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심도서' 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0)와 함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려주는 또 다른 책은 마크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사이언스북스, 2010)다. 이른바 '사회물리학' 입문서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관련서로는 필립 볼의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까치, 2008)가 있다. 일간지 리뷰 가운데 두 편을 스크랩해놓는다. 매일경제의 소개는 책의 서문을 정리해주고 있고, 중앙일보는 전문가 리뷰를 싣고 있다.  

  

매일경제(10. 11. 27) 사회속에 숨어있는 물리학법칙 찾아라

1970년대 미국 대도시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거주 지역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었다. 흑인들은 도심 지역에 고립된 채 빈곤에 허덕였고, 백인들은 부유한 교외에 살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인종 분리가 인종차별주의의 영향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은 이 문제의 원인이 '차별'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셸링의 연구 결과 다른 인종과 잘 섞여지내는 사람들도 자신이 외로운 원자로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고 있었다. 차별이 아닌 다른 근본적인 이유 때문에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인종 분리의 이면에는 개개인 생각보다 더 강력한 어떤 힘이 작용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의 연구는 특이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우선 그는 체스판에 흰 동전과 검은 동전을 무작위로 배열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인종주의자여서 이웃에 다른 인종이 하나라도 있으면 이사를 한다'는 규칙 하에 동전들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때는 당연히 인종간 분리가 아주 빠르게 일어났다.

그는 다시 흰 동전과 검은 동전을 무작위로 배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람들은 다른 인종들과 잘 어울리지만, 주변에 다른 인종만 가득한 곳에서 혼자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규칙을 세웠다. 실험 결과 이번에도 동전들이 완전히 흑과 백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71년 발표된 이 논문은 '사회 전체의 결과는 특정한 사람들의 욕망이나 의도, 습관이나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인간 세계에는 구성원의 심리보다 더 강력한 어떤 '법칙'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원자'는 사회를 하나의 물체로, 인간은 그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원자로 이해하면서 배후에 숨어 있는 패턴이나 수학적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편집자로 일한 바 있는 이론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 그는 인종주의, 민족 학살, 주식시장의 주가 변동, 헛소문과 루머의 확산 등 온갖 사회 과학적 사례를 물리학적인 방법으로 깔끔하게 설명해 낸다.

인간 세상에는 철학, 인문학, 사회학, 경제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수수께끼가 존재한다.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는 여기에 '과학'이라는 또 다른 렌즈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정아영 기자)   

중앙일보(10. 11 27) 사회 물리학 … 모방·적응·기회주의자 …

신간 『사회적 원자(The Social Atom)』는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마치 자연을 이해하듯 과학적 방법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사회 물리학(social physics)’의 야심찬 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회 물리학은 사회를 하나의 물체로, 그리고 인간을 그 사회를 이루는 ‘원자’로 이해하려는 학제간 연구 분야이다. 부의 불평등, 인종분리, 금융 시장의 등락 등 전통적 사회과학이 못푼 인간 사회의 문제를 물리학 방법론으로 대신 풀어보겠다는 시도다.

이론물리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저자 마크 뷰캐넌은 이 책을 “부, 권력과 정치, 계급 사이의 증오, 인종 분리에 대한 책”이라고 정의한다. 인간 사회의 문제가 복잡한 이유를 인간 자체의 복잡성에서 찾는 기존의 사회과학적 관점을 저자는 거부한다. 자연과 인간세계에 대한 저자의 관찰에 따르면 인간은 그리 복잡하지도 자연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특히 집단행동의 경우 자연과 인간을 구분짓는 기존의 관점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물리학의 연원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대도시에서 흑백 인종분리가 큰 문제로 대두됐다. 당연히 인종주의 탓으로 돌려지곤 했다. 그런데 1971년 하버드대 경제학자 토머스 셀링은 ‘극단적인 소수를 꺼리는 성향’을 규칙화하여 체스판 위에 인공 사회를 구현해 보았다. 그 결과 아무도 바라지 않더라도 잘 섞여있던 사회가, 마치 물과 기름이 분리되듯이, 인종분리로 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체스게임은 사회 집단이 각 개인의 욕망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줄곧 인용된다.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셀링의 선구적 연구 이후 주가의 등락, 교통의 흐름, 패션의 유행, 집단적 히스테리 등 사회과학의 고전적 주제들을 인간의 집단 행동을 통해 설명하려는 사회물리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크 뷰캐넌은 “인간은 부화뇌동하는 동물이다. 펭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정보가 부족하면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한다. 펭귄들이 한 마리가 먼저 들어가 아무 일 없으면 그때서야 물에 몸을 던지듯이. 인간은 과연 펭귄과 얼마나 같고 다른가, 『사회적 원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물질 세계의 원자가 작동하는 방식과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사는 방식이 서로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자는 어떤 합리적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지만 정교한 열역학의 법칙을 만들어 낸다. 인간도 각자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총합인 사회의 집단적 행동은 예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서 집단을 움직이는 패턴 혹은 법칙을 찾아내려 시도한다. 한 원자가 다른 원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인간은 분명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집단 속에서 그리 자유롭지만은 않다. 저자가 볼 때, 인간은 마치 펭귄과 같이 무리를 지어 살면서 서로를 모방하고, 적응하며 산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은 이성적인 계산기가 아니다. 상황에 적응하는 기회주의자이다.”

물론,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물리 방정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자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너무나 복잡하다”는 불가지론적 인간과학 관점이나 “인간은 합리적 선택 가설에 근거한 이성적인 존재”로 보는 고전경제학과 출발점을 달리한다. 자연 현상을 잘 설명해낸 자연 과학의 방법과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인간 사회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제안한다.

책에는 복잡계 이론, 네트워크과학, 신경 과학, 행동 경제학, 진화 심리학 등 최신 과학 방법론도 소개된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 전문지식이 없이도 인간과 사회 집단과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앞으로 사회물리학이 펼쳐갈 미래가 어떤 모습을 가질 지, 과연 인간 사회의 고질적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김승환 포항공대 교수_물리학) 

10.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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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정리하다가 몇주 전 교수신문의 기사가 눈에 띄기에 일부를 옮겨놓는다. 한국의 푸코 수용사에 대해 점검하고 있는 학술대회 발표문의 요약이다. 전공자가 바라보는 푸코 수용사의 오해와 과제가 무엇인지 정리해볼 수 있다. 발표자는 '푸코의 근대성'에 관한 연구로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은 허경 박사이다. 들뢰즈의 <푸코>(동문선, 2003)를 우리말로 옮긴 바 있다. 

교수신문(10. 11. 08) 푸코 번역이 가져온 한국 지식인 담론의 변화  

(...) 푸코의 한국적 수용사에서 또 하나 검토해야 할 부분은 국내외에 널리 펴져 있는 푸코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이다. 우선, 푸코는 대부분 후기구조주의자로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푸코 자신이 구조주의자라는 명칭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이해는 매우 도식적이다. 이는 푸코의 사유를 광의의 의미로라도 ‘구조주의적’이라 칭할 수 있는 시기는 아무리 늦게 잡아도 1960년대 말까지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주로 푸코를 포스트마르크스주의자로서 바라보는 견해에 관련된 것으로, 이러한 이해는 대부분 푸코를 푸코 자신이 권력-지식론을 통해 폐기처분한 진리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혹은 프랑크푸르트학파 또는 그람시와 같은 문제틀 안에서 자주 보이는 경우이다.

셋째,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오해는 푸코를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스트로서 바라보는 관점이다. 푸코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을 자신의 저작 혹은 대담에 걸쳐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 근대와 근대성의 시기를 가장 중요시하는 사상가로서 그러한 문제틀을 명백히 거부하고 있다. 서구인인 푸코에게 자신의 곧 서구의 현대란 서구의 근대 시기에 의해 구성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탐구는 현대를 구성한 ‘현대의 零度’로서의 근대의 탐구를 필연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면에서 푸코에게 ‘근대’란 아직 끝나지 않은 시기 곧 오늘, 현대이며 따라서 푸코에게 이른바 ‘포스트모던’이란 하나의 사이비 문제로서 인식된다.

넷째, 하버마스를 필두로 한 헤겔주의적 이해가 있다. 이들은 푸코가 “합리주의 전통을 거부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역시 푸코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 푸코가 거부하는 것은 헤겔주의와-혹은 어떤 다른 이론과-합리성 자체를 동일시하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 이외의 다른 합리성은 없다는 독단적 합리성의 형식을 거부할 뿐이다. 푸코에게 있어서 합리성의 형식은 늘 복수와 다수성으로서만 존재하고 나타난다. 하버마스의 푸코 비판은 근본적으로 푸코가 헤겔주의적 합리성을 인정하지 않고 다수의 합리성 형식들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점, 곧 푸코가 헤겔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며, ‘근대’ 혹은 ‘계몽’에 대한 푸코의 입장에 대한 근본적 오해에 기반한 것이다.

수용 과정의 오해와 극복할 점들
다섯째, 좀 더 세부적인 것으로서, 푸코의 권력-지식론과 관련된 이해다. ‘지식은 어떻게 권력에 봉사했는지’, ‘문명의 역사는 결국 인간의 자유를 억압해온 권력의 역사’라는 문제틀이다. 이는 사실상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관한 플라톤 이래 마르크스까지 이어지는 서구의 전통적 관점으로, 전통적인 자유-억압-해방의 이론틀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푸코의 권력-지식론은 이와 달리 “권력과 지식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분리불가능하게 서로를 구성했으며, 그것들 각각이 서로에 대해 미친 생산적 효과를 분석하려는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푸코는 권력에 관해 일반적으로 상정되는 이른바 억압-해방의 가설을 명백히 거부 혹은 제한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푸코 수용사의 과제 상황들은 무엇일까.
1) 푸코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번역본의 확립이 시급하다.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의 저술들 중 국내에 번역된 것은 어림잡아 보아도 프랑스 현지 저술 분량 전체의 1/3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번역의 질이라는 문제까지 더 해진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2) 푸코 사상의 균형 잡힌 이해가 요청된다. 이제까지의 푸코 이해는 사실상 ‘자신이 읽은 푸코에 한정된 이해’에 불과한 경우가 태반이다. 혹은 푸코 전공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자신의 전공 혹은 지적 취향에 맞추어 ‘과학사가’, ‘문학비평가’, ‘권력과 지식의 철학자’, ‘고고학자’, ‘주체의 해석학자’ 등처럼 푸코의 일면을 전체인 것처럼 강조하거나, 혹은 강조점을 이동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푸코가 사용한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실상 앞의 두 가지 문제 상황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부정확한 푸코 이해에 기반해 자신의 논지를 전개시키는 경우이다. 이는 주로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푸코의 주요 개념어에 관련된 저작 혹은 푸코 주요 개념어 사전의 발간, 그리고 이제까지 국내에서 저술되거나 번역된 푸코 관련 연구서ㆍ논문 등을 망라한 서지 및 일람표의 작성ㆍ발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 자신이 유학한 국가 혹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국가의 일반적 연구 동향에 따르는 편향된 이해를 푸코에 대한 일반적 이해인 것처럼 당연시하는 오류의 경우가 있다. 각 연구자들은 그러한 이해가 편향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야 한다.

5)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푸코의 이론을 마치 마르크스의 지위를 대체하는 또 하나의 이론적 지주로서 신봉하거나 우상화하는 ‘식민주의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푸코는 결국 어떤 경우에도, 마치 이전 시대의 칸트나 헤겔, 마르크스 혹은 베버의 경우에처럼, 그 ‘오리엔탈리스트적 함의’를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한 명의 서구 사상가에 불과하고, 우리는 오늘 우리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이용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허경_고려대 철학연구소)

■ 이 글은 2010년 1월 15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번역비평학회의 월례발표회,  동 학회 주최로 2010년 10월 9일 강원대에서 열린 학술대회 등에 제출한 논문들을 요약한 것이다.  

1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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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7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헌내 2010-11-2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푸코까지도 관심 있으시군요..
 

'이주의 관심도서' 리스트를 만들어놓기로 한다. 건너뛸 때도 있겠지만, 매주 눈에 띄는 책 다섯 권씩을 골라놓을 참이다. 사실 어제 신간을 검색하다가 얼추 다섯 권 정도가 차기에 직접 구입도 하고 장바구니에 넣기도 했는데, 그 리스트이기도 하다. 주종은 물론 인문사회과학쪽이다. 그중 가장 평이하면서도 모두가 읽어볼 만한 책은 앨버트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0)이다. 원제는 '반동의 수사학'으로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가 번역본의 부제다. 우석훈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허무주의야말로 가진 자들이 바라는 가장 강력한 대중적 경향이다. 부디 독자 여러분도 허시먼과 함께 허무주의로부터 벗어날 첫 출발점을 찾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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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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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의 '문화와 세상' 꼭지를 옮겨놓는다. 어제 오전에 쓴 것인데, '기본소득'에 관한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칼럼은 '미친 존재감의 민주주의'에서 멈추었다. 요지는 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한 지적과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의 발명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참고한 책은 박홍규 교수의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필맥, 2005)와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 2010)이다. 기본소득 문제를 다룬 <분배의 재구성>(나눔의집, 2010)도 조금 참고했지만 칼럼에 담지는 못했다.  

경향신문(10. 11. 23) [문화와 세상]‘미친 존재감’의 민주주의를 꿈꾼다

서양 민주주의의 기원이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 특히 아테네의 민주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실상은 어떠했을까?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리의 상식을 조금 보강할 필요가 있겠다. 일단 기본적인 정보를 나열하면 당시 아테네의 인구는 20만~25만명 정도였고, 시민으로서 권리를 인정받는 성인 남성은 약 3만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노예와 여성이 시민에서 배제된 까닭이다. 그래도 그 3만명은 매달 수차례, 매년 40회씩 광장에 모여 국정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결권을 행사했다. 물론 다 모인 건 아니어서 한 번에 5000~6000명 정도가 참여했고,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모였지만 출석 수당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것이 민주주의의 ‘기원’이라면 우리는 그보다 더 진전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을까?

어떤 기원이 모델로서의 의미도 갖는다면 노예와 여성을 배제한 아테네 방식을 ‘제한적’ 민주주의라고 평가절하할 수만은 없다. 거꾸로 그 ‘제한적’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제한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알다시피 민주주의의 대전제는 모든 시민 혹은 국민이 정치적 주권자로서 평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민들 ‘사이의’ 평등이며, 모든 인간이 ‘시민’으로 인정받지는 않았다. 아테네의 경우에 노예와 여성은 생산활동과 가사노동을 전담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직 성인 남성만이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차별의 정당성이 아니라 두 가지 활동의 병행이 어렵다는 인식이다.

가령 아테네에서 공무원이나 법관 같은 공직은 1년 임기의 추천제였다. 요즘 초등학교 일부 교실에서 반장을 돌아가면서 맡는 식이다. 그렇게 시민권을 가진 자는 누구나 공직자가 될 수 있었지만 무보수 명예직이어서 돈벌이가 되지는 않았다. 거꾸로 그럼에도 공직을 맡을 수 있었던 건 모든 시민이 어느 정도는 먹고살 만했기 때문이다.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공직을 사익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시민으로서의 명예와 공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아테네식 민주주의가 시사해 주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물적 토대’가 갖는 의의다.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의식’만 가지고 작동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노예적 삶으로부터 해방된 시민을 필요로 한다.

‘잉여’라고 자칭하는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가 만만치 않다. “민주주의가 되어도 내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내’가 참여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들의 민주주의’다. 마치 노예와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테네 민주주의처럼 말이다. 구조적인 취업난 속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다수의 청춘들이 “우린 아직 인간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한다. 그들의 모습을 담은 책 제목을 빌리면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항변한다. 물론 ‘비인간’으로 내쫓기는 것은 청춘들만이 아니다. 우리시대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시민’의 삶이 아닌 ‘난민’의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정치적·제도적 공간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쩌면 그리스의 제한적 민주주의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시민과 비시민을 분할하는 민주주의 말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혹 모든 구성원을 주권자 시민으로서 포함하고 대우하는 민주주의를 우리는 새로 발명할 수 있을까? 유행하는 말로 ‘미친 존재감’을 자랑할 만한 민주주의를 잠시 꿈꾼다

10.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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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국식 민주주의가 옳은 길인가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12-19 09:26 
    어제 '뒷북성'으로 발견한 책은 왕사오광의 <민주사강>(에버리치홀딩스, 2010)이다. 서구식 민주주의, 특히 미국식 민주주의를 비판한 책으로 경제대국 중국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책으로 소개됐는데, 사실 저자의 민주주의 비판은 '상식'으로 수용될 필요가 있다(가라타니 고진이나 지젝의 민주주의 비판도 맥락을 같이한다). 민주주의를 사라지게 만드는 현재의 민주주의( ‘자유’ 민주주의, ‘간접’ 민주주의, ‘헌
 
 
2010-11-25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드카로 시작해서 맥주로 끝내기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한겨레21의 '예술가가 사랑한 술' 코너에서 '체호프의 보드카'가 다뤄졌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지난 봄에 주간한국의 기사에서 다뤄진 것과 같은 아이템이다.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다.  

  

한겨레21(10. 11. 19)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춥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지만 올가을은 남다르게 춥다. 옷장 구석에 묻혀 있던 코트는 옷장 문을 열었을 때 손이 닿기 쉬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러시아인은 대륙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겨울이면 보드카를 마신다는데, 어깨에 한기가 오스스 돋아나기 시작한 요즘, 보드카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졌다. 칵테일의 베이스로 여기저기서 보드카를 흡수해왔겠지만 한 번도 스트레이트로 먹어본 적은 없다. 한 잔, 단 한 잔만 마신다면 왠지 몸에서 열이 펄펄 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집착하며 밤 11시 야근을 마치고 셔터를 반쯤 내린 슈퍼마켓에 허리를 잔뜩 굽히고 기어들어가 보드카 한 병을 ‘득템’했다. 추위에 대비한 월동 준비 물품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도전해보리라 생각한 안톤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8가지 코스 메뉴를 채우려면 보드카가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체호프는 1880년께 ‘자명종 달력’이라는 글에 언론인에게 맞춤한 메뉴를 작성해 실었다. 8단계 코스는 다음과 같다. 1. 보드카 한 잔 2. 양배추 수프와 카샤(메밀가루로 쑨 죽의 일종) 3. 보드카 두 잔 4. 양고추냉이를 곁들인 어린 돼지고기 요리 5. 보드카 세 잔 6. 양고추냉이·고춧가루·간장 7. 보드카 네 잔 8. 맥주 일곱 병

술잔이 없어 커다란 머그의 바닥에 보드카를 공평하게 펼쳤다. 한 모금 마시니 뜨끈한 감각이 뱃속을 데웠다. 바깥의 찬 공기를 쏘인 피부는 여전히 차갑고 몸속만 따뜻해지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올겨울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하지 않고 오늘은 8코스 중 1단계에만 머물기로 한다.

알코올을 무려 40% 포함한 보드카는 타는 듯 목을 타고 내려가 온몸 구석구석에 뜨거운 기운을 전했다. 러시아에서 처음 판매될 때는 60%에 이르는 보드카도 생산됐다고 한다. 몇 잔이면 쉬이 취하는 이 술을 두고 차이콥스키는 “보드카에 취해 게슴츠레한 얼굴로 비틀거리던 러시아 백성들 모습을 가락으로 바꾸면 <백조의 호수> 같은 러시아 음악이 된다”고 했다.

여기, 게슴츠레하게 비틀거리는 이들로 그득한 문학작품도 있다. 소련 지하 출판물 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는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의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열차>는 취기로 출렁대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페투슈키에 이르기까지 2시간 남짓의 기차여행을 한다. 그는 44개 역을 거치면서 준비해온 각종 술을 꺼내먹으며 만취 상태에 도달한다. 흔들리는 시선과 끊임없이 웅웅대는 대화들을 따라가노라면 읽는 이도 함께 취할 지경이다. 술자리에서 덜 취한 이가 취한 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듯, 대화의 맥락을 따라잡으라고 알려주는 각주만 50여 쪽에 이른다. 올해 초 독일에서는 예로페예프의 이 소설을 연극으로 옮긴 무대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마르크 슐체가 진짜 보드카를 마시며 연기하다 술을 못 이겨 급히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단다.

독한 보드카는 아이러니하게도 서양에서 해장술의 베이스로도 쓰인다고 한다. ‘블러디 메리’는 보드카에 토마토 주스와 우스터 소스, 소금, 후추를 조금 넣고 셀러리와 레몬 조각 등으로 장식한 칵테일이다. 숙취 해소에 좋아 브런치와 함께 곁들이는 경우가 많단다. 따뜻한 취기를 주는 것에서 시작해 숙취까지 돕는 술이라니, 올겨울 완벽한 술을 찾은 것 같다!(신소윤 기자)  

1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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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1-2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일하게 즐기는(?) 블러드 메리가 이런 효과가 있었군요. 머리로는 몰라도 몸은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네요.

로쟈 2010-11-24 08:31   좋아요 0 | URL
모든 술하고 잘 어울려서 보드카를 성격 좋은 술이라고 하더군요...

2010-11-22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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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4 0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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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4 1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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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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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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