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작가론이나 연구서는 생각날 때마다 챙겨놓는 편인데 이번에 구입한 책은 이상 관련서들이다. 권영민 교수의 <이상문학대사전>(문학사상, 2017)과 이보영 교수의 <이상 평전>(전북대출판문화원, 2016)이 학계의 성과라면, 이상 사후 가족들의 뒷이야기를 다룬 정철훈의 <오빠 이상, 누이 옥희>(푸른역사, 2018)는 문학담당기자의 발품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가운데 <오빠 이상, 누이 옥희>의 소개는 이렇다.

˝저자 정철훈은 우연한 기회에 이상의 누이인 옥희의 아들 문유성 씨를 만나 이상 사후의 가족비사를 녹취할 수 있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베일에 싸인 이상 애사이자 이상 사후에 남겨진 가족들이 어떤 경위를 거쳐 살아남았는지를 규명해 주는 비사였다. 한 걸출한 문학적 천재를 아들로 둔 어머니 박세창 여사와 누이 옥희의 여생, 그 감춰진 이야기는 한국문학사의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을 갖는 부분은 <오빠 이상, 옥희 누이>가 앞서 나온 <이상문학대사전>이나 <이상 평전>을 보충하거나 교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느냐는 점. 확실한 건 대조해가며 읽어봐야 알겠다. 아무려나 생전의 삶과 문학세계, 그리고 사후의 이야기까지 이 세권이 책이 망라하고 있으니 ‘이상문학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계산으로 구비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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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말과 해방공간에 일본어와 한국어로 작품을 썼던 작가 김사량의 생애를 다룬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의 소설 <다시, 빛 속으로>(나남)가 나왔다. ‘김사량을 찾아서‘가 부제. 평전이 아닌 소설이란 점이 특이한데, 평전의 부담을 덜기 위함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는 책을 봐야 알겠다.

˝사회학자 송호근의 장편소설. 일제강점기, 도쿄제국대
학 재해중 집필한 소설 <빛 속으로>로 일본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 오른 천재 작가 김사량. 일본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하층민의 삶을 기록해 나간 그의 작품에는 박경리의 역사적 울혈, 백석의 토속적 감성, 김승옥의 근대적 감각의 원형이 도처에 발견된다. 그럼에도 분단 이후 이념 대결 과정에서 그는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데올로기의 시대, 한국문학사는 북한 인민군 종군작가로 변신한 그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엇이 그의 극적인 변신을 이끌었나? 그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빛‘은 무엇인가?˝

<다시, 빛속으로>는 그 추적기의 모양새다. 아직 <빛속으로>로도 읽어보지 않은 터라 이번에 안우식의 <김사량 평전>과 함께 김재용 교수가 엮은 <김사량 선집>도 구입했다. 김재용 교수는 <김사량, 작품과 연구>(전5권)의 편자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의 꽤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셈인데 그 문제성과 의의가 어디에 있는지 이번 기회에 살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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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2-2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한국근대문학 강의 들으면서 김사량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로쟈 2018-02-27 14:45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합니다.^^
 

연극인 이윤택의 과거 성추행이 미투운동의 이슈가 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집단 고소로 그의 행각은 법적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득 생각난 건 내가 읽은 책들인데, 내가 읽은 건 아주 오래전 ‘문화 게릴라‘ 시절 혹은 그 이전 시절의 이윤택, 시인 이윤택이다. 찾아보니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세계사, 1989)과 <카프카의 아포리즘>(청하, 1989)이 기억엔 제일 처음 읽은 책들 같다. 거의 30년 전이다.

시집은 절판된 지 오래 되었고 카프카 책은 <위대한 꿈의 기록>(북인, 2005)으로 다시 나왔다(이것도 구입했군). 그의 시를 찾아보니 카프카의 <소송>의 시적 번안이었다는 걸 알겠다. 연작시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1‘이 이렇게 시작하니 말이다.

그렇다, 현실 그 자체가 체포되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체포된 상태 그대로 내일 아침 출근할 것이다
체포된 현실 속에서 제 밥그릇들을 챙겨야 한다
(이대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의 삶의 행로가 카프카의 삶과 문학과는 정반대의 길을 보여주었다는 점. 권럭(아버지/법)과의 투쟁이 카프카의 핵심이었던 걸 고려한다면 문화권력으로 군림하면서 성추행/성폭력을 일삼은 것은 그에 대한 독자/관객의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이면서 동시에 카프카에 대한 배신이고 모욕이다(카프카에게서도 성적 욕망이 은밀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것은 투쟁과 연결돼 있다. 이윤택도 그러한가?).

결국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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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광화문 교보에 들렀다가 제목만 보고 ‘아하‘ 싶은 책이 두 권 있었다.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갤리온)과 롤프 도벨리의 <불행 피하기 기술>(인플루엔셜)이다. 편집자의 놀라운 제목 작명술을 보여주는 책들이다(짐작에 더 뒤에 나온 <불행 피하기 기술>이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독서시장에서 현재 무엇이 통하는지 간명하게 보여주는 책들이기도 하다.

국내에 생소한 저자들이라 이 책들이 어필한다면 순전히 제목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책의 내용(퀄리티)은 부수적이다. 베스트셀러란 읽기 위해서 구입하는 책이 아니라 소유하기 위해서 구입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마치 부적과 같은 용도다. ‘신경 끄기‘와 ‘불행 피하기‘라고 써 있는 부적. 리커버판 책들이 재구매되는 현상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때 책은 읽을 거리가 아니라 기념품이다. 넘겨짚자면 독서는 갈수록 책의 부수적 용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긴 했지만 ‘부적‘ 치고는 저렴하지 않은가란 생각까지 들자 이런 게 구매심리이구나 싶었다. 베스트셀러에는 신경을 끄자며 걸음을 돌려 나오는데 인문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니 (아직도!)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생각의길)였다. 독자들의 속마음이 다 내비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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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할 책들과 함께 미래학 관련서를 조금 읽다 보니 주말과 휴일이 후딱 지나가버렸다(어느 때이고 안 그랬던가). 주목할 만한 책들이 적잖게 나왔지만 페이퍼로 정리하는 건 기약하기 어럽다. 여유가 생기거나 미친 척할 때나.

문태준의 신작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학동네)를 슬렁슬렁 읽었다. 제목만 보자면 비호감이지만(‘사모하는 일‘에 끌리지 않는다), ‘문학동네 시인선 101‘에 대한 기대감과 (독서)의무감으로. 좀 당혹스러웠는데, 내가 기억하는 문태준(‘가재미‘의 문태준)과 다르다고 느껴져서다(기대가 너무 컸는지도). 그러고 보니 <가재미> 이후에 무얼 더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므로 내가 시인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겠다. ‘동시 세 편‘도 들어가 있지만 동시풍의 시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고 연시풍의 시도 끌리지 않는다.

한 편만 고르라면 ‘염소야‘를 고르고 싶다. 가장 밀착해 있다는 느낌 때문에(대부분의 경우 시는 구체적일 때 와 닿는다).

염소야, 네가 시름시름 앓을 때 아버지는 따뜻한 재로 너를 덮어주셨지
나는 네 몸을 덮은 재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너의 곁을 지켰지
염소야, 새로 돋은 풀잎들은 이처럼 활달한데
새로 돋은 여린 풀잎들이 봄을 다 덮을 듯한데
염소야, 잊지 않고 해마다 가꾼 풀밭을 너에게 다 줄게!
네가 다시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아버지‘가 결정적인 도움을 준 시로 읽힌다. 시는 시인 혼자 쓰는 게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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