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다윗과 바세바

13년 전 글이다. 인용문도 길게 포함돼 있는데, 아무튼 이런 주제에도 관심을 가졌었다는 게 놀랍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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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산문집 목차를 보고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건 ‘윌리엄 포크너‘였다. 포크너로부터 받은 영향이 궁금했기 때문인데 그 영향은 위화뿐 아니라 모옌까지 포함한 같은 세대 중국작가들에게 공통적인 것이다. 짧은 글이긴 하지만 역시나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 작가는 타인의 글쓰기에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두 대목에 더 밑줄을 쳤다. (1)˝포크너는 자신의 서술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았다. 그건 정확성과 힘이었다. 전투 때 탄알이 노리는 것이 모자의 흔들리는 깃털 장식이 아니라 심장인 것처럼 말이다. (2)˝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은 삶처럼 소박하다... 그는 시종일관 삶과 나란하고자 했고 문학이 삶보다 대단할 수 없음을 증명한 매우 드문 작가이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인데, 바로 그 점에서 조이스와 포크너가 구별된다고 생각한다. 문학이 삶을 능가한다는 걸 보여주는 작가가 조이스라면 포크너는 정반대라는 것. 내가 <율리시스>에서 <피네간의 경야>로 가지 않고 걸음을 돌려 <소리와 분노>로 향하는 이유다. 조이스는 삶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갔다.

일러두기를 보니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의 대본에서 일부는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문학동네)에 수록돼 있다(‘슈테판 츠바이크는 한 치수 작은 도스토옙스키다‘는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절판된 산문집 <영혼의 식사>(휴머니스트)에 실린 ‘회상과 회상록‘은 이번 산문집에 재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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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시간
예정된 장소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마신다 물컵도 옆에
바람 불고 나부끼기로 한 것들
리허설하듯 나부끼고
모든 것이 준비된 카페에
주연만 빠졌다
들이치기로 한 빗방울
창문을 세차게 들이받기로 한 빗방울
주르륵 흘러내리기로 한 빗방울
사정없이 흐느끼기로 한 빗방울
주머니엔 손수건도 있건만
나는 커피만 마신다
막이 오르기도 전에 끝난 연극
나만을 위한 연극
언제나
주연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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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9-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좋네요^^
낭만적인 날씨~
이런 날엔 커피 세 잔도 가능하겠죠^^*

로쟈 2019-09-10 16:3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lea266 2019-09-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보러 가야하는데 비가 너무 내려서 베란다에 앉아 비그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며 이 시를 읽으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란 생각이 드네요 들이치기로 한, 창문을 들이받기로 한, 주르륵 흘러내리기로 한, 흐느끼기로 한...... 그 빗방울들 여기도 내립니다 빗줄기들이 추락하는 깊고 아득한 세상 ... 시의 세상도 참 아득하니 아름답다

로쟈 2019-09-10 16:36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은 펑크를내지 않았네요.~
 

T. S. 엘리엇의 시집이 오랜만에 나왔다. <사중주 네 편>(문학과지성사)로 네 편의 장시와 희곡을 묶었다. 아마 과거 전집판에만 실렸던 작품들.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이지만 번역본의 부재로 강의에서 다루기가 어려웠는데(물론 번역된다고 해도 시는 강의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일단 나온 만큼 검토해봐야겠다.

사실 더 기대한 건 ‘황무지‘의 새 번역본인데, 이번 시집에는 빠졌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프르프록의 연가‘(제이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사랑노래)는 미국 대표시선집 <가지 않은길>에 따로 실려 있어서 역시 다루기에 불편하다. 분량으로는 한권에 다 담을 수 있는 시들이다.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엘리엇의 에세이와 비평 선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나 오래 전에 절판된 전집에나 들어 있었다. 20세기 시인 엘리엇이 이제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그럼에도 세계문학 강의자의 입장에서 그 공백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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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북상중이지만 서울은 아직 평온한 아침이다. 구름만 많이 낀 흐린 날씨에 비도 내리고 있지 않은 상황. 지방강의차 기차를 타러 용산역으로 가는 중이다. 어깨에 맨 배낭에 강의책 외에 면접용 책을 몇권 넣었는데 자본주의 설명서나 비판서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조너선 포티스의 <자본주의가 대체 뭔가요?>(아날로그)는 영국 킹스칼리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자본주의 가이드북. 50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는데 말 그대로 입문서다. 중학생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화폐와 은행, 기업과 시장 등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구성 요소부터 민주주의, 사회주의, 제국주의 등 자본주의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아온 정치사상, 애덤 스미스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리고 누구보다 역설적인 인물인 카를 마르크스 등 자본주의를 태동시키고 발전시킨 위대한 사상가까지 자본주의에 관한 모든 것을 특유의 통찰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명료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제이콥 필드의 <자본주의 이대로 괜찮은가?>(자유의길)도 얇은 분량의 입문서. ‘신지식교양인을 위한 자본주의 입문서‘가 부제다.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돌아보고,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본 뒤 다양한 대안을 소개하며 자본주의의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본주의 비판서에 해당하는 책은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주의와 경제적 이성의 광기>(창비). ˝현대 자본주의 위기의 근원과 해법을 탐색하며 특히 자본의 가치 운동과 그 내재적 모순을 집중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맑스 노동가치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저작이다.˝ 이미 하비의 <자본> 해설서와 자본주의 비판서는 여럿 나와 있기에 같이 묶어서 읽어볼 수 있다. 하비도 매번 읽기도 전에 신간이 나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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