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동화-초원의 별이 된 신라의 후예

초원의 별 ㅣ 푸른도서관 16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사라진 나라(신라)의 후예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로, 우리의 역사와 신화를 바탕으로 한 글을 쓰는 강숙인의 작품. 강숙인의 작품은 <뢰제의 나라>와 <아, 호동 왕자>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작품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지라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작가이다. 

 신라가 멸망한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초원의 별> 또한 역사적인 사실과 상상력을 덧붙여 창조한 작품으로, 탄탄한 구성과 묘사 덕분에 작품 속의 인물들이 실제로 우리 역사에 존재했던 것처럼 여겨진다. - 연결된 작품은 아니지만 마의태자의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왕자>를 먼저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신라 왕족의 후예가 여진으로 가 금나라의 시조가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창조하였다고 한다.

 시대적인 배경은 신라 멸망 후로, 고려 땅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소년(새부)은 아버지-친아버지인 마의 태자를 모시던 신하-를 통해 자신이 왕자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자신을 질시하던 주변 인물의 모함으로 만주로 떠나게 되고, 아버지 마의 태자의 꿈인 신라 재건의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낯선 곳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새부는 이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주변 사람들과 우정을 쌓게 된다. '김준'이라는 자신의 본명과 친아버지(태자)의 뜻을 가슴에 품은 새부는 만주에서 자신을 지금껏 키워 준 아버지와 친구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게 된다. 

 한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속에 사라져 버린 나라를 그리워하던 새부가 광활한 만주 대륙에서 아버지 마의태자의 잃어버린 꿈을 이루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놓았다. 주변 인물과의 갈등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 또한 세밀하다. 역사 소설을 쓰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꾸준히 작품을 써나가는 것을 보면 우리 역사와 고전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각별함을 느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의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 2007/6

짖을 일이 없다는 순둥이

순둥이 ㅣ 봄봄 어린이 2
김일광 지음, 김재홍 그림 / 봄봄출판사 / 2007년 4월

 너무 순해서 '순둥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어미가 되어 변화하는 모습을 담은 동화책. 낯선 사람을 봐도 짖어대기는커녕 구석이나 덤불 밑에 숨어버리고 마는 겁쟁이 개 순둥이. 그래서 사람들은 순둥이를 겁쟁이에 짖지 못하는 벙어리 개라고 생각한다. 아저씨는 그런 순둥이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그런데 이처럼 순하던 순둥이가 새끼를 낳자 달라진다. 도둑고양이가 나타나자 생전 처음으로 앞니를 드러내고 무섭게 짖어댄다.  

 순둥이를 보고 있노라니 예전에 외갓집 사무실에서 키우던 해피가 생각난다. 해피도 너무 순해서 오는 사람 마다하지 않고 다 꼬리치며 반기던 녀석인데, 새끼를 낳자 그래도 어미 티를 낸다고 좀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으르렁 대는 기색을 보였더랬다. 새끼의 수가 너무 많다보니 젖 먹이는 것에 허덕이다 기진맥진하여 병원 신세까지 지기도 했는데, 그렇게 힘들게 키운 새끼들도 결국 발발 거리며 돌아다닐 무렵이 되어 이 사람 저사람 손에 들려 가고 해피 혼자 남게 되었다. 주인이 태어나는 새끼들을 다 거둘 여력이 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이 매번 겪어야만 하는 수순인 게다.

 순둥이는 지나가는 개나 먹이를 가져가는 새, 도둑 고양이를 봐도 짖지 않았던 것은 그게 짖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 낯선 사람도 반가워서 짖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순둥이가 낳은 네 마리의 새끼의 모습이 참 앙증맞다. 장난을 즐기는 첫째 튼실이, 입이 까다로운 둘째 떼쟁이, 툭하면 꽃밭에 들어가곤 하는 호기심 많은 세째 얼룩이, 그리고 엄마처럼 겁많고 수줍음도 많은 막내 희동이...  아저씨는 순둥이의 새끼들이 젖을 뗀 후에 보살펴 줄 다른 집으로 하나 하나 보낸다. 

 책을 본 아이는 새끼들을 다 떠나 보낸 순둥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한다. 그런 아이에게 이별은 슬픈 것이지만 자식이 성장하면 부모의 곁을 떠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긴 하지만 나 역시 자식을 떠나 보내고 홀로 남은 순둥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려온다. 저자는 순둥이와 아저씨가 대화를 주고 받는 이 작품을 통해 동물들이 들려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자신의 소망을 내비치고 있다. 김재홍님의 그림이 내용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고 있는지라 내용보다는 그림에 무게를 좀 더 두고 보는 동화책이다. 

-2007/6

진짜 있었던 일도 재미있게 들려주는 최고의 이야기꾼!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ㅣ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같은 이야기라도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게 하는 사람이 있고, 들으면서 신기해 하거나 박장대소를 하며 웃을만한 이야기를 너무도 평범하게 만들어서 들려주는 사람이 있다. 그럼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 놓아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들려줄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이 책을 통해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버드가 이야기의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동화는 한 초등학교에 특이한 옷차림의 한 아이가 전학을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잠옷 차림으로 학교에 온 이 아이가 바로 스스로를 주목 받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구니버드'이다. 표지 그림을 볼 때 주근깨 있는 얼굴에 양 갈래로 묶은 빨간 머리, 특이한 옷차림을 한 모습에 삐삐가 떠올라서 혹시 린드그렌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얼핏 했었다.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구니버드는 삐삐에 버금가는 개성과 이야기솜씨를 지닌 재주꾼이다.  

 구니버드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을지를 아는, 한마디로 재능을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지어낸 이야기나 특이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가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떤 일을 겪으며 이 도시에 오게 되었고, 일상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가 하는 등의 일상적인 이야기로 반 아이들을 매료시킨다. 구니버드는 우선 옷이나 장신구부터 그 날 풀어 놓을 이야기와 관련된 것을 골라 입고 오며, 이야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특이한 제목으로 청중의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끈다. 또한 사람들에게 주목할 것을 요청하여 청중(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청중이 지루해할 부분을 눈치채고 넘길 줄도 알며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이야기의 긴장감을 이어나간다.  

 구니버드는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어 믿지 못하자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누차~ 강조한다. 그리고 구니버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된다. 구니버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매료된 아이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대는데, 최고의 이야기꾼인 구니버드는 자기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다른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재주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가르칠 예정이던 선생님도 구니버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중간 중간에 이야기를 할 때 필요한 것을 짚어준다.  

 과연 구니버드가 어떤 이야기를 친구들과 선생님께 들려드렸는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구니버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즐기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요즘은 국어 교과 과정이 세분화 되어 읽기, 쓰기 외에 말하기, 듣기 과정도 배우는데 이 동화를 통해 아이들은 말하는 법과 듣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작가를 꿈꾸는 우리 아이에게도 멋진 교본이 되어줄 책이 아닌가 싶다. 자, 아이야~ 너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한 자락 들려주렴!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거니? 

- 2007/5

왜 내 일기를 보는 거지?

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ㅣ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누구나 한 번쯤 일기 때문에 고민이나 갈들을 겪어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보고 매일 일기를 쓰라고 강조를 하는데 어른들도 한 번 매일 일기를 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삼 년 전인가 전에 한 일년 정도 일기를 써봤는데 늘 비슷한 일상이다 보니 정말 쓸 거리가 없어서 가끔 건너 뛰게 되었다. 아이가 3학년일 때는 선생님이 일기를 매일 검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흘에 한 번 정도씩 썼었는데 4학년이 되자 선생님께서 매일 일기를 쓰라는 숙제를 내주신다. 선생님이 주제를 정해주지 않고 생활 일기를 쓰는 날이면 아이는 일기장을 펼쳐 놓고는 ''오늘 일기의 주제는 뭘로 정해야 할까'' 하고 고민을 한다. 늘 비슷한 일상이다 보니 같은 내용을 자꾸 쓰기도 그렇고, 딱히 쓸만한 내용이 없어서 이리 저리 궁리를 하곤 한다.

  조금 아이러니 한 것은 선생님께는 검사를 맡는 명목으로 다 보여주면서 일기 쓸 때는 엄마가 혹시라도 볼까 봐 가리곤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을 구입할 때 사은품으로 비밀 일기장이 함께 왔는데 아이가 나 모르게 쓸 것이 있었는지 수연이처럼 검사 받는 일기 외에 비밀 일기장에 열심히 뭔가를 적더니 그것을 숨겨 놓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 우리 아이도 감추고 싶은 이야기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비밀 일기장에 몇 번 적다 만 것을 보면 일기를 두 개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동민이는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친구인 경수가 금지된 장난을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어쩐 일인지 선생님이 이 일을 아시곤 경수를 야단치신다. 그러자 경수는 자기 모습을 본 동민이가 일기에 그 일을 썼나 의심을 하면서 둘의 사이는 점점 틀어진다. 한편 동민 엄마는 경수가 했던 행동을 일기에 쓰라고 한다. 동민 엄마의 모습에서 전에 아이가 짝이 자꾸 괴롭힌다고 말을 하자 그런 일이나 심경을 선생님이 알 수 있도록 일기에 쓰라고 종용하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아이가 쓴 일기를 보다가 선생님에게 보이기 싫은 가정사를 쓴 부분이 있길래 동민 엄마처럼 그 부분을 지우면서 이런 이야기는 쓰지 말라고 한 적이 있는지라 가슴이 뜨끔했다.

 동민이는 고자질인 것 같으면서 경수와의 일을 일기장에 쓰는데 선생님은 친구의 잘못을 적어서 뭐 하겠느냐며 동민에게 마음을 풀라고만 하신다. 동민은 자신의 일기를 검사하는 선생님도 싫고, 일기를 훔쳐보는 엄마도 밉기만 하다.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게 되어 버린 아이... 선생님이 동민이의 심경을 포용해 주는 모습에서 나도,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 2006/12

'새로운 시인상' 수상자의 동시 앤솔로지

방귀 한 방 ㅣ 작은도서관 25
이옥근 외 지음, 성영란.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1월

 푸른 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한 네 명의 시인(이옥근, 유은경, 조향미, 이정림)의 동시가 실려 있는 앤솔로지이다. 제 1부에는 이옥근 시인의 동시 12편이 실려 있다. <내 몸에 벌레 한 마리 산다>에서는 잘못을 받아 먹고 크는 벌레가 괴물로 자라날까 염려하기도 하고, <북어>에서는 엄마가 마른 북어를 두드리자 자기 잘못이 매를 맞는 것 마냥 움찔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페트병으로 목수 아저씨가 더운 여름에 작업하며 흘릴 땀방울을 담아내기도 하고(신호등 앞에서), 할머니가 지고 들고 오신 보따리에는 끝이 없는 애정(할머니의 선물)을 담아냈다. 운동보다는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담은 <나는 뚱보 시침바늘>에서는 운동장을 열심히 도는 모습을 시계로 비유하며, 시계 바늘의 모양새로 엄마와 강아지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요즘 종종 눈에 띄는 과 체중의 아이가 헐떡이며 뛰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유은경 시인은 뀔까 말까 망설이다 남몰래 살짝 뀌게 되는 방귀가 아니라 일을 끝낸 엄마가 날리는 시원한 <방귀 한 방>을 들려 준다. 그러나 따라온 냄새를 걱정하는 <도둑 방귀/이옥근>에서처럼 아이(화자)는 그 큰 소리를 다 들었을까 봐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시인은 <기영이>란 시에서 베트남이 고향인 엄마를 둔 기영이가 한국 사람임을 단호하게 말하듯, <포도>에서도 좋은 포도알이 못난 포도알에 기대어 익어가듯 지구촌도 그렇게 어우러져야 함께 살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 <밥 짓는 개구리>, <생각>, <달팽이 손님>, <동백꽃과 내 동생> 등에서와 같이 곤충이나 동물, 식물 등을 시에 많이 등장시킨 점이 눈에 띤다.

 TV에서 가끔 타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 와서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곤 하는데 조향미 시인은 <내 친구 수진이>에서 때묻은 게 아닌데 왜 더럽다고 놀리냐고, 아이 가슴에 멍이 들까 염려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도 있음을 짚어주는 시도 있는가 하면, 경제적인 면에서 다른 것이 많아도 같은 것도 많은 <준희와 나는> 서로에게 좋은 친구임을 말하기도 한다. 이 시인의 시들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 4부의 이정림 시인은 잎사귀를 보면 나무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나무 읽기>에서처럼 삶의 연륜이 베여 있는 원숙한 느낌의 시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창을 닦으며>, <걸어가는 나무>, <물구나무 서기> 등에서처럼 ''나무''가 등장하는 시나 <돌하르방>, <책 읽는 시간>, <공룡의 울음을 캐는 아저씨>, <바다에서 쓰는 편지> 등과 같이 ''바다''를 소재로 한 시가 많은 점에 눈에 띤다.

 책 날개에 실린 시인들의 소개 글을 보니 40년대, 50년대, 60년대, 70년대로 출생 년대가 다양하던데 그런 만큼 다양한 감성의 동시를 접할 수 있는 동시집이다. 푸른 문학상이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이처럼 개성 있는 시인들의 작품을 선사해 주기를 바란다.  

- 20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