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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사실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최재은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최재숙 옮김 / 보림 / 2005년 2월
평점 :
내아이 돌전부터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니 어느새 삼년이 다되어 가는데...요즘은 그동안 사다모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아이 그림책들을 바라보면서 저것은 내아이 몇살에 구입했었고..저것은 누구에게 선물 받았고..저것은 서점에서 그림에 반해버려 즉시 구입한 것이고..저것은 사고 싶어 안달이 났건만 기회가 닿지 않아 애태우다 겨우 내손에 들어와 기쁜 마음으로 아이에게 그책만 며칠을 읽어주었던 책이고...이러면서 책 한 권, 한 권 모든 책들이 소중하고 추억들이 담겨진다는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럴땐 아이보다 내가 더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버린듯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그림책 읽어주는 횟수가 거듭되다 보니 유독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책 작가가 몇몇 생겨버리기도 한다..되도록 한 그림책 작가만 편애(?)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그게 잘 안된다.
이건 비단 나만 그런것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취향대로 기호품을 고르게 되고...책의 종류를 고르게 되고...자신만의 스타일이 묻어있는 옷을 고르듯...그림책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고르게 되나보다.
하긴...내아이도 엄마가 책 읽어줄테니 니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렴~~ 하고서 책을 고르는걸 가만히 지켜보면 자기 취향대로 책을 고르고 섰다.
녀석이 좋아하는 동물이 나오고...녀석이 좋아하는 먹을것이 나오고...관심있어하는 장난감이 나오는 책들은 꼭 빼먹지 않고 집어든다.
같은 동물이라도 형체가 크거나 얼굴형상이 사납게 생긴건 무섭다고 아예 그책은 저멀리 내팽겨둔다.
어린 녀석이 이럴진대...나라고 배겨날수 있을까?
암튼...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의 신간책을 받아들다보니 들뜬 나머지 이렇게 사설이 길어진다.
각설하고...내가 좋아하는 외국 그림책 작가를 몇몇 열거하자면...그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과 존 버닝햄..그리고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을 들수 있겠다.^^
아마도 신간인 이책이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책 중 가장 백미가 아닐까! 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해본다.
물론 이책은 국내 작가가 번역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렸지만 기본 모태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며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이작가의 성격과 분위기를 바로 파악할수가 있다.
특히 이책은 더욱더 그러하며 책을 덮고 나서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사고의 폭을 확장시킬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실>이란 제목 자체부터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 있는 분위기를 금방 눈치챌수 있는데...그림책 표지의 그림은 그분위기의 긴장감을 많이 무마시켜주려는듯 따스한 빛깔의 리본으로 책을 포장하여 책선물을 받는듯한 부드럽고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책 표지를 넘겨 첫장을 펼치면 한권의 고급스러운 양장본 책이 포장이 벗겨져 얼른 책을 넘겨 읽어달라는듯 얌전하게 놓여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하고 있는 숟가락이란 사물에 대한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숟가락은 삽처럼 생겼고,손에 쥐는 것이고,입에 넣을 수 있고.....하지만 숟가락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는 것이라고 작가는 조용 조용하게 속삭인다.
숟가락에 대한 설명은 딱 아이의 눈높이에서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데이지꽃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데이지꽃의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로 데이지가 하얗다는 것이라고 얘기한다..그리고 차례 차례 비와 풀 그리고 눈, 사과, 바람, 하늘, 신발, 그리고 너!(여기서 너는 당신의 아이를 말한다.)..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수 있고..충분히 의구심을 품을수 있는 대상들을 차례대로 열거하며 설명을 하면서 그사물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열거한다.
중요한 사실들은 어찌보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평범한...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일수 있다..하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들은 어쩌면 많은 이들은 그것을 놓치고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제일 간단한 진리를 잊은채 오히려 더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머리속에 집어넣고 그것이 그사물이 나타내는 형상이라고 믿고 살아갈지도 모른다..그렇게 믿고 성장한 성인들은 또 자식들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낱말로 설명을 해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정확한...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 끄덕 하며 가슴속에 조용히 파고드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이작가는 섬세하게 설명해준다.
책의 소개란을 읽어보니 이책은 현재 미국의 수업시간에 교재로 채택되어 다른 사물들의 가장 중요한 사실을 찾아내며 서로의 의견과 글과 그림등을 통하여 수업에 활용한다고 되어 있다.
현명하다 싶다..나 또한 이책을 읽고 나도 모르게 "민아! 엄마의 가장 중요한 사실이 뭐게?"라고 물어보면서 바로 활용하게 되니 말이다..아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모르겠단 표정을 지으면서 생뚱맞게 내이름을 대어 보인다...하지만 "엄마의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로 우리 민이를 사랑하는 민이의 엄마라는 거야~~"라고 말해주니 알아듣겠다는건지 어쩐건지는 모르겠으나 씨익 웃는다.
이책은 아이와 함께 의견을 주고 받으며 생각의 폭을 넓힐수 있는 활용 가치가 큰 책이라고 본다.
현재 초판본으로 몇권까지 한정되어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의 제일 뒷면에 영어 원문의 똑같은 그림이 담긴 미니북이 노란 봉투에 담겨 있다.
아이는 자기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의 미니북은 자기 책이라고 내가 이책을 펴서 읽어주고 있노라면 녀석은 미니북을 똑같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림이 똑같다고 재밌다고 킥킥대고 있다.
그리고 며칠전부터 아이에게 손거울을 사주겠노라고 약속만 해놓고 지키지 못해 미안해 하고 있던 차였는데...희한하게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이란 페이지 그림에 얼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울 비슷한 무언가가 책에 떡 붙어 있는게 아닌가!..^^
녀석은 신이 나서 웃어도 보고, 찡그려도 보고, 화난 표정을 지어도 보고, 우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재밌어 한다..이책은 아이들이 친숙하게 책과 가까워 질수 있는 계기를 아주 손쉽게 잘 포착하여 만든 듯하다.
더군다나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명작동화에 나오는 주인공들까지 나오다니~~~
아기돼지 삼형제, 메리포핀스, 곰 세 마리, 눈의 여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랑 시계등등
초등학생들 아이들이라면 숨어있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무언가 이상하단 낌새를 단박에 알아챌수 있을게다.^^
마거릿 작가에 참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레이트와 번역가를 만나 잘 조화된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