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는 충분히 많은 작품을 썼기 때문에 언제든 번역본이 나올 수 있다. 이건 문학독자로서 각오해야 하는 일이고 체념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에는 <사촌 퐁스>(을유문화사)다. 이름만 들어본 소설로 국내 초역이다. 츠바이크가 발자크의 최고작으로 꼽았다고. 발자크에 대한 강의를 언제쯤 또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땐 일정에 포함해봐야겠다.

제목 때문에 같이 떠올리게 되는 건 <사촌 베트>다. 기억에는 <종매 베트>라는 제목으로 입력돼 있는 소설. 한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 책을 다 구했는지 절반만 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차피 절판된 상황에서 <퐁스>도 나온 김에 <베트>도 출간되어야 짝이 맞겠다. 이런 것도 또 짝이 안 맞으면 내내 괴로워하는 게 좀 한심한 문학독자들이다. 내가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고는 장담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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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종말을 상상한다
아직 배송을 기다리는 책
아룬다티 로이의 상상력의 종말
상상력의 초과를 말할 테지
현실이 상상한 것을 넘어설 때
상상력이 머쓱할 때
상상력이 진땀을 흘릴 때
상상력이 낭패감을 맛볼 때
상상력이 간판을 바꿔달아야 할 때
상상력은 끝장이고 종말이지
상상력의 궁극이고 완성인가
언제였던가
초등학교 친구네서 점심 먹던 날
계란 프라이가 반찬이었지
잘사는 집 친구여서 소시지와
계란 프라이를 반찬으로 먹었지
그런데 프라이가 접시에 두 개씩이었지
집에서도 먹는 프라이지만
한 끼에 두 개씩이라니!
상상할 수 없었네
상상력의 빈곤
상상력의 종말이지
다른 게 빈곤한 게 아니었지
프라이 한 개가 부족했던 거지
친구는 목욕탕집 아들이었지
그게 차이였지
하지만 나는
지금도 프라이 하나에 족하지
내 몫은 그걸로 족하지
무엇이 상상력의 초과인가
로이에게 물어보려네
무엇이 상상력의 빈곤인가
상상력의 종말을 읽어보려네
혹시 프라이 두 개 얘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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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기억력에 발목잡혀
상상력을 논한다는것 자체가
상상속 이야기가 되어버린~ㅜㅜ

로쟈 2018-05-23 23:58   좋아요 0 | URL
기억의 종말도 나와야겠네요.~
 

구부러진 총이라고 적고
화들짝 놀란다 프로이트적인
해석에 미리 놀란다
이런 브로이트 같으니!
(오타 아님)
더듬어 보니
(또 놀란다)
더듬다 말고 생각해보니
녹슨 총이었다
샹송 녹슨 총
녹슨 총보다 멋진 것은 없다는 샹송
왜 멋진가
쏠 수 없으니까
난사할 수 없으니까
죽일 수 없으니까
더이상 죽일 수 없으니까
그게 녹슨 총
평화의 총
녹슨 철조망 옆 기념비를 세운다면
녹슨 총은 어떤가
또 생각해보니
구부러진 총은 얼마나 억울한가
구부러진 총도 평화의 총
구부러뜨리는 게 평화의 힘
구부러뜨리는?
부러트리는?
부러이트?
브로이트?
이런 프로이트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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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23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현듯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가
생각납니다. 오래전이어서 내용은
잊었지만 감동적이었고 완독한 날
꿈에서 그리운 친구를 봤어요.
언제 그 책을 읽으면 고인이 된 그 친구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시의 모티프가 궁금합니다. 혹
요즘 <칼융 인간의 이해>에서 영감을
얻으셨나, 더듬이를 움직여봅니다^^
녹슨 총을 부른 앙리꼬 마르시아스의
따뜻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땡기는
저녁입니다~

로쟈 2018-05-23 22:50   좋아요 0 | URL
네, 녹슨 총이 떠올라서 쓴 거에요. 총기난사 사건도 있고, 남북간 철조망도 있고...
 

점심에 대한 시도 있었나
정오는 시가 되지만
자정과 마찬가지로 정오는
시도 되고 희망곡도 되지만
점심은 뭔가
낮에 끼니로 먹는 거
그게 다인가
시는 영혼의 끼니거늘
시는 굶주림의 편이거늘
점심은 저 혼자 먹고 있으니
대낮부터 저 혼자
끼니를 자임하니
시의 눈밖에 날 수밖에
시에 걷어채일 수밖에
그러고도 먹는구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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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들은 생각이 다르다
아픈 이들은 아픈 뇌가 장악한다
삽시간에 장악하기도 하고
만성적으로 장악하기도 한다
아픈 이들은 예전과 생각이 다르다
인생관이 다르고 안보관이 다르고
철학적 세계관이 다르다
저마다 아픈 곳이 달라도
아픈 이들은 아픈 나라의 국민이다
국민으로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되었다가 각자 죽는다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는다
아픈 이들은 내외한다
아픈 이들은 아픈 나라의 비밀요원들이다
아픈 이들은 남모르게 아프고
남모르게 신음하고
남모르게 눈물 쏟는다
아픈 이들은 이럴 줄 몰랐던 이들이다
아픈 나라는 아픈 이들로 만원이다
아픈 나라는 아픈 이들과 생각이 다르다
아픈 나라는 아픈 이들을 생각지 않는다
아픈 나라로 이민간 이들을 생각한다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생각한다
나도 몇번 여행가방을 꾸린 적이 있었지
언젠가 이민가방을 꾸리게 될까
아픈 나라의 언어도 배워야 할까
오겡끼 데스까
불러본 지 오래된 말
다시 만날 때까지
다스비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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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2018-05-2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나라에선 모두가 아픈데 괜찮은 건가요?

로쟈 2018-05-23 22:51   좋아요 0 | URL
아픈 이들의 나라를 줄여서 그냥 아픈 나라라고 적었어요.

모맘 2018-05-2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흥미롭고도 아프게 본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생각나네요ㅠ

로쟈 2018-05-23 22:51   좋아요 0 | URL
저는 모르는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