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컬렉션'이란 카테고리를 얼마전에 만들어놓고 따로 페이퍼를 쓰지 못했다. 이게 '컬렉션'이니만큼 남들이 안 갖고 있을 법한 책을 구해놓고 '자랑질'을 해보겠다는 심사 혹은 계산으로 하나 더해놓은 것인데, 파리만 날리는 걸 보면 자랑할 일이 꽤나 드물다는 반증이다. 사실 없는 건 아니었다. 처음엔 보부아르의 자서전 얘기를 적어놓으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면서 흐지부지됐을 뿐이다. 너무 적조하다 싶어서, 억지로 하나 끼워넣는다. 어제 구입한 빅토리아 알렉산더의 <예술사회학>(살림, 2010) 얘기다.   

저자의 머리말과 역자의 말('옮기고 나서')를 읽다 보니, 소프트카바의 책으론 비교적 '고가'인 이유가 '교재용'이어서 그런가 보단 생각이 들었다(독자가 한정돼 있을 경우 책값은 올라간다). 머리말의 첫머리가 이렇다. 

나는 지금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예술사회학에 대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학생들은 매번 내가 수업에서 다룰 내용을 개략적으로 한 권에 담은 교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 요청에 부응하여 하나 써주신 것. 하버드대학 교수를 거쳐 지금은 서리(Surrey) 대학교 부교수로 재직중이라는 저자는 아직은 이 분야의 소장학자로 보인다. 다만 이 분야의 연구성과나 최신 동향, 소위 '최전선'에 대해 알려주지 않을까라는 게 나의 기대다. 특이사항은 저자가 조직사회학자이기도 하다는 것. 학부 때 내가 들은 사회학 강의의 담당교수는 '범죄사회학'과 '종교사회학'을 번갈아가면서 강의하던 분이었는데(그래서 나는 '종교=범죄'라고 서로 통하는 게 있구나 싶었다. 아니면 범죄자들을 종교로 구원한다는 뜻이었을까?), 알렉산더의 경우는 '예술사회학'과 '조직사회학'을 동시에 혹은 교대로 강의하는 모양이다.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저자는 나름대로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나는 조직사회학도 강의해왔는데, 이때 배운 한 가지는 학생들이 추상적인 이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도록 이끄는 사례 연구의 중요한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 효과적인 교수법이라는 점이다. 사례 연구는 일이나 직업, 그리고 조직 행위를 가르치는 데 필수적이지만 사회학의 다른 하위 분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조직사회학 강의를 하면서 사례 연구의 유용성을 확신하여 이를 예술사회학 수업에도 적용했는데 역시 사례 연구는 효과적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에는 장마다 사례 연구가 덧붙여졌다는 얘기. 최근의 화제작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다양한 사례의 제시는 강의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면서 학생들의 집중도도 높일 수 있다. 저술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해봄직하지 않은가. 국내에서도 인문서 저자들이 적극 고려해볼 문제다.   

한편, 옮긴이의 말에선 이런 대목을 읽을 수 있다. 공역자의 한 사람인 이대 사회학과의 최샛별 교수가 적은 것이다(문화론과 문화사회학 분야의 역서들이 몇 권 있다).

필자는 이 책을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 수업 '예술사회학'에서 사용했는데 주교재로도 손색이 없었다. 학부 교양과목으로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수업을 개발하고 담당하면서 내용의 일부를 다루었더니 다양한 전공을 지닌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매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이 책의 번역이 이루어졌다는 얘기. 부제대로 '순수예술에서 대중예술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책의 장점인데, 역자는 사회학자로서의 바람도 덧붙인다.  

그동안 예술은 미학에서 주로 작가와 작품에 주목하여 그 심미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다루어 왔다. 역자들은 사회학이 예수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예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유용한 시각을 제공하기를 소망한다.

사실 원론적인 바람이긴 하나 소개되는 책이 적으니 여러 몫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무튼 예술사회학 교재 하나는 확실히 마련된 걸로 쳐도 좋겠다... 

10. 07. 16.     

P.S. 사소한 교정사항 하나를 덤으로 적어둔다. 속표지 저자 소개에 빅토리아 D. 알렉산더 교수의 저작이 <미술관과 자본>(2005)과 공저 <예술과 국가>(1996)라고 소개되는데, 두 저작의 출판년도가 바뀌었다. <미술관과 자본>(1996), <예술과 국가>(2005)라고 해야 맞다. <예술사회학>(2003)의 후속작으로 메릴린 루시마이어와의 공저인 <예술과 국가>는 흥미를 끄는 책이다. 이걸 구했다면 제법 '자랑질'이 됐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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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0-07-16 01:30   좋아요 0 | URL
오늘 랑시에르의 <미학 안의 불편함>을 '잠깐' 열어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역자 소개로는, 랑시에르가 기존의 예술이 정치적 위계화-감성의 분할에 묶여 있음을 비판했다고 하던데요... 긴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얘기였는데요, 로쟈님 페이퍼를 읽으니 낮의 잠깐이 떠오릅니다. 저도 엄청 땡기는데요... <예술과 국가>도요...^^ 사례의 풍부함은 태도들의 풍부함, 유머 감각의 함양으로부터 가능한 거라서... 그야말로 '문화적 여유'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엄청 콤플렉스 느끼는 부분입니다. 아마 샌델의 '정의'가 호소력 있었던 것은 그런 여유로운 화법에 대한 갈증, 부러움 등등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로쟈 2010-07-16 09:04   좋아요 0 | URL
샌델의 책만 유독 그런 건 아니고 철학서들이 기발한 사고실험이나 사례들을 많이 동원하지요. 그쪽 '문화' 같기도 해요.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고리타분한 책이 많지요...
 

필요 때문에 그래픽 노블의 걸작이라는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를 읽어보게 됐다. 책은 지난 5월에 출간됐는데, SF독자라면 이번 여름 필독 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겠다. 늦게나마 서평기사를 챙겨놓는다.

한겨레(10. 05. 29) 지구 저편 ‘어둠의 도시’에선 무슨 일이?

소녀 마리는 갑자기 기울어져버렸다. 사선으로 서 있고 걷는다. 그 탓에 어디서건 ‘왕따’다. 서커스단만 마리를 반긴다. 자신을 고쳐줄 유일한 과학자를 찾아가니 그는 마리가 다른 행성의 중력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천체의 축 정반대편에 있어 관측이 불가능하다는 미지의 세계다. 마리는 그곳을 향하는 우주선에 올라탄다. 마리가 사는 세계는 지구와 닮았지만 지구는 아니다. 그 반대편 ‘어둠의 도시들’로 이루어진 대륙이다.

지구의 화가 오귀스텡은 평론가들의 혹평에 질렸다. 그는 도시를 떠나 오브라크 고원지대를 떠돌다 저택을 발견하고 그 벽에 홀린 듯이 둥그런 구(球)들을 그린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느 구 하나에 균열을 만든다. 이후 그는 그 집 어두운 복도를 빨려 들어가듯 걷다 다른 세계로 넘어간다. 어디인지 어느 때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마리와 오귀스텡은 만난다. 



이 기묘한 이야기가 1983년부터 이제까지 이어져온 에스에프 만화의 걸작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의 문을 연다. 브누아 페테르스가 글을 쓰고 프랑수아 스퀴텐이 그림을 그린 이 시리즈는 총 16권, 거기에 디브이디, 각종 관련 전시, 세미나 등으로 가지를 쳤다. 두 사람은 27년 동안 지구의 반대편 거울 세계, 검은 도시들의 대륙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문으로 들어왔으면 조심해야 한다. 다시 나가기 어렵다. 마리 이야기를 어떻게 읽고 싶나? 달라서 배척당하는 소수자의 삶,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다. 그렇게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비트는 이야기일까? 우리가 아는 세계는 반쪽뿐이고 진실은 그 너머에 있다는 암시일까? 이 거울, 우리 모습을 비춘다 싶어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는데 어느새 기괴한 상상의 세계를 투영해 시선을 묶어둬버린다. 잡았다 싶으면 그새 모습을 바꿔버리는 동물, 그래서 끝까지 좇게 만드는 새다.

이 거울의 매혹적인 수작은 <보이지 않는 국경선>에도 이어진다. 신참 지도제작사 롤랑의 이야기이다. 소드로브노볼다치 정부는 지도제작국을 활용해 ‘위대한 영토의 국경’을 확정하려 한다. 지도제작사들은 종교의 지도, 물류의 지도 등 모두 달라 국경은 확정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해도 소용이 없다. 정부는 팽창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제작국에서 사람의 섬세한 결은 사라지고 기계가 지도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런 혼란 통에 롤랑은 스코드라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 여자 등에서 옛 국경과 일치하는 지도를 발견한다. 공격적 민족주의의 대한 경고일까? 인간에게서 오직 지도만 봤던 지도제작자의 비극일까?

<우르비캉드의 광기> 속 우르비캉드는 계획도시이다. 이 도시의 파국은 로빅의 책상에서 비롯됐다. 희한한 육면체를 책상 위에 놓아뒀는데 그게 식물처럼 점점 거대하게 자라 갈라진 남과북, 사람들을 잇는다. 이 이야기는 육면체에 대한 한 보고서로 마무리된다. “비인간화된 도시에 대한 자연의 승리”, “무정부주의적인 전복의 움직임”…. 육면체에 대한 여러 해석을 설명한 뒤 보고서 작성자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간단하지만 무한한 결론으로 열려 있는 이 구조물은 신들이 어둠의 도시에 사는 인간들에게 보낸 신비한 물체다. 신들은 이를 통해 인간이 제아무리 오만해도 결국 세상 만물의 본질은 그 신비로움에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 자체가 이 육면체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무한한 결론으로 열려 있는 이야기, 세상의 비밀, 상상의 경계를 다 담을 때까지 끊임없이 확장해가는 이야기 말이다. 황홀한 그림체와, 건축 지식, 철학적 상징으로 뭉친 이 육면체 퍼즐은 너무 익숙해 못 보던 우리 자신의 세상을 낯설게 보여주거나, 또는 그 너머의 세계를 그리며 신비한 마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세미콜론은 시리즈 가운데 모두 열두권을 출간할 예정이다.(김소민기자)

10.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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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를 읽다가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어슐러 르 귄이다. 이미 SF 독자라면 페이퍼의 제목이 르 귄의 두 작품명이란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샌델이 인용하는 건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인데(63쪽에 인용돼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바로 떠올려주기에 흥미가 생겼다. 정작 르 귄은 윌리엄 제임스의 책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그러니까 도스토예프스키와는 간접적인 영향관계다). SF소설로서라기보다는 유토피아 문학으로 대표작 <어둠의 왼손>과 <빼앗긴 자들>을 읽어볼까 싶다. 오래전 글이긴 한데, 정재승 교수의 소개글을 참고삼아 챙겨둔다.    

  

씨네21(02. 12. 07)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과 <빼앗긴 자들>

올 한해 두드러진 출판경향 중 하나는 그동안 문단과 독자로부터 냉대받아온 추리소설의 주요 작품들이 완역·출간되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난 도일의 걸작 <셜록 홈스 전집>과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이 큰 인기를 누리는가 하면, 추리문학의 숨은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브라운 신부 전집>이나 고급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시리즈>가 완역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추리소설과 함께 아웃사이더 장르 취급을 받아온 SF소설의 걸작들도 하나둘씩 다시 출간될 채비를 하고 있어 각별히 주목된다. 그 첫 번째 신호탄으로, 미국 SF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F소설가 어슐러 K. 르 귄의 수작 <어둠의 왼손>(시공사 펴냄)과 <빼앗긴 자들>(황금가지 펴냄)이 세련된 편집본으로 재출간된 것은 자유추리문고 문고판으로 처음 르 귄을 접했던 SF마니아들에겐 감격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일반 SF소설을 뛰어넘어, 우리나라에선 아직 소개가 미흡한 ‘유토피아 문학’의 정수라는 점에서 일반 독자들에게도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르 귄은 ‘헤인 시리즈’라 불리는 일련의 소설 속에서 우주 전체에 흩어져 살고 있는 헤인인들이 거주 행성의 환경에 맞춰 독특한 문명과 세계관을 형성하며 살고 있는 독특한 상황을 설정했다. 이때 광속을 뛰어넘는 통신수단 ‘엔서블’이 발명되면서 이들 문명은 서로 충돌과 연합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로캐넌의 세계>(1966)에서부터 최근작 <세계의 탄생일>(2002)에 이르기까지 11편의 헤인 시리즈 작품들 중에서도 <어둠의 왼손>과 <빼앗긴 자들>은 권위있는 SF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할 정도로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어둠의 왼손>은 지구를 모태로 하는 에큐멘 연방에서 인류 연대를 위해 파견된 대사 ‘겐리 아이’가 여러 난관 끝에 에스트라벤의 도움으로 결국 게센과 동맹을 맺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소설에서 과학기술의 진보는 유토피아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전제가 아니며, 좀더 중요한 것은 인간 정신의 성숙, 즉 인간과 인간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빛은 어둠의 왼손. 따라서 빛과 어둠, 두려움과 용기, 추위와 따뜻함, 여성과 남성은 둘인 동시에 하나인 것이다’라는 대사는 르 귄 자신이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게센인이 남녀 구분이 없는 양성인으로 나오며, 26일을 주기로 ‘케머’라는 발정기 때에만 두 성으로 발현되는 설정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빼앗긴 자들>에선 쌍둥이 행성 우라스와 아나레스가 배경이다. 두 행성의 교류를 위해 물리학자 쉐벡이 우라스에 파견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환경은 황폐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평등과 자유를 실현한 아나레스와 환경은 풍요롭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 우라스가 어떻게 화합의 다리를 놓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집단주의와 자본주의가 만났을 때의 화학반응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간의 첨예한 이념 대립의 지구촌 유일한 접점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각별한 의미로 읽힌다.

르 귄은 책 서문에서 자신의 소설을 일종의 ‘사고 실험’으로 읽어달라고 요구한다. SF소설가는 현재의 과학기술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예언가나 미래학자가 아니라, 독특한 허구적 설정을 통해 현재의 인류와 사회에 대해 기술하는 작가임을 강조한 것이다.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라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떠올려 본다면, 이 거대한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이 책은 우리 모두를 ‘진정한 발견자’로 만들어줄 것이다.(정재승/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10. 07. 14.  

P.S. 참고로, '오멜라스로 떠나는 사람들'의 우리말 번역본은 르 귄의 작품집 <바람의 열두 방향>(시공사, 2004)와 SF작품선 <마니아를 위한 SF걸작선>(도솔, 2002) 두 종이 있다. 인터넷에서도 번역본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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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5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의 관심도서는 빅토리아 알렉산더의 <예술사회학>(살림, 2010)이다. '예술사회학'이란 타이틀 자체가 오랜만이어서 반가운데, 개인적으론 아르놀트 하우저, 자네트 월프, 피에르 부르디외 등이 이 분야의 관심저자였다. 각각의 대표작으로 <문학과 예술사의 사회사>, <예술의 사회적 생산>, <예술의 규칙> 등이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다. 알렉산더의 원저는 2003년에 출간됐는데, 2000년대에 나온 책은 뭔가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따로 '예술사회학'이란 타이틀의 책은 드물기에 최근에 나온 예술분야 신간을 묶어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예술사회학- 순수예술에서 대중예술까지
빅토리아 D. 알렉산더 지음, 최샛별.한준.김은하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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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란 무엇인가- 문화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천재 예술가들
베레나 크리거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0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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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베를린의 미술과 미술 환경에 관한 에세이
조이한 글.사진 / 현암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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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민혜련의 파리 예술 기행 : 미술 건축- 아는 만큼 깊이 사랑하게 되는 곳, 파리
민혜련 지음, 손초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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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7-13 23:13   좋아요 0 | URL
자네트 월프와 하우저의 책만 봤네요..자네트 월프의 책은 <철학과 예술사회학>만 읽어봤습니다..부르디외의 위의 책은 못봤네요. 아래 올리신 다섯권책들중 갖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군요..예술사회학은 아니지만 유리 로트만의 저서와 월프의 책들을 읽어본 경험상 좀 지루한 분야의 책들인거 같습니다. 별로 땡기지 않는다는..ㅎㅎ 하우저의 책은 볼만 했습니다만..^^

로쟈 2010-07-14 08:01   좋아요 0 | URL
다섯 권은 모두 신간이고 저도 아직 갖고 있지 않습니다. 로트만은 예술사회학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 넓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월프의 책은 저도 재미없었지만, '예술사회학'이란 분야를 개척한 공로가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 이후의 진척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편의점에서 한국일보를 사들고 동네 분식점에 가 콩국수를 먹으며 읽었다. 가장 읽을 만했던 건 '삶과 문화' 꼭지에 쓴 신형철 평론가의 칼럼이다(이번에 새 필진으로 가세한 듯하다). 제목부터 '아, 즐거운 체호프!'이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일보(10. 07. 13) 아, 즐거운 체호프! 

예컨대 이런 글은 얼마나 진부한가.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나오는 리틀 피플의 차이를 살펴보면 전자는 외적 억압의 상징이고 후자는 내적 병리의 반영이다,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는 외부의 억압이 아니라 내면의 공허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 있다, 무라카미가 60년 만에 오웰을 다시 쓴 것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1984년 이전으로 후퇴했다, <1Q84>가 독서계를 휩쓸고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불행하게도 <1984>일지 모른다….

이런 내용의 글을 쓸 뻔 했다. 이미 너무 많은데 또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어 접었다. 진부한 세상이 진부한 칼럼을 양산한다. 칼럼니스트의 잘못이 아닐 것이다. 도대체 다른 시각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하게 엉망인 현실 때문이다.

적어도 이 지면에서만은 즐거운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길. 분노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념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제는 일일이 분노하기조차 지쳐버려서, 그저 이 나라는 안 된다고 체념하면 속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체념하면 지는 것이다. 힘 있는 어떤 분들이 세계를 거꾸로 되돌리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으니 우리도 각자 분야에서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체념하지 않으려면 즐거워야 한다. 그분들이 잠 안자고 시뻘건 눈으로 열심히 할 때 우리는 충분히 자고 낄낄대면서 해야 한다. 그런 태도를 배워보기로 하자. 레이먼드 카버의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소설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체호프의 산문을 읽는 일은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인생은 지독하게 재미없는 농담과 같지만 그런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만약 여러분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성냥에 불이 붙었다면, 호주머니 속에 화약창고가 들어있지 않았음을 기뻐하고 하늘에 감사하십시오. 여러분의 별장으로 가난뱅이 친척들이 들이닥치거든 새하얗게 질리지 말고 환호작약하십시오. 경찰이 아니어서 얼마나 행복한가! 손가락이 가시에 찔렸을 때에도 기뻐하십시오. 눈을 찌르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아내나 처제가 피아노를 두드려대기 시작하거든 발끈하지 마시고 뛸 듯이 기뻐하십시오. 당신은 들개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있거나 고양이들의 연주회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연주를 듣고 있으니 말입니다. 만약 아내가 여러분을 배신한다면 아내가 배신한 것이 조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뻐하십시오."- <인생은 아름다운 것>에서.

아, 즐거운 체호프! 비슷한 맥락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세상의 바보들에게는 웃으면서 화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했고 무라카미 류는 적들에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 체호프를 따라 이렇게 말하자. 국가적인 비극의 조사결과를 오류와 실수투성이로 발표해 망신을 당하고 세계가 조롱하는 국책사업을 개발독재 시대의 마인드로 밀어붙이는 한편, 민간인을 불법 사찰해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특정인의 TV 출연을 막기 위해 제작진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대한민국을 30년 전으로 되돌린 이 황당하고 창피한 정부 밑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2년 넘게 남았다는 사실에 머리를 쥐어뜯지 말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십시오. 20년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10. 07. 13. 

P.S. 나도 며칠 후에는 칼럼을 써야 하기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는데, 덕분에 좀 '가벼운' 기분으로 써보기로 했다. 매번 머리를 쥐어뜯게 되지만, 그래도 4주에 한번씩일 뿐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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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통령은 정말 잘 뽑고 볼 일이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7-17 10:02 
    경향신문에서 '목수정의 파리통신'을 옮겨놓는다(지난번 신형철 칼럼과 짝을 이룰 만하다). "대통령은 정말 잘 뽑고 볼 일이다"가 제목이어서, '좀 센데!'하며 클릭했는데, MB 얘기가 아니라 사르코지 얘기였다. 하지만 결국 MB 얘기. 위안거리는 그렇게 잘났다는 프랑스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 베를루스코니를 총리로 둔 이탈리아 국민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번 월드컵에서 나란히 죽을 쒔다는 점도 공통적
  2. 인생의 아름다움과 비극적 유머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06-11 01:48 
    오늘자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읽기'를 옮겨놓는다. 체호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 대한 '해럴드 블룸의 읽기'를 바탕으로 적은 글이다.번역본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귀부인>(고려대출판부), <사랑에 관하여>(펭귄클래식코리아)에 실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참조했다.참고로 국내에 소개된 체호프 단편집은 이 작품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그렇
 
 
델러웨이부인 2010-07-13 14:30   좋아요 0 | URL
즐거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쟈 2010-07-13 19:12   좋아요 0 | URL
저는 전달자일 뿐인데요...

미지 2010-07-13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사드립니다 ~

로쟈 2010-07-13 19:12   좋아요 0 | URL
제가 대신 감사를 받는 건가요?^^

비로그인 2010-07-13 19:01   좋아요 0 | URL
배신할 아내가 없어서 안타깝네요 ㅋㅋ
매번 머리를 쥐어뜯게 되지만?
이건 상상이 잘 안 되네요.
이렇게 얘기하면 화내실지 모르겠지만 늘 술술 힘들이지 않고 쓰시는 것 같아서요^^

로쟈 2010-07-13 19:08   좋아요 0 | URL
나름대로 쥐어뜯습니다.^^;

paul 2010-07-13 19:10   좋아요 0 | URL
이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일상적 대화의 주제가 된 듯하군요. 정말로 30년 전으로 되돌려진 시간이라면 오히려 지금의 대응방식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행동이 결여된 '비판의 말들'이 유희되고 소비될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왜 대부분의 조소섞인 비판들이 2년이라는 유예를 굳이 들먹이며 고통의 시간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에 골몰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2년 뒤에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인데, 단지 시간의 (길고) 짧음이라는 추상적 안위에 안도하라는 충고가 지나치게 허무하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요. 더 가볍게 읽는다면야 물론 문제 될 것은 없겠죠. 웃으면서 화내는 것은 더 어렵지만, 아직 우리들은 정당하게 화내는 법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로쟈 2010-07-13 19:12   좋아요 0 | URL
"체념하지 않으려면 즐거워야 한다"는 게 한 가지이고, 분노도 축적하려면 즐거움의 외양을 필요로 한다는 게 다른 한 가지입니다. 사실 정색하고 비판하기엔 너무 엉터리 같기도 하구요(천안함 조사결과도 그렇지만). 안에서부터 바가지가 새기도 하고...

루딘 2010-07-14 08:27   좋아요 0 | URL
아내는 배신을 안하는데 조국이 배신을 행하는 파렴치한 현실은 어찌하나요? 조국이라는 개념보다는 정부의 개념이겠지만... 항상 로쟈의 글에 감사를 드리며.

로쟈 2010-07-14 15:42   좋아요 0 | URL
네, 조국은 좀 다르죠. 모국이라고 해도 되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