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서 분야의 책들도 그간에 많이 나왔는데, 페이퍼로는 정리해놓지 못했다(알라딘TV도 나온 김에 안식년에 들어가도 되지 않나 싶다). 문학이론서 가운데서는 단연 낸시 암스트롱의 <소설의 정치사>(그린비)가 눈에 띄는데, 제목과 부제('섹슈얼리틴, 젠더, 소설')는 범위가 넓은 듯싶지만 실제로는 영소설 연구서다. 
















주로 18-19세기 영소설에 나타난 욕망과 가정, 여성 문제를 다룬다. 원저를 안 그래도 작년인가 재작년에 구해놓은 터였는데, 번역서가 나와서 반갑다(그때 같이 구했던 책이 <소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여성학이론서로도 분류되지만, 소설론과 영미문학론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
















영미문학론 범주의 책으로는 지난 연말 한국근대영미소설학회에서 세 권의 책을 한꺼번에 냈었다. <20세기 영국소설 강의><20세기 미국소설 강의><영미 소설 속 장르>가 그것들인데, 이 책들을 모두 구입했으니 나도 학회 '회원' 수준이다. 일반 독자야 읽을 일이 별로 없는 연구서들이지만, 강의시에는 참고가 된다. 최소한 작가나 작품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전공자들의 견해와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다만 이런 류의 책이 영미문학에 주로 한정돼 있다는 게 불만이다. 다른 언어권의 연구서는 가물에 콩 나듯 해서 하는 말이다(전공자의 수가를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가장 큰 이유는 전공자 수보다도 독자수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라캉 정신분석 쪽의 책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 저자들의 책이란 점이 눈에 띄는데(전공자들은 '라깡'이란 표기를 선호한다), 백상현의 <라깡의 정치학>(에디투스)이 대표적으로 '세미나11 강해'가 부제다. 


 














다행인 건 <세미나11>이 번역돼 있다는 점. 앞서 나왔던 <라깡의 인간학>(위고)은 '세미나7 강해'였던 터라, 사실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였다. 맷돌만 있고 손잡이가 없는 형국에 견주자면, 손잡이만 있고 맷돌이 없는 경우라고 해야 할까. 
















사실 그런 사태는 <세미나>뿐 아니라 <에크리>의 경우에도 익숙한 사태였는데, 지난해 <에크리> 번역본이 출현했으니 사정이 좀 달라지긴 했다. 이젠 어떻게 읽어야 할지, 에크리 읽기에 관한 안내서들이 더 나와줄 차례다. 곧 어처구니들이 출현할 차례다. 
















영어권에서는 브루스 핑크의 책을 제외하고도 에크리 자세히 읽기에 해당하는 책들이 나오고 있어서 참고가 된다. 책들은 구해놓았는데, 한국어판도 나올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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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시국인지라 환경과 생태문제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구입한 책도 있고 일부는 강의에서 다룰 계획이다. 기억을 위해서 몇 권 모아놓는다. 
















우리가 쓰던 표현은 아닌데,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다보니 영어로는 '기후정의'라는 말도 생겼다. 이번에 메리 로빈슨의 <기후정의>(필로소픽)가 나왔는데, 제목상으로는 이안 앵거스가 엮은 <기후정의>(2012)가 먼저 나왔었다. 검색해보니 대략 10년쯤 전부터 쓰인 듯싶다. 과도적으로는 <기후변화 정의>(서강대출판부)란 말도 쓰였다. 어감으로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대응과 책임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이런 책의 출간이 계기가 돼 우리도 좀더 널리 쓰면 좋겠다. 
















인류세와 그 폐해에 관한 책들은 한번 골랐었는데 '서가명강 시리즈' 가운데, 남성현 교수의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21세기북스)는 한번 더 문제를 정리하고 있다.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이 부제.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와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팀 스메들리 의 <에어 쇼크>(예문아카이브)는 대기오염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윤리학자 폴 테일러의 <자연에 대한 존중>(리수)은 생명 중심 윤리학의 대표적 저작으로 1986년에 초판이 나왔고, 2011년에 25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국역본은 그 기념판의 번역이다. 독일 저자들의 <제국적 생활양식을 넘어서>(에코리브르)는 제목에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순발력이 좋은 제레미 리프킨은 이미 <글로벌 그린 뉴딜>(민음사)을 화두로 내놓았다. 

















HBO드라마 <체르노빌>이 있다는 건 몰랐는데, 앤드류 레더바로우의 <체르노빌>(브레인스토어) 덕분에 알게 되었다. '세계를 경악시킨 체르노빌 재앙의 진실'을 알려준다는 책이다. 작년에 나온 최신간이어서 원서도 같이 구했다. 체르노빌에 대해서는 물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새잎)를 빼놓을 수 없다. 여러 번 강의에서 다룬 책이지만, 나는 아직 완독하지 못했다. 완독할 수 없는 책이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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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가 또 한번의 전환기로 넘어가는 듯하다. 앞으로 1년 뒤(미국은 그 사이에 대선이 있다)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아베의 일본인데, 아베 이후에 대한 전망도 더 나을 것이 없기에, 새삼 질문하게 된다.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새로 나온 책으로 헨미 요의 <1★9★3★7 이쿠미나>(서커스)가 던지는 질문이다. 몇년 전에 나온 에세이 <먹는 인간>(메멘토)을 통해서 알게 된 저자인데,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시인이라고 소개된다. 일본의 우경화에 '저항'하는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고.1937년은 난징 대학살이 일어난 해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헬렌 켈러가 일본을 방문한 해였기도 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다.  


"1937년 미국의 헬렌 켈러가 일본을 방문했다. 시청각 중복 장애자인 헬렌 켈러는 현대판 성녀로 일본 사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는데 환영식 행사가 한창일 때 대합실에 놓아둔 그녀의 지갑을 누군가 훔쳐간 사건이 일어났다. '성녀에 대든 자, 현금과 주소록을 훔쳐' '도둑이여 부끄러워하라'. 삼중고(三重苦)의 성녀가 당한 재난에 대한 신문 기사 제목에는 일본인의 당혹감과 분노가 들끓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헬렌 켈러에게 돈과 함께 '일본을 이런 나라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사죄를 호소하는 편지가 쇄도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루거오차오 사건 조작으로 중일전쟁이 발발했고 그해 연말부터 이듬해 연초에 걸쳐 난징에서는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초월하는' 난징 대학살이 벌어진다. 헬렌 켈러의 일본 방문을 기뻐하고 그녀의 강연에 진심으로 감동한 다수의 사람들과 중국 각지에서 제멋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약탈하고, 방화한 일본 장병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을까. 지킬과 하이드처럼 돌연 인격 변화를 일으킨 것인가."


그래서 던지는 질문이다.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그나마 일본 내부의 성찰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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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0-05-3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정말 궁금하네요
옮긴이가 한승동, 혹시 그 한겨레 기자분?

로쟈 2020-06-01 00:33   좋아요 0 | URL
네, 지금은 그만 두신 걸로 알아요..
 

지방강의를 마치고 귀경하는 길이다(오며가며 기차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한여름에는 곤혹스러울 것 같다). 마침 카뮈의 <페스트>를 다루게 돼 겸사겸사 오늘 새벽에는 국내에 소개된 아프리카 작가들을 꼽아보았다( <페스트>의 배경이 알제리다). 대략 15명의 작가를 추릴 수 있었는데 한 학기 강의라면 이 가운데 최대 10명까지 다룰 수 있겠다 싶다. 작가당 작품 수를 늘리면 5-6명 정도이지 않을까.

국적으로 분류하면 나이지리아 작가와 남아공 작가가 가장 많다. 그밖에 이집트와 알제리, 수단, 케냐, 세네갈 등의 국적을 갖고 있고, 언어는 대부분 영어이거나 불어다. 나지브 마흐푸즈나 존 쿳시 같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도 있고, 치누아 아체베나 응구기 와 시응오처럼 근년의 유력 후보도 있다(예상대로 쿳시의 작품이 가장 많이 소개되었다). 강의를 진행하게 되면(빠르면 올 하반기부터다) 좀더 정밀하게 살펴보고 작품의 우선순위도 정해야 한다. 

















아쉬운 것은 몇몇 주요 작품이 절판되었다는 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나딘 고디머의 <거짓의 날들>과 <보호주의자>, 벤 오크리의 <굶주린 길> 등이 대표적이다. 쿳시의 <마이클 K>도 아직 재출간 소식이 없다.

세계문학 강의에서 아프리카는 그동안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르 클레지오나 도리스 레싱 같은 아프리카 태생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더라도 통상 ‘아프리카 문학‘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백인 작가이지만 쿳시의 일부 작품이 아프리카문학에 부합하는 특징과 문제의식을 보여주었다. 백인 문학을 넘어서 흑인 문학의 성취와 의의를 가늠해보려 한다. 















아프리카문학까지 둘러보게 되면 유일하게 동남아문학이 남는다(인도와 터키문학도 다룬 적이 있지만 보강은 필요하다). 그렇게 늦어진 건 이 지역만 근현대문학이 충분히 소개되지 않아서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몇 작품 소개돼 있을까. 가렴 태국 현대문학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다. 다행히 참고할 만한 역사서(<동남아시아사>)는 몇 권 나와있다. 이 지역의 문학사와 대표작이 소개되면 좋겠는데 과도한 바람인지?

아무려나 그래서 가까운 동남아 대신에 나는 아프리카로 향할 수밖에 없다. 소개된 작가와 작품에 한정된 그림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세계문학(사)의 얼개에 대해서는 조만간(늦어도 내년까지는) 보고서를 제출해볼 수 있겠다. 사반세기의 강의 경력이면 그 정도는 해낼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리라. 여생으로 진입하기 전에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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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기적에 대하여

14년 전에 정리해서 올린, 16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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