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는 ‘허걱‘했는데, 부제를 보고 이해는 하게 되었다. ‘마르크스 자본 읽기 시작 책‘이란 제목으로는 주의를 끌기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마르크스의 <자본> 입문서가 적잖게 나와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눈길을 끄는 건 저자가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이어서다. 책은 그가 <자본> 영어판에 붙인 서문들을 모았다(그러니 나도 갖고 있는 책인가. 확인해봐야겠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이 펭귄출판사에서 낸 영어판 <자본>(전 3권)에 각각 쓴 ‘서문’을 묶어 전세계 최초로 출간한 책이다. 1976년, 1978년, 1981년에 쓴 이 서문들에서 만델은 각 권의 저술 계획과 구성, 핵심 내용은 물론 ‘재생산 도식’이나 ‘전형 문제’를 비롯해 <자본>이 출간된 뒤 마르크스주의 진영과 비마르크스주의 진영 사이에서 논쟁이 된 쟁점들을 꼼꼼히 살핀다.˝ 

흥미로운 건 이 ‘세계최초본‘의 출간사다. 무려 17년이 걸린 사연 많은 책이다.

˝애초에 한 권의 책으로 계획되지는 않았지만 <자본>을 읽는 데 중요한 텍스트로 인정받는 이 책은 2002년에 번역이 끝났지만, 저작권자를 찾지 못해 출간을 미뤄야 했다. 벨기에에 사는 만델의 두 번째 아내 안느 스프리몽(Anne Sprimont)하고 연락이 닿아 저작권 계약을 맺기까지 15년이 걸렸다. 먼지 쌓인 초역 원고를 꺼내어 손보고, ‘자본 읽기 시작 책’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옮긴이 주를 더한 뒤 고 김수행 선생이 번역한 한국어판을 대조해 <자본>을 처음 읽거나 다시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데 2년이 더 흘렀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자본> 읽기의 새로운 시작점’이 펼쳐진다.˝

과정만 보면 ‘무모한‘ 책이었다. 만델의 저작으론 <후기 자본주의>의 대표작이 진작 번역됐었지만 절판된 지 오래되었다. 역시나 절판된 <즐거운 살인>이 생각나서 이번에 중고판으로 다시 주문했다(책을 찾을 수 없기에). <즐거운 살인>은 영어판도 절판돼 희귀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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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사와 문화사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 린 헌트의 신작이 번역돼 나왔다. <무엇이 역사인가>(프롬북스). 원제는 ‘역사‘로 저자의 역사론에 해당하는 책이다. 연휴에 읽어보려고 주문했지만 배송이 미뤄져 다음주에나 받아볼 참이다.

˝‘역사에 대한 노골적인 거짓말‘을 비롯해 역사적 진실을 둘러싼 최근의 쟁점들을 다룬다. 역사적 기념물의 보존과 파괴를 둘러싼 갈등, 역사 교과서 논쟁, 전 세계 다양한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등을 소개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적 진실을 규정한다는 것의 의미와 그 역사적 진실을 밝혀낼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21세기판 역사란 무엇인가‘란 평도 있는데 목차를 보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역사가 왜 중요한가라는 문제의식에 출발해서 역사에서 진실은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는지를 다루고 ‘역사의 정치‘와 ‘역사의 미래‘를 성찰한다. 역사학자이기에 역사를 자명한 것으로 간주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좀더 다양한 시각에서 주제를 다뤘으면 좋았을 법하다. 가령, 왜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역사(역사적 진실)는 중요하지 않은지 같은 질문. 그리고 고전적 질문으로 ‘역사의 의미‘는 무엇이며 역사의 의미라는 질문 자체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렇더라도 뭔가 배울 만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리게 되는 책이다...

P.S. <프랑스혁명의 가족 로망스>를 포함해서 린 헌트의 대표작들이 절판된 상태다.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저자의 역설에 대한 반증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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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9-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배울 만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리게 되는 책이다‘
읽어보시고 결과를 알려주실거라고 믿고
글을 기다리겠습니다.(날로 먹는다 욕하지 마시길)

로쟈 2019-09-13 16:23   좋아요 0 | URL
네.~
 

일본의 페미니스트로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우에노 지즈코다. 도쿄대 사회학과 교수(현재는 명예교수)이면서 페미니즘 전사이기도 한 우에노의 책은 다수 번역돼 있다. 내가 읽은 책은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로 그녀의 이론적 바탕과 함께 기본 생각을 알게 해준다.

이번에 일본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로 일컬어진다는 다나카 미쓰의 고전적 저작이 번역돼 다시금 우에노 지즈코를 떠올리게 되었다. <생명의 여자들에게>(두번째테제)아니나 다를까, <여자들의 사상>의 한 장이 다나까 미쓰에 할애돼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일본 여성해방(우먼리브) 운동의 고전적 저작. 1972년 첫 출간 이후 일본에서 꾸준하게 읽히는 책. 저자 다나카 미쓰는 일본 여성해방 운동의 선구자. 최근 개정판을 번역했으며, 이 판본에는 본문 외에 역사적인 문건 <변소로부터의 해방>을 비롯한 많은 자료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여성해방을 외치는 자생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일본 여성해방 페미니즘 운동의 한 정점을 살펴볼 수 있다.˝

1970년대면 분명 한국보다 한발 앞서서 여성해방론이 전개된 것인데 현재 일본의 여성운동이 더 나은 상태를 보여주는 것인지는 의문이다(내부 사정을 몰라서인가). 만약 기대만큼의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면 어떤 장애 때문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이건 우에노 지즈코의 책에 나와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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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우리시대의 신과 종교

12년 전의 글이다. 아마 서평집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에 수록돼 있을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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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댁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쉬는 중이다. 책 대신에 구독하고 있는 시사주간지를 몇 권 들고와서 뒤적이고 있다(3종의 구독료로 매년 몇 십만원을 내고 있지만 일년에 두어번 손에 든다). 신간 리뷰에서 진중권의 <감각의 역사>(창비)가 다뤄지고 있는데 마침 오후에 읽던 책이다. 서문을 보니 감각학 3부작의 첫권이다.

알려진 대로 서양어 미학의 어원이 되는 ‘아이스테시스‘는 감각학이나 감성학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미학으로 정립되면서 그 영역과 의미가 축소되었다. ‘미학자 진중권‘의 문제의식이기도한데, 이를 본래의 의미를 좇아 감각학으로 회복시키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미학의 역사‘가 ‘감각의 역사‘로 변신하게 된 배경이다.

<감각의 역사>를 손에 든 건 강의 관련으로 칸트의 <판단력 비판>의 한 대목을 읽다가 칸트의 미학에 대한 저자의 정리가 궁금해서였다. 아직 칸트 장까지는 가지 못하고 바움가르텐 장을 읽었다. <판단력 비판>의 한 대목 번역이 모호해서 다른 번역을 찾으니 눈에 띄지 않는다. 개정판을 다시 구입해야 하는지. 거의 모든 책을 갖고 있지만 또 정작 필요할 때는 다시 구입해야 한다는 게 장서가의 속사정이다. 그건 그렇고 한길사판으로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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