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내 두 번째 책 '싱글 오블라디 오블라다' 가 중국에서 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을 찍어낸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일을 진행해도 되냐고 전화를 했는데

그 시간에 나는 주방에서 꼬막을 무치고 있었다. (하면서 잔손이 너무 많이 가서 미쳤지 내가 이걸 왜 시작했나 겁나게 후회했다.)

부재중 전화가 떴길래 책을 더 찍어내려고 그러나보다 싶어 전화를 했더니

호남인민출판사 라는 곳에서 내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단다. (이름 참 중국스럽다.)

이 얘기를 제일 먼저 들은 한 지인은

안그래도 이름이 중국스러우니 중국 시장에서 잘 될 거라고 말해줬다. (이번 만큼은 이 괴상한 이름을 지어주신 아빠에게 감사)

내가 쓴 글이 제일 처음 책이 되어 나왔을때도 신기했지만

내 책이 다른 나라 말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읽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신기하다.

일단 계약금은 2600달러. (한국에선 늘 원으로 계산되었는데 외국으로 책이 나가면 US 달러로 계산이 된다고 하니 그것도 좀 신기함) 초판 1만부로 시작한다고 한다. (역시 스케일이 다르군. 보통 우리나라서 초판 만부는 스타 작가나 진짜 스타들이 책을 낼때나 그런데 말이지.. -참고로 우리나라 책 대부분의 초판은 기본 3천부로 시작한다.-)

책 값은 여기보다 많이 싸서 4천 5백원 정도라고 한다.

아무튼 꼬막을 무치느라 어깨와 목이 결리는것도 까먹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책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번역이 잘 되면 좋겠지만 중국어니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책 표지는 정말 좀 예쁘게 빠지면 좋겠다.

한국에서 두 번째 책이 그다지 많이 나가지 않아서 속상했었는데

중국에서 만회하면 좋겠다. 흐흐.

암튼 은행나무 출판사와 내 담당 편집자인 지현씨께 감사한다.

난 참 복이 많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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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5-1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이제 조만간 세계적인 작가가 되시는 건가요..(미리 싸인 좀)

플라시보 2010-05-17 13:52   좋아요 0 | URL
으하하 세계적인. ㅋㅋ 전혀 글로벌하지 못한 제가 게다가 코스모폴리탄적이지도 않은 제가 그럴 일이 있을까요? 그냥 중국 시장이 요새 칙릿이랑 여성 관련 서적 분야가 붐인데 제가 마침 운좋게 얻어걸린거지요.^^

마늘빵 2010-05-1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플라시보님!! 축하드립니다. 요즘 환율이 1달러에 얼마더라. 아, 순간 산수를 잘못했네요. 한국 대형출판사의 계약금과 비슷한 금액이군요.

플라시보 2010-05-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계약금은 비슷해요. 어케 계산하셨길래..ㅋㅋ 공 하나 더 붙었나? 하하 축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매지 2010-05-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판 천 부 찍는 책도 많은데요 뭐 ㅎㅎ
글로벌한 작가로 거듭나신 플라시보님 축하드립니다 :)

플라시보 2010-05-17 18:29   좋아요 0 | URL
초판 천 부는 한국 얘기구요. 흐흐. 중국에선 매체에 인사차 돌려도 그 정도는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로벌하다니 쑥스러워요. 암튼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0-05-17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박작가님 이제 인터내셔널한 인물이 되셨군요 축하합니다 흐흐흐흐흐흐

플라시보 2010-05-17 18:30   좋아요 0 | URL
아이 참. 박작가님이라고 부르지마세요. 글로벌에서 인터내셔널까지 ㅋㅋㅋ 참 저랑 거리가 먼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네요. 축하 고마워요.^^

토토랑 2010-05-1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축하드려요~~

플라시보 2010-05-17 18:30   좋아요 0 | URL
토토랑님 감사합니다.^^

네버에버 2010-07-0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축하드립니다. 중국에서 왕대박 나시길~~!!
 



사람들은 뭐든 첫 번째 라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미화된다.

연애만 해도 그렇다.

첫 사랑, 첫 키스는 상대를 불문하고 늘 아름다운 기억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나는 처음이라는 것에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첫 사랑도 솔직히 누군지 잘 모르겠고 (동시다발이었단 얘기가 아니라 누굴 첫사랑으로 해야 할지 몰라서이다. 이건 아마 사랑을 뭘로 정의내려야 하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첫 키스도 마찬가지다.

사랑 얘기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인간이니 만큼

남들에게 그럴싸한 첫 사랑의 기억 내지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같은게 좀 있어줌직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처음은 그냥 첫 번째로 벌어진 일 정도 이외에는 더 이상 무게를 두지 않는다.

애써 무게를 두지 않으려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성격인 것 같다.

그런데 얘는 좀 다르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꿈꿨던 일인지라

막상 벌어지고 나니

처음 이라는 것에 대해 비교적 아무 생각이 없던 나 조차도

도저히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교보에서 저 용도 불명의 투명 플라스틱 판떼기를 봤을때

아, 이거다 싶어서 냉큼 사와서는 스티커로 된 타이포를 붙여서 저걸 만들었더랬다.

만들어놓고서는 혼자 책상의 여기저기에 두며 흐뭇해하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 책상 정리를 하다가 문득 저 녀석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마치 예쁜 첫 사랑을 다시 만난 것 처럼

저 녀석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만지작거렸다.

두 번째 책을 냈을때도 이 짓을 해 보려고 교보에 다시 갔으나

플라스틱 판떼기는 더 이상 팔지 않았고

스티커형 타이포도 다 써버려서 그냥 있었다.

 

한참 저 녀석을 보고 있자니

문득 좀 으쌰으쌰 해 봐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처음처럼

마치 처음처럼

그렇게 처음인양.

내게 있어 가장 의미있던 처음인 연애 오프 더 레코드

딱 그만큼만 해도 내 인생은 그럭저럭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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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9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0 0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침내.  

그리고 힘겹게 

비와 함께 내게로 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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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2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2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로 연애를 시작한 친구들을 만나면 우린 이런 얘기들을 종종 듣게 된다.

완전 우린 천생연분이야. 그 많은 찌게 중에서 우리 둘 다 해물순두부찌게를 좋아한다니까, 흔해빠진 김치찌게도 된장찌게도 아니고 그냥 순두부도 아닌 해물순두부찌게라는게 믿어지냐?' 

'이건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틀림없어 내가 작년에 홍콩 갔던거 기억나지? 그때 상하이 샤워 난궈 퀴진이라는 레스토랑에서 게살 씨우룽빠우를 먹고 있었는데 그 사람도 그때 그 식당에서 누군가와 식사를 하면서 게살 씨우룽빠우를 먹을까 하다가 찹쌀이 들어간 딤섬을 먹었다는거야.

'뭣보다도 우린 일단 핸드폰 통화 연결음이 둘 다 Sugar ray 의 아브라카다브라야. 브아걸이 아니라 Sugar ray라는게 중요해. 이건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란 얘기지. 나 아무래도 곧 결혼할것 같아'
 

음. 해물순두부찌게는 나도 좋아하고 홍콩이 상하이 샤워 난궈 퀴진 이란 레스토랑은 스타벅스 절반 정도의 가맹점을 갖고 있는지 돌아다닐때마다 '어 또 저 식당이네' 할 정도였고 Sugar ray의 아브라카다브라는 나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깔아놓은 배경음악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나와는 유사점을 찾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그녀들의 '그' 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세계 인구가 60억명이라고 칠 때 그들은 자신이 그들과 만날 확률이 60억분의 1이라고 생각한다. (참 코스모폴리탄적이기도 하지 짐바브웨이에 있는 이름모를 청년도 해당사항이 있고, 무엇보다 심각한것은 여자와 어린애 및 노약자와 임산부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말을 빌어 전세계 인구가 60억명이라 치면, 그런 우연은 밑도 끝도 없이 일어난다. 오죽하면 케빈 베이컨 게임이라는 것도 다 있겠는가. 심지어 한 방에 모인 사람 중에 생일이 같을 확률이 50%가 넘는 두 사람이 있으려면 23명이면 족하다.

그러니까 그녀들이 인연 혹은 임자 만났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 나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만 해도 특정한 누군가와 휴대번호 앞자리는 다르지만 같은 이동통신사를 쓰다니 하며 오~ 놀라워라를 연발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사랑에는 확률이나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연과 필연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준다. 마치 그녀와 그녀의 그가 만날 확률은 로또 일등에 당첨될 확률과 맞먹는 대단한 인연이라는 듯, 아침에 일어났더니 빌 브라이슨이 옆집으로 이사와서는 한국에서 살게 되었는데 아직 물정을 잘 모른다며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오기라도 했다는 듯. 그렇게 신비하고 놀라워하며 함께 기뻐해준다. 사랑은 원래가 좀 그런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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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18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혹은 헤어짐이 연애의 끝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른 결말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갑자기 `우리 곧 결혼할 것 같아'에서 든 생각.ㅎㅎ

플라시보 2010-03-2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겠죠? 그런데 그 다른 결말을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않는것 같아요. 헤어지거나 아니면 결혼하거나. 분명 다른 선택도 있을 수 있는데 말이죠. 참고로 전 펴엉생 연애'만' 하고 싶은 인간이었답니다. ㅎㅎ

1sosh 2010-04-0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이젠~완전히 페이퍼로만 도배하기로 전향하셨나용^^
마이리뷰-리스트 보고 그책들 읽는 재미로 책읽는 보람을 느꼈었는데..
책에대한 무지로 인해 작가님 댓글들이나 리스트보면서 도움을 느꼈었거든요..
많이 바쁘신가봐요..욕심에 그만 바쁘시고 읽을거리 업데이트좀 해주셨으면 정말 감사할텐데..ㅎㅎ
여긴 비가내리는 고장이라 이몸도 좀 고장난 것 같아 집에가서 책이나 읽어야 몸이 좀 풀릴듯 하옵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2010-04-01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M 3:00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이대로 좀 더 삐대고 있다가 모자를 쓰고 방송국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 프로그램의 유일한 여자 게스트로서의 사명을 다 하기 위해 샤워를 하고 화장품도 좀 찍어 바르고 가 주실 것인지. 결국 샤워는 하지만 화장은 안하고 얼마 전 면세점에서 건진 시커먼 마크제이콥스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기로 결정.

PM 4:30
한 것도 없는데 어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매우 놀라워 하며 아파트를 나섬. 그런데 어이쿠야 선글라스를 끼고 나서야 아큐브를 착용하는 것을 깜빡 했다는 사실을 발견. 가방을 뒤져보니 다행스럽게도 평소 잘 안쓰는 안경 중 하나가 굴러다님. 안도의 한숨을 쉬며 택시를 잡아탐. 보통은 택시 안에서 원고에 쓴 책들을 그제서야 읽는 시츄에이션을 벌이지만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두 권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책이라 뿌듯함. 여유롭게 창밖으로 보이는 희뿌연 풍경을 감상함. 당췌 보이는게 없어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든것이 매우 몽환적으로 보임. MP3에서 흘러 나오는 브렛 앤더슨의 목소리와 기똥차게 잘 맞아 떨어짐. 

PM 5:00
거의 마하의 속도로 달려주신 택시 운전기사 덕분에 30분만에 방송국에 도착하는 기적을 행함. 방송국 수위 아저씨는 이제 내 얼굴을 익힐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어딜 가냐고 질문해주심. 주여..하고 작게 뇌까리고 싶은걸 꾹 참음.

PM 5:05
PD, 엔지니어, 스튜디오 안의 아나운서와 인사를 하고 원고를 받음. 이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B스튜디오로 감 (거의 비어있음) 간만에 앉아서 원고 연습이나 해 볼까 했으나 뭐가 잘못된건지 아무리 눌러도 스튜디오 스피커가 꺼지질 않음.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켜고 친구와 실시간 문자 날리기 놀이를 함. 핸드폰이 너무 안보여서 액정이 맛갔나 싶었는데 여전히 선그라스 끼고 있음을 발견. 안경으로 바꿔 쓰니 빛이 있으라 하시되 빛이 있음.

PM 5:10
생방송 하던 PD 잠시 짬을 내어 건너오더니 '오늘은 커피도 못 드리겠네요' 함. 바쁘단 소리임. 안그래도 그의 커피, 설탕, 프림의 조화가 매우 입맞에 맞지 않았던차에 오히려 반가움. 명랑하고도 쾌활한 목소리로 내가 알아서 마시겠다 함. 대체 PD는 왜 나에게 커피믹스를 타서 주는 간편함 대신 자기가 직접 제조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러는지 잘 이해가 안감. 더구나 요즘 커피믹스는 설탕 조절까지 되는데 말이지.

PM 5:20
생방 들어가기 5분 전. 아무리 내가 쓴 원고라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봐줘야 할 것 같아 대충 살펴보니 맙소사 말 안되는 문장 너무 많고 말로 하기 힘든 문장 역시 너무 많음. 재빨리 볼펜으로 내 것만 고침. 진행자는 알아서 잘 하시겠지 방송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인데 암만. 
 

PM 5:25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핸드폰부터 끔. 예전에 생방 도중에 진동이 울려서 난감해서 죽을뻔한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남. (한 손으로는 원고 잡고 입으로는 말해가며 한 손으로 부시럭대며 가방을 뒤져 꺼야했던) 이 트라우마는 절대 안 없어질 듯. 거의 생방송 1분전. 진행자 매우 여유롭게 등장.

PM 5:30
방송 시작. ON AIR 에 불이 들어오고 진행자와 나. 무척 친한척 하며 서로 원고를 주거니 받거니 읽음. 도중에 진행자 갑자기 에드립 치기 시작. 황사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는 '괜찮던데요?' 라고 얼빵한 소리나 해댐으로써 더 이상의 에드립은 용납치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해줌. 이토록 잘 쓴 원고에 왜 자꾸 에드립을 쳐대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임. 더구나 에드립을 치면서 얼굴도 안보고 원고만 뚫어지게 쳐다봄. (어쩌면 거기다가 자기 에드립을 적어놨을지도..음...)

PM 5:35
한참 한비야의 경력을 얘기하는데 국제 NGO 긴급구호 팀장이라는 말을 하고 난 다음 머릿속에서 '옆집에 사는 개 이름 빙고라지요~ BINGO BINGO BINGO 빙고라지요' 하는 노랫말이 떠나질 않음. 결국 그녀가 나온 어려운 발음의 미국 대학 이름을 틀리게 발음함. 방송 경력 2년 게스트 경력 5년차 답게 '죄송합니다'라는 멘트를 하고 다시 정정함. 생각해보니 그냥 넘어갔어도 아무도 몰랐을텐데 괜히 정정했다 싶어 후회막급.

PM 5:45
드디어 두 번째 책 소개로 넘어감. 근데 미쳤지 이석원을 정석원이라 썼음. 아놔 미치겠음. 그것도 내 원고가 아닌 진행자 원고라 수정도 불가능함. 다급해진 나 진행자가 들으랍시고 이~석원 하고 눈치를 줬으나 베테랑 답게 내 멘트는 하나도 안듣고 있다가 원고에 쓰인 그대로 정석원이라 발음하심. 순간 공일오비에 너무 미쳐있었던 지난날이 약간 후회스러움

PM 5:55
이제 슬슬 마감을 해야 할 시간임. 그러나 진행자 전혀 시간 안 봄. 오늘도 역시 내가 스스로 원고 건너뛰며 짜집기 쇼를 하여 시간을 맞추느라 쌩쇼를 다함. 그제야 진행자 시간을 보더니 우리의 마감이 56분 30초 라는걸 떠올렸는지 급히 마무리 멘트 읽어주심. 다음 이 시간에 더 유익한 책으로 찾아뵙는다는 클로징 멘트가 너무 지겹지만 달리 쓸 말이 없어서 진행자, 5년째 같은 말을 하고 있음. 뭐 책은 어지간하면 다 유익하니까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애청자 여러분들께 끝인사 날림.

PM  5:57
진행자. 클로징 하자 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남.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람같이 사라짐. 아무래도 스튜디오에 최대한 늦게 들어오고 최대한 빨리 나가기가 직업 윤리인것 같음.

PM 6:05
'수고 하셨습니다. 아~ 오늘 책 선정 좋던데요' 5년째 PD에게 늘 같은 말 들음. 내 클로징 멘트 만큼이나 당신도 참 할 말이 없으신가보구료 싶어 잠깐 동질의식 비슷한걸 느낌. 내 방송 날짜도 아닌데 게스트 하나가 펑크내는 바람에 땜빵을 해달라 하심. 그 땜빵 여부도 이틀 후에나 알려준다 하심. 아무리 내가 최장수 게스트라 만만해도 그렇지 책을 두 권이나 읽어야 하고 원고까지 써야 하는데 너무하는거 아니냐고 말 하기에는 보도자료들에게 미안해서 차마 암말 못함. PD 약간 미안했는지 애청자들에게 나눠주는 독일 유기농 화장품 교환권을 주심. 순간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방송 하루전에만 말씀해주세요' 라며 깨방정을 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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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1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헤헤헷 브렛 앤더슨을 들으셨다니 괜시리 제가 반갑!

플라시보 2010-03-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안그래도 쓰면서 님의 서재 이미지가 떠올랐더랬습니다.

세실 2010-03-1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마지막 멘트 깨방정 표현에 웃음이 팍팍..
남녀탐구생활 보는 듯합니다. 재밌어요~~~

플라시보 2010-03-23 18:42   좋아요 0 | URL
흐흐 감사합니다. 깨방정 떤 덕분에 오늘 방송했어요. 원래 하는날 아닌데 말이죠. ㅋㅋ

2010-03-23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3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5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6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