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개 2005-05-16
인사드리고 또 서른 생일도 축하드려요! 플라시보님, 제가 이벤트에 참가할 정도의 인물은 못되고, 그동안 와서 매번 글만 열심히 읽다가고 해서, 님 생일 기념으로 대신 방명록에 인사를 남기러 왔어요. 저는 사진이나 그림 파일을 올릴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활자로 축하를 드릴께요... 이 시는 사실은 저도 처음 접한 시인데 플라시보님 글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 발랄한 시는 아닌 것이 약간 걱정이 되는데, 괜찮겠지요? ) 서른을 넘길 무렵에 제게는 착잡한 일이 많았더랬어요. 그래서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훌쩍 넘겼더랍답니다. 그러나 플라시보님의 서른은,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백사장의 눈부신 백색의 모래들처럼, 초여름의 싱싱하고 향그러운 토마토 줄기들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해가 되기를 바래요!
서른살의 시 (서원동)
도시에서 살아오며 수십년
기댈 언덕도 없이
무작정 정해놓은 제목도 없이
찢겨진 깃발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우리들은 제각기 저마다의 몫이
있으리라 믿으며 살아왔다
끝끝내 아무 것도 없으면서
술을 마시거나 걷거나 책을 보다가도
먼 일처럼 이따금 세상을 생각하면
세상은 누구의 품 속에 간직된 바 없이
돌아앉아 저 혼자 있는 것 같은데도
누군가 열심히 회전시키듯 잘도 돌아가고
그러나 아무도 주인이 되어 본 적은 없으며
누구도 주인이 될 순 없었다
시작도 끝도 없지만
우리들은 반드시 무엇이 있으리라 믿으며
생각하고 살아간다
막연히 죽고 태어나 뜻없이 연명하며
그렇지만 나는 삼십이립의 서른살
나이수만큼 살아왔었고
모르지만 앞으로도 어떻게 지낼 것이다
그렇게 모두들 살다 떠났으며
나 또한 그들의 방식처럼
눈물겹도록 살아갈 것이다
앞으로도 수십년 덜닦인 면도날처럼
스스로 살갗을 찔러대면서
막연한 무엇인가를
새처럼 허공에 날려보면서...
*** 생일축하드립니다~~!!! 짝짝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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