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말도 필요하다.

처음. 사랑의 시작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는지. '우리 사귈래?' 혹은 '우리 사귀자' 아니면 '지금부터 진지하게 만나보자' 에서 '나 이제 널 남자로 (여자로) 볼께' 등등 사랑의 시작에는 무수히 많은 말들이 있다. 물론 한마디 말도 없이 어쩌다보니 바디 랭귀지부터 먼저 시작해서는 (주로 술먹고 기습 뽀뽀) 주뼛거림서 사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평범한건 사귀자 혹은 만나자라는 말로 시작하는 사랑이다.

여기 그 말을 절대로 못하는 인간 두 사람이 있다. 우재(설경구) 와 연수(송윤아). 처음에는 연수가 일방적으로 우재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를 못해서 연수는 우재와 끝내 연결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서 우재와 연수는 다시 만난다. 이제 우재도 조금씩 연수가 좋아진다. 그러다가 우재 역시 연수에게 사귀자 혹은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연수를 보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꾸 서로를 보낸다. 해리와 셀리처럼 티격태격 하지 않고 좀 애틋하긴 하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될듯하면서 되지 않는건 둘이 비슷하다.

사랑에 관한 충고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잡으라는 말이다. 왜냐. 잡지 않으면 놓치니까. 사랑은 시간하고 똑같아서 영원히 그 자리에서 머물며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때, 그리고 때가 도래했을때 고백을 하건 뭘 하건 해서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걸 못하면 계속해서 놓치게 되고 결국에는 그렇게 보내는 수 밖에는 없다. 그러다가 소주 한잔 하면 안주삼아 '예전에 내가 말이야 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거등' 으로 시작되는 주절거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막판에는 잊게된다. 아주 가끔 그런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떠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지 않는 한. 하다가 끝낸 사랑도 잊는판에 시작도 못한 사랑은 더 빨리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나에게도 첫 사랑이 있었다. 나는 첫 사랑에게 말을 못했다. 나 말고도 그 첫사랑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나와 하루차이로 그를 만나서 고백을 했다. 나는 좋아해요라는 티만 잔뜩 내고 끝내 말은 못했지만 그 여자는 말을 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대학다니는 내내 그 두 커플을 지켜봐야했다. 단지 말을 못해서 그게 전부였다. 그 남자 역시 나 아니면 그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그때 내가 용기를 내서 말을 했더라면 내 첫사랑은 이뤄지진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짝사랑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내가 그렇게 놓쳐버린 첫사랑이 너무 아쉬워서 언제나 내가 먼저 말을 했다. 되건 되지않건 일단 말을 하고 봤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면, 그리고 만나고 싶으면 내 쪽에서 말을 꺼냈다. 부작용이 있다면 남자들이 좀 시건방져진다는 것. 내가 자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엄청난 용기를 내어 말했다고 생각하며, 그것에 감사하기는 커녕 지가 그만큼 잘나서가 아니겠냐고 생각한다. 그게 좀 안좋은 점이다. 그러나 적어도 사랑을 놓치지는 않는다. 그 장점이면 상대방의 시건방정도야 새발의 피라고 생각하면 도전들 해 보시길.

영화는 큰 스토리의 비약없이 천천히 흐른다. 우재도 연수도 억지스러운 캐릭터가 아니다. 송윤아가 너무 반듯해보여 지루할듯 생각되었던 영화였는데 의외로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만 영화가 너무 심심할까봐 끼워넣은 조연들이 좀 어색했지만 (그들의 연기는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에서의 그들이 어색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봐주며 넘길 수 있는 부분이었다. 더구나 그 조연들은 막가파로 튀지도 않았으니까. 우재와 연수를 보면 답답하긴 하지만 아이구 저것들 하며 가슴을 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까지 억장을 무너지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건 연출의 힘이다. 스토리로만 보자면 러닝타임 내내 고백도 못하고 사귀지도 못하는 그들이 무척 갑갑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덜하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그려냈다랄까? 이게 사랑을 놓치다에 해 줄 수 있는 평가인것 같다.

이 영화는 야한 장면도 없고 스토리에서 피튀기는 장면도 없으므로 가족끼리 충분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좋게 이 영활 써먹자면 고백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커플들이다. 그러니까 사랑과 우정사이쯤 되는 이들이 보면 쟤네들처럼 시간 세월 다 보내지 않으려면 이 영화관을 나서는 즉시 남은 팝콘과 콜라를 버리면서 사귀자고 말해야지라는 각오를 다질 수 있다. 뭐 물론 효과를 보장할 순 없지만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얘네들은 과연 계속 서로를 놓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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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1-3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글 잘쓰시네요. ^^

플라시보 2006-01-3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어머 간만의 등장이시군요. 그런데 간만에 등장하셔서 너무 쑥쓰러운 말씀을...하핫^^

마늘빵 2006-01-3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쩜 그렇게 마음에 딱딱 와닿는 말씀만 골라서. 추천.

하루(春) 2006-01-3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싶잖아(요.)!!

플라시보 2006-01-3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오..사진 바뀌었네요? 히히 포옹하는 후추통과 소금통 (맞나요?)였었는데..^^ 추천 감사합니다. 흐흐.

하루님. 히... 제가 불을 질렀나요? 지송..^^

이리스 2006-01-3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의 시건방정도야 새발의 피.. 라는 대목에서 한바탕 크게 웃었어요. 으하하핫..

여기저기서 다 이 영화에 대해선 나름대로 호의적이네요. 흠..

2006-02-01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2-01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후추통과 소금통 였는데 오랫만에 바꿔봤어요. ^^
영화 언능 보고 싶다.

비로그인 2006-02-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이유없이 보고싶지 않은 영화였는데(이유는 저도 정말 모릅니다만) 플라시보 님의 리뷰를 보고나니 정말 보고싶어 졌습니다. 제가 친절한 ㄷ 씨에게 좋아한다는 티는 내면서도 끝끝내 말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님께서 말씀하신 그 시건방짐을 못참을까봐였을 거에요. 아마 친절한 ㄷ 씨가 내게 고백한 것은 그럼 무엇이었을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분홍빛이 아닌 회색빛, 파란색으로 해봅니다.

이쁜하루 2006-02-0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려고 했는데 친구가 영...아니라면서 보지말라 해서 맘 접었는데 글보니까 또..다시 가슴속이 일렁이네용...이런류 너무 좋아하는뎅..^^

2006-02-01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6-02-0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 진짜로 상대방이 약간 시건방져져요. 지가 대빵 멋져서 고백한줄 알거든요. 특히 내가 여자고 상대가 남자일경우 심해요.^^

미미달님. 오.. 그런가요? 저도 별거 기사를 읽긴 했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아프락사스님. 흐흐. 재미나게 보시길..^^

Jude님. 저도 이 영화 되게 땡겨서 봤다기보다 엄마랑 여동생이랑 같이 볼 수 있는 적당한 영화를 고르다가 이걸 선택했어요. (마침 시간도 딱 맞고) 별 기대없이 봐서 그런지 예상외로 괜찮았더랬습니다. 그리고 그 시건방...흐흐. 먼저 고백하면 반드시 남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잘 안하셨어요. 저도 과거만 아니면 안그러고 사는건데..히히.

이쁜하루님. 아... 이런류 좋아하시면 한번 보세요.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게 보겠지만 저는 이런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꽤 괜찮았거든요. ^^

속삭이신분. 히히. 저는 곧 게이샤의 추억 봅니다. 으음... 이 영화 님한테 괜찮을것 같아요. 남자치고 감수성이 좋찮아요? 하하 그리고 더구나 제가 말하는 작전을 수행하신다니 더더욱 권하고 싶습니다. 딱 보고 콜라 팝콘 버릴때 아무렇지 않게 말하라하세요. '저 영화 보고 나니 느낀거 없니?' '뭐가?' '사랑에는 말이 필요해. 나랑 사귀자' 히히... (혼자 상상하며 겁나 즐거워함)
 

자매들끼리 마치 쌍둥이처럼 꼭 닮은 경우도 있지만, 도무지 한 뱃속에서 났다고 믿기 어려울만큼 다른 사람들도 있다. 로즈 (토니 콜레트) 와 매기 (카메론 디아즈) 는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다른 자매들이다. 책임감있고 똑똑하며 변호사라는 전문직업을 가진 로즈. 그러나 매기는 책임감도 없고 제 멋대로이며 삶을 즐기는것 이외에는 어떤 관심도 없다. 로즈는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매기는 누구나 보기만 해도 반할 정도로 근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딱 하나 똑같은게 있다면 바로 구두 사이즈가 같다는 것이다.

매번 사고나 치는 매기는 집안의 골칫거리다. 그 중에서도 특히 로즈에게있어 매기는 늘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불청객이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로즈와 매기는 어릴때는 꽤 친하게 잘 지냈지만 클수록 각자 개성이 너무 달라서 이제는 한 자매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 어느날 매기는 새엄마의 집에서 쫒겨나 로즈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러다 그만 매기의 남자친구를 유혹하게 되고 이때 우연찮게 집에 온 로즈는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여태껏 참았던 울분을 다 터트린 로즈는 매기에게 나가라고 말한다. 새엄마의 집에도 언니의 집에도 있을 수 없게 된 매기는 우연히 알게된 외할머니의 주소를 찾아내고. 무작정 그 곳으로 향한다. 한편 실연의 상처를 겪고 있던 로즈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기게 되고, 동생 매기를 찾고 싶지만 도무지 어느곳으로 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자 그녀의 견고하던 삶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헐리우드나 충무로나 공통점이 있다면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대박이 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족애까지 끌어들이면 흥행과는 무관한. 작품성으로 밀고 나가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그만큼 관객들은 여자 주인공만 나오는 영화를 그리고 가족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영화처럼 화목한 한 가정이 등장하는게 아닌 자매의 얘기라면? 결과는 뻔하다. 물론 로즈역을 맡은 토니 콜레트 대신 드류 베리모어가 나오고, 여기다 입양한 동생이라면서 루씨 루 까지 등장한다음 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신나게 액션이라도 펼치면 모를까. 아무리 카메론 디아즈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녀 혼자만으로 흥행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나는 토니 톨레를 어바웃 어보이에서 보고 홀딱 반했었다. 카메론 디아즈도 존 말코비치되기에선 좋았다.)

이 영화는 오전에만 개봉관이 있었고 오후에는 전부 킹콩이나 나니아 연대기등에 스크린을 넘겨줬다. 그러니까 볼 사람들은 아침 1,2,3회에 보던가 아니면 포기를 하던가 둘 중 하나였다. 지금 개봉영화 중에서 왕의 남자 만큼이나 재미 면에서 뒤지지 않지만 여자들만 나오고 거기다 노인이 등장하는데다 가족 영화이니 멀티플렉스들은 상당히 불안했던 모양이다. 영화에는 갖은 보석같은 장면들이 등장한다. 너무 멋지게 늙어가는 노인들 (그 사이에 살짝 로맨스도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끝내주게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가족들 대신 미워하고 증오하던 가족들 (나중에는 세월의 힘으로 화해하지만 결코 억지스럽지 않다.) 영화의 스토리로 봤을때는 언니가 동생의 모든것을 책임지거나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내용을 끌고가지 않는다. 가진건 예쁜 외모뿐인듯 보이는 매기도 나름 자신의 몫을 다 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 역시 남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로즈의 삶이 해피엔딩으로 끝날때 매기 역시 너무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으로 끝났으면 굉장히 식상했을테지만 영화는 매기를 그냥 매기로 남겨둔다.

영화는 꽤 심각한 가족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결코 그것을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가벼운 웃음까지 섞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가족간의 문제를 단지 웃음 몇번으로 때울 수 있는 무언가로 가볍게 그리지도 않았다. 딱 정도를 걸었다고나 할까? 실제 가족들의 문제도 저 정도로만 무겁고 또 가벼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족들은 흔히 서로의 잘못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용서를 못하는게 아니다. 한번 골이 생기고 그 골에 세월이 더해져 버리면 화해를 할 기회조차도 갖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가족들은 남남처럼 살려고 작정하면 남보다 더 못한 법이다. 로즈네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외할머니와 아빠의 사이는 벌어졌으며, 새엄마의 등장으로 인해 아빠와 딸들인 로즈와 매기의 사이도 벌어졌다. 그리고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로즈와 매기의 사이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이 가족들이 전부 서로의 노력으로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또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결코 요란스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한 사람만의 희생으로 혹은 노력으로 이뤄지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가족의 화해를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에서 매우 매력적으로 나오는 카메론 디아즈가 이제는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게 좀 안타깝긴 하지만 보톡스로 팽팽한 얼굴이지만 괴물같은 표정을 짓는 여느 배우들 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웠다. 토니 콜레트는 전혀 뚱뚱하지 않은데 영화에서 자꾸 뚱뚱하다는 식으로 나와서 좀 속상했다. 그녀 정도가 뚱뚱하고 볼품없는 외모라면 오직 우리 여자들이 지향해야 할 외모는 바비인형 뿐인걸까? 아무튼 간만에 꽤 재미있고 쓸만한 영화를 발견했다. 개봉관에서 보기 힘들면 비디오로라도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덧붙임 : 원제는 인 허 슈즈인데 여동생과 언니의 화해 뿐 아니라 외할머니와 집안의 화해에도 신발은 큰 작용을 한다. 원제 그대로 둬도 괜찮았을텐데 왜 제목을 바꿨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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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6-01-1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흐흐.

호랑녀 2006-01-1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조금 지루했지만 재미있었어요. 마지막에 다 정리도 잘 되고 ^^
저도 원제가 훨씬 좋다는 느낌이여요.

마늘빵 2006-01-1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원제는 모르고 봤어요. 저도 이거 봤는데.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상징성이 있는 의미있는 제목보다 직설적인 제목이 관심을 끌거라고 생각했나봐요.

하이드 2006-01-1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안 봤지만, 아무래도 in one's shoes라는 뜻이 누군가의 입장이라면, 이런 뜻이라서, 의역한것 같으네요. 신발이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했다니, 잘 맞췄네요. ^^

플라시보 2006-01-18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흐흐. 처음에는 약간 그랬죠? 좀 뻔하게 갈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스토리를 참 잘 끌고 나간것 같아요.

아프락사스님. 그런가봐요. 하긴 신발이라는 단어나 뭐 그런 분위기를 풍기면 분홍신을 연상했을지도...흐흐. 그럼 졸지에 공포필 나는거죠.^^

하이드님. 원제가 in one's shoes인가요? 저는 in her shoes로 알고 있었는데... 아무튼 이 영화 되게 재밌었어요. 간만에 건진 영화였지요. 흐흐. ^^

로렌초의시종 2006-01-18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전에 봤는데 참 좋은 영화였어요. ㅋㅋㅋ 특히 그 장면 재밌었어요. 재키 오나시스 같아~라고 말하던 할머니 ㅋㅋ

플라시보 2006-01-1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 맞아요. 재키 오나시스같아 라고 하던 할머니... 처음에는 재키 케네디라고 했었죠? ^^ 근데 이 영화 번역이 좀 거시기했었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좋았을텐데 뭔가 더 재밌게 한다고 의역을 한것 같은데... 저는 그저 그랬어요.

이쁜하루 2006-02-0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너무 재미있게보면서 아니 이렇게 좋은 영화가 왜 망한거야~~ 하며 개탄을했었죠! 음....왜 망했는지 플라시보님 글 보니까 알겠네요..아..안타까워용

플라시보 2006-02-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하루님. 네..저도 친구랑 막 개탄했어요. 이 좋은 영화가 망한건 여자가 주인공인데다 할머니들이 우루루 나오고 거기다 가족영화이기까지 해서라고... 안타까워요.
 


(사진은 미스 하이드님 서재에서 퍼 왔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레골라스가 있다면 왕의 남자에는 공길이가 있다!

반지의 제왕 개봉 당시. 우리 여자들은 판타지를 그대로 영화로 옮긴 그 장대한 스케일에 입을 벌리기 보다는 반지를 가지고 고생고생하는 주인공들 사이에 군계일학으로 빛나던 레골라스의 미모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레골라스가 화면 가득 꽃미소를 날리며 등장하면 여인네들은 힘없이 아으~ 하는 신음소리까지 흘렸더랬다. 마치, 너무나 아름답지만 도저히 살 형편이 안되는 구두를 봤을때의 캐리 브레드쇼처럼 말이다. 그 이후 레골라스는 이 영화 저 영화에 얼굴을 들이밀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반지의 제왕에서의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는 역시 금발에 반머리를 묶어야만 제 미모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레골라스와 같은 꽃미남에 너무도 목이 말라있었다. 그러던 찰나. 뜻하지 않게 왕의 남자에서 공기리를 만나게 되었으니...

왕의 남자는 영화계 종사자들도 또 관객들에게도 모두 평이 좋았던 영화이다. 매우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안정감있는 편집. 거기다 지루하지 않은 연출에 배우들의 걸출한 연기까지. 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영화이다. 사극은 장사가 안된다는 편견을 뒤집어 엎으며 관객몰이에도 성공을 하고 있다고 하니. 역시 잘 된 영화는 관객들이 알아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왕의 남자가 얼마나 잘 된 영화인지를 말하지 않겠다. 왜냐. 나의 관심은 오직 공길. 그 한사람 뿐이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때도 그랬다. 난 레골라스면 됐다.)

공길이 아름다운 이유는 꼭 이목구비가 예쁘장해서가 아니다. 바로 그 눈빛. 살짝 내리깔면 새침한듯 보이는, 남자들은 절대 낼 수 없는 여자들 특유의 그 눈빛을 내기 때문이다. 그 눈빛은 눈이 왕방울 만하고 쌍거풀이 짙게 낀 눈 보다는 공길이처럼 길게 찢어지고 속 상거풀이 있는 눈일때 한층 더 빛을 발한다. 그러나 공길도 레골라스와 마찬가지로 현대물로 넘어오니 그 매력이 반감되었다. 뭐 그런들 어떤가 난 왕의 남자에서 공길만 기억하면 그만이다.

공길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났다. 몇개월전 취재를 한다고 게이바에 갔었는데 거기서 본 한 여자 종업원 (성전환을 한) 을 무척 닮았다. 나는 그녀가 다른 여자들보다 너무너무 이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그 눈빛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른 여자 종업원들과 달리 어색한 상거풀 수술을 하지 않고 그냥 길게 찢어진 자신의 눈매 그대로를 가지고 있었는데 콧날이나 입매도 공길을 참 많이 닮았던것 같다. (물론 그녀는 공길보다 훨씬 더 선이 가늘고 고왔다.)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사극을 무리없이 소화한 공길은 영화 속에서 오바를 하지도 그렇다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 (더구나 연기파라 불리는) 에게 눌리지도 않았다. 그만의 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낸. 보기 드문 장한 신인이다. 얼굴도 아름다운게 연기까지 잘하니 얼마나 이쁜지... 아무튼 이 영화 꽤 재밌고 꽤 괜찮은 영화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저 스토리로 무슨 그리 긴 할말이 있을까 싶은데 의외로 지루히자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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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1-1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반지의 제왕' 때 레골라스 아니고, 아라곤!이었어요. 흐흐
이 영화에선 물론 공기이이일.
이준기가 그렇게나 섬세하고 우아하게 공길을 표현할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지요.

플라시보 2006-01-1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흐...아라곤에 반하셨었군요. 하긴 그의 치명적인 매력에 요정도 영생을 포기했으니..^^ 저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몰랐었거든요. 왕의 남자에서 처음 봤는데 님 말씀처럼 어찌나 섬세 우하해 주시는지..^^

마립간 2006-01-1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야 다양하겠지만... 평론가가 최초의 동성애를 언급한 영화라는 평도 있지만 저는 영화내내 (아니 양반댁 마당놀이 순간부터) 공길은 여성(여자역을 맡은 남자가 아니라)라고 생각하며 보았습니다. 남사당패에 여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막상 여성보다 여자 역활을 하는 남자가 영화적 재미를 더해 주지만 그곳에 공길의 위치에 여자가 있었다면 reality를 갖는 영화가 되었겠지요.(아니면 감독이 저 처럼 여자로 치환해 놓고 보는 관객을 상정했을 수도)

끼사스 2006-01-1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도 마립간님과 비슷합니다. 이준익 감독이 연산군(정진영)-장생(감우성)과 삼각관계를 이룰 캐릭터의 자리에 여성이 아닌 '여자 같은 남자'를 놓았을 때는, 극의 유니크함과 흥미를 위해 리얼리티는 어느 정도 포기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죠….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면 좋았겠고, 잘 하면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리얼리티 측면에서 뭔가 부족한 영화가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

미미달 2006-01-1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갑자기 이준기가 너무 인기가 많아진데다가 왕의남자가 개봉할 당시부터
마이걸이라는 드라마에도 나오고, 또 케이블 tv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같은 걸 봤을때 영화에서의 공길의 이미지를 많이 잊게 해주더라구요.
영화가 끝날때까지만이라도 얼굴을 내비치치 말았으면 더 좋았을걸 ..
뭔가 신비주의가 와장창 깨지는 안타까운 느낌이 들어요.

마늘빵 2006-01-1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공길이한테 별루 눈길이 안가던데. 내 취향이 아닌가? ㅋㅋ

플라시보 2006-01-1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으음... 그렇군요. 근데 제가 알기론 남사당패에 여자도 있지 않았을까요? 순전히 남자만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을것 같은데.. (옛날 사극이나 드라마 보면 남사당패에 여자가 나오더라구요.) 아무튼 공길 대신 여자를 썼으면 리얼리티는 훨씬 더 했겠지만 대신 극적 재미가 좀 떨어졌겠지요. 남자 - 여자 - 남자 보다 남자 - 남자 - 남자 - 가 훨씬 드문 케이스니까요.^^

이훈성님. 저는 크게 리얼리티라는 부분을 보지 않았었습니다. 시대적 인물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걸로 다른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이준익 감독의 전 작품은 그저 그랬는데 왕의 남자는 썩 괜찮았던것 같습니다.^^

미미달님. 그러게요. 저도 공길의 인터뷰 장면을 TV에서 종종 봤던것 같아요. 님 말씀처럼 너무 많이 나오니까 신비주의가 깨지는 것도 있고 좀 식상한것도 있고..^^

아프락사스님. 히히. 님 취향이 아닌가봅니다.^^

끼사스 2006-01-1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런데 마립간님도 아마 그럴 것 같은데, 제가 말한 '리얼리티' 내지는 '좀더 리얼했으면 좋겠다'는 건 이 영화의 플롯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공길'의 자리에 이준기를 배치한 건 더 이상의 대안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지만(사실 이준기만큼 예쁘면서 좀더 가냘픈 남자배우를 썼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했습니다.그런 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영화 속 '동성애 삼각관계'에는, 뭐랄까, 섹슈얼한 느낌이 약했던 것 같았어요. 이들이 정말 사랑하고 질투하고 고뇌한다는 느낌이 들기엔 상황배치도 좀 느슨하고 화면도 덜 에로틱하고…. '있을 법한 얘기를 하라'는게 아니고 '그럴 듯하게 얘기하라'는게 제가 느끼는 아쉬움의 본질이죠.
 

이 영화. 개봉 전 부터 참 말 많았었다. 찍기는 벌써 언제 찍었는데 개봉관을 잡지 못했는지 아무튼 한참을 있다가 개봉했다. 그리고 개봉하고는 또 다시 말이 생겼다. 친일이다 어쩌다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 하자면 난 잘 모르겠다. 내 지인의 말 처럼 손톱뽑고 발톱뽑고 고춧가루 물 들이붓는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인간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것 같다. 그리고 내가 뭘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박경원은 절대 독립투사 같은걸로 나오지 않는다. 가공의 인물인 그녀의 남자친구가 그 비슷할 뿐. (사실 그도 독립투사는 아니고 그냥 단순 누명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일장기를 흔들고 일본에서 제공하는 각종 연회에 참석하며 일본의 지시대로 비행을 한다. 이런 마당에서 그녀를 미화했다니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나로서는 어떤 부분을 미화한지 잘 모르겠다. 뭐 그녀가 일본 누구누구의 아들네미와 내연의 관계가 있었다던데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아무튼 실화를 바탕으로 하긴 했지만 이 영화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고증했다기 보다 그냥 컨셉만 살짝 들고 온 정도이다. 그리고 사실 다큐멘타리가 아닌 영화에서 사실과 얼마나 흡사한지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은가?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청연은 박경원이라는 우리나라 최초 여류 비행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려서부터 날고 싶었던 그녀. 고생고생 끝에 드디어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한국인이라는 더불어 여자라는 이중적 차별로 인해 그리 평탄하지는 않지만 고집쌔고 강단 쌘 그녀는 그럭저럭 잘 해 나간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매력으로 자신의 적이었던 여자마저 친구로 만든다. 나는 그 부분이 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식으로 끌고 나가지 않은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또 한 부분. 박경원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함께 붙잡혔을때 내 남자가 나가지 않으니 저도 감옥에 있을테야요. 혹은 내 남자 잡혀있는데 비행이 웬말인가 하며 눈물바람으로 세월을 보내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화에는 여자들이 그런다. 사랑하는 남자가 어딘가에 잡혀있으면 그 여자의 인생도 올 스톱이다. 아니 오히려 뒷걸음질친다. 그리고는 뻔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그를 빼내줄수 있는 어떤 사내에게 순정을 바치고 나중에는 그 사실이 들켜 사랑하는 사람에게마저 버림받는다. (쓰는 와중에도 고루해 미치겠다.)

쳥연이 좋았던 이유는 화려한 CG때문이 아니다. 진주만팀이 찍었다는 멋들어진 비행장면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여자를 잘, 그리고 꽤나 제대로 그린 영화라서 좋았다. 여자의 욕망, 여자의 꿈도 남자들과 다를바 없다는 것.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남녀가 다를것이 없다는걸 담담하게 그려줘서 좋았다. 너무 쥐어짜거나 치열하지 않게 박경원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그리고 꿈을 이뤄나간다. 그녀는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차라리 노력하는 타입의 인간이다. 거기에 엄한 조국애라던가 사랑 같은걸 깔끔하게 배제시키는 모습이 더 보기 좋았다. (여자들은 어째서 늘 자신의 꿈보다는 다른 조건들에 더 휘둘려야만 하는 존재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혹은 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여자와 남자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다른 취급을 받으며 살기 때문이다. 차별한번 안 받아 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차별은 곳곳에 존재한다. 지방에서는 여자가 담배를 피우며 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살 다음으로 빨리 돌맞아 죽는 방법이다. 거기다 아직도 여자는 직함대신 미스김이나 김양으로 불린다. 거기다 미스김과 김양은 별다방이나 콩다방 종사자들 못지 않게 직장생활을 커피와 함께해야 한다. 아무튼 이런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면서 여자들이 여자의 문제에 대해 흥분하지 않는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자들은 언제나 보조적인 입장이다. 남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역활. 간혹 투톱으로 나간다 하더라도 여자들은 눈요기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여자가 주인공이라면 둘 중 하나이다. 팜므파탈이라서 남자의 가정이고 직장이고 다 깨부쉬는 무시무시한 여자. 아니면 사랑을 너무나 기다리고 갈망한 나머지 미치기 직전인데 마침 딱 하고 사랑이 나타나 으쌰 으쌰 잘 살게 되는 것. 그러나 청연의 박경원은 어떤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온전하게 여자의 열망을 그리고 꿈을 그린 영화.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러면서도 그 여자가 망가지거나 불행해지지 않는 영화 (어찌보면 결말이 불행으로 보여질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걸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단지 남자때문에 그런건 아니라고 말이다.) 는 더더군다나 더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꽤 긴 러닝타임에 살짝 지루한면이 있었지만 이 영화가 예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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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06-01-16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경원->박경원^^

2006-01-16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6-01-1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rcus님. 히히. 지적 감사합니다. 고쳤어요.

속삭이신분. 어머 오랜만이여요. 죽지않고 살아있으니 이렇게 만나는군요.^^
 

 본지 한참이나 지난 이 영화를 지금에서야 말 하는 이유는 순전히 게을러서이다. 딱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하고 개봉한 영화인데 해를 넘겨 소개하니 좀 거시기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개봉영화 보기 코너는 아니니까 그 정도는 용서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단 극장에서는 한참전에 내렸으므로 비디오를 기다려야 할듯 합니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딱 하나이다. 바로 섹스 & 시티의 캐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에드우드와 화성침공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를 처음 봤을때 나는 생각했다. 뭐 저렇게 길쭉하니 못생긴 말상의 여배우가 다 있냐고. 산드라 블록에 대적할만한 괴상한 외모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섹스 & 시티를 마지막 시즌까지 본 지금 (실은 케이블에서 시즌 1부터 다시 해주고 있고 나는 또 보고 있다. 과거 프렌즈처럼) 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캐리가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아무튼 이 영화는 사라 재시카 파커가 나오지 않았다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영화이다.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나와 같은 이유가 아니라면 비디오로 빌려보지 말고 언젠가 케이블에서 해 줄때까지 기다리기 바란다.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린 영화답게 가족이 등장하며 영화 속에서의 시간도 크리스마스를 곧 앞둔 어느날이다. 잘 나가는 뉴요커 사라. 그녀는 어떤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 그의 부모님집에 인사를 하러 간다. (마침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 하지만 이 잘난 뉴요커와 그의 가족들은 하나도 맞는 구석이 없다. 다만 그의 바로 아래 남동생만 그녀에 대해 악의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뿐. 가족들의 숨기려 애쓰지만 그럼에도 비집고 나오는 비호감을 느낀 그녀. 여동생에게 SOS를 친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 그녀와 정 반대인 여동생. 아. 그러나 일이 이렇게 꼬이려고 했는지 어쩌다 보니 그는 그녀의 여동생을 좋아하게 되고 그의 남동생은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자. 우리 나라 같으면 아주 끝장을 볼 상황이 생기게 된다. 형수감을 소개했더니 감히 동생 녀석이 내 마누라 될 사람에게 홀딱 반해버리질 않나, 도와달라고 부른 여동생에게 내 남편될 사람이 홀라당 반해서 결혼 못하겠다고 하질 않나. 복수가 복수를 낳고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난리 법석을 피울법도 한데 이 영화는 아주 쿨하게 상황을 해결해나간다. '그럴수는 없어요' 라며 서로를 점잖게 거절하던 이들은 마침내 새로 찾은 서로의 사랑을 축복해준다. 참으로 드문 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다.

섹스 & 시티의 캐리가 좀 더 시니컬하고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면 이 영화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맡은 인물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극중 인물이 아닌 캐리를 보게 된다. 당장이라도 노트북을 펴고 담배를 피며 어쩌고 저쩌고 한 것일까? 하며 글을 마치고 위를 보면서 입을 살짝 실룩거릴것 같은 사라. 그녀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다만 그녀의 매력적인 여동생으로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히로인 클레어 데인즈만이 약간 돋보일 뿐. 가족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지만 그 매력적인 다이앤 키튼 마저 이 영화에서는 별 빛을 발하지 못한다. 아마도 사라의 캐릭터성이 너무 강해서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딱 하나 건진 소득이 있다면 우리나라 같음 칼부림날 상황을 외국 아해들은 이렇게도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덧붙이자면 동성애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는 것. (정말 모범답안스런 시선이다.) 그것 이외에는 그다지 볼 것 없는 영화로.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관에 가서 볼 정도는 아니다. 사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디오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케이블로 만나면 딱 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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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1-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캐리가 나오길래 봤어요. ^^; 그런데 오히려 나오는줄도 몰랐던 조연들의 캐스팅이 너무 화려해서 의외로 기분좋았던 영화였어요. 사라 제시카 파커는.. 솔직이 조금 실망스러웠던. -_-;

플라시보 2006-01-0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네. 저도 그랬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다이안 키튼이 나와서 흐뭇했어요. (그녀가 실력 발휘를 다 하지 못한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비로그인 2006-01-0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 제시카 파커가 나왔군요. 저도 처음 섹스 앤 시티를 보았을 때에는 참 못생겼다, 생각하다가 시즌 3부터인가 그녀가 부쩍 예뻐보이기까지 하더군요. 그런데 처음 볼 때부터 목소리가 참 소녀같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가족에 대한 솜사탕같은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플라시보 2006-01-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흐흐. 사라 목소리 저도 좋아해요. 특히 섹스 & 시티는 사라의 독백이 많아서 어느덧 그녀의 목소리에 익숙해졌어요. (저 영화. 막 갈등하다가 마지막에는 역시 스위티한 가족영화로 돌아갑니다. 모두 크리스마스에 행복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