 뿐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핵폭발이나 주가폭락의 고통, 가뭄으로 인한 전쟁 등, 여러 악재들 또한 인류의 미래에 드리워질 수 있는 어두운 단면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요소들이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현상 속에서 의식주 문제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계층을 역사 속에서 점점 더 소외되어 가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문제가 생기면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의 손길을 빌어 재빠르게 대처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예측 또한 희망사항일 뿐일 것이다.

<핵전쟁>, <대혼란>, <환경과 우주>편 등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세계정세나 과학 발전에 무관심하게 살고 있는 나의 무지를 일깨워 주는 측면이 있어서 미래의 일에 대한 예측에 앞서 언급되는 실제 역사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읽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의 배경과 두 나라가 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독도 분쟁을 일으키려는 일본과 북한을 떠올리게 했는데, 세계 대전 같은 커다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지구상에 전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세계 곳곳에서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당사자국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나라가 아니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십상이다. 환경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되어 왔으나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의 위기가 더욱 크게 다가올,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이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그 고통을 함께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점집에 가서 점을 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알 수없는 미래에 대해 확신보다는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떨쳐버리기 위해 점을 쳐보는 것이기도 하고... 이 책은 '예언서'가 아니다. 책 속에 제시된 미래생활의 한 모습인 줄거리를 써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가상현실처럼 현실을 기반으로 예측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상'의 역사일 뿐이며, 이는 줄거리를 쓰는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미래이다. 그러나 자국우선주의의 심화가 가져다주는 분쟁, 심각한 환경오염이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가상현실과 다른 것은 한 번 일어난 일은 결코 되돌려 놓을 수 없으며,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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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5-1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갈수록 리뷰의 대가답게 짜임새와 내용이 충실한 글입니다.
가상의 미래세계가 사람마다 여러가지 모양이겠지만 저는 그다지 밝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데 이 책의 작가는 조금 다른 견해인가 보군요. 그리고 리뷰를 읽다보니 이런 생각도 들어요. 미래세계를 가장 먼저 예고하는 것은 만화이다-이런 생각요. 십 수년 전에 나온 은하철도999의 기계의 몸을 얻는다는 설정이 앞으로 실현가능할 일일 수도 있잖아요. 인간을 복제하는 이 마당에...잘 읽었어요. (한 방^^)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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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 <사는 것이 거짓말 같을 때>를 볼 때면 김상용님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라는 시의 마지막 시구인 "왜 사냐건 웃지요."가 생각난다. 밭을 갈고 새 노래도 공으로 듣지 않으며, 강냉이가 익으면 와서 함께 먹어도 좋은 그런 삶이라면 허허로이 웃을 수 있을까.... 세상 살아가는 것이 어느 한 때고 수월한 적이 있었는가 싶으면서도 서른 고개를 넘기면서 점차 한숨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 늘어가는 내 나이만큼이나 삶의 무게가 더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TV에서 뉴스를 볼 때면 “X새끼”를 연발하는 남편에게 나는 차라리 TV를 끄거나 채널을 돌리라고 한다. 눈 돌리면 피안인 것을… 나는 그렇게 세상의 “백죄에 그러면 쓰간디” 할 일들을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내 개인적인 삶의 무게도 버거워 끙끙댄다는 핑계로 정치,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비해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흔에 길을 나선 이력을 지닌 공선옥은 그녀 자신의 삶도 그리 평탄치 않건만 밥벌이의 길로 들어선 글로 세상과 맞서고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거짓말 같을 때>는 내가 외면해 온 문제들이 하나하나 앞에다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IMF가 닥치면서 가계 기반이 약한 가정은 붕괴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부부가 등을 돌리는 것 말고도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들조차 금전문제로 칼부림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고 있는 마당이다. '이유 없는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그 폭력에 희생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일 뿐, 서로가 서로를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미아인가, 아니면 철도를 벗어나 돌진하고 있는 고속열차인가...

저자는
"한 사회의 소외와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적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그 사회가 제공해 주는 많은 편리와 안락함이라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으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깊이 사유하고 성찰"하고 그 결과를 법제화,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혜택에서 조금도 발을 빼지 않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는지를 따져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 집행조차 좌지우지 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어느 시대에 그 과제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헌법에 명시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은 가진 계층에게 국한된 권리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공선옥이라는 인물에게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그녀가 소설가(작가)라는 점이다. ‘24시간 내내 소설가’인 마루야마 겐지적 삶을 동경하는 저자는 생계유지를 위해 소설 이외의 글을 쓰는데 자신의 힘을 소진하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하고 있다. 아이가 셋이나 딸려 있으므로 '늘 돈이 요구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그녀,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돈에 허덕일 수밖에 없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그녀가 '소설가로서의 공선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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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1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글이 이리 다르다니 흑...

반딧불,, 2005-05-1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벌써 쓰셨네요.
공선옥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글과 현실의 경계가 늘 무너집니다.
가슴이 아려요.
저도 미뤄뒀던 구입 해야겠어요.

세실 2005-05-1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이름이 같아서리 꼭 봐야 할것 같은 느낌~

미네르바 2005-05-1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선옥 작가를 등단 했을 때부터 알고, 그의 책은 거의 다 읽었어요. 그녀의 현실과 그녀의 소설은 너무나 닮아서 읽을 때마다 애달파 했지요. 이 책은 아직 읽지 않았어요. 저도 사서 읽고 싶어요. 그녀의 형편을 아는지라 다른 소설들은 웬만해서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데, 그녀의 책은 꼭 사서 읽게 되더라구요. 잘 읽었어요. 추천할게요^^

아영엄마 2005-05-1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이런 멘트로 저를 위로해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반딧불님/저는 그 분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지 뭐예요.@@;;
세실님/흐흐~ 이름 같아서 꼭 봐야 할 것 같으시다구요? 꼭 보시길...
미네르바님/글 쓰는 사람으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저자도 참 어렵게 살아왔으리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옷! 참고로 추천수와 댓글수가 같다니! 놀랍습니다. 제 리뷰에 추천 5은 흔치 않은 일이지요..@@

호랑녀 2005-05-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 댓글을 앞질렀어요... 제가 양쪽에 하나씩 추가요...
10여년 전에, 한번 봤었는데...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큰소리로 웃던 그 얼굴이 생각나네요.
참 어려운 시기였을 것인데, 참 활기차게 웃던 기억이 납니다...

로드무비 2005-05-1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해요.^^

2005-05-12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5-1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차력도장에서 읽고 왔어요. 도서선정자답게 리뷰 잘 쓰셨네요. 조옿습니다~

아영엄마 2005-05-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벌써 차력도장으로 넘어갔나요? ^^;; 에구~ 허접한 리뷰에 추천해주시고 복돌이님은 과분한 칭찬까지... 소녀..아니 이 아줌씨, 감흡할 따름이옵니다.(__)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품절


낱말을 선택할 때의 기본적인 규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일 먼저 떠오른 낱말이 생생하고 상황에 적합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 낱말을 써야 한다.' 여기서 머뭇거리면서 이리저리 궁리하기 시작하면 곧 다른 낱말이 생각나겠지만-다른 낱말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것은 처음 떠오른 낱말만큼 훌륭하지도 않겠거니와 여러분이 정말 말하려는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할 것이다.-141-142쪽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라고-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고-주장하고 싶다. 글이 생명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문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문단이라는 것은 대단히 놀랍고 융통성이 많은 도구이다. 때로는 낱말 하나로 끝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장단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164쪽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대개 일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 주로 소설이다. 그러나 공부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독서가 좋아서 읽는 것이다. 나는 밤마다 내 파란 의자에 기대앉아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는 것도 소설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에도 배움의 과정은 계속된다. 여러분이 선택한 모든 책에는 반드시 가르침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종종 좋은 책보다 나쁜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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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4-2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음에 드셨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