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칼럼집이 나왔다. <위대한 봄을 만났다>(교유서가, 2018). <민란의 시대>(한겨레출판, 2017)에 뒤이은 책으로 제목만 연결해도 한국의 근현대사가 된다.

 

 

 

"1960년 4월 19일 경무대 앞에서 부정부패와 부정선거에 항거해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경찰들은 이들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았다. 시위대에 있었던 한 문학청년은 민족운동과 민중항쟁을 연구하고 이를 쉽게 풀어 대중에게 알리는 재야사학자가 되었고, 나이 쉰이 넘은 87년 6월에도 거리에 나와 전경들에게 "할아버지는 빨리 들어가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경무대 앞 총알을 빗겨 맞았던 이 문학청년은 어느덧 여든이 넘었고,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 책은 2016년 늦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거리에서 느낀 역사학자 이이화의 가슴 벅찬 감격과 감회의 기록이자, 민중의 변혁운동 및 인권운동의 역사, 그리고 겨레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역사기행 보고서다."

 

1960년의 봄에서 2017년의 봄까지, 아직 갈길이 멀지만 위대한 봄으로의 여정으로 이제 기록해도 좋겠다. 당장은 MB구속과 적폐청산.

 

 

 

올 한해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월간 정여울'이 어느새 셋째 권에 이르렀다. 제목은 의성어 시리즈인데, <똑똑>과 <콜록콜록>에 이어서 <까르륵까르륵>(천년의상상, 2018). 부제는 '가장 순수한 것들의 찬란한 웃음소리'다.

 

"<까르륵까르륵>에서 정여울은 처음에는 '까르륵까르륵'이라는 사랑스럽고 명랑한 의성어로 한 권의 책을 써내는 일이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사는 게 매일매일 기쁘고 행복하다"는 조카의 말에서, 본능적으로 놀이의 대상을 찾고 즐거움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 속에서, 우리에게도 어른이 되며 억눌러왔던 해맑은 순수가 내재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그동안 드러낼 수 없던 외로움과 고통에 공감하며 사람들을 위로해왔던 작가는, <까르륵까르륵>에서 독자의 입가에 미소를 피어오르게 할 이야기들을 꽉 채워 다른 빛깔의 편안함과 싱그러움을 선물한다."

 

이제 1/4 지점을 통과한 셈인데, 한해의 정산서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 궁금하다.

 

 

 

지난 수년 간 번역비평과 시비평을 가장 정력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조재룡 교수의 시비평서가 추가되었다. <의미의 자리>(민음사, 2018). 저자의 네번째 비평집이 되는데, 연차로는 중견 비평가다.

 

"2003년 '비평'을 통해 문학 평론가 활동을 시작한 조재룡은 지금 한국 시단에서 가장 활발한 현장 비평가로 꼽힌다. 이번 비평집에서 조재룡은 '의미'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시 한 편 한 편을 독해해 나간다. 기존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 내는 시를 읽으며, 형식의 반대말로서의 의미가 아닌 진정한 의미를 자리를 찾아나서는 긴 여정이 담겨 있다. 총 여섯 개의 부, 서른 편의 글로 구성된 <의미의 자리>는 조재룡이 얼마나 성실한 독자이자 비평가인지를 증명한다. 1부에서는 시의 이론에 대해 탐구한 글을 묶었다. 짧은 서정시와 긴 산문시의 차이, 운문과 산문의 이분법, 구두점의 운용 등에 대한 글들은 그간 시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의구심을 품었을 단상을 연구자로서 명확하고 유려한 사유로 정리했다."

 

성실하면서 집요한(그의 물음은 정말 '물고 놓지 않음'의 준말이다) 저자의 바지런한 비평 덕분에 한국시가 좀더 진지해졌다고 하면 과장일까...

 

18.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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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1268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삼일절 즈음에 고른 책으로 일본의 역사학자 도노무라 마사루의 <조선인 강제연행>(뿌리와이파리)를 읽고 적었다. 저자의 책은 공저와 단독서가 더 나와 있다. <재일조선인 사회의 역사학적 연구>(논형)도 관심은 가지만 학술서라서 그런지 좀 비싸군...



주간경향(18. 03. 20) 일본인이 바라본 조선인 강제징용


우리에게는 소설과 영화 <군함도>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일제치하 조선인 강제징용의 실상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궁금증에 손에 든 책이다. 저자는 도쿄대학에 재직중인 일본근대사 전공자다. 일본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지만 동원하는 측(일본)의 논의와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한국 독자들에게도 식민지 시대 역사 이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해는 ˝왜 일제의 전시 동원이 그렇게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성격을 띠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우리가 통상 강제징용이란 말을 쓰지만 일제의 공식용어로는 노무동원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을 치르게 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진 일본 정부는 1939년 이후 패전까지 노무동원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노무동원계획(1939-1941년도)과 국민동원계획(1942-1945년도)을 시행하였다. 조선인 노무동원은 일본인의 노무동원까지 포함하는 전체 계획의 일부였다. 문제는 이 계획이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강제성이 수반된 노무동원이 조선인에게는 민족차별과 가혹한 착취 정책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는 저자가 보기에 노무동원이 의도한 바와 배치된다. 일제의 노무동원정책의 목표는 전쟁 승리에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피노동자가 기꺼이 동원현장에 가서 의욕적으로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이상적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뜻밖이지만 조선총독부와 일본 내지의 이해관계도 서로 엇갈렸다. 일본 쪽에서는 더 많은 조선의 노동력을 원했지만 조선 북부의 공업화를 기획하고 있던 조선총독부에서는 노동자 송출을 꺼려했다. 농업노동력도 부족했던 터라 일본의 조선인 노무동원계획은 무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주목할 점은 무리한 강제성이 수반되었다고는 해도 조선인 노무동원이 결코 징용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동원된 조선인들은 징용에 가깝다고 느꼈지만 법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조치로서 징용은 조선에서 실시될 수 없었다. 즉 징용을 하려는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다. 징용을 실행할 행정기구가 미비했다. ˝십수만에 이르는 징용 대상자에게 출두를 명하고 전형을 실시한 다음 징용령서를 교부하는 등의 절차를 처리하는 것˝이 조선총독부로서는 불가능했다. 동원한 인력에 대한 노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런 불비한 행정의 무능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조선인 강제연행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결여한 사회에서 충분한 조사와 준비가 부족한 조직이 무모한 목표를 내걸고 추진하는 행위가 가장 약한 사람들의 희생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저자의 꼼꼼한 검토는 일제의 조선 통치 방식과 성격에 대해서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18.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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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이라고 독서인이 독서인을 알아보고 (저들이 말하는) 책중독자가 책중독자를 챙긴다. 그래서 대번에 알아보았다. 조 퀴넌의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권의 책>(위즈덤하우스). 너무 길어서 나대로 줄였는데 원제는 더 간명하다. ‘One for the Books‘. 이걸 그리 옮긴 작명술도 놀랍다.

˝세상에서 가장 괴팍한 독서가이자 지독한 책벌레로 유명한 서평가 조 퀴넌의 발칙하고 삐딱한 독서 편력기이. 읽고 또 읽느라 바친 세월, 그 삶의 열정적이면서 유쾌한 보고서인 이 책 속에는,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과 인정사정없이 웃기는 투정이 가득하다. 그는 단지 책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특별한 책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사랑꾼들의 습관을 파악하고, 책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맺어주기도 하고 깨뜨리기도 하는지 분석한다.˝

기대하는 내용 그대로다. 자전 에세이로 <마감시간(Closing Time)>도 있길래 장바구니에 넣었다. 1950년생이니 흠, 그런 제목을 붙일 만한 나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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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조금 이르긴 한데, 5월 2일부터 23일까지(오후 7시) 분당구 정자동의 '작은책방 기역'에서 4회에 걸쳐 러시아문학 강의를 진행한다(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ittlebookcafe&logNo=221228566811).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로쟈의 19세기 러시아문학 강의


1강 5월 02일_ 푸슈킨, <대위의 딸>



2강 5월 09일_ 투르게네프, <첫사랑>



3강 5월 16일_ 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4강 5월 23일_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17.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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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전에 다시 구입한 베케트의 <소설 3부작>(영어판)을 오전에 손에 들었다가 다시금 궁금해졌다. 한국어판은 언제 나올까가. <몰로이>와 <말론 죽다>,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자>가 3부작을 구성하는데 <이름 붙일 수 없는 자>가 재작년에 조역돼 나왔고 한때 세계문학전집(금성사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으로 나왔었던 <말론 죽다>만 나오면 되겠다싶었는데 소식이 끊겼다.

지금으로선 워크룸프레스의 ‘사뮈얼 베케트 선집‘으로 나오는 게 현실적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한권도 추가되지 않아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몰로이>는 문학과지성사판으로 나와 있기에 이 3부작이 영어판처럼 깔끔한 합본판으로 나오거나 깔맞춤한 시리즈 형태로 나오길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이 빠진 3부작 형태라 <말론 죽다>가 최대한 빨리 나오면 좋겠다는 것.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베케트의 3부작, 그리고 제발트의 소설들을 강의에서 다루는 게 문학강사로서의 한 소망이다(카프카와 토마스 만, 프루스트 등을 강의하면서 모더니즘 소설로 관심이 이동해가는 참이다). 내년까지는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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