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이후의 삶>이 나온 걸 계기로 데리다의 책을 몇 권 꼽아둔다. 마음놓고 읽을 수 있는 책이 얼마 되지 않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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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이후 삶- 데리다와 현대이론을 말하다
자크 데리다 외 지음, 마이클 페인.존 샤드 엮음, 강우성.정소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7년 08월 23일에 저장
품절
대담집이라 무난하게 읽힌다.
마르크스의 유령들
자크 데리다 지음, 진태원 옮김 / 이제이북스 / 2007년 9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2007년 10월 02일에 저장
절판
드디어 출간됐다! <법의 힘>에 이어서 오랜만에 나온 믿을 만한 번역본 데리다.
법의 힘
자크 데리다 지음, 진태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7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2월 29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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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지만 믿을 만한 번역.
목소리와 현상- 후설 현상학에서 기호 문제에 대한 입문
자크 데리다 지음, 김상록 옮김 / 인간사랑 / 2006년 1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430원(3% 적립)
2007년 10월 0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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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cinema 2007-08-23 18:35   좋아요 0 | URL
로쟈님의 짧은 코멘트들은 번역의 질을 모른채 "저자"에 대한 관심과 "제목"의 친근함만으로 책을 구입해야 하는 저에겐 길 없는 열대밀림에서의 "나침반"입니다. 님 덕분에 아낄 수 있었던 많은 시간들...늘 감사합니다.

로쟈 2007-08-23 19:18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

퍼그 2007-08-23 23:45   좋아요 0 | URL
'한 줄'들이 이보다 더 유용하긴 힘들 듯합니다. 잘 골라 읽어 보겠습니다.^^

람혼 2007-08-24 05:28   좋아요 0 | URL
진태원 번역의 <법의 힘>은 정말 로쟈 님 말씀대로 "믿을 만한" 듬직한 번역이긴 하지만, [아마도 편집상의 실수일 것으로 사료되나] 중요한 단락 하나의 번역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정말 옥에 티라고 해야겠지요. 2쇄에서는 수정되었는지 모르겠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상록 번역의 <목소리와 현상>이 <법의 힘> 다음으로 가장 괜찮은 번역 중 하나인 듯 한데, 로쟈 님의 리스트에는 빠져 있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에코그라피>의 번역도 참 좋았었는데, 왜 좋은 책들은 저리도 빨리 품절되는 것인지, 여전히 미스테리랍니다. <그라마톨로지>는 예전에 대우학술총서의 일환으로 김성도 선생의 번역을 통해 출간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몇 가지 부정확한 번역이 있었지만 원본과 비교해서 보기에는 그리 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과거 김보현 편역의 <해체>라는 책도 출간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절판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또한 위 리스트에 올려놓으신 <글쓰기와 차이>의 번역은 별로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개인적으로 점검해본 적이 있는데 오역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오히려 번역본을 본다면 영역본과의 비교 독해를 추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데리다 수용 초기에는 김형효 선생의 <데리다의 해체철학>도 나름대로 괜찮은 개설서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지금 다시 읽으면 실소를 금치 못할 부분도 어쩔 수 없이 조금 있을 듯 합니다.^^ 또한 시인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에 대한 데리다의 책인 <시네퐁주> 역시 과거 번역된 적이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번역의 질은 점검해볼 기회가 없었네요. Glas나 La carte postale 같은 데리다의 책도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지 오래인데, 아마도 오래 걸리거나 더 많이 기다려야겠지요... 현재로서는 이제이북스에서 진태원 번역으로 조만간 다시 출간될 예정인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기대해보고 있습니다(예전에 양운덕 번역의 첫 국역본은 참으로 처참한 지경이었더랬습니다...).

로쟈 2007-08-25 01:56   좋아요 0 | URL
저도 데리다의 책은 대부분은 영어본과 대조해가면서 읽습니다. <목소리와 현상>은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고혼' 같은 번역어들이 거슬리더군요('람혼'님에게는 친근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러시아어본도 있어서 자세히 검토해보려 했는데, 언젠부턴가 책이 보이질 않습니다.--;

람혼 2007-08-25 02:19   좋아요 0 | URL
La dissémination이나 Marges de la philosophie 같은 데리다의 '주저'들이 아직 번역되고 있지 못한 것도 아쉬운 일인 것 같습니다. 데리다의 영역본이나 노역본들의 질은 어떤지 로쟈 님의 고견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책'을 찾는 일은, 참으로 곤혹스럽죠...ㅎㅎ 예전에 까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머피의 법칙 관련서에서 보았던 구절이 왠지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제 기억이 맞다면, "테제: 찾는 물건[로쟈 님이나 저에게는 책?]은 언제나 가장 나중에 찾는 곳에 있다. 안티테제: 찾는 물건은 언제나 처음 찾는 곳에 있다. 다만 처음 찾을 때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

philocinema 2007-08-24 09:18   좋아요 0 | URL
람혼님!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시죠?
람혼님의 글 잘 보았고, 역시나 큰 도움 되었습니다.

람혼 2007-08-25 02:21   좋아요 0 | URL
risper3 님, 오랜만입니다. 부여의 날씨는 좀 시원해졌을까요? ^^;

philocinema 2007-08-25 11:40   좋아요 0 | URL
부여는 아침 저녁으론 가을이 묻어납니다.
다가올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면서 "공부"하시길...
 

늦은 귀가길에 조간신문을 야간신문으로 읽었다. 아직 한편의 영화도 보지 못했지만 모스크바 영화학교를 졸업했다는 '학력' 떄문에 기억해두고 있는 영화감독 민병훈씨의 두번째 작품 <괜찮아, 울지마>(2001)가 6년만에 개봉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고 바로 페이퍼로 옮겨질 거라고 직감했다(이런 판단에는 0.1초도 걸리지 않는다). 해야 할 다른 일들을 잠시 미뤄두고 '작업'을 하는 이유이다.

전철에서 읽은 기사를 인터넷에서 찾다보니 소박한 홈피도 눈에 띈다(http://www.letsnotcry.co.kr/). 예고편을 감상했는데, 나로선 무엇보다도 첫번째 영화 <벌이 날다>와 마찬가지로 우즈베키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옮겨놓은 스틸사진들만 보아도 영화의 소박한 진심이 느껴진다. 이 정도면 봐둘 만한 영화이다. 인터뷰기사가 정작 영화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고 있지 않아 아쉽지만 더 나은 기사도 눈에 띄지 않기에 일단 옮겨놓는다.

한국일보(07. 08. 22) "예술영화도 '한뼘 설 땅'은 필요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한국에서 예술영화, 혹은 독립영화를 한다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작업을 이렇게 표현한다. 영화를 오락의 수단으로만 찾는 대중 앞에 ‘예술’ 타이틀이 붙는 영화를 찍는 사람들은 늘 외롭다. 이들이 두려워 하는 것은 흥행 실패도, 평단의 혹평도, 인터넷 ‘악플’도 아니다. 영화판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관객의 무관심이다.

민병훈(37)도 그런 고독에 몸부림치는 감독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의 두 번째 작품 <괜찮아, 울지마>가 30일 개봉된다. 이 영화는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은 뒤 2002년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비평가상, 테살로니키 영화제 예술 공헌상 등을 휩쓸며 일찌감치 작품가치를 인정받은 수작이다. 그러나 제작완료부터 개봉까지 꼭 6년이 걸렸다. 마케팅비만 수십 억원씩 쏟아 붓는 영화계에서, 총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예술영화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_오랜 만의 개봉이라 감회가 남다르겠다.
“100만 관객이 들든 단 1명이 보든,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영화인데 어떻게든 개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70% 정도 찍었는데, 제작사가 돈 떨어졌다고 철수하라고 그러고…. 개봉관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세 번째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2004년)가 먼저 개봉되기도 했다. 원래 영화를 만들 때는 세상 사람들에게 ‘괜찮아, 울지마’라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결국 나 자신을 위한 말이 됐다.”

_대부분 사람들이 영화를 대중문화 상품으로 ‘소비’한다. 예술영화의 대중성, 또는 상업성 확보가 가능할까.
“나도 상업영화를 하고 있다. 투자를 받아서 작품을 만들고, 극장에 걸어서 관람료로 수익을 낸다. 다만 다른 영화들과 색깔이 달라 조금 생소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학원 이상의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적 사기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이나 <향수> 같은 영화도, 정작 그 영화를 즐긴 것은 농민들이었다. ‘너 정말 이 영화 이해해?’라는 평론가들의 질문에, 농민들은 ‘시(詩)를 왜 분석해’라고 대답했다. 이른바 예술영화라는 작품들이 결코 소수를 위한 지적 자의식의 산물은 아니다.”

_그렇다면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와 <괜찮아, 울지마>는 어떻게 다른가.
“오락영화는 마케팅적인 계산을 먼저 하고 철저히 거기에 맞춰 기획한다. 시작부터 관객의 반응까지 정답이 있는 영화다. 하지만 난 답이 아니라 질문을 주는 영화를 만든다. 관객이 스스로 생각할 여백과, 고통을 이겨내고 답을 찾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트랜스포머>는 그런 것이 생략된 영화고…. 이를테면 장르의 차이지, 영화라는 본질의 차이는 아니라고 본다.”

_<디 워> 신드롬을 어떻게 보나. 그리고 그런 신드롬을 만들어낸 영화산업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디 워>든 그것보다 훨씬 못한 영화든, 관객이 거기에 열광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다만 다양성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계 전체, 특히 폭력적인 배급시스템의 책임이다. (소수 상업영화의) 독과점이 분명 자본의 입장에서는 이득이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영화에 20개 관이라도 잡아 줄 수 있지 않는가? 스크린 쿼터 문제에는 거리에 나서지만, 스크린독과점 문제에는 침묵하는 영화인들도 문제다. 언론도 오락영화를 소개하는 양의 5%만이라도 독립영화를 소개해줬으면 한다.

_ 예술영화가 살아 남을 대안은 무엇일까.
“배급 상황이 나쁠수록 작품에 공을 들여야 한다. 좋은 영화는 결국 관객과 만나게 된다. 영화시장 3%의 관객이 소문을 내 1%의 관객을 더 데리고 올 수 있도록, 그래서 한국영화계의 쏠림현상을 관객 스스로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외국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장 뤽 고다르 특별전이나 이마무라 쇼헤이의 회고전에 1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지 않나. 한 나라에 1만명씩, 100개국이면 100만명이 영화를 보는 것이 된다.” 

●괜찮아, 울지마
모스크바에서 도박빚을 지고 우즈베키스탄의 고향 마을로 도망쳐 온 남자의 이야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남자의 심리를 통해, 모든 사람들의 내면 속에 감춰진 두려움의 실체를 직면하게 한다. 전작 <벌이 날다>(1998년)처럼 우화적이고 키치적인 소재로 자칫 사변적으로 흐를 수 있는 영화에 운율을 더했다. 탈무드의 한 토막 같은 전설로 현실의 번민에 빠진 주인공에게 슬며시 희망의 빛을 던져 준다. 서울 종로 미로스페이스 단관 개봉.(유상호 기자)

07. 0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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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7-08-2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박한 돌집을 보니까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여백이 있어 보이는 영화, 보러 가고 싶네요.

로쟈 2007-08-23 11:25   좋아요 0 | URL
보고 소감 올려주실 거죠?^^

philocinema 2007-08-23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 부여는 개봉관 자체가 없으니...
아니 있어도 이런 시골에 개봉을 하긴 하려는지...
예술영화를 개봉관에서 보려면 서울로 이사를 해야하는건지...

예술영화의 개봉이 서울에 집중되는 것은 또하나의 폭력은 아닌지...

로쟈 2007-08-23 19:17   좋아요 0 | URL
저도 보고 싶다는 것이지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philocinema 2007-08-2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렴요!

책읽기는즐거움 2007-08-2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기다린지 6년째 이제야 개봉이 되네요. 하재봉씨가 나왔던 <시네마 월드>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는걸 보고 정말 보고싶은 영화가 되었는데 기다리다 정말 지쳤다는ㅋ
그때 민병훈 감독과 저 외국배우도 같이 나와서 하재봉씨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하여튼 이제라도 개봉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저 영화를 보고 자꾸 예술영화 예술영화 하는게 오히려 저 영화가 난해하다든가등의 잘못된 신비감만 조성하는 듯 하는 느낌이 드네요.
어디서 민감독이 이야기하는것을 읽었는데 자신의 영화가 그렇게만 보여지는게
싫고 자신도 예술영화를 하는게 아니라고 한 것 같아요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_-;;)
어떻게 생각하면 저 영화도 이세상의 수많은 감동적인 영화중 한개라고 볼수도 있는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저 작품의 가치가 낮다는게 아니고요ㅋ
일단 보고나서 어렇다 저렇다 말하는게 우선일듯 하네요ㅋ
8월 30일 개봉이라 되어있으니 계획을 잡아야 겠어요

로쟈님 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ㅋ
잘못하면 까먹고 가지 못할 번 했네요

로쟈 2007-08-25 01:57   좋아요 0 | URL
정보야 널려 있는 걸요. 다만 보는 눈들이 다를 뿐이지요.^^
 

<킹콩걸>이 출간된 김에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밀린) 읽을 책들을 몇 권 꼽아둔다. 페미니즘 관련서의 문제점은 너무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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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걸- '못난' 여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민병숙 옮김 / 마고북스 / 2007년 8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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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베즈 무아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2002년 8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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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악녀- 반양장
린다 하트 지음 / 인간사랑 / 1999년 10월
12,000원 → 11,400원(5%할인) / 마일리지 35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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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포스트모던 신화 마돈나
조르주-클로드 길베르 지음, 김승욱 옮김 / 들녘 / 2004년 9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7년 08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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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1 12:02   좋아요 0 | URL
참고하겠습니다 로쟈님 감사합니다 :)

로쟈 2007-08-21 12:22   좋아요 0 | URL
빙산의 일각일 뿐인데요 뭐...

로즈마리 2007-08-21 18:41   좋아요 0 | URL
저도^^
 

입추가 지난 지 여러 날이 되었지만 늦더위가 만만찮다. 어디 휴양지에나 가 있어야 딱 좋을 날씨이긴 한데, 그럴 여유는 없고 무거운 머리와 씨름만 하고 있다. 잠시 커피 브레이크에 예전에 쓴 시집의 글들을 뒤적이다가 한 대목을 창고로 옮겨온다(돌아보니 12년 전에 쓴 글이다). 내가 중학교 때부터 좋아한 시 이상의 '꽃나무'에 대해 몇 자 적어놓은 것이다. 하긴 여름날의 꽃나무들도 휴가는커녕 꼼작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터이다. 그이들을 사랑한다.

나는 이상적인 시의 번역이란 시적 ‘삶’의 번역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시는 원칙적으로 번역되지 않는다). 불어의 ‘번역하다(traduire)’란 말은 ‘가로질러가는 행위․운동’을 뜻한다. 시를 번역하는 것은 시 속의 ‘삶’을 가로질러가는 행위․운동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행위․운동이란 것은 주체적인 것이기 때문에 시를 읽어내는 사람마다에게 고유한 것이다. 따라서 시 번역에는 방법론이 있을 수가 없다(몇 가지 요령은 있을까?). 자신의 전 존재를 투여하는 수밖에. 여기서는 다만 이상의 시 '꽃나무'의 말뜻만 따라가 보기로 하겠다. 편의상, 띄어쓰기를 하겠다.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이 시의 핵심은 나와 꽃나무의 대비적인 관계이다.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흉내’이다. 나는 꽃나무를 흉내낸다(꽃나무는 나의 은유이다). 나는 꽃나무‘처럼’ (서)있다. 이 ‘처럼’이 직접적으로 겹쳐지는 부분이 “나는 막 달아났소”이다. 앞에서 문장의 주어였던 ‘꽃나무’가 여기서 ‘나’로 교체된다. ‘꽃나무’에만 국한된 시라면 이 시는 “꽃나무는 막 달아났소”라고 끝나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나’가 개입한다. 내가 ‘꽃나무’의 바톤을 이어받는 것이다. ‘나’는 ‘꽃나무’인 것.

 

그렇다면 이 시의 처음부터 ‘꽃나무’는 ‘나’이다. 그럼 아예 이렇게 다시 읽을 수 있다: “벌판 한복판에 나 혼자 있소. 근처에는 아무도 없소. 나는 나 혼자 열심으로 나만을 생각하며 서 있소. (그러나?) 나는 내가 바라는 나는 될 수 없소. 나는 (슬퍼서? 절망해서?) 막 달아났소.”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꽃나무’와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같은 존재로 볼 것인가, 서로 다른 존재로 볼 것인가, 이다.

"내가 바라는 나”가 ‘이상적인 나’인가, 아니면 ‘당신’인가 하는 것. 그건 읽는 사람의 마음이 결정할 문제일까? 어쨌든 시적 화자(나=꽃나무)는 나름대로 열심히 꽃을 피우고자 하는, 사랑하고자 하는, 진정한 자기발견에 이르고자 하는 존재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지레짐작한, 아니면 그런 불가능성을 몸으로 확인한 존재이다. 그는 그 불가능성을 견디지 못해서 달아난다. 그는 지극히 ‘이상’적인 존재이다.

 

 

 

 

‘꽃’을 노래하는 것과 ‘꽃나무’를 노래하는 것은 시의 계열이 다르다. 꽃은 다만 피고 지는 것을 주특기로 하지만 꽃나무는 그런 꽃들을 거느리면서 한편으론 “숙명적 상승의 전략”(이성복, '등나무')을 구사해야 한다. 내가 꽃나무를 가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 꽃핀 나무들(=꽃나무들)의 열렬한 괴로움이여! 이상(1910-1937)과 이성복(1952- )의 시 몇 편은 바로 이 주제에 바쳐진다...  

 

나는 어느 새 이상보다 많은 나이를 먹었구나! 생의 막바지에 그는 레몬인가 멜론인가를 달라고 그랬다지. 나는 오렌지를 달라고 할까? “레몬 즙보다는 후두(喉頭)가 더 크게 벌어지도록 강요하는” 오렌지 즙을 말이다. 우리의 안쓰러운 오렌지.

 

스펀지처럼 오렌지에도 표현의 시련을 감내한 뒤 형태를 다시 찾으려는 열망이 있다. 그러나 스펀지는 항상 성공하지만 오렌지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 세포들은 파열되었고 조직체는 찢겨나갔기  때문이다. 단지 껍질만이 탄성 덕분으로 완만하게 자신의 형태로 되돌아가고, 그동안 방향성 액체가 흘러나온다. 언제나 감미로운 향내와 신선함을 지니고서. 그렇지만 씨앗의 너무 이른 배출에 대한 씁쓸한 의식도 번번이 동반한다.(F. 퐁주, '오렌지')  

 

 

우리는 오렌지를 닮았는가, 씁쓸하게도? 시계태엽이 감긴 오렌지(Clockwork Orange)? 내 방 책상머리에는 언제부터인가 S. 큐브릭의 이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대학 1학년 때 H대학 영화제에서 본 듯한데, 별로 유쾌한 영화가 아니었다(反유토피아 영화던가?). 그러니 좋아하지도 않고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몇 장면만이 머릿속에 들어있다 이 포스터의 문구 그대로이다(http://www.thefoolsparadise.com/clockwork-orange/ 참조).



“여기 한 젊은이의 모험이 있다. 오로지 그의 관심은 강간과 무지막지한 폭력, 그리고 베토벤!(Being the adventures of a young man whose principal interests are rape, ultra-violence and Beethoven.)” 이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착한 오렌지인가!.. 

 

 

07.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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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국에 대한 아주 간단한 입문서' 스티븐 하우의 <제국>(뿌리와이파리, 2007)에 대한 서평기사를 옮겨오면서((http://blog.aladin.co.kr/mramor/1504292) '제국'을 화두로 한 몇 권의 이미지들을 같이 나열했는데, 그 중 또다른 신간인 <제국의 최전선>(갈라파고스, 2007)의 저자가 <타타르 가는 길>의 저자 로버트 카플란(1952- )이란 건 오늘 다른 인터뷰-소개기사를 읽고 알았다. 기사는 얼마전 리처드 도킨스와의 인터뷰로 눈길을 끈 김수혜 기자의 '솜씨'이다. 책상머리에서 몇 페이지 뒤적이고 머리로 조합해내는 기사가 아니라 '몸으로 부때끼며 얻어낸' 기사의 장점이 살아있다. '인문학적 먹물들' 치고 카플란의 책들을 거부감 없이 읽을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그의 책들이 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짐작컨대, <남한산성>의 저자 또한 그러할 것이다). 사자들이라면 토끼에 대해 공부할 건덕지도 없겠지만 같은 우리안의 토끼들은 사자에 대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제국'은 그런 사자이다. 

조선일보(07. 08. 18) 전 세계로 진군하는 ‘제국’의 첨병들

미국은 제국(帝國)인가? 로버트 카플란(Robert D. Kaplan·55)은 “제국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매사추세츠주(州)의 한 소도시 자택에서 글을 쓰다 전화를 받았다. 뉴욕 퀸즈에서 트럭 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나 30년간 이스라엘·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을 취재해온 사내다. 그는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말투를 썼다. “나는 기자(journalist)이고, 현실주의자(realist)이며,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처칠에 공감을 느낀다”고 했다.

“미국은 제국이다”라고 말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특정 국가가 세를 불려 제국을 이루고 타국을 압박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은 최소한 이 책에선 카플란의 관심 밖이다. 그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제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국의 회로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먹고, 믿고, 바라고, 따르나?”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카플란은 2002년 겨울부터 2004년 봄까지 예멘·콜롬비아·몽골·필리핀·아프가니스탄·지부티·이라크의 미군 병영을 돌았다. 후방의 사령부 브리핑 룸 대신 전선의 야전 막사를 찾아갔다.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갑론을박하는 엘리트 대신 군장을 지고 행군하는 부사관들과 몸으로 부대꼈다.



요컨대 로마 제국에 빗대자면, 카이사르가 아니라 백인대장을 찾아나선 여정이었다. 원제 ‘Imperial Grunts’ 자체가 ‘제국의 보병들’이라는 뜻이다. 카플란은 자신이 만난 미군 특수부대원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대의 정체성으로 승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 보존보다는 자신들이 수행하는 역할의 보존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옆의 병사가 자기 임무를 대신할 수 있다면 자신의 죽음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26~27쪽).

그는 촉촉한 낱말을 쓰지 않는다. 진지를 구축하듯 단순한 구조와 건조한 낱말을 쓴다. 그래도 행간에서 야전 군인에 대한, 숭앙에 가까운 공감이 스며 나온다. 가령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시(市) 서쪽에 있는 특수부대 포사격기지에서 젊은 하사가 전사한 일이 있다. 카플란은 군 비행장에서 간소한 장례식을 지켜봤다. 군목이 구약 성경 시편의 한 구절을 읽었다. 존 웨인이 감독·주연한 영화 ‘그린 베레’(1968년작)의 주제가가 울리는 가운데, 관이 수송기에 실렸다. 병사들은 곧바로 기지에 돌아갔다.

“대원들은 장례식을 이튿날 더 여유 있게 치르자는 상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들은 본국에 돌아가면 폴의 가족을 따로 찾아갈 예정이었다. 그들은 전사한 동료에게 바치는 최고의 조의는 그들이 속한 포사격 기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368쪽)

아프가니스탄에서 특전단을 지휘하는 한 미군 중령은 카플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쁜 놈들을 죽이는 게 우리가 할 일이죠. 그들의 활동을 저지하고, 죽이고, 생포하고, 파괴하는 것 말입니다. 선생 눈에는 이들이 비정하고 거친 친구들로 보일 수 있어요. 그것은 이들이 전투를 직업으로 하고, 그것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355~356쪽)



카플란은 군을 “무인(武人)의 철저한 윤리의식으로 모든 것이 철두철미하게 이뤄지는 세계”라고 묘사한다(161쪽).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의 교칙은 ‘의무, 영광, 국가’이고, 일상을 지배하는 수칙은 ‘해야 한다’(You Must) 이다. 필리핀에 주둔한 미군 특수부대원은 필리핀 군에게 전투 훈련을 시킬 때, 이렇게 외친다. “우리는 좋은 편이다. 우리는 적을 죽인다.” (272쪽)

카플란의 눈에 비친, 미군 기지 바깥 세상은 지저분하고 혼란스런 제3세계다. 미군은 그 흐물흐물한 세계에 ‘등뼈를 기증하는 자’이다. “미군이 온 뒤 살기가 쉬워졌다”고 칭송하는 현지인의 얼굴에서 그는 “식민주의를 갈구하는 눈빛”을 읽는다(255쪽).

몽골에서 카플란은 톰 윌헴 중령과 함께 서리 내린 메마른 고원을 지나 중국-몽골 국경지대를 돌았다. 윌헴 중령은 알류산 열도, 베를린, 모스크바, 보스니아 등지를 돌며 뼈가 굵었다. 윌헴 같은 야전 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미 육군이 펴낸 매뉴얼 ‘유격대 지침서’다.

카플란은 ‘제국’을 “자국이 완전무결하게 안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세계 정복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모든 나라에 불안감을 유발하는 고립주의의 한 형태”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제국은 “영광보다는 필요에 의해” 건설된다.

가령 미국은 2차 대전 때 독일과 일본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세계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련과 손을 잡아야 했고, 냉전이 시작됐다. 소련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전사들을 무장시켰다. 소련이 무너진 뒤, 이들이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로 떠올랐다(17~18쪽).

미국이 제국이냐, 아니냐 하는 질문은 그가 보기에 우문(愚問)이다. 전세계 59개 국가와 영토에 기지를 두고, 170개 국가에서 매년 비밀 군사 작전을 시행하는 나라가 제국이 아니라면 뭔가? “당신이 북극에 서면, 자동적으로 한 발은 미군 북부사령부 권역에, 다른 한발은 태평양 사령부 권역에 딛고 선 셈이 된다. 발의 위치를 한 번 바꾸면 이번엔 유럽 사령부다.” (17쪽)

그가 보기에 세계는 ‘모던’하지도, ‘포스트 모던’하지도 않으며 그저 고대(古代)의 연장일 뿐이다. 그는 책에서 끊임없이 미국을 로마 제국과 병치시킨다. 카플란은 전화 너머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한 많은 기자들이 ‘뭐가 잘못됐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녔는데, 나는 애초에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말했다. “미군 바깥에 서서 미군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대신, 미군 한 복판에 들어가서 미군의 눈으로 세계를 본 다음, 이 세상 사람들에게 ‘미군의 시각’을 알려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카플란이 본 미국 제국의 미래는 그러나 꼭 밝지 않다. 카플란은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며, 세계는 다극화될 것”이라고 했다. 카플란 개인에게 그것은 “미국에 바람직한 현상”도, 그 반대도 아니다. 기자 카플란에게 그것은 다만 ‘사실’(fact)일 뿐이다. 



◆ 더 읽을 만한 책

로버트 카플란은 1973년 코네티컷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버몬트주(州)의 시골 신문에 잠깐 근무하다 아프리카로 훌쩍 떠났고, 이어 이스라엘에 가서 미군 이등병으로 1년간 복무한 다음, 동유럽·발칸 반도·아프가니스탄 등지를 돌며 여러 미국 신문에 글을 썼다. 90년대 초 소련이 무너진 뒤, 세계 질서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글을 차례차례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네오콘 지식인으로 떠올랐다. 카플란은 지금까지 11권을 썼다. 그 중 국내에 소개된 책에는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원제 The Coming Anarchy·코기토), ‘승자학’(The Warrior Politics·생각의 나무), ‘타타르로 가는 길’(원제 Eastward to Tartary·르네상스)이 있다.(김수혜 기자)

07.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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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09-29 00:13   좋아요 0 | URL
앗, 앞서 '카플란 어떻게 생각하세요' 로쟈님께 질문 던졌는데 여기 답이 나와있군요.
책상머리에서 몇 페이지 뒤적이고 머리로 조합해내는 기사가 아니라 '몸으로 부때끼며 얻어낸' 기사의 장점이 살아있다. '인문학적 먹물들' 치고 카플란의 책들을 거부감 없이 읽을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그의 책들이 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짐작컨대, <남한산성>의 저자 또한 그러할 것이다). 사자들이라면 토끼에 대해 공부할 건덕지도 없겠지만 같은 우리안의 토끼들은 사자에 대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로쟈 2007-09-29 00:26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