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SPACE)>(515호)에 실린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편집자의 제안에 따라 <어둠의 도시> 시리즈를 다루기로 했는데, 그래픽노블은 아무래도 좀 생소하고 도시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이야기와 주제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주로 다룬 건 <우르비캉드의 광기>(세미콜론, 2010)이다.

 

공간(10년 10월호) 어둠의 도시들 

프랑수아 스퀴텐이 그림을 그리고 브누아 페테르스가 글을 쓴 그래픽 노블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는 가상의 행성에 있는 가상의 도시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연작만화다. 1983년에 처음 선보인 이후 이제까지 스무 권 가까운 책이 출간됐는데, 국내에 일차로 소개된 건 <기울어진 아이>, <보이지 않는 국경선>, <우르비캉드의 광기>, <한 남자의 그림자> 네 권이다. 이 가상의 행성은 지구와 닮은 풍광을 보여주며, 우리와 닮은 사람들이 비슷한 문명을 건설하고 산다. 다만 기이한 현상이 한 가지씩 등장하는데, 그것이 말하자면 이 연작을 이끄는 ‘어둠’이자 수수께끼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 어둠의 도시들 가운데 개인적으론 우르비캉드 이야기를 가장 밀착해서 읽었다. 판타지이긴 해도 가장 ‘현실감’ 있는 판타지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도시건축가 유겐 로빅이고, 이야기는 로빅의 시점에서 기술되는 일기 형식이다. 우르비캉드란 도시는 원래 제멋대로 생긴 판잣집들 사이로 국적불명의 현대적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흉측한 상태였지만 로빅의 계획에 따라 새롭게 정비 및 재개발된다. 그는 널찍하고 기하학적으로 잘 구획된 거리와 건물들, 그리고 장엄한 정원들을 설계해 다른 도시들의 경탄을 자아낼 만한 수준으로 탈바꿈시킨다. 하지만 대칭과 연속성을 기준으로 삼은 그의 계획은 절반만 실현되는데, 도시의 남북을 연결할 제3대교 건설을 상급 결정위원회에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시의 두 연안이 합의에 따라 분리돼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통로가 생기면 새로운 틈새를 만들어질 것이며, 그것은 다시 새로운 통제체제를 필요로 하게 될 거라는 것이 반대의 정치적 이유였다.    

위원회와의 갈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로빅의 책상에 어느 날 작업장에서 발견됐다는 특이한 정육면체 구조물이 놓인다. 한 변의 길이가 15cm 가량이고 속은 빈 단순한 육면체였다. 그런데 이 육면체가 그의 책상에서 자연적인 생장을 시작해 도시 공간 전체로 확장해나간다. 이것이 우르비캉드 이야기의 핵심 모티브이자 수수께끼다. 로빅은 구조물에 ‘로빅의 네트워크’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자가 생성하는 이 네트워크는 곧 도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며, 그것을 제거하지 못하자 위원회, 곧 통치 권력은 무력화된다. 구조물은 북부 연안까지 뻗어나가서 도시의 남북이 연결되고 주민들은 서로 만나기 시작한다. 육면체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은 직접 교류하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서로 집을 맞바꾸기도 한다.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물 때문에 새로운 생활양식과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이 네트워크 구조물이 구름 저편으로 사라지기 시작하고 폐허만을 흔적으로 남겨놓는다. 구조물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거나 간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돌아올 날짜를 계산하여 발표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위원회의 새로운 권력자가 된 친구 토마스는 로빅을 찾아와 네트워크를 대신할 거대한 건축물을 설계해달라고 부탁한다.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 자가 생성 구조물을 인공적으로 다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로빅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자들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됐으며, 그 계획은 우리가 겪은 그 놀라운 현상의 조잡하고 보기 흉한 아류를 낳고 말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런 상황에서 유겐 로빅의 일기는 아무런 설명 없이 중단된다. 이것이 우르비캉드 이야기의 전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는 아니다. 당혹스러울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구조물에 얽힌 전설’이 부록으로 이어지며 흥미를 보탠다. 과연 우르비캉드 이야기의 핵심인 구조물은 어떤 의미일까? 열 가지 이상의 해석이 제시된다. ‘비인간화된 도시에 자연이 승리하는 예’라거나 ‘실패한 대역사(大役事) 프로젝트’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고, ‘무정부적인 전복의 움직임’을 암시한다는 정치적 해석도 있다. 천재적인 도시건축가가 사랑한 여인으로부터 버림받자 미쳐버렸다는 관점도 있고, 구조물은 신이나 악마라는 종교적 해석도 있다. 전화의 관점에서 ‘구조물은 통신망’이라는 해석도 억지스럽지만은 않다.  

이 다양한 해석에 대한 허구적 저자의 평은 모든 해석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 이야기의 진정한 교훈은 “인간은 내내 어둠 속에서, 무지함 속에서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간단하지만 무한한 결론을 향해 열려 있는 이 구조물은 신들이 어둠의 도시에 사는 인간들에게 보낸 신비한 물체일 수 있으며, 그와 견주어볼 때 인간은 한없이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이야기의 결말에 관한 가장 유력한 가설과 함께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심각한 천재지변이 우르비캉드를 덮치는 바람에 어둠의 도시들 가운데 가장 높은 콧대를 자랑하던 이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지도상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그 가설의 내용이다. 인류 문명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

10. 10. 02.  

P.S.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에서 내가 읽은 건 1차분으로 나온 <기울어진 아이>와 <보이지 않은 국경선>까지인데, 이후에 <한 남자의 그림자>가 더 보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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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신간이 여럿 출간된 가운데, 문학쪽으로 '이주의 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단연 러시아 작가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의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을유문화사, 2010)이다.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설'로 회자되는 작품인데, "일프와 페트로프 이후 최고의 러시아 희극'이란 평도 듣는다(하지만 나도 대학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작가와 작품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었다). 작품명은 '모스크바-페투슈키'인데, 우리식으로 '서울-부산'(서울발 부산행) 같은 경우다. 러시아어판이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해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올가을 기차여행은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열차'를 타보는 걸로 정해야겠다.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10. 10. 02) 술 한 잔, 또 한 잔… 러시아 민초들과 ‘술의 대화’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이 모스크바에서 페투슈키까지 가는 두 시간 남짓의 기차여행이 전부다. 각 장의 제목은 모스크바를 출발해 페투슈키에 도착하기까지 실제로 통과하는 44개의 역 이름이다.

작품은 줄곧 취기로 가득 차 있다. 전화 케이블공인 주인공은 직장에서 쫓겨난 상태다. 술 마시는 것 외에 근무시간에 할 일이 없는 사회주의적 권태에 빠져 있던 중, 동료들의 낮 시간 알코올 소비량을 집계한 그래프를 만들었고, 이것이 실수로 상부에 전달된 탓이다.

이후 그는 애인과 어린 아들이 사는 페투슈키에 가기로 결심한다. 페투슈키는 사실상 평범한 도시일 뿐이지만, 흐물대는 주인공의 의식 속에선 새들이 지저귀길 그치지 않고 재스민 꽃이 시들지 않는 ‘다른 세계’로 그려진다.

주인공은 내내 취한 상태다. 기차에 탄 그는 미리 준비한 각종 술들을 꺼내 마신다. 그러는 동안 다양한 러시아의 민중들이 그에게 다가와 함께 술을 마시며 온갖 담론을 나눈다. 후반부에 이를수록 주인공은 만취 상태에 이르고, 이야기는 점점 더 맥락 없이 난해해진다. 성서와 관련한 상징이 많은데, 역주만 50여쪽에 이른다.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1970년 당시 지하출판돼 반향을 일으켰고, 국내에는 처음 번역됐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그는 짐꾼, 석공, 난방공 등을 전전하며 17년간 신분증도 없이 소비에트 연방 전역을 떠돌며 살았다고 한다.(이로사기자) 

10. 10. 02.  

P.S.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와 <모스크바-페투슈키>에 바쳐진 영화도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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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11-21 11:38 
    한겨레21의 '예술가가 사랑한 술' 코너에서 '체호프의 보드카'가 다뤄졌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지난 봄에 주가한국의 기사에서 다뤄진 것과 같은 아이템이다.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다.      한겨레21(10. 11. 19)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춥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지만 올가을은 남다르게 춥다. 옷장 구석에 묻혀 있던 코트는 옷장 문을 열었을 때 손이 닿기 쉬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
 
 
2010-10-02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2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레디앙, 2008)의 저자 목수정 씨의 새책 <야성의 사랑학>(웅진지식하우스, 2010)이 출간됐다. 개인적으론 지난달에 저자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책의 근간 소식은 알고 있었다. 한국남자들이 거리에서 더이상 여자들을 쫓아다니지 않는다는 얘기를 흘려들었는데, 실제로 책의 프롤로그는 바로 그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런 원시적, 야성적 연애걸기 수법은 21세기 초반에 사라져버린 것으로 추정된다(하긴 몇번 쫓아다녀본 나의 경험도 지난 세기의 일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일독해보시도록 하고, 나는 최근에 사랑과 그 역사에 관한 책이 더 출간된 게 있기에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2010년 10월 01일에 저장
품절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0년 10월 01일에 저장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11월
11,900원 → 10,710원(10%할인) / 마일리지 590원(5% 적립)
2010년 10월 01일에 저장
구판절판
사랑의 역사- 이성애와 동성애, 그 대결의 기록
루이-조르주 탱 지음, 이규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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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01 01:51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읽고 문득 생각해보니 저는 그런 경험이 없네요. 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쫓아가본 경험이요. 아, 정말 형편없는 청춘이었네요...
그래도 몇 번 경험하셨다니 공연히 제가 위로가 됩니다.
같은 40대로서 브라보 아우어 라이프!! 하는 심정으로 말예요^^

로쟈 2010-10-01 06:52   좋아요 0 | URL
그게 좀 쪽팔리는 일이긴 해요. 책에도 "십중팔구 여자들은 무참히 그들의 청을 물리친다."고 써놨네요.^^;

비로그인 2010-10-01 10:20   좋아요 0 | URL
로쟈님이 '쪽팔린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ㅎㅎ

로쟈 2010-10-01 10:38   좋아요 0 | URL
ㅎㅎ 로마에 가면 로마인의 언어를 써야죠...

루딘 2010-10-01 11:21   좋아요 0 | URL
나도 살아가면서 여자 쫓아가면 창피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물러섰던 적이 여러 번 있는 것 같다. 감히 따라 갈 생각을 못하던시절 아님 소심함. 아! 로쟈는 행복하도다.

로쟈 2010-10-02 09:26   좋아요 0 | URL
'한때'란 생각이면 못할 것도 없지요.^^;

리토르넬르 2010-10-01 14:41   좋아요 0 | URL
책 얘기좀 해주시지 아무튼 기회가 되면 살펴 보게 되겠군요. 신비주의 전략 같으니..

로쟈 2010-10-02 09:25   좋아요 0 | URL
책 소개는 여기저기 많이 뜨던데요...

글샘 2010-10-01 16:08   좋아요 0 | URL
어제 책을 잘 받았습니다. 열심히 읽고 리뷰를 올려 보겠습니다.

로쟈 2010-10-02 09:25   좋아요 0 | URL
야금야금 읽으셔도 되는 책이에요.^^

자꾸때리다 2010-10-01 18:16   좋아요 0 | URL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솔로 천국 커플 지옥.

로쟈 2010-10-02 09:24   좋아요 0 | URL
천국에선 좀 외로우실 것 같아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리치킹 2010-10-01 19:16   좋아요 0 | URL
타는 목마름으로 ㅋㅋ

2010-10-01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2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0-01 22:50   좋아요 0 | URL
여하튼 '쫓아다녀야' 뭔가가 되더군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노총각 시절의 어느 늦가을.. 또다른 노총각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에......
제 앞을 걸어가던 '어떤 분'을 발견하곤 졸졸 쫓아가다가... 길도 묻고...
그러다가 결국 셋(숙녀 한 분에 노총각이 둘)이서 함께 저녁도 먹고....
그 후 한참 세월이 흐르고 나서 '매우 엉뚱하게도' 제가 쫓아갔던 그녀한테서
스키장에서 가끔씩 만났던 어떤 아가씨를 만나보라는 제의를 받았답니다.
그래서 우린(?) 서로 얼굴도 모른채 '1:1'로 만나게 되었는데,
지금껏 함께 살고 있답니다. ㅎㅎ
(제가 쫓아갔던 그 분은 이런 사실조차 새까맣게 모르고 있답니다.ㅎㅎ)


로쟈 2010-10-02 09:22   좋아요 0 | URL
10%의 성공담이네요.^^

2010-10-01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2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모사케르 2010-10-19 10:29   좋아요 0 | URL
거리에 나가면 좀 허전하고 뭔가 그립고 했는데 쫒아오는 남자가 없어서 그랬던 거라고 단박에 머리가 끄덕여 지네요.

20세기 땐 20대여서 쫒아오는 남자들이 많았나 보다 했고 21세기엔 20대를 벗어난 여자이니까 쫓아오는 남자가 없나 보다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을이니 사랑에 관한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쫓아오는 남자가 있다면 더 좋을 텐데...

로쟈 2010-10-20 00:25   좋아요 0 | URL
요즘은 쫓아와도 다들 도망갈 거 같은데요.^^
 
글로벌 리스크와 세계시민사회

몇 권의 신간과 함께 오늘 주문한 책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글로벌 위험사회>(길, 2010)다. <위험사회>(새물결)의 문제의식을 더 확장한 걸로 보이는데, 소개기사를 보니 글로벌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방책으로 벡은 세계시민주의에 주목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해서 챙겨놓는다. 

한겨레(10. 09. 30) "글로벌화된 리스크 세계시민주의가 통제가능” 

인간 문명이 최고조로 발전을 이뤘다는 지금, 기후변화는 그 모든 것을 앗아갈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획기적인 에너지원으로 칭송받던 핵발전소는 체르노빌 사건에서 보듯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위협 요소다. 식량난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만든 유전자 조작식품은 생태계에 치명적인 왜곡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갖가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위험사회’라는 말로 우리가 사는 시대의 성격을 날카롭게 규정했던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사진)이 2007년에 쓴 <글로벌 위험사회>가 최근 번역돼 나왔다. 일찌기 위험사회가 지닌 성격으로 ‘글로벌 위험 공동체’를 제시해왔던 벡은,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세계적 차원의 위험사회론을 펼친다.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벡은 ‘리스크’와 ‘재앙’을 구분해 설명한다. 이미 닥친 재앙과 달리, 리스크는 가능성으로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미래의 사건이고 재앙의 예견이다. 여기서 나오는 핵심 개념이 바로 ‘연출’이다. 벡은 “글로벌 리스크는 글로벌 리스크의 현실 연출”이라고 말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위험은 연출을 통해서만 현실성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의 경우 아직 그 위험이 현실로 모두 나타나진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 위험성을 알려주는 등 미래에 일어날 재앙을 현실 속에 나타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출을 통해 리스크는 세상을 바꾸는 정치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의 분배 자체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리스크로 볼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된다. 누가 어떻게 리스크를 현실 속에 연출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지배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테러를 막겠다며 미국 정부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이 수많은 이라크의 민간인 사망자를 낳은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곧 “리스크 정의가 새로운 글로벌 불평등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또 벡은 현대사회에서 세계화된 리스크는 더는 개별 국가에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태·경제·테러리즘 등으로 글로벌 리스크를 구분한 벡은, 글로벌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세계시민주의’에 주목한다.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소외 집단이 더욱 많은 발언권을 얻어 불평등을 벗어날 수 있으려면, 개별국가의 틀을 뛰어넘은 세계주의에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벡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무지’를 동력으로 삼는 성찰의 힘이다. 그는 “현대사회는 실패해서가 아니라 성공해서 병을 앓는다”고 진단한다. 글로벌한 위험에 노출된 이들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목소리와 자기 성찰과 비판에 귀를 열 때 글로벌 리스크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계몽’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진보적 인식이다.(최원형 기자) 

10. 09.29.  

P.S. <글로벌 위험사회>는 물론 <위험사회>와 짝이 되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론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들과 나란히 놓고 싶다. <유동하는 공포>(산책자, 2009)와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한길사, 2003)이 내가 염두에 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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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외출길에 우편함에 <출판문화>(538호)가 배송돼 있기에 꺼내 읽었다. 권두언에 해당하는 '초대석' 코너에 '우리시대 왜 인문학을 말하는가?'란 주제의 원고를 청탁받아 쓴 글이 실렸다. 주제가 너무 거창하여 주로 '5피트 책꽂이'와 '독서국민'을 화두로 삼아 나대로의 생각을 적었다. 오탈자를 바로 잡아 옮겨놓는다.   

 

출판문화(10년 9월) 우리시대 왜 인문학을 말하는가?  

‘우리시대 왜 인문학을 말하는가?’는 ‘곁다리 인문학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거창한 주제다. 나는 그냥 ‘5피트 책꽂이’ 이야기에서 내가 느낀 바를 조금 적고 싶다. ‘피트’란 단위에서 우리네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짐작하실 것이다. 미국 얘기다. 지난 세기 초의 일인데, 무려 40년 동안이나 하버드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한 찰스 엘리엇이 은퇴할 무렵에 한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50권짜리 전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51권이다. 일방적인 제안은 아니었고, 엘리엇 총장이 평소에 “5피트 책꽂이면 몇 년 과정의 일반교양 교육을 대체할 만한 책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런 지론을 바탕으로 1909년에 펴낸 것이 ‘하버드 클래식’이란 전집이고, 이 전집의 별칭이 ‘5피트 책꽂이’다.  

<하버드 인문학 서재>(21세기북스, 2010)의 저자 크리스토퍼 베하의 묘사에 따르면, 자신의 외할머니가 소장한 이 전집은 한 칸의 폭이 2피트인 책꽂이 세 칸을 차지했다. 세 칸의 높이가 5피트 가량 되는 셈이니까 꽤 큼직한 책들인 듯싶다. 각 권마다 400-500쪽이라고 하니까 분량도 만만찮다. 엘리엇은 하루에 15분씩만 투자하면 누구라도 고등교육이 제공하는 최상위 수준의 교양을 갖출 수 있다고 장담했고 또 그렇게 기대했다. 그로서는 ‘5피트 책꽂이’가 교양의 ‘핵심’이자 ‘최소한’이었던 모양이다. 하나의 교과과정처럼 편집한 이 전집에서 그는 독자가 세계 사상의 주요 흐름을 간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그야말로 인간에게 알려진 가장 위대한 교과서”로 비치길 원했다. 그로부터 두 세대가 지나서 베하는 2006년 연말에 거의 100년 전에 나온 이 전집 완독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2007년 1년 동안 독서록을 썼다. 견적상으론 1주일에 한권씩, 하루에 60-70쪽 정도씩 읽는 일이었고, 일견 대단한 일로 보이지 않지만 이뤄낸 성취는 작지 않아 보인다. 사실 우리의 경우 대학 교양과목을 2년간 듣는다고 해서 50권 정도의 고전을 독파하는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버드 인문학 서재>에는 1권의 첫 작품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서부터 우리에겐 생소한 49권의 마지막 작품 윌리엄 모리스의 <볼숭과 니벨룽 이야기>까지 하버드 클래식의 전체 목차와 요지가 부록으로 수록돼 있는데, 100년 전 ‘목록’인 만큼 유익한 참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절대적이진 않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더 중요한 것은 이 목록이 아니라 ‘5피트 책꽂이’라는 기획이다. 민주 시민이 공유해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 제시되고 그것이 실제로 읽히는 사회는 그렇지 못한 사회와 좀 구별되지 않을까.  

하버드 클래식은 출간 이후 20년 동안 약 50만질, 낱권으로는 1000만권 가량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게 어느 정도의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시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또 모든 독자가 이 전집을 통해서 애초에 엘리엇이 기대한 만큼의 지적 수준과 교양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도 미지수더라도 그들의 집집마다 같은 전집이 꽂혀 있었다는 사실 자체의 의의는 간과할 수 없다. 책에 대한 기억과 독서 경험을 공유한다면 그들은 이미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니까. 설사 무얼 읽었는지 다 망각한다손 치더라도, 라이오넬 트릴링의 말대로 같은 걸 잊어버리는 것이므로 의의가 없지 않다.   

미국에서 그렇듯 국민적 교양을 위한 고전 전집이 기획되고 읽히기 시작할 때 일본에서는 막 ‘독서국민’이 형성되고 있었다. 나가미네 시게토시의 <독서국민의 탄생>(푸른역사, 2010)에 따르면, 메이지 30년대(1897-1906)에 일본의 독서문화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독서국민이란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밴 국민’을 가리키며 좀더 구체적으론 ‘신문이나 잡지, 소설 등 활자미디어를 일상적으로 읽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을 뜻한다. 이러한 독서국민은 물론 근대의 새로운 독자층의 형성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독서국민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가? 두 가지가 필수적인 계기였다. 하나는 읽고 쓰는 능력과 독서 습관의 보급이었고, 다른 하나는 독서 자료의 지속적인 공급이었다. 메이지 시대 일본 국민 대다수는 소학교 졸업자였지만 그 정도 교육으로는 읽고 쓰는 능력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지방에 많은 도서관을 설립했고, 독서회나 순회문고 사업 등에 나선 언론사들도 독서 습관을 기르는 데 일조했다. 신문이나 잡지를 팔기 위해서라도 문맹퇴치와 일반적인 독서능력 함양은 필수적인 요구였다. 거기에 근대적 철도의 부설에 따라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게 된 출판 자본이 근대 일본어로 쓰인 책들을 찍어내면서 바야흐로 독서국민이 탄생하게 됐다.  

이러한 사례들에 견주면 우리의 출발은 매우 불우했다. 1910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된 데다가, 비록 근대식 교육과 언론이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독서국민은 형성되기 어려웠다. 30%의 식자층만이 한글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일본어 책까지 읽을 수 있는 엘리트 독자층은 10%를 넘지 않았다. 사회경제적 계급 이전에 한 민족이라는 공동체는 읽고 쓰는 능력의 유무에 따라 분할돼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라면 모든 구성원을 동등한 주권자로 전제하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정착이 제대로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기 어렵고, 서구식 민주주의가 도입된 해방 이후 한국 현대 정치사의 굴곡은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군주가 통치하는 왕정국가라면 그 국가의 존립과 흥망을 좌우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군주 한 사람의 학식과 덕성이다. 그런 것이 그의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따라서 예비 군주의 교육이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지며, 그의 배움을 일컬어 ‘성학(聖學)’이라 불러왔다. 똑같은 원리가 민주주의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국민 각자가 주권을 갖는 정치체제가 민주주의라면,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그 주권자의 역량, 곧 국민의 일반적 역량이다. 그리고 그 역량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그 사고력과 판단력의 원천이라 할 지식과 교양이다. 그것은 어떻게 얻어지는가? 물론 책을 통해서, 독서를 통해서이다. 기본적인 독서력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민주사회의 기본 토대이자 버팀목이다. 그런 독서력의 중요성에 비하면 책의 종류는 부차적이다.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밴” 다음이라면 어떤 종류의 독서라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들 각자는 ‘독서국민’이며 대한민국은 독서 강국이라 할 만한가? 우리는 국민 개개인이 주권자로서 자랑할 만한 식견과 교양을 갖고 있는가? 우리의 교육과 독서 현실은 그러한 시민을 양성하기에 모자람이 없는가?  

해마다 반복되는 설문결과이지만, 우리의 독서율은 한 달 평균 1권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 한다. 이런 지표를 놓고서는 사실 어떤 책을 읽어보라는 식의 독서지도가 무의미하다. 하루에 30분씩만 책을 읽어도 요즘 나오는 200-300쪽 짜리 책이라면 일주일에 한 권은 너끈히 읽을 수 있다. 적어도 독서가 습관으로 밴 국민이라면 한 달에 4-5권은 읽어야 ‘정상’이다. 그런 면으로 보자면, 우리는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 ‘독서국민’이 돼본 적이 없다. 독서국민의 ‘효과’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5피트 책꽂이’를 집집마다 끼고 살지도 않으며, 자신의 무지와 무교양을 부끄러워하거나 슬퍼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평균적으로는 그렇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런 우리가 또한 세계 7위의 출판대국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그 많은 책들은 누가 다 읽는 것인지 궁금할 뿐더러 누구를 위해서 책을 만드는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자명한 것은 이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세계 7위의 출판대국이라는 것보다는 세계 7위 이상의 독서대국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도 바람직하리라는 점이다. 남에게 별로 지기 싫어하는 우리가 이 정도 욕심은 내봄직하지 않을까.   

한동안 한 방송사와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등의 단체에서 지역 도서관 건립운동을 벌인 바 있다. 지역민의 독서와 문화생활의 기본 거점이 되어야 할 도서관은 현재보다 대폭적으로 늘어나야 하고, 장서 및 설비도 크게 확충되어야 한다. 그건 두말할 것도 없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타령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국민이 저마다 자기 책장 갖기를 실천하는 것은 어떤가. ‘5피트’ 대신에 ‘다섯 자’짜리라고 해도 좋겠다. 물론 참고서나 수험용 책 말고 순수하게 자신의 지적 교양을 높이기 위한 고전이나 인문서를 꽂아둘 책장이어야겠다. ‘하버드 클래식’에 견줄 만한 필독 고전 목록을 제시해도 좋겠고, 도서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고려해봄직하다.  

출판계 안팎의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대로 독서력을 갖춘 독자층이 점점 줄고, 제대로 된 독서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아무리 좋은 인문서가 출간돼도 사장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한편으론 독자를 유인할 만한 좋은 책이 계속 나와야겠지만, 다른 한편에선 그런 책을 알아보고 읽을 수 있는 독자를 교육하고 길러내야 한다. 나는 우리시대 인문학에 대한 고민이 이런 ‘바닥’에서부터 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책을 읽어야 하고 독서국민이 돼야 하는가, 라고 혹 질문하실지 모르겠다. 치명적인 질문이다. 굳이 산에 올라가봐야 하느냐, 굳이 인생을 다 살아봐야 하느냐, 란 질문처럼. 답하자면, 우리가 그래본 적이 없으므로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온 국민이 매주 한권씩 책을 읽는 사회를 꿈꿔본다. 

10.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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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9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9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 2010-09-29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로쟈님의 글을 눈팅만 하다가 이제야 겨우 댓글 씁니다. 너무 감동적인 글이네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로쟈 2010-09-29 08:17   좋아요 0 | URL
감동적이라고 하시니 제가 감동을 받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9-2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피트면...152.4센티미터...삼단으로 구성했다고 가정했을 때 책장의 칸막이 두께를 2.5센티로 잡았을 때 10센티가 날라가고..책을 꽂을 여유공간 털어내면 권당 책 높이는 적어도 40센티는 된다는 말이군요.(아침부터 계산기 두둘기고 난리 중)

로쟈 2010-09-29 08:44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시면 책장 사진도 뜨는데, 어떻게 해서 5피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알로하 2010-09-2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있었습니다. 최근 읽은 어떤 글보다 독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로쟈 2010-09-29 16:42   좋아요 0 | URL
음, 반응이 나쁘진 않군요.^^

워킹슬로울리 2010-09-2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어제 홍대 상상마당 가셧어요?!
얼핏 뵌거 같은데!

로쟈 2010-09-29 16:42   좋아요 0 | URL
네.^^ 편집팀과 발문을 쓴 신형철 평론가도 같이 있었습니다.^^

oren 2010-09-29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독서라는 주제 앞에서는 언제나 불끈하시니 댓글로라도 응원하고 싶네요.

인간이 지구상의 주인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탁월한 전달능력' 때문일텐데,
책이나 독서만큼 '엄청난 것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전달해 주는 것도 드물다 싶네요.
그 책을 만든 '글자 형태의 언어'에 대해 갈릴레오가 극찬한 대목을 읽었는데 옮겨봅니다.
****
그러나 그 모든 위대한 발명품을 능가하는 것이 있으니, 비록 시간과 공간이라는 강력한 장벽이 놓여 있지만 자신의 깊은 사고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단을 꿈꾸었던 자의 마음은 얼마나 위대했던가! 인도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 또는 앞으로 천 년이나 만 년이 지나도 태어나지 않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다니, 스무 개의 철자를 종이 한 장에 배열해 그렇게 쉽게 의사를 소통하다니!

로쟈 2010-09-29 16:43   좋아요 0 | URL
뭐든지 꺼내놓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햇빛눈물 2010-09-3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으로 댓글을 작성합니다. 한 2년 전부터 로쟈님 글방에 들어와서 매번 좋은 글과 기사만 본 덕분에 저도 알라딘 블로그도 만들고 했습니다. 평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궁금하며 고민하는 '독서', '독서습관'에 대한 글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나름 책도 많이 읽고 책에 엄밀히 말하면 활자에 관심 있어하는 축에 속하지만 제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아 때론 답답할때도 있습니다. "왜 책을 읽지 않을까?하고요 직업상 그래도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글에 쓰신 것처럼 우리나라 국민이 '독서국민'이 된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벌어지지 않겠죠? 제가 사는 동네가 관악구인데 저번 선거할때 관악구청장(현구청장) 민주당(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후보가 내건 공약중 큰 부분이 도서관 확충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예전에 국회도서관장을 지냈다고 하더니 책과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듯 했습니다. 아직 뭐 별다른 변화는 없지만 내심 기대해봅니다. 집 앞에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왠지 모르게 도서관에 가면 평온해지고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 느낌을 어릴때부터 느끼고 간직한다면 언젠가 우리도 '독서국민'이라 불릴수 있는 그날이 오겠죠...(혹 글을 제 블로그에 스크랩해도 되겠습니까?)

로쟈 2010-09-30 08:50   좋아요 0 | URL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기본'인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뭐가 달라질지 저도 궁금해서요. 스크랩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2010-09-30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