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지난달 세상을 떠난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돌베개, 2016)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이제 보니 초판은 영문판으로도 나왔었다). 알라딘 MD의 소개에 따르면, "신영복 선생의 글과 글씨와 그림을 엮은 잠언집 <처음처럼>이 초판 출간 이후 근 1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첫 글 「처음처럼」과 마지막 글 「석과불식」만 그대로 두고 전체 구성을 대폭 바꾸었으며, 삭제하거나 교체하고 추가한 원고가 많아 2007년 초판에 비해 3분의 1 가량 분량이 늘어났다."

 

 

더불어, 소개글도 옮기면, "부제 '신영복의 언약'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신영복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言]과 약속[約]이다. 생전의 한 인터뷰에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무기수의 옥중 서간이라면, <처음처럼>은 다시 쓰고 싶은 편지라고 하였다." 저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독자들에게 기념품이 될 만하다.

 

 

잡지 <문화과학>의 발행인으로, 그리고 문화이론가/비평가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강내희 교수가 정년을 맞아 신간 <길의 역사>(문화과학사, 2016)와 선집 <인문학으로 사회변혁을 말하다>(문화과학사, 2016)를 같이 펴냈다. 선집은 저자가 지난 30년 가까운 기간에 생산한 글 19편을 골라 묶은 것이고, 신작은 '물리적인 길이야말로 모든 길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길의 역사를 살핀" 책이다. '직립 존재의 발자취'가 부제. 이번에 같이 나온 <좌파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문화과학사, 2016)은 "강내희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여 그와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운동했던 후배, 학문 동지, 제자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책이다." '문화과학' 그룹의 관심과 성과를 일별하도록 해준다. 

 

 

<나 홀로 볼링>(페이퍼로드, 2009)으로 유명한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의 신작도 나왔다. <우리 아이들>(페이퍼로드, 2016).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가 번역본의 부제이고, 원서의 부제는 '아메리칸 드림의 위기'다.   

"저자 로버트 D. 퍼트넘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반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한 책이다. <이코노미스트> 2015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저자는 포트클린턴에서 미 전역 방방곳곳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의 가정과 아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는 동시에 최신 사회과학적, 뇌과학적 연구 성과를 토대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엄밀하게 분석한다. 바로 이 시기 동안 누구나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의 신화는 처참하게 무너졌으며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 현상은 심화되었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은 한 사회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의 뇌 발달과 정서적 성장 등 삶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우리들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바로 '흙수저'라는 단어의 유행처럼,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도 하기 때문이다."

소개대로, 미국 사회를 다룬 책이지만 결코 남 얘기 같지 않다. 한국 역시 현재의 젊은 세대(우리 아이들)가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하지 않은가. 아메리칸 드림의 위기를 다룬 책으론 <능력주의는 허구다>(사이, 2015)도 있지만 조야하게 편집된 번역서인지라 같이 언급하기가 주저된다. <우리 아이들>는 꽤 신뢰할 만한 번역과 편집이어서 다행스럽다...

 

16. 02. 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무늬'는 성균관대출판부의 출판브랜드인데, 이번에 새 기획물로 '시공의 나침반' 시리즈 5권을 한꺼번에 출간했다. 단행본 공모를 받아서 펴낸 것이라 주제는 제각각이다(말이 시리즈이지 표지도 제각각이다). 저자들도 대부분 낯설다. 저자의 자기소개도 오리무중이어서 책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런 예측불가능성이 흥미를 갖게 한다. '이주의 책'을 대신하여 이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시리즈에 따로 순서가 매겨진 건 아니기에 무순이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고전에 빠지다 사랑을 붙잡다- 2천 년 서사에서 길어 올린 16色 사랑
윤혜신 지음 / 사람의무늬 / 2016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02월 27일에 저장

미를 욕망하는 생명- 아름다움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동화작가의 미학여행
조준호 지음 / 사람의무늬 / 2016년 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02월 27일에 저장

예술은 어떻게 거짓이자 진실인가?- 화이트헤드와 함께하는 느낌의 미학
조경진 지음 / 사람의무늬 / 2016년 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2016년 02월 27일에 저장
품절

혼돈과 질서- 인문학의 눈으로 본 세상의 균형과 조화에 대한 이야기
곽한영 지음 / 사람의무늬 / 2016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02월 27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주의 재간본'이란 걸 고르라면 단연 마이클 길모어의 <내 심장을 향해 쏴라>(박하, 2016)다. 15년 전에 같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이다. <내심장을 향해 쏴라>(집사재, 2001). 몇년 전에 도서관에서 찾았을 때도 이미 절판된 상태였는데, 두 권짜리라 엄두를 못 냈던 기억이 있다. 책에 대해서 안 건 아마도 하루키에 관한 책을 읽어서였을 것이다. 이런 식의 언급.

 

"나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한 변화에 값하기 위해서 하루키는 이 책을 일어로 옮겼다. 하루키의 독자들에게도 읽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한 셈.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과 LA타임스 올해의 도서를 수상한 마이클 길모어의 시대를 초월한 걸작 논픽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가 두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스스로 사형에 처해달라고 주장하며 전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사건은 이미 노먼 메일러가 <사형집행인의 노래>를 통해 치밀하게 묘파하여 엄청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퓰리처 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1994년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출간은 <사형집행인의 노래>의 충격을 넘어선 하나의 사건이었다. 다름 아닌 게리 길모어의 친동생이 자신의 형이 왜 그토록 끔찍한 괴물이 되었는지, 어찌하여 '미 대륙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인물'이 되었는지, 자신의 핏줄에 깃든 폭력과 광기의 역사를 파헤치며 길모어 집안에서 이루어졌던 폭력과 학대를 가감 없이 노출했고, 때로 자신의 치명적인 상처까지 백일하에 드러내면서 게리 길모어라는 불우한 영혼의 근원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사형집행인의 노래>(한맥, 1982)는 오래 전에 출간된 적이 있다(물론 절판된 지 오래다). <내 심장을 향해 쏴라>도 거의 심장이 멎은 책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소생한 셈. 죽다 살아난 책? 죽은 자식이 돌아온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반갑다...

 

16. 2. 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회에서 테러방지(빙자)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목으로는 '이주의 책'에 딱 부합하는 책이 나왔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문학동네, 2016).

 

"저자 스르자 포포비치는 뭔가 사소한 것, 적절한 것, 그러면서도 성공적일 수 있는 것, 그것 때문에 죽거나 심한 폭력을 당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크게 꿈꾸고 작게 시작하기, 미래에 대한 비전 갖기, 웃음행동주의 실천하기, 탄압에 역풍 불러일으키기가 비폭력 운동의 토대라면, 이를 견고하게 쌓아올릴 비폭력 투쟁의 기본 원칙이 운동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스르자 포포비치는 세르비아 출신의 사회운동가. 그리고 책은 만화다, 라고 착각했지만 아니다. 알고 보니 굽시니스트의 웹툰이 책소개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저자의 새로운 혁명론은 직접적인 경험에서 나왔다.

"1990년대 중반, ‘인종 청소’라는 말로 유명한 독재자 밀로셰비치의 폭압하에 있던 세르비아의 한 기타리스트는 새로운 전략을 제안한다. 바로 ‘비폭력 행동주의’였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하는 ‘비폭력주의’는 간디나 마틴 루서 킹 목사에게 없었던 한 가지, ‘유머’를 핵심전략으로 삼았다. 포포비치는 상투적이고 반복적이어서 그 누구의 관심도 더이상 쉽게 끌어내지 못하는 집회 방식에서 벗어나, 록 콘서트처럼 역동적이고, 누구나 원할 만큼 ‘힙’하며,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넘치는 시위 방법을 제안한다. 너무나 잔혹해서 아무도 그를 쓰러뜨릴 수 없다고 여겨졌던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오트포르! 운동의 시작이었다."

 

만화가 굽시니스트의 추천사가 핵심을 짚고 있다. 

"독재 타도에 있어서 산전수전 다 겪은 한국인들 앞에서 세르비아인들이 감히 뭔가 아는 척할 거리가 있다고? 가소로운 기분이 들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한국인들의 영광은 이미 옛것이 되었고, 독재 타도의 최신 트렌드는 세르비아인들이 선도해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재 타도 시장에 한류 열풍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도 한때는 독재를 무너뜨린 전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언젯적이란 말인가. 아, 옛날이여...

 

16. 02. 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토피아를 제목으로 단 두 권의 책을 같이 묶는다. 인류학자이자 사회운동가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관료제 유토피아>(메디치미디어, 2016)와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오월의봄, 2016)다. 의미가 같지는 않다. 바우만의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지속적인 탐험과 지향점을 뜻한다면, 그레이버의 관료제 유토피아(원제는 '규칙의 유토피아')는 반어적인 명명이다.

 

 

<관료제 유토피아>의 요지는 책소개를 통해서 대략 어림해볼 수 있다. '관료제 유토피아'란 말은 '전면적 관료화'의 의미로 이해해도 좋겠다.

"저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현대 사회가 '전면적 관료화'가 된 현상에 주목한다. 정부 업무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금융, 학교에도 관료주의가 널리 퍼져있다. 권력 기관은 제도와 규제처럼 당연해 보이는 규칙을 통해 개인들을 손쉽게 통제한다. 절대왕정 시대와 비교하면 세상은 훨씬 더 관료제화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옳고 그름을 떠나, '자유'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이다.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와 관료제 사이의 끈끈한 밀월관계와 이로 인해 파생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또한 우리가 불만 속에서도 관료주의 체제에 속수무책으로 사로잡혀 있을 수밖에 없는 온갖 종류의 속임수나 덫들에 관해 조명하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해준다."

 

그레이버의 책은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그린비,2009)이 처음 소개된 이후, <부채>(부글북스, 2011), <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이책, 2015) 등이 출간되었다. 추세를 보아 마샬 살린스와 공저한 <왕들에 대하여>(2016)도 번역되지 않을까 싶고, 이 역시 기대되는 타이틀이다.

 

 

사회주의란 말은 역사적으로나 의미가 너무 확장되어 그 자체로는 심지어 모호해 보인다. '어떤 사회주의?'라는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바우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바우만의 사회주의란 어떤 사회주의인가를 먼저 물어야겠다. '생동하는 유토피아'라고 답할까?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원래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였고, 열렬한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런 바우만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며, 또한 노골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바우만의 현대성 분석과 소비사회 비판이 왜 시작되었고,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현대사회에 사회주의라는 '생동하는 유토피아'가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탐험한다. 현대사회의 유토피아로서 사회주의의 역할을 분석하고, 사회주의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반문화로 제시하면서 오늘날의 사회주의가 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원저는 2010년작. 이제껏 그래왔듯이 올해도 바우만의 책은 여러 권 소개될 듯싶다.

 

 

그 전에 밀려 있는 바우만도 몇 권 빨리 해치워야겠다. 읽는 속도가 쓰는 속도를 못 따라가다니...

 

16. 02. 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