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우산속, 이 아니라 버스 안이다. 지방강의차 아침 일찍 내려가는 중. 통상 피곤한 상태로 졸면서 가는데 날씨탓인지 오늘은 말짱하다. 하는 수 없이 페이퍼라도 적는다.

문학이론 강의에서 어제는 해석학(가다머와 허시)과 수용이론(이저)을 다루었다.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을 한 대학원 강의에서 읽은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해석학의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강의준비차 이글턴의 책도 다시 구입해(서너 차례 구입한 듯) 읽었다. 올해까지도 쇄를 찍은 걸로 보아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와 마찬가지로 정말 스테디셀러다. 차이점은 하우저의 책과는 달리 개정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여전히 80년대에 나온 초판 스타일 그대로다(읽기에 불편하다). 손대지 않아도 잘 팔린다는 뜻이겠지.

해석학을 다루는 김에 생각이 나서 리차드 팔머의 <해석학이란 무엇인가>(문예출판사)를 다시 구입했다. 오래 전에 나온 영어권의 대표적 입문서로 나도 자연히 오래 전에 읽었다. 이번에 보니 최소한 표지갈이는 했다.

해석학과 관련한 신간은 가다머 평전(아직 번역되지 않았다)의 저자이기도 한 장 그롱댕의 책들이다. 그롱댕은 가다머 전공자로 현재 몬트리올대학의 철학과 교수. 문학해석학으로 가려면 초점을 이동시켜야 하지만 철학적 해석학 입문서로는 팔머의 책과 겨룸직하다. 어떤 변화나 발전이 있는지 확인해봐도 좋겠다(영어판까지 갖고 있지만 고질적인 문제는 어디서 찾느냐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9-10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11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다윗과 바세바

13년 전 글이다. 인용문도 길게 포함돼 있는데, 아무튼 이런 주제에도 관심을 가졌었다는 게 놀랍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위화의 산문집 목차를 보고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건 ‘윌리엄 포크너‘였다. 포크너로부터 받은 영향이 궁금했기 때문인데 그 영향은 위화뿐 아니라 모옌까지 포함한 같은 세대 중국작가들에게 공통적인 것이다. 짧은 글이긴 하지만 역시나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 작가는 타인의 글쓰기에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두 대목에 더 밑줄을 쳤다. (1)˝포크너는 자신의 서술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았다. 그건 정확성과 힘이었다. 전투 때 탄알이 노리는 것이 모자의 흔들리는 깃털 장식이 아니라 심장인 것처럼 말이다. (2)˝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은 삶처럼 소박하다... 그는 시종일관 삶과 나란하고자 했고 문학이 삶보다 대단할 수 없음을 증명한 매우 드문 작가이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인데, 바로 그 점에서 조이스와 포크너가 구별된다고 생각한다. 문학이 삶을 능가한다는 걸 보여주는 작가가 조이스라면 포크너는 정반대라는 것. 내가 <율리시스>에서 <피네간의 경야>로 가지 않고 걸음을 돌려 <소리와 분노>로 향하는 이유다. 조이스는 삶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갔다.

일러두기를 보니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의 대본에서 일부는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문학동네)에 수록돼 있다(‘슈테판 츠바이크는 한 치수 작은 도스토옙스키다‘는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절판된 산문집 <영혼의 식사>(휴머니스트)에 실린 ‘회상과 회상록‘은 이번 산문집에 재수록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정된 시간
예정된 장소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마신다 물컵도 옆에
바람 불고 나부끼기로 한 것들
리허설하듯 나부끼고
모든 것이 준비된 카페에
주연만 빠졌다
들이치기로 한 빗방울
창문을 세차게 들이받기로 한 빗방울
주르륵 흘러내리기로 한 빗방울
사정없이 흐느끼기로 한 빗방울
주머니엔 손수건도 있건만
나는 커피만 마신다
막이 오르기도 전에 끝난 연극
나만을 위한 연극
언제나
주연만 빠졌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제트50 2019-09-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좋네요^^
낭만적인 날씨~
이런 날엔 커피 세 잔도 가능하겠죠^^*

로쟈 2019-09-10 16:3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lea266 2019-09-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보러 가야하는데 비가 너무 내려서 베란다에 앉아 비그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며 이 시를 읽으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란 생각이 드네요 들이치기로 한, 창문을 들이받기로 한, 주르륵 흘러내리기로 한, 흐느끼기로 한...... 그 빗방울들 여기도 내립니다 빗줄기들이 추락하는 깊고 아득한 세상 ... 시의 세상도 참 아득하니 아름답다

로쟈 2019-09-10 16:36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은 펑크를내지 않았네요.~
 

T. S. 엘리엇의 시집이 오랜만에 나왔다. <사중주 네 편>(문학과지성사)로 네 편의 장시와 희곡을 묶었다. 아마 과거 전집판에만 실렸던 작품들.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이지만 번역본의 부재로 강의에서 다루기가 어려웠는데(물론 번역된다고 해도 시는 강의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일단 나온 만큼 검토해봐야겠다.

사실 더 기대한 건 ‘황무지‘의 새 번역본인데, 이번 시집에는 빠졌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프르프록의 연가‘(제이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사랑노래)는 미국 대표시선집 <가지 않은길>에 따로 실려 있어서 역시 다루기에 불편하다. 분량으로는 한권에 다 담을 수 있는 시들이다.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엘리엇의 에세이와 비평 선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나 오래 전에 절판된 전집에나 들어 있었다. 20세기 시인 엘리엇이 이제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그럼에도 세계문학 강의자의 입장에서 그 공백이 유감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