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최고 기온인 것 같은데(바깥이 36도, 실내가 30도였다) 하는 수 없이 가방을 챙겨들고 카페로 나왔다. 욕심을 부렸더니 묵직한데 원인은 막판에 매켄지 와크의 <21세기 지성>(문학사상사)까지 넣었기 때문. 지난달초에 나왔지만 강의들 때문에 손에 들 여유가 없었다. 그 사이에 원서까지 구해서 독서준비는 마친 상태였다.

책장을 열고 나서야 나는 이 책이 엔솔로지가아니라 단독저작이라는 걸 알았다. 부제가 ‘현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 21인‘이라고 해서 당연히 21명의 글모음일 줄 알았다. 실제로는 미국 뉴스쿨의 문화연구학과 교수인 저자가 21명의 동시대 사상가들(그들을 ‘일반지성‘이라고 부른다)을 다룬 책이다. 나는 지식인과 석학 15인이 참여한 <거대한 후퇴>(살림) 같은 책으로 어림짐작했던 것.

아무려나 현재의 파국적 상황(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궁극적 파국)을 어떻게 분석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론적 탐색의 조감도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론서 번역이 대개 그렇지만 번역은 아쉬운 대목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가라타니 고진이나 슬라보예 지젝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자라면 지적인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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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에 대한 최고의 연구서‘(네이처)라는 평판의 책이 번역돼 나왔다. 애덤 알터의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부키)이다. ‘무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가 부제로 저자는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재앙으로 ‘행위 중독‘을 지목하고 그 문제점과 처방(해독)을 제시한다(그런 점에서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뒤를 잇는다).

˝저자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낳은 이 모든 강렬하고 매혹적이지만 치명적인 체험에 대한 강박적 사로잡힘을 ‘행위 중독‘이라고 부르면서, 흥미진진한 동시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크놀로지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것이 편리와 유익을 가져다주느냐 아니면 중독과 약탈, 해악을 유발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테크놀로지 산업은 중독 유발 쪽으로 현저히 기울어 있다.˝

분명 편익과 유해성 사이의 대차대조가 필요하지만 스티브 잡스를 포함해 뉴미디어와 스마트폰시대의 구루들이 자기 자녀들에게 이러한 기기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마약상의 원칙을 따른 것. 곧 ˝자신이 공급하는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마라˝는 것. 물론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스마트폰과 여러 온라인 플랫폼은 매우 강력한 수익창출원이다(마약이 그러하듯이). 바야흐로 세계는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중독자들)과 그들을 통해서 막대한 부를 챙기는 사람들(테크놀로지 마약상)로 양분되는 게 아닌가 싶다.

너무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데 쓰고 있는 나부터도 중독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겠다. <포노 사피엔스>의 독자라면 필독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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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8-27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동유럽문학기행을 헝가리 사정(루카치 아카이브의 폐쇄)으로 보류한 이후 몇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다가(어려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내년봄(3월하순)에는 스위스문학기행을 진행하기로 했다(구체적 공지는 10월에 나갈 예정이다).

스위스문학기행에는 토마스 만과 헤세와 관련한 일정이 들어 있기에(<마의 산>과 <페터 카멘친트> 등) 독일문학기행의 보충이면서, 도스토옙스키(<백치>)와 나보코프(몽트뢰)에 관한 일정도 포함돼 있어서 후년의 러시아문학기행 예고편이기도 하다(러시아문학기행은 두번째로 가는 것인데, 2021년은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이다). 아, 취리히에서는 조이스의 발자취도 찾아볼 예정이다(그의 무덤도 취리히에 있다).

스위스문학기행이라고는 하지만 스위스 작가는 로베르 발저 한 명이다(아, 헤세도 국적은 스위스다). 그럼에도 발저문학관을 찾을 예정이라 기대가 된다. 국내에 소개된 발저의 작품들을 이번 기회에 두루 읽고 강의할 예정이다. 덧붙이자면 ‘제네바 사람‘ 루소의 기념관도 둘러볼 예정이고 실스마리아의 니체하우스도 당연한 목적지다. 찾아볼 장소들이 많아서 이동거리가 길지 않음에도 스위스 곳곳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은 제목의 페이퍼를 아마도 내년 문학기행 때 적을 터인데 미리 예고편으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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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마리서사)를 누워서, 그리고 앉아서 슬렁슬렁 읽다가 최근에 나온 에드워드 호프먼의 <아들러 평전>이 생각났다. 몇년 전에 화제작 <미움 받을 용기>를 계기로 몇 권 읽은 기억이 있는데 뭔가 마무리는 짓지 못한 느낌. 찾아보니 <삶의 의미> 같은 책을 읽지 않아서였는지도(최소 두 종의 번역본이 있는 듯싶다).

일차적인 건 책을 찾는 일인데, <아들러 평전>은 최근 책이어서 어렵지 않겠지만 <삶의 의미>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두권 다 갖고 있음에도 그렇다. 삶의 의미에 앞서 책의 의미에 대해 묻게 된다.

프로이트와 융의 경우에도 대표 평전들이 소개되어 있기에 <아들러 평전>으로 구색이 맞춰진 느낌이다. 책소개는 이렇다.

˝알프레트 아들러라는 인물과 그의 개인심리학 이론을 새롭게, 그리고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아들러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전기이며, 현장 심리학자이자 전기 작가로 미국 예시바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대중을 상대로 긍정 심리학에 대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에드워드 호프먼 교수의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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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가 이후 한주의 일정을 소화했다. 여름강좌들도 이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고(이미 종강한 강의와 이번주에 개강한 강의도 있지만) 곧 가을학기 강의가 시작될 것이다. 그 전에 해야 할일과 읽어야 할 책이 여전히 쌓여 있고 중간에 끼여든 일정과 책도 적지 않다. 여느 날보다 조금 더 자고 일어나서 일정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가장 가벼운 책을 들고서 침대로 도망왔다.

선풍기를 틀어놓고(올여름에 시험가동한 것 빼고는 아직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배를 깔고 엎드려서 들고온 책에 대해 적는다. 다니엘 스미스의 <프로이트>(마리서사). 부제가 ‘아웃사이더의 심리학‘이다. 논픽션작가이자 편집자라는데 저자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검색해보니 <잡스처럼 생각하기><셜록 홈즈처럼 생각하기> 등이 소개되어 있고 <프로이트>도 원제만 보면 같은 시리즈다. <프로이트처럼 생각하기>. 그냥 가볍게 프로이트의 삶과 생각에 대해서 정리해볼 수 있는 책으로 보면 되겠다.

멕시코혁명사와 불평등, 일본현대사 등 묵직한 주제의 관련서를 손에 들려다가 피신해온 터라 이 가벼움이 마음에 든다. 장마가 지나면 아파트 단지는 매미의 계절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지치지도 않으며 울어댄다. 그래 뭔가 이루려면 저런 끈기가 필요하지. 그렇지만 모든 필요에 어깃장을 놓고 싶어하는 것도 인간의 삐뚤어진 심리다. 프로이트가 한 마디 해놓았는지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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