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스즈키 코지 지음 / 씨엔씨미디어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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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판타지 소설이라면 요정이 나오고, 엘프, 드래곤, 드워프 등이 나오는 이야기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전혀 다른 판타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일본 판타지 소설상에서 상을 받은 작품인데, 아마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마치 판타지처럼 현실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야기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편인 '신화'는 몽골계 종족인 탕카타 부족의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림을 잘 그렸던 보그도는 부족의 법을 어기고 사랑하는 여자의 모습을 바위에 그림으로 남긴다. 그 후 보그도는 전설 속에 전해내려오는 붉은 사슴을 사냥하여 그의 정령을 얻게 된다.

사실 사슴이 무에 그리 강한 족속인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차라리 호랑이나 곰 같은 동물이 더 강할 것 같은데, 인디언 부족처럼 동물의 정령이 자신에게 깃든다는 사상을 지닌 탕카타 부족에게는 붉은 사슴이야 말로 가장 강한 정령을 지닌 동물로 평가된다.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를 맞이한 보그도에게는 더이상의 행복도 불행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동중이던 북의 부족의 족장, 샤라브가 보그도가 그린 그림을 발견하고, 이 그림속의 여인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결심은 곧 탕카타 부족의 전멸이라는 재앙을 낳는다. 그제서야 사람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는 안된다는 부족의 법을 어긴 자신에게 내린 벌임을 깨닫지만 붉은 사슴을 잡았던 보그도는 포기하지 않고 아내를 찾아 나아간다. 몇 십년의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을 사랑을 간직한 보그도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딸이 만나게 될 날을 머리속으로 그려 보았다.

그 이외에 '낙원', 이나 '사막'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요즘 지나치게 난무하고 잇는 한국 판타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으로 일본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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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엔 새가 없다 1
프레드릭 플래취 지음 / 홍익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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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와 정신병을 앓는 딸의 입장을 따로따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무려 20여년에 걸쳐 힘든 생활을 해야만 했던 리키나 그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면서 자신의 딸의 정신병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리키의 진정한 병명앞에서는 나 역시 절망하고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 관료적이고 이기적인 의사들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날 아침 갑자기 사라진 딸 아이를 찾아 나선 아버지는 수녀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리키를 발견하다. 멍한 얼굴로 교실 천정 모서리를 쳐다보고만 있는 딸을 그저 사춘기 시절에 나타나는 우울증 정도로만 알았던 부부에게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내 놓는다. 리키의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을 허락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는 다름 아닌 정신과 의사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정신을 치료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딸은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리고 남편을 비난하다가 결국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의 입장은 수긍이 가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한 이혼보다는 자식의 아픔을, 그것도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 좀 더 참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결국 리키는 부모의 이혼 앞에서 더욱 큰 좌절과 상실을 경험한다.

너무 가슴이 아팠던 것은 리키가 스스로 자신의 몸 여기저기에 담배불을 지지고, 자신의 손목을 긋고, 음독 자살을 하는 등의 학대를 하는 부분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점점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그녀의 상태를 보면서 병원에 입원하기보다는 가정에서 좀 더 사랑을 가지고 치료했더라면 하는 바램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리키를 무력하게 병원으로 보내고 난 후 심적인 고통을 겪는 아버지의 절박한 심정도 가슴을 아리게 했다.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는 자신이 환자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직접 겪으면서 그제서야 환자와 그 가족들을 아픔과 고통을 알아간다.

무엇보다 심리치료, 약물치료, 전기치료 등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치료요법은 차라리 고문처럼 느껴졌다. 어린 소녀였던 리키가 받았을 고통에 내 마음마저 아팠고, 우리 아이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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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밭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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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깊은 슬픔과 외딴 방으로 기억되는 그녀의 단편, 중편소설을 담은 딸기밭을 읽었다. 어제 오늘, 딸이 정신병으로 입원하게 된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천국엔 새가 없다'란 소설과 딸기밭의 첫 단편인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를 읽었다. 두 이야기 모두 자식을 둔 엄마인 내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주었다. 자식을 온전히 키워내지 못한 부모의 심정은 어찌 그리도 비슷한지..

'지금 우리 곁에...'에서는 면역력이 약해서 칠개월 만에 떠나보게 된 여자와 남편이 등장한다. 여자는 아기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내내 산으로 떠돈다. 산에만 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남편은 아내가 보기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싶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두 사람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데, 어느 날 두 사람은 제각각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 곁에 잠시 머무르다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찌보면 섬뜩한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두 사람은 다시금 사랑을 나누고 새로운 생명을 가지게 되었다. 이 두 사람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뒷편의 '딸기밭'이나 '그가 모르는 장소', '어떤 여자' 등도 재미있게 읽어나갔는데, '작별인사'만큼은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누가 화자인지도 헷갈리고, 이름이 아닌 알파벳 약자로 칭하다보니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싶게 자꾸 앞 쪽으로 책장을 넘겨 확인을 하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얼마간은 포기하는 심정으로 읽어나가 버린 후에 줄거리를 되새김질해야 했다.

그리고 딸기밭의 사고로 죽은 '유'와 옆 집에 살던 주인공 여자의 이야기도 처음에는 조금 헷갈려서 한 두 페이지 읽다가 다시 앞부분부터 다시 읽었다. 아이엄마가 된 후로 쉬운 소설들만 읽느라 평이한 문체에 길들여져 버린 내 탓이 크다 하겠다. 오랫만에 신경숙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접해서인지 내내 그녀의 이야기들의 등장한,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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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아침의 노래
조안나 린지 지음 / 현대문화센터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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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인 데미안의 간략한 소개글.. 권총이라면 질겁, 승마에는 젬병. 거친 서부에서 살아 남는 기술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남자. 오직 주체 못할 돈과 쓸데없는 자존심만 믿고 아버지 원수를 갚기 위해 뉴욕 사교계를 떠나 무법자 천국으로 간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역마차 강도, 은행 강도, 기차 강도,.... 그리고 케이시. -짐작하실 수 있으실래나.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은 거의가 완벽주의자들인데 이 남자는 정 반대의 타입입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인 케이시를 소개하자면... 남편감 찾기에 태만, 밥 짓고 빨래하기에 알레르기. 내 사전에 순종은 없다! 오직 남성우월주의자인 아버지에게 무너가 보여 주겠다는 일념으로 가출. 레이스 풍성한 드레스에 권총벨트를 차고 거친 서부를 활보한다. 치마를 펄럭이며 도심 한복판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그녀가 마침내 데미안과 연합전선을 펼치는데...

두 주인공에 대한 설명인데 이렇게 대비될 수가 없네요. 개인적인 성격차이도 있겠지만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달라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남자 주인공인 데미안은 도시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남자이고, 케이시는 거친 서부에서 목장주인 아버지 밑에서 추적술 같은 걸 배우면서 큰 여자이거든요. 두 사람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이 책의 묘미라면 남자주인공이 처음에는 나약한 모습을, 여자 주인공이 매우 당찬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만 남자주인공은 역시 부자입니다. 권총을 차고 현상금 거린 사람들을 쫓아 다니는 당찬 케이시(키드)와 비교해 보면 너무나 나약한 남자 주인공이지만요..

케이시가 남자 주인공의 인물에 반한 걸 보면 역시 인물은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나 여자나 그저 이쁘고 잘생겨야 대접을 받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로맨스를 가지기도 힘든가봐요. 로맨스소설은 읽을 때는 환상적이고 좋아보이지만 뒤끝은 늘 씁쓸함을 남기는 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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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장미의 화원을 약속하지 않았다
죠아나 그린버어그 / 참빛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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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의 소녀 데보라는 자신이 창조해 낸 이르라는 세계에 사로잡혀 현실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프라이드 박사가 있는 정신병원으로 와 그녀의 치료를 받게 된다. 점점 밝혀지는 데보라의 어둡고 괴로운 과거가 하나씩 밝혀지는데...

아름다운 용모를 지니고 태어나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어릴 때 요도쪽에 종양이 생겨서 수술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받기도 하고 체육선생으로부터 굴욕적인 이야기를 듣는 등의 일련의 사건의 그녀의 정신 세계를 완전히 피폐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정신 속로 파고드는 목소리를 통해 이르로 가게 된다.

'미국의 최고의 여류작가 죠아나 그린버그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삶과 사랑, 그리고 희망의 메세지!'- 이것은 이 책의 뒷 편에 씌여진 소개글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 나로써는 매우 어렵게 쓰여진 소설이라고 토로해야겠다.

정신병원이라면 일단 거부감부터 드는데, 이 책은 정신병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혹시 번역하는 분이 지나치게 어렵게 쓰신 것은 아닌지... 좀 더 쉬운 언어로 번역되어서 다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왜냐하면 왕따등의 이유로 정신병을 앓는 아이들이 이 땅에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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