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사 입문서가 출간되었다. 심지어 국내 '첫 입문서'라고. 리처드 왓모어의 <지성사란 무엇인가?>(오월의봄). 그런데 소개를 보니 특별히 케임브리지 학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성사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히 탐구되고 있는 분야로, 정치사상, 과학적 학설, 정념, 감각, 도시계획, 민족국가, 노동계급 등 연구 대상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저자 리처드 왓모어는 18~19세기 정치사상사 전문가답게 흔히 '케임브리지 학파'로 불리는 J. G. A. 포콕, 퀜틴 스키너, 이슈트반 혼트 같은 연구자들에 의해 정치사상사 연구가 변모해온 과정에 초점을 맞춰 지성사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탐구한다."
















거명되는 학자 가운데 퀜틴 스키너는 제법 소개된 학자다. 주저인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1,2>와 <역사를 읽는 방법>(돌베개) 등이 소개되었다. 
















심지어 스키너의 정치사상사 연구 방법론에 관한 논쟁도 소개돼 있다. 같이 거명된 포콕은 '포칵'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학자다(존 그레빌 에이가드 포칵). 


 













스키너와 포콕 모두 저명한 정치사상사가이자 마키아벨리 연구자다. 케임브리지학파가 지성사=정치사상사란 이미지를 만들어놓은 것. 그 배경에 관해서 알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절판되었는데, 지성사의 원조로 내가 처음 소개받은 학자는 아서 러브조이이고, <존재의 대연쇄>(탐구당)가 그의 대표작이다. 지금 보니 1984년에 번역돼 나왔다. 역자인 차하순 교수가 국내에선 지성사 소개자이기도 했다. 기억에 르네상스시대 사상사 전공이고 서강대학에 재직하면서 제자들도 길러냈다. <마키아벨리언 모멘트>를 옮긴 곽차섭 교수도 제자(영국에 케임브리지학파가 있다면 한국 지성사학계에는 서강학파가 있는 것인지? 내부 사정은 알지 못하겠다). 
















곽차섭 교수도 국내의 대표적인 마키아벨리 학자로 평전과 <군주론>을 포함해 여러 번역서를 펴냈다. 역사학자들의 대담집 <탐사>(푸른역사)에는 스키너도 한 장이 할애돼 있다. 
















아, 서강대 김영한 명예교수도 지성사 분야가 전공이다. 편저로 <서양의 지적 운동1,2>(지식산업사)가 국내 지성사학계의 업적으로 보인다. '지성사'란 키워드 때문에 연상하게 된 몇 가지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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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인생의 시간은 한정돼 있다. 오십대가 되면 아무래도 시간을 자꾸 재보게 된다. 읽어야 할 책과 써야 할 책, 그리고 내게 남은 시간에 대해. 톨스토이의 우화를 떠올리자면,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교훈을 되새겨보게 된다. 하룻동안 걸어다닌 땅을 다 소유지로 삼을 수 있지만, 단 해지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는. 너무 욕심을 부릴 수 없기에 적당한 시점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어디까지 읽어야 할까, 매번 고심하게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읽어야 한는 작품들이 있다. 필독서이고 고전이고 그렇다. 괴테의 <파우스트>나 (아직 읽지 않았지만)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같은 작품들도 당연히 거기에 속한다. 강의에서 다루는 작품들이지만 다만 분량 때문에 또 쉽게 목록에 넣지는 못한다. 두 작품에 대해 참고할 만한 책들이 나와서 페이퍼를 적는다. 먼저 <파우스트>에 대해서는 독문학자 안진태 교수의 연구서 <불멸의 파우스트>(열린책들)가 나왔다. 괴테와 <파우스트>에 관한 어지간한 책들은 모두 갖고 있는데, 이번 책은 적어도 분량으로는 압도적이다(1000쪽이다). 이런 '무모한' 분량의 책은 국내에서 다시 나오지 않을 성싶다. <파우스트> 번역본도 대부분 갖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번역본 가운데, 전영애 교수(전집판) 번역본과 함께 기회가 닿으면 일독해봐야겠다. 
















안진태 교수는 독자적으로 독문학과 주요 작가들에 대한 연구서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괴테와 파우스트에 관한 책도 이미 몇 권 들어 있다. <괴테 문학 강의>와 <파우스트의 여성적 본질> 같은 책을 나는 갖고 있다. <불별의 파우스트>가 최종 종합판이지 싶다. 


 














이 참에 다시 생각난 것은 승계호 교수의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반니)다. 괴테의 <파우스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독해하고 있는 책. 마지막 바그너의 작품은 방대하기도 하고 오페라에 문외한이어서 손을 놓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번역본을 구입했다(삶과꿈에서 나온 것으로. 풍월당판은 보류중이다). 이 세 작품이 중요한 것은, 혹은 특이한 것은 프랑스문학의 잘 보여주는 근대소설의 길과는 다른 길을 제시해서다. <파우스트>부터가 '소설'이 아니라 (특이한 종류의) '비극'이다. 


근대 이행기와 근대의 문학적 장르로서 서사시와 비극, 그리고 소설의 의의를 해명하는 것이 문학사적 과제 가운데 하나인데, 그에 대한 생각의 가닥을 갖고 있어서 적당한 분량으로 정리해볼 계획이다. 프랑코 모레티의 책들이 참고가 되지만 생각을 달리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따로 책을 쓰려는 것. 모레티는 '교양소설'을 표준으로 삼았지만, 독일산 교양소설 대신에 프랑스산 사회소설을 근대소설의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강의에서도 자주 언급한다). 곧 발자크-플로베르-졸라의 프랑스소설사와 대비되는 것이 괴테-바그너-니체의 독일문학이고 독일사상이다. 이 대비는 프랑스사회사와 독일사회사에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디킨스나 하디만큼 읽히지 않지만, 조지 엘리엇은 19세기 영문학 최대 작가(라고들 한다). 그녀의 최대작이 <미들마치>(주영사)라는 건 번역본이 다시 나왔을 때 한 차례 언급했는데, '미들마치 해설서'가 이번에 나왔다. 리베카 메드의 <내 인생의 미들마치>(주영사)다. "저명한 영국소설 <미들마치>를 읽고 자란 저자가 중년의 나이에 다시 읽으면서 그 소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미들마치>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 다만, 1416쪽짜리 <미들마치>를 어떻게 분권해줄 수는 없는지. 두께와 무게 때문에(거기에 가격도 물론) 강의에서 다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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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diggety 2021-03-06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 해설서를 쓴 리베카 미드가 영문판 펭귄 딜럭스 클래식 판본의 서문을 썼더라구요. 미들마치는 정말 영문학의 필독 작품인데 한국에서는 읽은 사람이 거의 없는게 아쉽네요
 

슬라보예 지젝의 <공산당선언 리부트>(창비)가 내주에 출간된다(서점 구입은 담주말부터 가능할 성싶다). 지젝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1848) 재출간판에 붙인 서문을 옮긴 것으로 <공산당선언>의 현재적 의의와 문제성을 짚고 있다. 나는 번역과 해제 집필에 참여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인데, 오랫동안 금서였던 <공산당선언>이 국내에서 다시 나온 것은 88 올립픽 다음해인 1989년이었다(백산서당판). 이후 수십 종의 다양한 번역본이 나왔고(이제 30년이 되었다), 일부는 온라인에서도 읽을 수 있다. <공산당선언>의 의의를 짚어본 책도 여러 종 나왔고 관련 논문도 다수가 발표되었다.

이 가운데서도 지젝의 ‘공산당선언 다시 읽기‘는 가장 강력한 재해석과 현재성에 대한 주장으로 읽힌다. 마르크스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현단계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변혁에 대한 통찰까지도 얻게 해주는 ‘가장 짧은‘ 분량의 책이다(긴 분량의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얼마든지 지젝의 다른 책들을 참고할 수 있다). 아, 지젝 입문서로 삼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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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엄마 2020-04-20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고 있어요. 빨리 나오기를 바랍니다.
 
 전출처 : 로쟈 > "네 멋대로 하지 마라"

11년 전에 적은 페이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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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한국이라는 나라

8년 전 총선의 결과였다. 다음주 수요일의 결과가 나오면 비교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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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0-04-1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랬군요 한국이라는 나라가..
담주 수욜 어떻게 달라질지...
주말에 뭐가 터질지 걱정됩니다ㅠ

로쟈 2020-04-11 07:2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빨간물이 좀 빠질 거 같아요..

모맘 2020-04-1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좋은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