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으면서 펼쳐본 책은 다양한 커리어의 저자들이 공저한 <광기와 소외의 음악>(생각의힘)이다. 부제처럼 붙어 있는 나머지 제목이 ‘혹은 핑크 플로이드로 철학하기‘. 원제가 ‘핑크 플로이드와 철학‘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는 앨범 제목이기도 한 <더 월>(1979)밖에 모르지만(고등학교 때인가 갓 졸업했을 때인가 처음 다녀본 카페에서 늘 틀어주던 뮤직비디오가 ‘더 월‘이었다. ˝우리는 교육이 필요 없어요.˝) ‘광기와 소외의 음악‘이란 건 알겠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억 장의 음반을 팔아치우며 전설의 반열에 오른 핑크 플로이드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소외시키는 현대사회의 광포성을 날카로운 풍자와 알레고리로 고발하고, 대중음악의 산업 논리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음악적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다.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서구 대중문화의 근간이 뿌리내리고 있는 현대적 삶의 어두운 면을 정치사회적, 철학적 맥락에서 광범위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철학자들이 분석하고 숙고해왔던 경험, 개념, 이론의 상당수를 깊이 다룬 작품 세계를 완성해냈다. 그 안에는 소외의 본질과 이유, 존재의 형이상학, 부조리, 인지, 정체성 그리고 예술적, 상업적인 진정성의 본질이 담겨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광기도 있다.˝

그래서 철학적 성찰거리가 된다는 것. 요즘이야 모든 음악(과 뮤직비디오)을 인터넷상에서 곧바로 감상해볼 수 있으니 책을 읽기에도 좋은 조건이다(음악을 보고 듣지 않는다면 읽어나갈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대중문화와 철학을 다룬 책들이 간간이 나오고 있다. 캐스 선스타인의 <스타워즈로 본 세상>(열린책들)도 그렇고(영화쪽은 따로 묶어도 될 정도다), 사이먼 크리칠리의 <데이비드 보위>(클레마지크)도 그렇다. 국내서로는 평전 형식이지만 강헌의 <신해철>(돌베개)이 크리칠리의 표현을 빌면 ‘그의 영향‘을 다룬 책이다.

˝강헌은 신해철의 쉼 없는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행보, 탁월한 예술적 문제 설정 능력이 199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폭을 넓혔으며, 음악이 지성적으로 사유되는 동시에 대중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한다.˝

대중음악의 팬들이 책을 통해서도 음악과 만나면 좋겠다. 출판계에서 하는 얘기로, 서태지의 열광적인 팬이라도 서태지에 관한 책은 읽지 않는다. 핑크 플로이드의 팬들은 다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오월이지만 봄은 다 가고
이삿짐차 떠난 뒤에 남은
살림 같은 버릴 것만 남은
살림 같은 봄만 남은 것 같다
가장 잔인한 달 지나가면
덜 잔인한 달
(차라리 잔인하기를!)
오월은 그렇지 않았는데
등나무 꽃그늘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대체 언제적인가?)
지금은 사월만 지나면 봄도 다 가는가
늦게 온다고 더 오래 머물지 않고
일찍 떠난다고 미안해 하지 않는다
사월에 만났던 사람 그렇게 떠났고
오월에 헤어진 사람도 그렇게 떠났다
내게 남은 사월 언제부턴가
먼지 뿌옇고
오월은 봄도 아니고 봄인 척
사월과 오월 사이에
나는 시를 쓰고 빈집에서
걸레질하고
(할 필요가 없다고요?)
굳이 걸레질하고
사월의 방문을 닫는다

오월의 문을 열면 이미 다른 집
이제 오월이지만 봄은 다 가고
봄은 다 가고야 말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wo0sun 2018-04-3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월을 누가 덜잔인한 달이라고 하는가?
한국에서 딸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니라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로쟈 2018-04-30 08:06   좋아요 0 | URL
어린이날, 어버이날 때문인가요? 저는 날씨만으로.~

로제트50 2018-04-30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하는 가게는 서향이고 전면이
유리로 되어 사월부터 에어컨을 틀어
놓곤 합니다. 그러다 해가 숨어면
춥네, 하며 끄는 일이 하루 여러차례 반복되죠. 저의 사월은
여름 미리맛보기, 더운 계절 앞둔
심호흡 같은 것.

로쟈 2018-04-30 08:07   좋아요 0 | URL
계절의 여왕이란 말도 예전엔 썼는데 옛말이 된 듯.
 

비텐베르크로 돌아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 다오 햄릿, 이라고 어머니가 말한다
어머니 거트루드가 말한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부왕의 부고를
듣고 부랴부랴 귀국한 왕자
(연락처는 두고 갔는가, 햄릿?)
그 사이에 숙부 클로디어스는 왕이 되고
거트루드를 왕비로 맞는다
젠장, 이라고 햄릿은 말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말한다
하지만 햄릿, 내 곁에 있어다오
오,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곁에 햄릿은 남는다 비텐베르크의 대학생
햄릿은 마르틴 루터의 동문이지
루터의 도시 비텐베르크는 햄릿의
도시도 될 뻔했다네 그가
되돌아갔다면 어찌 알겠는가 신학자 햄릿
위아래는 모르겠지만 종교개혁가 햄릿
하지만 햄릿은 덴마크에 남는다
비텐베르크에 부재하는 햄릿
부재로 존재하는 햄릿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중세로 돌아간 햄릿
끝내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한 햄릿
욕정의 구렁텅이에 빠진 햄릿
약한 자의 곁에
남은 곁가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박2일의 강의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탓에 피곤하여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다. 아니 아침을 먹고는 한 시간 더 자고 일어났다. 어젯밤에 한 일이라고는 부재중에 온 택배들을 푼 일, 그리고 시사팟캐스트를 듣다가 만 일 등.

배송된 책들 가운데 하나는 모리오카 고지의 <죽도록 일하는 사회>(지식여행)다. <고용 신분 사회>의 저자로 일본의 경제학자다. 일단 <죽도록 일하는 사회>를 읽어보기로. 부제는 ‘삶을 갉아먹는 장시간 노동에 대하여‘다. 일본 얘기만은 아니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일본인이 무색할 만큼’ 맹렬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노동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한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글로벌 자본주의’, ‘정보자본주의’, ‘소비자본주의’, ‘프리타 자본주의’가 그것이며, 이 책에서는 각각 한 장(章)을 할애해 현대사회의 과노동 요인을 차례로 규명한다.˝

우리 역시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국가에 속한다(멕시코와 경합한다던가). 더불어 효율성은 낮다는 비판도 받는다. ‘과노동 시대‘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탈출구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제목만으로는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와도 짝이 될 수 있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18-04-29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보니 로쟈님은 하루 24시간이 바쁜 분이잖아요. 저도 좀 그런 편이지만, 그게 강요해서 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취지랑 안맞는 듯해요. 가끔 생각해봅니다. 나는 왜 이러고 사는가. 돈 때문인가, 아니면 명예욕인가, 아니면 내가 늘 대는 핑계처럼 거절을 못해서, 인가. 답은 셋다가 아닐까 싶네요.

로쟈 2018-04-29 20:07   좋아요 0 | URL
네 노동으로서의 일은 그렇죠. 아렌트 개념으로 작업이나 행위라면 다른 의미를 갖겠죠.
 

강의 공지다. 강남도서관 주관으로 동네책방에서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의를 진행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매월 한 차례씩(금요일 저녁 7시) 진행하며 장소는 카페서점 북앤빈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매달 다루게 될 서평 도서는 아래와 같다.  


로쟈처럼 서평쓰기


1강 5월 18일_ 박한식, <선을 넘어 생각한다>



2강 6월 15일_ 조지 레이코프,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3강 7월 20일_ 매들린 밀러, <아킬레우스의 노래>



4강 8월 17일_ 김진호, <권력과 교회>



5강 9월 07일_ 아구스틴 푸엔테스, <크리에이티브>



6강 10월 05일_ 스티븐 슬로먼, <지식의 착각>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naipe72 2018-04-29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