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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변화시킨다
이영미 지음 / 가야넷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참 감동적인 책이다.
이 책은 또 무엇을 알려주려나하고.. 첫장을 펼쳤는데..
페이지를 넘어 갈수록 육아에 대한 저자만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자 하는게 아니라
저자의 삶을 그저 여러편의 에세이를 읽듯 그리 편한하게 볼 수 있었다.
뭐랄까, 일기를 엿본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중학교 과학선생님이자 두 딸의 엄마인 저자는..
아이들을 그저 풀어 놓고 키운다.
사실 그저 아이들을 두는 건 아니라 생활에서 충분히 아이들과 대화하며,
사랑과 관심속에 누구보다 값진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대부분 육아서를 쓴 엄마들처럼 아이를 우선 순위에 놓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고 심지어 '모성애결핍증 환자'라는 별명도 있다.
오히려 신랑분이 더 자상하고 섬세해 보이기 까지 한다.
(이부분은 우리 부모님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상당한 소신이 있다.
그 소신이 내 아이를 멋지게 키워 이 나라를 위해 이바지 하게 하리라..가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영위하게 하며 독립적인 존재로 우뚝 쏫게 하는 것 그것 뿐인것 같다.
만약 내 아이를 어떤 업적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게 해 보겠다고 하는 부모가
이 책을 통해 어떤 방법을 터득하겠다고 하면, 이 책은 권하고 싶지가 않다.
만약 우리 가족의 행복과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부터 자유인으로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필히 권하고 싶다.
꽤 분량도 많고 글도 많은 편이라 읽다가 지겹지 않을까 했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나 같은 경우 한숨에 다 읽었다.
저자의 생각이 참으로 신선해서이기도 하고..
저자가 왜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아이에 대해 이런 육아관이 형성되었는지
책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데,
비로소 "아~~"하고 공감이 가서이다.
둘째 아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난 그런 경험이 있기에
아마도 저자는 하루하루의 삶을 여유있게 보지 않나 싶다.
그리고 과거의 저자의 에피소드들이 현재의 삶에 투영되어
다른 이들의 고충을 헤아리는 부분은 정말이지 감동적이기 까지 하다.
나는 부유하게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난을 체험한 적도 없다.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따라서 성장하면서 어떤 아픔을 겪어본 적이 없다.
덕분에 참으로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랄 수 있었고
그 만큼 남의 감정에도 쉽게 동조가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나의 그러한 성향..
누군가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누군가의 행복을 같이 기뻐해 주는
그런 나만의 장점이.. 조금은 부끄럽다.
과연 진정으로 그들의 아픔을 이해 한건지..
영화나 책에서도 누구보다 더 깊게 감동을 먹는 내 성격이
내 주변을 대상으로도 적용된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 접고 책으로나마 간접 경험을 통해
여러 삶들을 둘러보고 같이 공감하는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