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 역사가 잊은 외로운 지도꾼 아이세움 역사 인물 17
서경석 지음, 박지윤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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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배우면 꼭 알게 되는 인물 중의 한 분이 '김정호'이다. 우리나라 옛 지도 중 가장 과학적인 지도로 인정받고 있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분이지 않던가! 그런데 이 책의 소제목을 보면 '역사가 잊은 외로운 지도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역사 마주보기]에 실린 글을 읽어보니 김정호-고향, 태생, 부모 및 처자식, 교육 등-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지도를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백두산을 몇 차례나 올랐다거나 국가 기밀 누설죄로 옥사(옥사설은 일제가 퍼뜨린 것이라고)했다는 일화 등은 기록으로 전해지는 사실이 아니라고 적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 일화를 역사적인 사실로 알아왔기에 당황스럽게 여겨졌는데, 역사 시간에 배우거나 위인전 등을 통해 접한 지식에 오류가 많았구나 싶고, 나이 들어서라도 역사 관련 서적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해 오는 기록 어디에도 김정호가 전국을 답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데, 그렇다면 김정호는 어떻게 대동여지도라는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김정호의 신상내력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하니 이 그가 대동여지도를 내놓기까지의 일대기를 들려주고 있는 이 인물 이야기는 작가의 창작의 힘이 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본문은 일본 공사관 장교가 <대동여지도>를 접하고 이를 만든 김정호라는 인물을 궁금해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실제로 과거 제국주의 열강이 철도 노선이나 군사 작전을 펴는데 대동여지도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은 김정호가 황해도 봉산 태생이라는 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봉산이 종이 위에 담겨 있는, 지도를 우연히 접하게 된 김정호는 아버지처럼 군교가 되려던 마음을 접고 지도에 빠져든다. 가난한 살림이기에 배울 돈이 없어 서당에 땔나무를 해다 드리며 공부하고, 산을 오가다 만난 스님에게 판각 기술을 배운다. 부모에게 떠밀려 혼인을 하지만 자신의 꿈을 접지 않고 새로운 지도와 지지가 있다는 소리가 들리면 구해서 빠짐없이 베끼기는 열성을 보인다. 본문 중간 중간에 지리학을 대표하는 책을 소개하거나 균역법.신해통공 등을 설명하는 글박스가 배치되어 역사 정보와 시대상을 알려주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김정호는 지도학과 지지학에 대한 갈증을 풀고자 마침내 한양으로 향한다. 판각 솜씨를 발휘하여 명성을 얻기도 하며 혼자서 공부하기에는 어려운 학문은 신분의 벽을 넘어선 친구이자 스승인 최한기에게 배운다. 이처럼 새 목표가 생기자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고, 노력을 거듭하는 김정호의 모습은 한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는 장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런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니, 처음으로 만든 전국 지리지인 "동여도지"와 크기와 상세함, 그리고 과학성과 채색이 뛰어난 "청구도"를 선보인다. 후반부로 들어서면 대동여지도의 탄생 과정이 그려지는데, 백두산 부분은 실제 지형과 많이 다르나 서해안과 남해안은 오늘날의 지도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참 놀랍다.



 [역사 마주보기]를 통해 조선 시대 지도 발달사와 대동여지도에 담긴 과학성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본문 뒤에 실린 [연표]에서는 김정호의 생애를 세계의 사건과 연계하여 정리해 놓았으며, 용어 설명도 덧붙였다. 전국 지도가 집 한 채 값보다 비싸고 귀했던 시절에 김정호는 누구나 손쉽고 갑싸게 구할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자 하는 소망을 가졌고, 최고 수준의 지도인 대동여지도를 통해 그 꿈을 이루었다. 비록 우리나라를 침략한 열강들에 의해 군사 작전용 지도로 쓰이는 안타까운 역사도 있었으나 그 뛰어남은 오늘날이 되어서도 가치를 인정 받을만 하다 여겨진다. 김정호과 대동여지도의 우수성을 일깨워 준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지리 및 지도의 역사를 새롭게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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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0 1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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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버섯의 정체를 밝히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25
오치 노리코.권오길 지음, 김주영 옮김, 송향란 그림, 아자와 마사나 사진, 조덕현 감수 / 웅진주니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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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이 바뀔 때면 종종 산에 나물을 캐러 다니곤 하시는 시어른들께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는 아니지만- 식용이 가능한 버섯을 따오실 때가 있다. 예전에 어머님께서 크고 하얀 덩어리를 주시며 '노루 궁뎅이 버섯'이니 삶아서 그 물을 마시라고 하시는데 그런 버섯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미심쩍은 마음이 살짝 들었다. 그러나 버섯에 관한 지식이라고 해봐야 느타리나 양송이버섯처럼 마트에서 파는 식용 버섯 정도만 아는 얕은 수준. 기껏해야 버섯 머리의 모양이나 색이 수수한 것은 식용 가능하고, 색이 예쁜 것은 대게 독버섯이니 먹으면 안 된다는 정도? 최근 들어 버섯의 종류나 특징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일던 차에 이 책을 접했다. 



 초등 4~5, 6학년 아이들이 보면 좋을 '집요한 과학씨' 시리즈에 속하는 이 책은 다양한 버섯 사진과 더불어 버섯의 생태와 관련 지식을 알려주고 있다. 구성은 두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01 '버섯이 자란다'에는 자연과 어우러져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버섯(77가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사진으로 담아 보여 주며, 본문 글을 통해서는 버섯들이 자라는 곳(Everywhere~), 균사와 포자의 역할 및 형태, 포자가 번식하는 방식, 버섯의 먹이 등을 알려 준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편안한 문장이다. 



 선명한 사진 속에 담긴 다양한 버섯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름은 또 어찌 그리 특징을 잘 포착해서 붙였는지, '오징어 버섯'이나 '망태버섯' 그리고 '들주발버섯' 같은 이름 속에 버섯의 형태가 잘 녹아 있다. 문틀에서 버섯이 자라난 모습을 포착한 사진도 있던데 참 대단한 생명력이구나 싶어 감탄스러웠다. '잔나비걸상버섯'처럼 튼튼해 보이는 것도 있지만 '애주름버섯'은 너무 약하고 가냘파 보인다. 그리고 '꽃흰목이'나 '꽃무늬애버섯'은 정말 꽃처럼 어여뻐 보이고, '유착나무종버섯'은 꼭 배추 이파리 뒷면처럼 생겼구나 싶다. '동충하초'처럼 버섯이 다른 생물에 기생하는 경우도 있다. 
 


  본문 말미에는 버섯과 식물의 공생 관계와 '종이꽃낙엽버섯'의 예를 통해 자연의 순환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버섯을 음식 재료 정도로만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색도 모양도 다채로운 버섯들이 균사에서 자라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균류이며, 버섯도 곰팡이처럼 죽은 생물이 썩는데 일조하는 방식으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책에 실린 버섯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니 버섯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엽게 보이고, 모양도 색감도 어찌 저리 곱고 매력적인지 다른 식물들처럼 화분에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02 식물일까, 동물일까?]에서는 버섯의 몸 구조를 동.식물의 구조와 비교한 내용을 비롯하여, 버섯에 대한 옛 사람들의 이야기와 버섯의 한살이, 버섯의 생태와 역할 등의 지식을 알려준다. 01 파트의 글과 사진은 일본 저자가, 02 파트는 우리나라 권오길 교수가 글을 맡았다. 이 책이 제목처럼 모든 버섯의 정체를 밝혀주는 것은 아니지만 버섯에 관한 지식과 다양한 사진들로 호기심을 일깨워준다. 책에 언급된 여러 버섯들에 대한 정보를 도감류처럼 개별적으로 설명해 놓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버섯에 관심을 갖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만한 도서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버섯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책을 보니 처음 보는 버섯들이 참 많았다. 거의 대부분이 처음 보는 버섯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아이가 버섯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전부터 버섯 도감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나도 버섯의 종류며 특징 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최근에 버섯 도감을 하나 구입했다.  

* 사진 추가 (9/17) 


- 이미지 : 아영엄마네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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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10-09-15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시간에 엄마가 안주무시면 어떡합니까..피곤하게요.
어여쁜 리뷰네요^^

아영엄마 2010-09-17 19:44   좋아요 0 | URL
에고.. 요즘은 이 시간대 쯤 되어야 리뷰가 써지는데 문제는 이 시간대에 깨어 있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죠. ^^;

반딧불,, 2010-09-18 23:59   좋아요 0 | URL
얼마 안남은걸요. 지나고나니 아쉬운 것이...^^
 
손으로 따라 그려 봐 : 인체 (스프링) 손으로 따라 그려 봐 시리즈 3
이승은 글, 박철권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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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고학년으로 접어 들면 과학 시간에 인체에 대해 배우게 된다. 하긴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기 몸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기가 어느 순간 찾아온다. 내가 먹는 음식은 어디로 가고, 대변과 소변은 왜 나오는지, 피는 왜 빨간 색인지 등등 다양한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 "따라 그려 봐" 시리즈에 속하는 이 도서는 초등 저학년도 인체 지식을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는 책이다. 스프링 제본이라 책장을 완전하게 펼쳐 놓고 보거나 따라 그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속표지 다음 장에 인체의 골격 구조와 혈관, 장기 등을 적나라하게 그려 놓은 인체 그림이 실려 있으니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 몸의 구조를 감상(?)하고 넘어가자. 차례를 보면 호흡 기관, 순환기관, 소화기관, 배설기관의 순으로 이동 경로와 인체 기관의 이름을 익히고 따라 그려 볼 수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뼈에 대해 알아본다. 

- 차례 오른쪽 책장에 이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소개되어 있다. 몸에 대해 척척 박사인 엄마와 변신 모드가 가능한 물콩이, 궁금한 것이 많은 딸콩이, 몸속이 궁금한 아기호랑이가 말 풍선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알고 싶어요]는 각 순환 기관과 관련된 지식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 우리가 어떻게 숨을 쉬는지, 몸속의 피는 어떻게 돌고 있는지에, 음식은 어떻게 소화되는지, 오줌과 땀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등에 대해 순환기관별로 여러 장기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요즘은 학습 교재에도 핵심 내용을 담은 짧은 만화가 안 실려 있으면 아이들이 서운해 한다. 이 책에도 호흡, 간, 뼈의 연결, 오줌이 노란색인 이유 등 인체와 관련된 지식을 네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주로 딸콩이와 아기 호랑이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면서 웃음을 준다. 




 [꼼꼼하게 살펴보아요] 코너에서는 우리 몸의 각 기관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기관의 위치와 명칭, 하는 일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 부분은 학교에서 인체에 대해 배울 때도 많은 도움이 되므로 제목 그대로 꼼꼼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초등 6학년인 아이의 과학 단원 평가 시험지를 보니 기관의 명칭과 순환 경로 등을 순서대로 적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이 시리즈는 "따라 그리는 페이지" 코너의 종이를 코팅 처리 하여 -유성 말고~-수성사인펜이나 화이트보드용 펜으로 여러 번 그리고 지울 수 있는 것이 장점! "따라 그려봐"에서 세 단계에 걸쳐 점선으로 그려진 부분을 따라 그리면서 공기나 음식물, 혈관과 배설물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한 글자만 주어진 명칭을 메워 넣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순환 경로 및 기관의 이름을 혼자 힘으로 그리고 적어보도록 해 놓았다. 

 


 [도란도란 딸콩이 이야기]에서는 이성 친구를 보면 왜 얼굴이 빨개지는지, 모지가 왜 나만 무는지, 식물도 똥을 누는지, 더울 때 개가 혀를 내미는 이유 등 각 기관별로 아이들이 궁금해 할 법한 질문과 그 이유를 알려주는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담겨 있다. 




 [여기가 어디일까?]는 인체의 여러 기관에 속하는 장기의 사진과 함께 장기의 색이나 특징, 위치 등을 설명해 놓았다. 사진 속의 장기가 우리 몸의 어느 부분에 있는지 떠올려 보게 한다. 
 


 [바로바로? 퀴즈]는 앞에서 알게 된 내용을 퀴즈로 재미있게 풀면서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재미도 느끼고 학습 효과가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 길찾기 형식도 있고, 보기에서 정답을 고르는 문제도 있다. 뒤이어 [아하! 그렇구나]에서는 운동이 필요한 까닭, 패스트푸드를 멀리해야 하는 이유, 치아 관리 등 우리 몸의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읽고, 따라그리고, 적고, 풀고, 여러 면에서 인체학습에 요긴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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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9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9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8-2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아영엄마님도 진짜 안 들어오시네. 예스에 가봐도 이 리뷰 이후 진전이 없네요^^

아영엄마 2010-08-26 13:04   좋아요 0 | URL
가끔 들어오긴 하는데 요즘 리뷰를 거의 쓰질 못하니 올릴 거리가 없네요. (^^)> 요 며칠은 비 오면서 더위가 잠시 한풀 꺽인 덕분에 살맛나서 책도 좀 읽고 지내고 있습니다.
 
윔피 키드 Movie Diary 윔피 키드 시리즈
제프 키니 지음, 양진성 옮김 / 푸른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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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초등 6학년인 작은 아이 반에 <윔피 키드> 열풍이 불어 출간된 책들을 사주고는 현재 5권이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에게 알려주니 영화도 얼른 보고 싶다며, 한국에는 언제 개봉되느냐며 궁금해 했다. 미국에서는 벌써 3월에 개봉해서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기도 했다니 그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개봉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던 차에 영화 촬영 과정을 담은 책으로 먼저 찾아 왔다. 




 <윔피 키드 "MOVIE DIARY">는 작가인 제프 키니가 자신의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에 대해 그림과 사진(배우, 영화 촬영 장면 컷, 소품 등)을 곁들여 자세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영화에서 배역을 맡은 인물들이나 제작에 관여하는 사람들, 제작 과정이나 일화 등을 알 수 있어 한 편의 영화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완성되는지 지켜보는 기분이 든다. 
 



 초반에는 <윔피 키드>의 탄생에 관해 들려주고 있는데, 주인공인 '그레그 헤플리'의 만화 캐릭터 초반 그림과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잭 고든을 소개해 놓았다. 지금의 작품은 작가가 꾸준히 스케치북에 쓰고 그린 아이디어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다. 여러 스케치들과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진 스케치북을 보면 지금처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윔피 키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들이 많다. 영화 제작자 및 작가 선정과 시나리오 작업을 거치는데, <윔피 키드>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열 번 정도의 다른 초안을 거쳤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에 있었으나 최종 시나리오에서는 제외된 장면도 있고, 책에 나오는 내용도 있지만 새로 추가된 부분도 있어 관객에서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를 찍을 감독 선정에 이어 주인공 역할을 맡을 아역 배우를 찾는 과정도 들려주는데 책 속의 인물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배우를 선정하기 위해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 한 명을 뽑는데 수천 명의 아이들이 오디션에 지원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경쟁률이었지 않은가. 마침내 헤플리 역으로 낙점된 행운의 주인공은 잭 고든! (후반부에 언급되는데, 잭도 이미 TV와 광고, 영화를 찍은 경험이 있는 아역 배우라고) 단짝 친구인 롤리 제퍼슨 역을 비롯하여 그레그의 최대의 적 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배역을 맡을 배우도 다 오디션을 거쳐 선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스크린에는 배우들만 등장하지만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스크린 뒤에서 일하는 많은 인원-촬영 기사, 사운드.조명 기술자, 헤어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이 필요하다. 스텝 혹은 제작진이 꾸려지면 영화 촬영이 시작되는 것이다. 책을 쓸 때 필요한 최소 인원(딱 한 명! ^^)과 영화를 만들 때 필요한 최소 인원을 비교한 그림이 웃음을 준다.   
 



 영화에 어울리는 장소를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 싶다. 이 영화에서는 세 학교를 섭외해서 촬영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웨스트모어 중학교"가 실제로 존재하는 학교처럼 보이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낸 마스코트, 로고, 그리고 학교 신문, 학년 앨범 표지 등이 실려 있다. 그리고 학교 벽에 붙은 포스터나 게시판, 윈스키 선생님의 사무실 벽에 걸린 액자 등에 대한 설명을 통해 여러 디자이너들이 소소한 것들도 신경 써서 만든다는 것,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을 위해서 만들어 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된다.




 영화는 장면 별로 촬영을 하는데 그 때 각 촬영을 알리는 것이 바로 슬레이트 치기! 원 명칭은 "클랩 보드"로 여기에 찍혀 있는 타임스탬프를 보고 소리와 화면을 짜 맞춘다고 한다.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똑같은 대사를 열 번 넘게 반복하는 배우도 힘들겠지만 이를 찍고, 또 찍어야 하는 스텝들도 마찬가지로 지루하고 힘들지 싶다. 연결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시간이 흘러도 배우들의 모습을 똑같게 만드는 방법도 알려 준다. 




 배우는 일분 단위까지 모든 일정이 짜여 있는 일정표를 매일 아침에 받아서 일을 한다고 한다. 상당히 -영문으로 작성되어 있는 것이라 더-복잡해 보이는데 배우를 비롯한 촬영팀 등 많은 인력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진행하려면 이런 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어린 배우들이 하루에 일곱 시간 반만 일할 수 있는 것 때문에 이용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리 하는지 모르겠으나 아역 배우들의 학업을 위해 특별 학교를 만드는 등의 배려를 하는 점이 돋보인다. 




 촬영이 완료되면 그 동안 쓰인 세트며 소품을 전부 -분류하고- 꾸려서 창고에 보관해 둔다고 한다. 윔피 키드의 속편을 촬영하게 된다면 다시 요긴하게 사용될 물건들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읽을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그레그의 세 살짜리 동생으로 뽑힌 쌍둥이 이야기, 곰팡이 슨 치즈 조각 만들기, 다양한 의상 제작, 영화에서 최고로 긴장하며 촬영한 장면(^^), 야외 촬영의 어려운 점 등등... 책에 있던 장면이 영화에서 어떻게 찍혔는지도 비교해 보여 주며, 영화 촬영이 끝나면 어떤 일들이 이루어지는 지도 알려 준다.  

 짬짬이 이 리뷰를 쓰는 동안에도 작은 아이가 이 책도 재미있다며 몇 번이고 보았다. <윔피 키드> 영화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으니 영화를 기대하고 보는 재미가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영화와 관련된 직업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도 관심 있게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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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6-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아영엄마님 예전에 케빈은 12살이라는 미국드라마 기억나세요?
그 드라마 진짜 재밌었는데, 저는 그 드라마 보려고 무슨일이 있어도 6시 이전에는 들어왔던 기억이 나요. 이 윔피키드 읽으면 저는 이 작가가 혹 케빈은 12살을 열광하던 작가가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격대가 좀 쎈게 흠인 것 같아요. 이 책 가격을 좀 만 다운시켜 주면 좋을텐데.

아영엄마 2010-06-07 09:46   좋아요 0 | URL
네!! 저 그 드라마 무진장 재미있게 챙겨가며 봤더랬어요. 주인공이 귀엽게 생겼잖아요. ^--^ (신간이라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좀 되지요.)
- 연우 방금 깨서 님 서재는 나중에 들릴께요~

프레이야 2010-07-28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급호감 가요.
한때 그림책에 관심 집중되어 이론서도 좀 보고 했는데..
다 시들해졌네요.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보고 싶어지네요.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 1995년 뉴베리 아너 선정도서
낸시 파머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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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삼고, 2194년의 가상의 미래 세계를 설정하여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간 세 형제가 겪는 모험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겪는 모험의 과정에서 전통과 관습이 존재하는 '레스트헤이븐'을 통해 아프리카의 정신 세계를, 기계 문명이 보편화된 미래의 세상을 조명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전갈의 아이>의 작가인 낸시 파머가 글을 썼으며 뉴베리 아너(1995년)를 수상한 작품.  




  마치카 장군의 세 아이(텐다이, 리타, 쿠다)는 군인인 아버지로부터 아침마다 식사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 하고, 용모 검열을 받는 등 엄격한 규율 하에서 생활한다. 더구나 장군 자신과 가족을 노리는 적들이 많기에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아이들을 바깥 세상에 내보내지 않고 키운다. 그래서 텐다이는 열세 살이나 되었지만 버스를 타본 적조차 없을 정도. 세 아이는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많은, 완벽한 시설이 갖추어진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철저하게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서는 아이들이 아닌가. 마치카 장군네 아이들도  보이스카우트 배지를 모으기 위해 멜로워의 교묘한 도움으로 '스카우트 현장 체험'허락을 받아 집 밖으로 길을 나선다. 그런데 시장 통에서 납치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암코끼리에게 팔리는 신세가 된다. 그녀를 섬기는 블레어 사람들은 쓰레기 매립지에서 살아가는데, 작가는 플라스틱과 비닐봉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가난과 암울함으로 가득찬 '죽은 자의 땅'을 통해 사회의 음지에 속하는 쪽과 우리들도 미래에 겪게 될지도 모를 환경오염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레스트헤이븐'은 현대의 기계 문명을 배제하고 아프리카 부족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가는 고립된 곳이다. 그러나 여자인 리타가 남자인 텐다이에 비해 힘든 상황을 겪는 성차별이 존재하는 등 부조리한 인습이 존재하기도 하는 곳. 아이들이 레스트헤이븐에서 겪는 일을 통해 전통이 소중하긴 하지만 과거로부터 이어온 모든 관습을 고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트래시맨'은 한 곳에 머무르는 법 없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는데, 이는 아프리카의 자유로운 정신과 영혼을 상징하지 않나 싶다.


 



 이후 세 아이가 여러 곳을 거치면서 갖가지 일을 겪는 동안 아이들을 찾기 위해 고용된 세 탐정이 등장한다. '밝은 귀'는 귀가 코끼리만하고 '긴 팔'은 긴 다리를 가진 거미처럼 생겼으며, '멀리 보는 눈'은 개구리처럼 눈이 불룩 튀어나온 괴상한 외모를 지녔다. 이들은 사건을 해결하러 다니다 무시로 다치는데 이들을 치료하러 출동한 응급대원의 대사가 종종 웃음을 선사한다. 특이한 외모를 지닌 이 세 탐정의 출생 이력에서도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작품 곳곳에 기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래 세계를 묘사하고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집사 로봇이 시중을 들고, 컴퓨터가 조리한 음식을 제공하고, 홀로폰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진짜 개 대신에 로봇 개를 키운다. 그리고 버스가 날아다니는 등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미래 세상이 언제고 현실에서 실현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후반부로 접어들면 장군이 가장 염려하던 마스크 일당이 등장하여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린다. 아이들과 세 탐정,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일생일대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본문 뒤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용어를 설명한 용어사전과 더불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 부록과 독서 퀴즈와 독후활동이 실려 있다.

 



 아이들이 걱정되어 되도록이면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적으로나 주변 환경 자체가 점점 더 위험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터라 사건 소식을 접할 때면 아이들을 집 안에서만 생활하게 할 수는 없나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깥세상이 위험하다고 집 안에서만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 방식이 아이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많은 제약들로 인해 아이들은 접하고 겪어보아야 할 세상의 많은 부분들은 놓치게 되는지도 모른다. 텐다이는 집 밖으로의 모험을 감행한 덕분에 자신이 지금껏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슬프게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모험을 통해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한층 더 강해지고 성숙해진다. 텐다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세상에 나가 어려운 일, 힘든 일들, 위험한 일들을 직접 대면하고 헤쳐 나가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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