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을 앞두고 있다. 안내방송으로 이탈리아어가 나오는 걸 들으니 비로소 이탈리아행의 느낌이 난다. ‘이탈리아‘라고 내내 적고 있지만 첫 기억은 ‘이태리‘. 초등학교 1학년 때 집앞의 어느 집 굴뚝에 백묵으로 몇 나라의 이름을 적은 일이 있다. 아는 나라를 적은 것 같은데, 지나고 나니 가고 싶은 나라를 적은 건가 싶기도 하다.

분명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을 적었을 법한데 가장 확실히 기억하는 건 ‘이태리‘도 거기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 아마도 ‘이태리‘라고 적으면서 모종의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런 나라도 안다는 유식함에 대한 만족? 프랑스와 불란서의 어감이 다르듯이, 이탈리아와 이태리의 어감도 다르다. 아무려나 내 세대에게는 한자어 이태리가 더 친숙한 이름이고 그러다 보니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 ‘이태리‘는 이제 주로 음식과 관련해서만 쓰이는 듯하다(발음의 경제상 3음절의 ‘이태리‘가 4음절의 ‘이탈리아‘보다 선호되는 것). 그 이태리 음식들을 현지에서 맛볼 참이다. 밀라노에서 저녁을 먹기까지 앞으로 12시간 정도만 날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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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3-03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히 잘 다녀오세요.

비연 2019-03-03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태리..
 

이탈리아문학, 19세기 문학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 유감스럽다는 페이퍼를 적은 적이 있는데 예외라고 할 만한 작품이 생각났다(지금은 인천공항 라운지다). 데 아미치스의 <사랑의 학교>(1886)와 콜로디의 <피노키오>(1883)다. 비슷한 시기에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문학작품이 나온 것.

동화 <피노키오>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테지만 <사랑의 학교> 역시 만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알게 모르게 친숙한 작품이다(<엄마 찾아 삼만리>도 데 아미치스의 작품이다). 내가 배운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돼 있었다(2학년 때던가). 교과서 외 세계명작전집에서 <사랑의 학교>라는 제목으로 읽은 기억이 있다. 다시금 떠올린 건 그 학교가 토리노의 학교여서다. 데 아미치스와 <쿠오레>(원제)의 흔적을 토리노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쿠오레‘는 ‘마음‘이란 뜻으로 보인다. 영어 제목이 ‘Heart‘다).

동화나 청소년소설 범주에 속하지만 <사랑의 학교>는 1880년대 혼란스런 이탈리아 사회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대거 이민이 이루어지던 시기다. 그런 사회상을 염두에 두고 다시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이 시기 미국문학에서도 아동문학 작품이 다수 등장한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1876)<허클베리 핀의 모험>(1885) 등). 성인용의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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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ulemono 2019-03-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만화영화로 어릴 때 재미있게 본 작품이네요. 책으로 읽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에 올랐다. 오후 비행기여서 다른 때보다는 조금 여유 있는 출발이다(그래봐야 30분 정도의 차이지만). 어젯밤에 찾는 책이 안 보여서 가방 싸는 걸 미뤘다가 오늘 아침에야 대충 챙겨넣었다. 이번에는 책 전용의 작은 캐리어를 하나 더 가져간다.

문학기행을 기획할 때 핵심은 작가와 그에 따른 동선이다. 지난가을 독일문학기행만 하더라도 괴테와 헤세, 토마스 만 등의 작가를 고르니 동선은 자연스레 정해졌다. 뮌헨으로 입국하여 함부르크에서 출국하기. 그에 비하면 이탈리아문학기행은 빈칸이 많았다. 괴테와 단테만 고정이고 나머지 작가는 유동적이었다. 도시는 이탈리아의 간판으로서 베네치아와 피렌체, 로마가 고정. 거기에다 스탕달과 움베르토 에코를 고려해 밀라노를 추가하니 밀라노로 입국하여 로마에서 출국하는 일차 동선이 확정되었다.

자연스런 동선은 북서쪽의 밀라노에서 북동쪽의 베네치아로 가고 라벤나와 피렌체를 거쳐 로마에 입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밀라노에서 베로나를 거쳐 베네치아로 가려 했는데, 베로나는 괴테가 거쳐갔고 셰익스피어 작품들(<로미오와 줄리엣><베로나의 두 신사>)의 배경이기도 해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단테를 제외하고 이탈리아 작가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이탈리아 근현대 작가들이 우리에게 너무 덜 소개되었다), 그래서 프리모 레비까지 떠올리게 되었다. 그의 고향이 토리노. 이탈로 칼비노도 인연이 있는 도시라는 사실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번 여행의 특이한 동선이 짜이게 되었다. 밀라노보다 더 북서쪽에 있는 토리노에 들렀다가 베네치아로 가는 것. 동선상으로는 프리모 레비를 먼저 만나고 단테와 마주하게 되겠지만(두 사람의 묘지를 방문한다), 문학사적으로는 ‘단테에서 프리모 레비‘까지다. 레비는 그 정도 위상을 가질 만큼 우리에게 많이 소개되었고 또 널리 읽힌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 공의 상당 부분은 서경식 선생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과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그리고 레비의 책 <주기율표>를 넣었다. 밀라노로 가는 기내에서 읽기 위한 것이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서경식의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사이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 나의 이탈리아 문학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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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회복을 위해 어제부터 주로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래도 식사 때는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는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본격적으로 여행가방을 챙길 참이다. 문학기행의 가이드 역할이라 아무래도 책가방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준비강의에서 다룬 책들에 더해서 참고할 만한 책들과 현지에서 읽어볼 책을 선별해야 하는데 여행 책가방이으로 부피와 무게가 중요 변수다.

이탈리아문학기행의 가이드가 된 책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다. 모두 두 사람의 ‘그랜드 투어‘의 결과물로 이탈리아여행의 표준적 의미를 만들어준 책들이다. 그러니 챙겨가지 않을 수 없는데 문제는 분량(무게)다. 특히 <로마제국 쇠망사>는 축약본이라 하더라도 무게가 상당하다.

민음사판 완역본(전6권)을 제외하고 몇 종의 축약본 가운데 강의에서는 까치판으로 읽었지만 무게를 고려해 부랴부랴 오늘 오전에 연암서가의 축약보급판을 주문했다(다행히 당일배송이 되는 걸로 나와서). 축악본을 이미 갖고 있어서 보급판은 구입하지 않았는데 목차를 보니 전4권 가운데 1,2권이 로마제국(분열 이후엔 서로마)의 멸망사를 다룬다(기번의 원저에서는 1-3권이다). 까치판에서는 마지막 한 장만이 동로마제국사에 할애되어 있다(기번의 대저의 평판은 주로 전반부 세 권에 근거한다).

동로마제국 1000년의 역사는 나중에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에 갈 기회가 있을 때나 참고할 요량이기에 나로선 절반만 챙기면 된다. 무게도 까치판에 비하면 훨씬 적게 나가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책을 받아봐야 알겠다. 무탈하게 당일배송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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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3-0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가는 사람으로서 문학기행 가이드를 위해 준비하시는 내용과 장소, 책들만 봐도 엄청 부럽네요.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

로쟈 2019-03-02 21:15   좋아요 0 | URL
대개의 문학기행이 그렇지만 이탈리아는 특히 보고 배울 것에 비해 일정이 짧아서 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기행을 위한 답사 정도로 생각하려고요.~
 

나보코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창백한 불꽃>(문학동네)이 번역돼 나왔다. 초역은 아니지만 워낙 난해한 작품이어서 예전 번역판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나보코프의 가장 완벽한 소설‘(전기작가 브라이언 보이드의 평이다)을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이제 비로소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지난해 ‘러시아 예술가소설‘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와 <재능>을 읽었는데 분류하자면 <창백한 불꽃>도 예술가 소설에 해당한다(사실 나보코프의 소설 대다수의 주인공이 예술가이거나 예술가적 속성을 지닌 인물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미국 소설‘이다.

나보코프가 러시아 출신의 망명작가여서 알라딘에서는 <창백한 불꽃>도 러시아문학으로 분류돼 있는데 범주상의 오류다. 나중에 러시아어로 번역됐지만 <롤리타>와 마찬가지로 영어로 쓰인 소설이니 미국문학(내지 영문학)으로 분류해야 맞다(이렇게 말해놓고 나도 일관성을 위해서 이 페이퍼를 ‘러시아 이야기‘로 분류한다). 영어로 쓴 첫 장편 <서배스천 나이트의 진짜 인생>에서 시작해 <롤리타>를 거쳐서 <창백한 불꽃>에 이르는 게 미국작가 나보코프의 여정이다(이런 순서의 강의도 해볼 만하겠다. 더 바란다면 가족사소설로 <아다>가 번역됨직하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상당수 남아있지만 <창백한 불꽃>이 출간됨으로써 뭔가 매듭이 지어진 느낌이다. <창백한 불꽃>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읽고 강의할 기회를 마련해봐야겠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함께 내게는 이번 봄학기의 도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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