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공저의 책에서 문학비평 파트는 <프루스트와 기호들>의 공역자로 해설을 쓴 서동욱 교수가 맡았다(주로 프루스트론과 카프카론을 해설하고 있다. 들뢰즈/가타리의 카프카론이 절판된 채 다시 안나오는 것도 미스터리다). 앞서 스피노자에 대한 페이퍼를 적은 김에 보태는 것인데, 인용문은 들뢰즈의 사유 구축의 두 출발점이 프루스트의 징후학과 스피노자의 표현 개념이라는 걸 한번더 확인시켜준다...

들뢰즈의 문학 비평 역시 상식적인 것을 다시 알아보는 일, 즉 재인식을비판하고서 생경한 자연, 그리고 근본적인 본질로 나아간다. 이 자연이란기존의 어떤 개념에도 매개되지 않은 미지의 것, 해독해 내야 하는 기호,
‘징후학‘symptomatologie의 대상이다. 들뢰즈의 이 징후학에 중요한 가르침을 준 이는 들뢰즈가 『프루스트와 기호들』(1964년 출간 이래 1976년까지 증보)을 통해 자신이 배운 바를 정리한 프루스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프루스트론을 출발점에 두고 사유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프루스트를배경으로 한 징후학 또는 기호 해독이 들뢰즈가 스피노자로부터 발견한, 그리고 들뢰즈 사상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 개념 ‘표현‘expression을 배경으로는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는지 역시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인식의 종류에 관한 스피노자의 분류에서 보듯 기호와 표현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것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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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치사상사 전공의 김영민 교수가 오랜 기간 준비한 논어 책들을 폭탄을 쏟아붓듯이 토해했다. 보통 두권짜리를 상상하게 되는데, 두 곱이다. 무려 네 권. 저자나 출판사나 이 정도는 '약물'이 의심된다. 어제 실물을 보려고 동네서점에 가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들어와 있지 않았다(안 들여놓을 건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기획회의에 논어번역비평이 연재된 걸 본 기억이 있으므로 내용은 미리 구경해보았다고 해도 무방. 다만 그 일부가 어떻게 거대한 구조물로 완결되었을지 궁금하다. 칼럼집 한권을 더 얹어서 리스트로 만들어놓는다...

[세트] 논어 : 김영민 새 번역 + 논어란 무엇인가 + 배움의 기쁨 + 논어 번역 비평 - 전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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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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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김영민 새 번역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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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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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 김영민 논어 해설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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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부터 강의차 들뢰즈의 책들을 다시 소집하고 있는데(대략 5년만의 소집 같다), <프루스트와 기호들>이 프루스트 읽기의 좋은 가이드이면서 동시에 들뢰즈 철학 이해에도 유익한 길잡이여서다. 길잡이를 만난 김에 더 욕심을 내보는 것인데, 일단 고른 것이 <스피노자>다. 물론 <차이와 반복>을 염두에 둔 것이다(알려진 대로 <차이와 반복>이 박사논문으로 제출될 때 부논문이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였다).















문제는 <차이와 반복>이라는 암벽등반에 필요한 워밍업. <스피노자의 철학>부터 단계를 밟아야겠다는 생각에 스피노자 책들도 소집령을 발령해놓은 상태다(이 또한 얼마만인지). 그런데 이게 소문이라도 났는지 대뜸 <스피노자 편람>이 번역돼 나왔다. '스피노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과장이 아닌 대작이다(번역본은 1000쪽이 넘는다). 암벽 등반을 준비한다면서, 더 험난한 암벽을 향하는 것 아닌가란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하는데, 아무튼 장비 욕심이 있는 편이어서 챙기게 되었다. 















국내 스피노자 전공자들의 책들도 방구석 어딘가에는 있을 터라(이 경우는 소집이 아니라 수배다) 찾아보긴 해야 하는데, 여하튼 이 정도면 스피노자 읽기는 성과만 남겨놓은 거 아닌가 싶다(아직 스피노자 주저들, 특히 <에티카>의 정본 번역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게 함정인 것만 빼면).















기억을 더듬어 보면 스티븐 내들러의 책들이 나왔을 때, 스피노자 읽기를 잠시 고민했던 듯하다. 그때도 결행하지 못한 건 <에티카> 번역본 고민 때문이었는데, 시간이 흘렀지만 연구자들의 새 번역본이 아직 안 나오고 있다. 


봄학기에 괴테의 <파우스트>를 강의에서 다시 읽으며, '괴테와 스피노자'에도 관심을 두고자 하기에 스피노자 읽기의 명분은 없지 않다. 더 나아가면, 스피노자를 경유한 들뢰즈로까지 연결할 수 있겠다. 















거기에 다마지오. 느낌에 관한 책을 읽고서 더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뇌과학자의 출발점이 되는 책이 <데카르트의 오류>와 <스피노자의 뇌>이다. 이 '데카르트 대 스피노자'의 구도가 '관념론 대 들뢰즈'의 구도이기도 하다(요즘 핫한 인공지능(비유기체적 지능) 대 인간지능(유기체적 지능)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 전체를 총괄적으로 다루는 책이 어딘가에 있을까.






 










정리하면, 프루스트 읽기에서, 들뢰즈 읽기로 넘어가려고 스피노자 읽기를 시작하려는데, 뇌과학 책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 스피노자 왈, 세계는 하나의 실체라고 했던가(들뢰즈 표현으론 '하나의 삶'). 바깥이 없는 스피노자! 그 스피노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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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6-01-12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영양학, 면역학 책에서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단어를 보고, 과학책에서 철학자가 나와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마지오책에 스피노자가
제목인 이유가 있군요. 저는 다마지오의
<느끼고 아는 존재>란 작고 귀여운 책이
있어요 ^^ 평생에 없을거 같았던 스피노자를 찾아볼 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담주 동유럽(체코-폴란드) 문학기행을 앞두고 가방을 챙기는 중이다. 책도 고르는 중인데 폴란드를 대표하는 시인(또다른 대표시인 체스와프 미워시는 제대로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 살펴보지 못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쉼보르스카의 책으론 별다른 경합 없이 <끝과 시작>(사실 두 종의 판본이 있어서 무게를 저울질해보고 리커버판을 골랐다). 폴란드문학 강의에선 봄에 읽게 될 예정이지만 그전에 시집은 나와 함께 바르샤바 바람을, 아니 쉼보르스카니까 크라쿠프의 바람을 쐬고 돌아올 것이다. 시집 서두에 놓인 제목이 없는 시를 옮긴다(아마도 20대 초반에 쓴 것 같다). 1연과 3연의 반복과 대립이 시의 핵심이겠다...

한때 우리는 닥치는 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때 세상은서로 꼭 맞잡은 두 손에 들어갈 수 있으리만치 작았다,
웃으면서 묘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했다,
기도문에 나오는 해묵은 진실의 메아리처럼 평범했다.

역사는 승리의 팡파르를 울리지 못하고,
더러운 먼지를 내뿜어 우리 눈을 속였다.
우리 앞에는 칠흑처럼 어둡고 머나먼 길과
죄악으로 오염된 우물, 쓰디쓴 빵 조각만 남았을 뿐.

전쟁으로 얻은 우리의 전리품, 그건 세상에 대한 깨달음, 세상은서로 꼭 맞잡은 두 손에 들어갈 수 있으리만치 크다는 것,
웃으면서 묘사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다는 것,
기도문에 나오는 해묵은 진실의 메아리처럼 특별하다는 것.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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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는 <프루스트와 기호들>에서 어머니와 아들(마르셀)의 사랑을 스완의 사랑에 견주어 이차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프루스트와 그의 소설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여러 대목에서 그 통념을 확인할 수 있다. 온건하게 말하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성인이 되어도 ‘네 살짜리‘였던 엄마-아들 프루스트가 ‘엄마‘ 없이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음˝을 납득시키려는 시도였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아들의 나이는 서른넷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이 죽고 난다음에도 마르셀이 과연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어머니는 살고 싶어하셨다. 당신 생각에는, 만약 당신이 돌아가실 경우에 내가 처하게 될 것이 분명한 그 괴로운 상태에 나를 내버려두고 싶어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를 잃고 난 후에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의 삶 전체는단지 일종의 훈련이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당신이 나만두고 떠났을 때에 내가 당신 없이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시려고 했고...... 나의 입장에서는 당신이 안 계셔도 나는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어머니께 납득시키려고 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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