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 김두식 교수의 대표작 <불멸의 신성가족>(창비)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2009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10년만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한번 더 여실히 드러난 게 법조계 엘리트들이 장악한 ‘그들의 세계‘다. 덕분에 10년 전보다 책의 시의성이 더 두드러진다.

˝개정판에서는 최근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이 한국 법조계에 던지는 시사점을 정리한 글을 수록하고, 사법시험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 출범 등 초판 출간 이후 법조계에 일어난 주요 변화들을 반영해 내용을 업데이트했다. 그동안 통계나 개인 저술에만 머물던 법조연구의 고무적인 시도이자 일반 시민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법조계의 내부를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심층탐구했다.˝

10년 전에 읽은 책이지만 기꺼이 다시 읽고픈 생각이 든다. 비록 <법률가들>(창비)은 아직 숙제로 남겨둔 상태이지만 이런 ‘새치기‘는 불법이 아니라 독서인의 권리다. 혹 10년 뒤에 또 개정판이 나오게 될까? 한국사회의 진보를 가늠하는 한 척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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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자문위원 장 지글러는 우리에게 친숙한 저자다. 알다시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이후에 그러한데, 정확히 그 짝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시공사). 부제에 있는대로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여서 똑똑한 중학생 정도면 따라갈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내용은 자본주의에 무지한 대다수 어른들도 필히 읽어볼 만하다.

˝자본주의가 괴물이 되어버린 지금,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다음 세대에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까. 그러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고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할까.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나의 역할을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책 속에 있다.˝

책장을 보니 지글러의 전작 <유엔을 말하다>(갈라파고스)도 눈에 띈다.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갈라파고스)에 대해선 서평에서 다룬 적이 있다. 어느 쪽이건 이어서 읽어봐도 좋겠다. ‘자본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아룬다티 로이의 <자본주의>(문학동네)로 넘어가도 좋겠는데 지글러의 책보다는 난이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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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하림 시인의 <김수영 평전>(실천문학사)이 절반된 줄 알았더니 작년말에 개정돼 나왔다. 짐작엔 표지만 바뀌었을 터이지만(내용이 일부 보완되었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현재로선 유일한 평전이기에. 지난달 강의 때 장바구니에만 넣어둔 책으로는 <김수영 사전>도 있는데 여전히 망설이게 된다. 아무리 사전이라지만 보통의 책값이 아니어서다.

거기에 연구서를 한권 더 얹자면(예전 민음사판 전집에는 <김수영 연구>가 별권으로 포함돼 있었다), 현재로선 <살아있는 김수영>(창비)이 최선으로 보인다. 주제별 균형과 안배가 잘 이루어져 있다. 김수영 전집과 함께 이런 공구서들을 갖춘 다음이라면 이제 김수영이라는 갱으로 들어가도 좋겠다. 러스키의 비유대로 독자는 광부니까. 김수영을 캐러 들어가는 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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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2-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고 또 캐다보면 막장에 이를 수 있을까요?
끝이 보이질 않아서~~

로쟈 2019-02-08 22:43   좋아요 0 | URL
보장은 없구요.~
 

엊그제부터 오늘까지 흑사병에 관한 책 세 권을 주문했다. 절판돼 중고본을 주문한 것도 있어서 오늘이나 내일까지 받게 될 듯하다. 관심주제야 매일같이 바뀌기 때문에(매일 새로 생겨난다) 특별할 게 없지만 그래도 왜 흑사병인가.

중세 흑사병이 얼마나 맹위를 떨쳤던가는 지난가을 독일문학기행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각 도시마다 구도심에는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기념물들이 있었다. 한데 흑사병으로 인구가 대폭으로 줄면서 역설적이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부유해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것도 원시적 자본축적의 사례 아닌가. 그와 관련한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 관련서를 주문한 것(원서도 한권 주문했는데 배송까지는 좀더 기다려야 한다).

가령 필립 지글러의 <흑사병>(한길사)은 당시 유럽 전체 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내몬 14세기의 흑사병을 다루는데, 경과도 중요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결과 쪽이다. 책의 마지막 장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흑사병이 유럽 중세 사회에 가져온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흑사병이 그 이전 이미 시작되고 있던 변화가 가속화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분명한 것은 만약 흑사병이 없었더라면 14세기 후반의 유럽과 영국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세사와 관련해서는 십자군전쟁의 여파와 흑사병이 가져온 변화가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주제다. 이런 주제만으로도 일주일은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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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마땅한 김소월 평전이 없다고 적었는데 그와 무관하지 않게도 그의 스승 김억 평전도 나와있지 않다. 두 사람의 긴밀한 관계는 사제지간 이상이었기에(안서는 소월의 멘토이자 편집자였고 요즘식으로는 매니저였다) 둘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해명이 없으면 소월 평전은 성립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소월 평전 쓰기의 난관이면서 성패의 관건이다.

김소월 시 강의에서 내가 강조한 것은 김억 번역시의 시사적 중요성과 김억과 김소월의 관계 해명의 필요성이다. 두 가지는 한국 근대시 형성과 소월시 이해에 필수적인 선결 요건이다. 김억의 번역시에 대해서는 다행히 연구자들의 손길이 많이 닿고 있어서 연구서와 논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쉬운 것은 김억과 소월의 관계다. 해명까지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제지간이나 동지적 관계를 넘어서 애증의 관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주로 시에 대한 견해 차이와 소월의 재능에 대한 김억의 질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단적인 사례가 ‘진달래꽃‘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다. ‘진달래꽃‘은 공식적으로는 1922년 ‘개벽‘지 발표본과 시집 ‘진달래꽃‘(1925), 그리고 소월 사후에 김억이 간행한 ‘소월시초‘(1939)에 실린 것까지 세 가지 판본이 있다. ‘개벽‘에 발표된 뒤에 쓰인 김억의 편지에는 또다른 ‘진달래꽃‘이 등장하기에 네 가지 판본이 있다고 해도 된다. 시집 ‘진달래꽃‘본을 통상 정본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판본들 간의 차이를 비교하고 음미하는 일도 소월시 이해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대목에서부터 난관이 시작된다. 여러 판본은 흔히 소월이 개작했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이해되지만 김억이 편집자로서 제자의 시에 가필과 첨삭을 임의로 하기도 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묘한 부분에서는 사소한 첨삭도 시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놓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가령 ‘즈려밟고‘라는 시어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게다가 ‘개벽‘ 발표시에 ‘진달래꽃‘에는 ‘민요시‘라는 부제가 붙여졌는데 이는 순전히 김억의 독단에 의한 것이다. 소월은 ‘민요시‘란 분류도, ‘민요시인‘이라는 명칭도 마땅찮아 했다. 민요시 운동을 주창한 김억이 제자의 시를 동원한 형국이다.

오늘날까지 소월을 ‘민요시인‘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인데(그러면서 7.5조의 율격을 들먹인다), 그건 소월의 시나 삶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소월시문학상까지 있는 나라에 소월 평전이 없는 이유가 대략 가늠이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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