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인사이드
제프리 벨 / 풍림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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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이지만 너무도 다른 성격을 지닌 형 마이클과 동생 매튜. 그들이 같이 살게 되면서 겪는 되는 여러가지 문제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두 남자의 사랑의 방식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형은 독학으로 대학을 나와 야심에 찬 광고회사의 간부로 성공한 남자가 취할 수 있는 생활방식대로 살아간다. 그에게는 일과 성공이 제일 중요한 문제이며, 사랑하는 여자와의 약속같은 것은 뒷전일뿐이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동생인 매튜는 호수에서 같이 헤엄치던 아버지가 익사한 기억때문에 괴로워하며, 형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 감정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형은 성공이나 취직같은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매튜를 라디오의 다이얼이나 돌리면서 노는 4살짜리로 취급한다. 매튜는 상상속에서 아버지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예수라는 존재를 상담역으로 두고 필요할 때면 전화로 상담을 행하기도 한다.

확실히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매튜는 매우 특이하고, 어쩌면 몽상가로 취급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상상속에서는 나탈리의 옷을 벗기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단 하나뿐인 혈육인 형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탈리를 포기한다. 그녀와 함께 한 아이의 수영강습을 해주던 차에 아이가 익사했을지도 모르는 사건이 생기면서 세 사람의 진심이 표현되고 각자의 자리를 찾게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배척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형제를 위해 사랑마저 포기하는 두 사람을 통해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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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서계인 옮김 / 도서출판 오상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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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추리소설 작가인 애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며, 추리소설이 아닌 로맨스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녀의 작품- 추리소설이든 아니든-에는 살인과 목숨을 위협당하는 이야기 속에서도 사랑, 로맨스 등이 녹아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작가이지 않나 싶다.

그녀가 쓴 몇 권의 로맨스 소설 중에서 처음으로 접해 본 책인데 출판사에서 이 책에 로맨스 특선이라는 타이틀을 단 것은 조금 어색하지 않나 싶다. 한 중년 여성이 여행 중에 차량 고장으로 한 마을에 고립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같데 되면서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인데, 크리스티가 쓴 것인만큼 특히 심리적인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조안은 막내딸의 병간호를 끝내고 바그다드에서 돌아오던 중, 한 숙박소에서 고등학교때 알고 지내던 친구를 만난다. 나이에 비해 늙고 추해보이는 친구를 보면서 호리호리한 중년여성의 모습을 지닌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본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되고, 조안은 예정된 기차가 오지 않아 사막이 펼쳐져 있는 한 마을에 며칠간 머물게 되면서 이상적이라고 믿어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삼남매의 엄마이자, 성공한 변호사의 아내인 자신의 모습에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조안. 그녀는 언제나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지만 숙박소에서 머무르는 며칠동안 기억속에 묻어 두었던 몇가지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고통스러움을 느낀다. 자신이 믿고 행하여 왔던 모든 것이 실제로는 잘못된 것이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 것이다.

농장을 경영하고 싶어하던 남편을 변호사로 성공시킨 아내, 학교, 친구 등 아이들을 위하여 최고의 것만 고르며, 나쁜 친구는 사귀지 말라고 하던 엄마인 조안은 과연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을까? 구멍에서 얼굴을 내미는 초록색 뱀처럼 기억속에서 진상이 조금씩 도마뱀처럼 꿈실꿈실 나타나는 경험을 하는 조안이 얻은 결론은?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그녀가 취한 행동은 과연 어떠했을까?

한 여성이 자신의 잣대로 평가해 온 삶을 뜨거운 사막을 배경으로 적나라하게 파헤쳐낸 크리스티의 글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녀는 모친의 사망에 이어 남편의 외도로 정신적인 동요를 일으켜 행방을 감추었다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요양 호텔에서 발견된 일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도 조안의 남편이 다른 여성을 사랑한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을 애써 부인하는 조안의 마음이 바로 크리스티 자신의 심정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의 로맨스 소설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인생 체험이 깃들어 있다고 하니 크리스티의 팬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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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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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는 30대 중반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에야 읽게 된 것이 무척 아쉽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20대 젊은이로서 느끼는 감정들이나 생각을 10여년전의 나를 뒤돌아보면서 다가가기보다는 같은 20대로서 느끼는 것이 훨씬 더 현실감있게 다가올 것 같아서이다. 사실 책이 처음 출간 시기에 나역시 대학생이었으니까 그다지 시대적 배경 자체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와타나베의 일상에서 등장하는 소설이나, 음악, 생활방식등은 그다지 낮설지 않기에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을 20대로 돌려 놓은 듯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레이코 여사가 죽은 나오코를 위해 연주하는 음악이나 가수들의 이름은70,80년대에 나 자신이 즐겨 들었던 것들이기도 하다.(음악제목을 영어로 표기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책의 원제이기도 한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의 심경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
그 중 화자인 '나'는 일상 생활 차원에서 우익이든 좌익이든, 위선이든 위악이든 대수로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몇 년전에 자살한 기즈키라는 친구에 대한 기억과 친구의 오랜 연인인 나오코를 사랑하지만 결코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학업도 적당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기숙사 선배인 사람과 어울려 적당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편지를 통해 친구의 연인이었던 나오코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 나가고, 학교 후배인 미도리에게는 편안한 친구로서 대해 준다. 그것이 그를 여자의 육체나 탐하는 남자로 매도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한편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 나오코는 어릴 때 언니가 자살한 모습을 보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아가씨이다. 거기다가 남자 친구까지 자살하고 말았으니 그녀의 정신에 이상이 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다남자친구에게는 한 번도 열린 적인 없던 매마른 그녀의 육체가 와타나베를 통해 단 한번 열린 적이 있다.성관계를 통해 오랫동안 그녀의 그의 말투를'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같다고 말하는 미도리는 그를 남자친구보다 더 편한 존재로 대한다. 그래서 별별 이상하고 야릇한 상상까지도 서슴없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특이한 개성이 지닌 이 인물들이 엮어가는 사랑과 가치관과 생활방식들, 그리고 무라마키 하루키의 문체가 읽는 이로 하려금 책에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아이 엄마로서 하루만에 읽어내기에는 좀 두꺼운 책이었지만 끝까지 읽고 난 후에 남는 여운은 오래가리라는 느낌이 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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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세이 굳바이
다니엘 스틸 지음 / 그린나라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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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약속이 아닙니다' 우리 아무도 삶과 죽음을 담보로 신과 약속한 적이 없듯이
사랑 또한 약속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투른 사랑을 하는 연인들은 때때로 말한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Never say goodbye!'

이 책의 소개글이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이런저런 약속을 하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갈 수록 그 약속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잊혀져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약속처럼 헤어지지말자고 다짐을 한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는 서투른 연인들일지도 모른다. 헤어질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고 하는 사랑이 오래갈 수는 없지 않은가..

대기업을 물려받을 남자, 마이클과 고아로 자라 화가가 된 여자, 낸시의 사랑은 당연히 남자집 부모로부터 배척당한다. 아들의 사랑이 한 때의 유희로만 여기는 어머니는 출생이 비천한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 결국 갑작스러운 결혼을 강행하기로 한 두 남녀와 마이클의 친구는 식장으로 가던 도중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불행은 불행한 이의 것인가! 두 남자는 큰 상처없이 회복되지만 얼굴이 짓이겨지는 사고를 당한 낸시 앞에는 더 큰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40만 달러의 값을 치르는 새로운 얼굴을 주는 대신에 아들과 헤어지라는 매리언 부인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제의. 결국 낸시는 그 제의를 받아들이고 마이클 곁을 떠난다.

깨어나 낸시가 죽었는 매리언부인의 말을 믿고 절망에 빠지는 마이클. 그 때부터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생활을 해 나간다.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에 의해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된 낸시는 마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사진작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는데... 유원지에 놀러가 경품으로 받은 유리 목걸이를 바닷가의 바위 밑에 묻어두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책을 읽어나갔다. 앞의 소개글을 읽을 때 이승철의 노랫말이 생각났다. 정말 안녕이라고 말하면 사랑이 사라져 버리거나 약해지는 것일까? 사랑의 깊이는 시간이 말해주리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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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인간
존 러소 / 미래사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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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천재는 아니라도 영재쯤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고, 이 책에 나오는 샤나'라는 여자아이의 엄마의 마음에 공감을 가지긴 했지만 원격조정당하는 천재보다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 평범한 아이가 더 행복하다고 결론지었다.

요즘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조기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잘하게 해주려는 엄마와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하는 아빠의 입장을 보면서 과연 어떤 방식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잘 키우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이미 식었고 아이를 위해서 살던 두 부부는 결국 이혼하고, 나중에 아이 아빠가 샤나를 납치하는데 외국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는가 보다.

헤피앤딩으로 끝나는 책들을 많이 읽은 탓인지 이 책의 끔찍한 결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간질환자나 뇌질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천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멀쩡한 아이에게 약을 먹여 병을 유발시키는 행태를 보면서 혐오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들의 프로젝트는 그들이 만들어 낸, 그들에 의해 인격이 말살되고 본성이 비뚤어진 한 컴퓨터 해커에게 발견되고 이로 인해 살인이 계속된다. 자식이 잘나기를,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교묘히 이용하는 집단은 자기 자식마저도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진 천재인 것을 알게 되고 꼭두각시로 살아가기를 거부한 한 젊은이는 공포를 창조하고, 그 댓가를 지르게 한다. 마침내 조그만 여자아이마저 살인자로 만들고 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아이의 아버지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미련없이 뇌의 전두엽을 제거해버리는 사람들에게는 오직 자신의 찬란한 업적만이 위대할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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