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회가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경우, 우리는 그것을 불평등의 재생산이 제도화 institutionalized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규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소수에 지나지 않는 경우, 우리는 불평등의 재생산이 정상화 normalized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제도화된, 즉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정착되어버린 행동 양식들은 비유하자면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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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인상을 겨울에 적는다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적었지
여름 영화를 겨울에 보았다
도스토옙스키의 페테르부르크가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시절
여름은 그래도 여름이었고
발가벗은 젊음은 불길도 삼켜버릴 것 같았지
빅토르 최의 여름이 그와 같았지
알루미늄 오이도 먹어치우던 시절
무엇이 이념이고 무엇이 사회주의던가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노래던가
너희들은 모두 쓰레기였지
게으름뱅이가 노래한다네
여름이 왔고 나는 걷는다
우리는 끌려가고 싶지 않다네
세상이 변해가고 있었고
우리는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았어
아스팔트도 빗길에 흐느끼던 날
너는 눈물을 훔치고 나는 걷는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네
그렇게 여름이 오고 있었지
우리는 맨몸으로도 여름이었지
여름이 오고 나는 걷는다
빅토르 최는 여름을 노래했지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었고
세상은 겨울에도 열기를 뿜는 듯했어
우리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났다
여름이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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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1-1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샘께 시심을 일으켰군요^^ 저도 레토보고 좋아서 계속 빅토르음악을 듣고 있어요^^

로쟈 2019-01-19 00:03   좋아요 0 | URL
아하.
 

김윤식의 문학의 기원, 그 글쓰기의 기원은 외부의, 낯선 세계를 향한 강렬한 그리움이었던 듯하다. 낯익은 내부, 강변의 정적, 그 결핍을 보상해줄 낯선 외부를 향한 동경이 그의 글쓰기의 기원이었을것이다. 이같은 판단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자신이 쓴 편지 형식의 글 「어떤 일본인 벗에게」(『낯선 신을찾아서』, 일지사, 1988)일 것이며, 마산상업학교 시절, 문학에 열중하던 그 시기의 초입에 "전시물자가 산적한 마산 부둣가에 나아가 친구들과 밀항을 꿈꾸고 있곤 했다"는 술회는 그 간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외부의, 낯선 세계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1936년생으로, 세 누나 밑의 외아들인 그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 국민학교에 다니던 둘째누나의 교과서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그것은 강변의 버드나무집 소년이 매일 보고 듣는 농사 짓는 아버지와 불심이 깊은 어머니‘들‘의 세계와는 정녕 다른, 일문으로 씌어진 이방의 세계, "참으로 희한한 글자와 그림"의 세계였다. 그와 같은 연장선에 놓인 이방의 노래가 유년의 그에게 달라붙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여기서 일제말 천황제 파시즘의 논리를 운위하는 비약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영문으로 씌어진 소설 ‘나부랭이‘와 잡지들이 또한 그의 의식 성장의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때 중요한 것은 논리가 아니라 이미지, 그 낯선 세계들의 이미지이다. 그 자신이 "신국神國 일본을 위한 교육은, 저에게 논리가 아니라 생리적 감각의 수준이었지요"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3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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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는 자유시의 이념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운율을 상실해왔다. 자유시는 마치 운율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려는 듯 운율에서 멀어져왔다. 그리하여 산문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절제되지 않은 사변적 진술들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시의 흐름은 표면적으로 볼 때 운율의 체계나 규율이 약화되어 왔다. 그러나 성공적인 시들의 경우 대부분 운율에 대한 섬세한 고려와 적극적 활용을 보여준다. 시가 산문과 구분되는 언어예술의 한 절대적 지점인 한, 운율에 대한 인식 없이 제대로 창작하거나 항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운율을 무시하는 것이 자유시의 지형에 상응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시는 운율을 새롭게 창조하는 방식이지 전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자유시 운율의 진정한 묘미는 의미와 호응을 이루며 끊임없이 새로워질 수 있는 창조의 가능성에 있다. 의미와 호응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의미를 산출하는 개성적인 운율이야말로 자유시 운율의 이상이라 할 만하다.(이혜원, ‘현대시의 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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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탐을 낼 만한 전집이 지난 연말에 출간되었다. <오장환 전집>(솔, 전4권)이다. 과거 창비에서 나온 전집(전2권, 1989)을 갖고 있기에 좀 망설였지만, 눈 딱 감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현대시 강의를 하면서 오랜만에 현대시사에 관한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읽다가 보니 갖게 된 욕심 덕분이다. 이번 전집은 오장환 전집 결정판이기도 하기에.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1930년대 한국 시단의 천재로 불렸던 시인, 오장환.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오장환의 문학세계를 총망라한 전집이 출간되었다. 1, 2권은 박수연 교수(충남대), 노지영 문학평론가, 손택수 시인이 시집 편과 산문 편으로 편찬하였으며, 3, 4권은 유성호 교수(한양대)와 방민호 교수(서울대) 등 20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저술한 연구논문집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김소월에 대해서는 이 만한 규모의 전집이 나온 바 없다는 점이다(시전집으로 문학사상사판이 현재로선 결정판에 해당한다). 소월시 문학관도 올해에야 김포에 건립된다고 한다. 게다가 만족할 만한 평전도 아직 나온 게 없다. 여러 모로 미스터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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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 전집 1-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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