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방사수는 못하더라도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나는 가수다'와 '나는 꼼수다'이다. 딴지라디오의 '나는 꼼수다'는 물론 '나가수'가 없었다면 등장하지 않았을 테니 일종의 파생물이다. 더불어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역시나 가능하지 않았을 테니 이쪽으로도 파생물이다. 그래서 결국 2011년에야 비로소 가능하게 됐지만, 어쩌면 역사는 2011년을 '나는 꼼수다'와 함께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거기에 비하면 조중동이 그렇게 공을 들이는 '종편'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그들은 망할 것이다!). 물론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서이지만(그렇게 된다면 2할은 나꼼수 덕일지도 모른다. 8할은 물론 '가카' 덕분이고). '나는 가수다' 본방 시간이 다가오는 김에, '나는 꼼수다'에 헌정하는 페이퍼도 올려놓는다. 이미 충분히 화제가 되고 있기에 뒷북성이긴 하지만, 주로 특기가 뒷북인 분들은 참고하시길. '나꼼수' 4인방 중에서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김용민 PD의 인터뷰기사다.  

   

PD저널(11. 09. 08) “언론장악 비극의 틈새에서 ‘나는 꼼수다’ 탄생”

김용민 시사평론가(사진)는 친동생인 김용범 Mnet <슈퍼스타K> PD만큼 바쁘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이 된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의 연출을 맡고 있어서다. <나는 꼼수다>는 김용민 평론가가 10년 전 <극동방송> PD 생활 당시 조용기 목사에게 쓴 소리를 하다 사표를 낸 뒤부터 줄곧 꿈꿔왔던 대안미디어다. 김용민 평론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 주요 사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각하의 언론장악 꼼수”덕에 <나는 꼼수다>가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용민 평론가를 지난 1일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PD 김용민은 목요일이 특히 분주하다.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시 성산동 마포FM에서 <나는 꼼수다> 1회분을 녹음해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의원, 주진우 <시사IN>기자가 워낙 입담이 좋아 듣는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녹화가 끝나면 마포 생선구이 집에서 30분 간 급하게 식사를 한다. 식사비는 이 중 수입이 제일 좋은 김용민씨가 낸다. 저서 <조국 현상을 말한다>는 <나는 꼼수다>의 인기 덕에 2쇄까지 다 팔렸다. 하니TV 녹화일정을 마치고부터 평균 다섯 시간 가량의 편집 작업을 시작한다.

이날은 “꼼수다 언제 올라오냐”는 ‘압박’에 못 이겨 전화기를 꺼버리는 때도 있다. 목소리의 강약을 수동으로 조절하고 ‘망한’ 멘트는 삭제하고 대화 이슈와 관련된 보도내용을 찾아 인용(인서트)하며 자체제작 음악으로 편집을 마친다. 내용상 편집은 거의 없다. PD 김용민은 “너무나 편집을 정교하게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편집한 걸 모를 정도”라며 좋아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허투루 만들 수 없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그래서 문성근씨 출연 편은 재미없다는 이유로 내보내지 않고 한 회를 새로 찍었다. 하양세라는 얘기가 두려워서다. 

<나는 꼼수다>는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선 스마트폰의 등장과 팟캐스트 서비스로 인터넷 라디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며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명박허전>, <나는 각하다> 등의 제목이 거론됐지만 김어준이 낸 <나는 꼼수다>가 최종 선정됐다. 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정봉주 전 의원이 패널로 가세하고 ‘나는 꼼수다 맞춤형 기자’ 주진우 기자가 김어준의 추천으로 영입됐다. 김어준은 ‘깔대기’(정봉주)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정봉주) ‘누나전문기자’(주진우) 등 캐릭터를 ‘하사’하며 스토리를 강화했다. 영어강사 출신 정 전 의원의 말하기 스킬과 주 기자의 ‘디테일’이 더해지자 ‘대박’이 났다. 여기에는 김용민 평론가의 연출능력도 한 몫 했다. 

<나는 꼼수다>는 지난 7일 방송까지 18회를 이어오며 기존 시사프로그램 포맷을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권위주의의 상징인 ‘각하’와 조롱이 담긴 ‘꼼수’라는 표현은 오늘날 한국 정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장치로, “적극적으로 당파성을 띠며 정치의 속살을 보여줄 수 있는 미디어”를 소망해 온 제작진의 결과물이다.

“정치가 거대담론 같지만 결국은 인간의 욕망체계에서 벌어진다. 각하가 여자·돈·개고기를 좋아하고 권력자가 미사여구를 내뱉는 것도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다. 욕망을 실증하는 과정에서 시사를 알게 되고 각하와 민주주의를 알게 된다.” 그는 “상당 내용은 주진우가 이미 쓴 기사”라며 “구술을 통해 텍스트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녹음스튜디오가 없는 마포FM의 구조상 녹화는 두 시간 이상 할 수 없다. 다른 스튜디오로 이동하며 녹음을 해봤지만 맥이 끊겨서 관뒀다. 김용민 평론가는 “공짜로 스튜디오를 빌려주겠다는 분이 계시지만 김어준 총수는 비좁은 마포에서 우리 넷이 지껄이는 게 좋다고 한다”며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처럼 우리의 흐름을 계속 유지하는 게 개편이고 개혁”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평론가는 <나는 꼼수다>가 “총선·대선 국면에서 편파적일 것”이라 예고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이 정당을 공개지지 하는 것을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권자들이 똑똑하면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해도 객관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 시민들은 모든 미디어가 지난 총선에서 천안함 국면으로 몰았어도 야당에게 다수표를 몰아줬다. 관제언론시대에도 4·19 혁명과 87년 6월 항쟁을 만들었다. 국민은 이미 계몽의 대상이 아니다. 똑똑한 국민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나는 꼼수다>의 인기를 설명할 수도 없다.”

그는 <나는 꼼수다>의 성공을 “‘언론장악’이란 비극의 틈새를 노린 마케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KBS나 MBC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 권력이 오너로서 공영방송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언론자유 인식이 있는 정부의 등장만을 바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입 바른’ 말을 하며 인기가 높아진 결과 ‘압박’도 있다. 휴대폰이 도청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딴지일보>는 뜬금없이 해킹사건을 겪었고, 정봉주 전 의원은 갑자기 대법원 판결일이 앞당겨지기도 했다. 또 다른 ‘압박’도 있다. ‘권력화’에 대한 우려다. 김용민 평론가는 “우리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다. 웃고 자빠지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총수는 대중의 반응에 민감해하지 않는다. 내게도 늦게 올려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며 “대중에 얽매이지 않고 초심으로 방송을 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나는 꼼수다>는 여러 압박에 상관없이 앞으로도 ‘꼼수’ 본연의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추석선물로 <나는 꼼수다> 인기 에피소드 10편을 추려 올릴 예정이고, 10월에는 탁현민 교수와 함께 <토크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김용민 평론가는 “청와대 앞마당이나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당에서 하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다”며 웃었다.

<나는 꼼수다>는 차기 정권이 들어설 2013년 2월을 방송 종료일로 잡고 있다. 하지만 급작스레 출연진이 구속되면 이 과정을 생중계하며 마무리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10·26 서울시장 선거도 생중계를 계획 중이다. 김용민 평론가는 <나는 꼼수다>의 성공에 힘입어 선대인 연구원·우석훈 박사와 함께하는 <나는 꼼수-경제 편>도 기획 중이다. 그는 올 해 박사논문도 쓸 계획이다. 주제는 ‘한국보수정치세력의 개신교적 기원’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언젠가 꼭 ‘천안함 사건’을 다루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은 각하의 꼼수 중에서도 정수”라고 말했다. ‘전지적 각하시점’으로 매 회 통렬한 분석과 사회비판을 이어가는 국내 최초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이 언론장악의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순간을 기대해본다.(정철운 기자) 

11. 09. 25.  

P.S '나꼼수' 열풍은 출판으로도 이어져 알라딘에서도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가 출간전부터 이미 블로거 베스트에 올라와 있다. 김용민 PD의 <조국 현상을 말한다>(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1)도 나꼼수 광고에 따르면 3쇄에 들어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나꼼수'는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주진우 기자가 대표필자?). 개인적으론 방송대TV의 '책을 삼킨 TV' 녹화 때문에 김어준 총수와는 격주로 얼굴을 보는 사이여서 <닥치고 정치>의 표지가 너무 '친숙하다'. 책을 많이 안 읽는 듯한 포즈를 취하지만 '사바나의 본능'을 자주 입에 올리는 것으로 보아 그는 진화심리학의 애독자이다. 그렇다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그에게 더 배운 건 없지만, 그가 명명한 '전지적 각하시점' 만큼은 그의 혜안으로 기억될 만하다. 그것만은 한 수 배웠다. 나꼼수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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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1-09-25 20:01   좋아요 0 | URL
제가 아이폰을 구입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나꼼수를 팟캐스트에서 다운받을때입니다. 미디어의 진보는 학자들의 통박을 벗어나죠. 작년 2학기 강단에서 일종의 해적방송류는 시한을 다했다고 떠들었었는데...요즘 바보소리을 듣습니다. 이명박이 가카로 불리워지는 순간 저는 그 순간의 어떤 지점에서 짜릿합니다.

로쟈 2011-09-25 20:1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인터넷 링크를 통해서 듣는데, 10회쯤 넘어가면서 '사건'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책으론 할 수 없는 일이죠...

달사르 2011-09-25 23:16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처음으로 나꼼수 들었는데요. 어찌나 유쾌하게 웃었는지요. 연출을 맡은 김용민 씨에게 '늦게 올려도 미안해하지마라'라고 말을 한 김 총재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같이 신나게 웃어제끼는 거죠.

로쟈 2011-09-27 08:24   좋아요 0 | URL
나꼼수가 딴지일보를 삼킬지도 모르겠어요.^^

2011-09-26 0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7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런마음황구 2011-09-26 08:19   좋아요 0 | URL
장미의 이름이 많이 생각나더군요.두려움을 넘어서는 웃음의 힘.

로쟈 2011-09-27 08:25   좋아요 0 | URL
'변화'는 그런 데 있는 듯해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란 선택의 문제가 책중독자뿐 아니라 뇌과학자에게도 관심거리라는 걸 알려주는 책이 출간됐다. 리드 몬터규의 <선택의 과학>(사이언스북스, 2011). 저자는 버지니아 공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저명한 신경과학자라 한다. 책소개에는 "의사결정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드 몬터규가 소개하는 fMRI(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 연구의 최전선"이라고 돼 있다. 이런 의사결정의 문제를 다루는 신경과학을 특별히 신경경제학이라고 부른다고 하며 저자는 그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사실 번역서의 제목보다는 원제 '왜 이 책을 선택했는가(Why choose this book?)'가 더 와닿는다. 하루에도 몇번씩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거기서 몇권씩 골라 '자동적으로' 주문하곤 했는데, 하루 주문을 쉰 김에(배송은 거르지 않았다) <선택의 과학>과 더불어 한번 자문해봐야겠다.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한국일보(11. 09. 24) 최선의 판단을 하려는 뇌, 가끔은 실수도 한다

1975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콜라업계 2인자 펩시콜라가 도발적인 실험을 했다. 상표를 가린 채 사람들에게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마셔보게 하고 뭐가 더 맛있지 물었다. 소비자의 52%가 펩시콜라를 택했다. 펩시는 이 모습을 담아 TV에 광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댈러스에서 펩시콜라의 시장점유율은 6%에서 14%로 크게 올랐다. 의기양양해진 펩시는 펩시 챌린지(Pepsi Challenge) 캠페인을 전국으로 넓혔다. 1979년 미국에서 펩시콜라의 판매량은 역사상 처음으로 코카콜라를 앞섰다. 도전은 성공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영광의 날은 한때였다. 코카콜라 판매량은 다시 펩시콜라를 추월했다. 펩시 챌린지가 계속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

미국 버지니아공대 물리학과 교수인 리드 몬터규가 쓴 <선택의 과학>은 펩시가 '맛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탄산음료에서 시원함과 청량함을 기대한다. 맛은 더 좋을지 몰라도 펩시콜라는 이런 이미지가 약했다. 이는 상표를 붙이고 시음한 사람들 대부분이 코카콜라가 더 낫다고 답한 또 다른 실험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는 미각뿐 아니라 기대, 보상 등 뇌의 활동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연인들이 음식점에 갈 때 분위기 좋은 집을 택하는 것도 괜한 게 아니란 얘기다.

일상은 선택의 연속이다. 인간은 하루에 150번 넘게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고 한다. 몇 시에 일어날까, 차를 갖고 회사에 출근할까, 점심 메뉴로 뭐가 좋을까, 퇴근하고선 뭘 할까 등. 그러나 저자는 주장한다. 선택의 가장 큰 비밀은 선택이 없단 사실이며, 인간의 모든 행위는 뇌의 가치판단에 근거한다고. 가치판단은 어떤 행위를 할 때 드는 비용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따지는 행위다.

가치판단에 관여하는 부위는 중뇌와 전전두피질. 뇌의 중간에 있다 하여 중뇌라 불리는 이곳엔 도파민 신경세포 1만5,000~2만5,000개가 몰려 있다. 이 세포는 특정 행위에 대한 보상을 담당한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실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전두피질은 여러 행위를 저울질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뇌의 각 부위는 최선의 가치판단을 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보상을 누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다.

최후통첩게임이란 게 있다. A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그 중 얼마를 B와 나누라고 한다.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A, B 모두 돈을 갖는다. B가 거부하면 둘 다 돈을 얻지 못한다. A가 100달러를 받아 그 중 5달러를 B에게 줬다고 해보자. B 입장에선 A가 1달러를 준다 해도 공짜 이익이 생기는 거니 넙죽 받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뇌가 느끼는 이득의 가치가 현저히 차이나기 때문이다.

이득의 가치는 '내 이득_계수×(남의 이득-내 이득)'이란 공식으로 계산한다. 계수는 전체 액수 분의 내 이득. 위 상황을 여기에 대입하면 '5달러-5/100×(95달러-5달러)'로, 내 이득의 가치는 0.5달러란 계산이 나온다. 5달러를 받아도 뇌의 신경계는 그것의 가치를 0.5달러로 판단해 B는 A가 주는 금액을 거부하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주택에선 유사 종교인 헤븐스 게이트(천국의 문) 교단의 남녀 39명이 집단 자살을 했다. 이들은 헤일 밥 혜성의 꼬리 너머에 자신들을 '다음 단계'로 데려갈 우주선이 있다고 믿어 집단으로 목숨을 끊었다.

저자는 재배치란 뇌과학의 개념을 끌어 이 기이한 현상을 설명한다. 약물 중독자의 신경계는 마약물질로 교란되고, 거기에 적응하도록 변화한다. 이 경우처럼 다음 단계로 간다는 생각 역시 신경계를 변화시키고, 죽음을 오히려 보상받는 행위로 인식하게 했다는 것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러웠던 선택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선택의 순간마다 왕성하게 신호를 주고받는 뇌 활동이 비로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쯤이면 <왜 이 책을 선택했는가(Why choose this book?)>란 책의 원제에 관한 답을 찾게 될지 모른다.(변태섭기자) 

11. 09. 24.  

 

P.S. 안 그래도 오늘 오후 의정부도서관에 강의를 나가면서 가방에 넣고 간 책의 하나는 석영중의 <뇌를 훔친 소설가>(예담, 2011)였다. 부제대로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 구체적으론 뇌과학적 이유를 현단계 뇌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알라딘에는 뇌과학 카테고리가 따로 설정돼 있는데, 이 분야의 책으론 폴 새가드의 <뇌와 삶의 의미>(필로소픽, 2011)과 김종성의 <뇌과학 여행자>(사이언스북스, 2011)가 신간이다. 과거 천문학처럼 뇌과학도 이젠 '교양' 범주에 속하므로 이런 정도의 책들은 읽어줘야겠다...   

 

한편, 책의 추천사를 쓴 정재승 교수에 따르면 신경경제학 분야에서 리드 몬터규와 자웅을 겨루는 학자는 에모리대학교의 정신과 의사 그레고리 번스이다. 그의 책으론 <만족>(북섬, 2006)과 <상식 파괴자>(비즈니스맵, 2010)가 있다. <아이코노클라스트>는 <상식 파괴자>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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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1-09-28 08:27   좋아요 0 | URL
며칠전 서유헌의 <엄마표 뇌교육>이라는 책을 주문하면서 '뇌과학'에 좀 흥미가 생기던 차에 읽게 된 책소개입니다. 저에게 유용한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리드 몬터규, 그레고리 번스 노트해두고 갑니다.

로쟈 2011-09-29 22:11   좋아요 0 | URL
뇌과학은 알라딘에도 따로 분류항목이 있습니다...
 

이번주 출간된 학술교양서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책은 중국현대사의 지식인들에 관한 책 <20세기 중국 지식인을 말하다>(길, 2011)이다. 주섬주섬 모으고 있는 분야의 책이기 때문이다. 진작에 주문했지만 배송은 내주에 된다고 하는데, 내주쯤엔 리스트라도 만들어놓을 참이다. 참고로 국내 연구자들이 쓴 <중국 근대지식체계의 성립과 사회변화>(길, 2011)도 같이 출간됐다.   

  

경향신문(11. 09. 24) 단절된 중국사회 속에서 지식인들의 길 찾기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시기 찬밥 신세였던 지식인이 개혁개방 이후 재등장한 것은 지식인과 현대화 과정과의 긴밀성에서 비롯한다. 지식(인)에 대한 담론은 주관적 호불호의 차원 이전에 중국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에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이슈다. 이 책의 출판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중국에서 지식인 문제의 최고 전문가인 쉬지린(許記霖, 화동사대 교수)이 엮은 방대한 역작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 사업단이 번역해 내놓았다. 목차를 펼쳐보면 현재 중국의 지식지형을 좌지우지하는 지식인들, 황핑(黃平), 위잉스(余英時), 두웨이밍(杜維明), 천핑위엔(陳平原,) 첸리췬(錢理群), 장칭(章淸), 쎄융(謝泳), 첸무(錢穆) 등 화려한 집필진으로 이뤄져 있다. 중국 대륙만이 아니라 대만, 홍콩, 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범중화권 지식인들이 망라돼 있다. 이들의 지식(인)론을 통해 현재 중국의 주요 지식인들이 국가와 사회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아있는 고민의 결을 느낄 수 있다.

쉬지린 교수는 서문에서 20세기 이후 ‘단절된 사회’ 속의 지식인의 불안한 위치가 지금도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그는 단절을 세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과거제도가 폐지되고 사대부의 중추적 기능이 상실되면서 국가와 사회가 단절된 것이 그 하나다. 그럼으로써 서로 다른 계층 사이에 공통의 가치관과 제도가 결핍돼 공통의 지향이 상실됐다는 것이 그 둘째다. 마지막으로 지식인들이 주변화되면서 그 내부에서조차 단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20세기 대표 지식인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루쉰(1881~1936), 차이위안페이(1868~1940), 후스(1891~1962), 쑨원(1866~1925), 량치차오(1873~1929), 옌푸(1853~1921).

이런 현재적 문제의식을 머금은 이 책은 여러 학자들의 것을 엮어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식(인)에 대한 계보학적 성찰’이라는 저변을 관통하는 단서가 미리 마련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책에서 다루는 시기는 고대부터 현재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편의적으로 나누면 크게 네 시기다.

첫째, 춘추 전국시기에 형성돼 1905년 과거제가 폐지되기까지 사대부 문화가 지배한 시기. 둘째, 서양과의 충돌 이후 신지식인 집단이 출현하고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겪게 되는 시기. 셋째, 사회주의 건설 이후 지식의 자율성이 상실된 시기. 넷째, 개혁개방 이후 지식이 재건되고 지식인이 재출현하면서 지식인 논의가 무성해지는 시기이다.

내용적으로는 인물뿐 아니라 인물을 둘러싼 지식인 사회의 인프라구조인 매체, 사단, 학회 등 지식사회의 권력 네트워크가 논의의 주제와 소재로 다뤄진다. 방법론에서 필자들은 사회사적, 사상사적 접근을 동원하면서 지식의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고루 추적하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첸리췬이 쓴 ‘베이징 대학 교수의 다른 선택’이라는 글이다. 이 글은 강사였던 루쉰과 유력한 교수였던 후스가 학내의 같은 사건에 대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권력과 개인의식 및 타자의식의 차이에 따라 어떻게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가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국의 근대에도 지식인의 주의주장을 ‘지식장의 권력관계’라는 요소와 분리해서 볼 경우 언제든 엉뚱하고도 허구적인 해석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중국 지식인 문제에서 간과해선 안되는 것은 인구의 70~80%가 농민으로 구성돼 있는 특수 상황으로부터 나오는 여러 사회적 문제로부터 발생한 요청들에 의해 변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즉, 여전히 제국적 규모의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관료와 지식인이라는 사대부의 이중적 신분의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변형해갈 것인가 하는 부분이 여전히 중요하게 고민돼야 하는 지점이다.

한국인이 중국 지식인 사회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인 체제내 지식인과 반체제 지식인의 구분 기준도 이 문제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이 문제는 중국의 전통적 지식인의 원형, 농민인구 문제 그리고 사회주의 경험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와 함께 왜 그럴까를 질문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내재적 메커니즘을 살피고 인정하면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이 책이 유용하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후반 자본주의 강화 정책에 따라, 전 사회가 시장화하면서 공공영역이 상업화되는 보편적 현실 속에서, 그리고 인터넷에 의해 지식인이 또 다시 주변화되는 시대에, 지식인이 어떤 위상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격적 분석이 빠져 있다는 것이 아쉽다.(조경란 | 연세대 국학연구원 HK 연구교수) 

11. 09. 24.  

P.S. 기사의 필자인 조경란 교수의 책으로 <중국 근현대 사상의 탐색>(삼인, 2003)도 이 분야의 가이드가 될 만한 책이다. 일단 분량이 단출하다. <현대 중국사상과 동아시아>(태학사, 2008)과 번역서 <중국 민족주의 신화>(지식의풍경, 2006)도 관심도서인데, 그래도 이 분야에서 길잡이가 될 만한 전공학자가 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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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세기 중국의 지식지형과 지식인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10-09 12:06 
    '10월의 읽을 만한 책'의 카테고리로 '중국의 지식인'을 만들어놓고 <20세기 중국의 지식인을 말하다>등을 올려놓았었는데,마침 관련서평이 눈에 띄기에 한번 더 옮겨놓는다.개인적으로 지식인 문제는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템 가운데 하나이다.그간에 서구 지성사에 가려져왔던 '중국의 지식인' 문제가 지식인 문제 일반을 다룰 때도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한국의 지식인' 문제와 견주어볼 수도 있겠고...교수신문(11. 10. 04
 
 
Daniel 2011-09-24 13:36   좋아요 0 | URL
선생님의 폭넓은 독서 분야를 보면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드러커는 주기적으로 분야를 바꿔가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선생님께서도 인생계획(?)을 세우시고 몇살때부터는 이런 부분을 읽으리라 하시나요.
아니면 그야말로 책 하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계속 관심을 넓히시는지요.
제 생각엔 둘다이실 것 같은데^^;;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로쟈 2011-09-24 23:00   좋아요 0 | URL
거창한 계획을 세워두고 읽진 않습니다.^^ 관심있는 주제나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사모으고 기회가 될 때 몰아서 읽는 편입니다. 나이를 먹으며 관심분야가 더 넓어지고 있어서 애를 먹고는 있습니다.^^;

Daniel 2011-09-26 06: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관심분야가 넓어지실수록 다음 책들이 다루는 영역도 더 풍성해지겠네요. 물론 기존 책에서 다루신 것들만 해도 저같은 일반독자에겐 차고 넘치지만요.^^
 

<스파르타 이야기>(어크로스, 2011)란 책이 새로 나왔다. 우리가 잘 아는 '스파르타'이지만, 정작 스파르타와 스파르타인들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는 책은 거의 없었다(소개서가 한두 권 눈에 띈다). 이번에 나온 <스파르타 이야기>의 저자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고전학부에서 그리스 역사를 맡고 있다는 폴 카트리지다. 서구의, 적어도 영국의 고전학 수준을 대표할 만한 급의 저자다. 책이 나온 김에 '스파르타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너무 적어서 미 코넬대학에서 역사학과 고전문학을 가르친다는 배리 스트라우스의 '고대 전쟁 3부작'과 같이 묶는다. 펠로폰네소스전쟁까지 포함하면 관련서가 많아지겠지만, 두 고전학자의 책 다섯권으로도 리스트는 채울 수 있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스파르타 이야기- 신화로 남은 전사들의 역사
폴 카트리지 지음, 이은숙 옮김 / 어크로스 / 2011년 9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1년 09월 23일에 저장
절판
알렉산더- 위대한정복자
폴 카트리지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2011년 09월 23일에 저장
절판
트로이 전쟁- 호메로스의 서사시 그 이면의 역사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최파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9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1년 09월 23일에 저장
품절
살라미스 해전-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1월
17,800원 → 16,020원(10%할인) / 마일리지 890원(5% 적립)
2011년 09월 2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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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23 10:49   좋아요 0 | URL
어제 그린비에서의 특강 잘 들었습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났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했구요. 동시에 수줍은 표정을 지녔으며, 눈빛이 살아있는 학자의 모습이더라는 동석했던 친구의 평가도 아울러 전해드립니다. ^^;

로쟈 2011-09-23 23:46   좋아요 0 | URL
네, 어제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평가가 나쁘진 않군요.^^;

saint236 2011-09-23 11:44   좋아요 0 | URL
정말로 스파르타 관련 책들은 없네요. 제일 위의 스파르타 이야기 빼고 나머지 4권은 온전히 스파르타 이야기라고 불리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알렉산더, 트로이 전쟁, 살라미스 해전은 더 그렇구요. 지상렬 닮은 김어준씨 옆의 로쟈님은 더 돋보입니다.^^

로쟈 2011-09-23 23:45   좋아요 0 | URL
아, 책을삼킨TV를 보시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11-09-23 17:48   좋아요 0 | URL
스파르타에 대해서는 톰 홀랜드<페르시아 전쟁>이 그래도 자세하게 나온 것 같습니다.테르모필레 전투를 많이 다뤘거든요.헤로도토스 책이 좀 따분하다고 느낀 이들도 이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쟈 2011-09-23 23:4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책은 다 구해놓았는데 읽을 짬은 못 내고 있어요.^^;
 
민주주의를 위한 인문학

이번주 매경이코노미(1624호)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 제안을 받고 인문서평을 격주로 게재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은 마사 누스바움의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궁리, 2011)이다. 추석 연휴 첫날에 독서실에 가서 읽은 책이다. 참고로 같이 읽은 건 곽준혁의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한길사, 2010)에 수록된 인터뷰이다. 이 책에선 '마사 너스바움'이라고 표기돼 있다. 서평을 쓰고 나서 <인간성 함양(Cultivating Humanity)>(1997)도 주문했는데 오늘 책을 받았다...  

  

매경이코노미(11. 09. 28) 교육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

“우리는 거대한 위기, 심중한 전 지구적 중요성을 지닌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꺼내들었다면 십중팔구 2008년 이후의 전 지구적 경제위기를 다룬 책으로 넘겨짚기 쉽다. 자본주의 체제가 낳을 수밖에 없는 주기적인 위기인지, 아니면 파국적인 위기인지 여하튼 우리를 포함한 세계경제가 아직 빠져 나오고 있지 못한 위기 말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이라면 사실 새로울 건 없다. 모두가 의식하고 있는 위기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미국의 인문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궁리, 2011)에서 경고하는 ‘거대한 위기’는 “마치 암처럼 대개는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어떤 위기”를 가리킨다.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교육에서의 전 세계적 위기’다.   

 

책의 원제는 구호처럼 간명하다.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Not for Profit)’. 물론 주어는 ‘교육’이다. 누스바움의 선택지에 따르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건 ‘이익을 위한 교육’과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 두 가지다. 중립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그가 보기에 바람직한 교육은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이고, 이익을 위한 교육은 나쁜 교육이다. 누스바움이 우려하는 것은 각국이 국가 이익에 목을 매면서 교육현장에 밀어닥친 급격한 변화다. 경제성장만을 국가 발전의 유일한 척도로 간주하면서 빚어진 결과인데 이 때문에 인문교양과 예술 교육이 차츰 축소, 배제됨으로써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만일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전 세계 국가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전통을 비판할 수 있으며, 타인의 고통과 성취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온전한 시민이 아니라, 유용한 기계일 뿐인 세대를 생산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교육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로 귀결된다.  

바람직한 교육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누스바움은 세 가지 능력을 양성할 수 있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첫째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둘째 지역적 차원의 열정을 뛰어넘어 ‘세계 시민’으로서 세계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셋째 다른 사람의 곤경에 공감하는 태도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 능력들은 바로 인문교양과 예술을 통해서 길러진다. 가령 예술은 우리의 내면적 자기 함양과 타자에 대한 대응 능력을 증진시켜준다. 누스바움은 시카고의 어린이합창단을 한 사례로 드는데, 리허설과 공연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은 인종,사회경제적 배경이 전혀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체험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기의 목소리를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와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능력과 기율, 책임의 감각을 키우게 된다. 더불어 다른 시대와 장소의 노래를 배움으로써 자연스레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도 익히게 된다. 합창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민주주의적 결속감과 존중심이 길러지는 것이다. 물론 합창뿐만이 아니다. 음악, 무용, 회화, 연극, 모든 것이 이러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익을 위한 교육, 경제 성장을 위한 교육의 주창자들은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아이들을 내몬다. 그들은 학교에 ‘사려 깊은 시민들’ 대신에 ‘유용한 이윤 창출자들’을 배출하라고 요구한다. 그런 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인가. 인도 교육의 선구자이기도 했던 시인 타고르의 표현을 빌면 ‘영혼의 자살’이다. 타고르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오늘날 이익을 위한 교육을 택한 인도의 학부모는 기술, 경영 대학에 입학한 자녀들은 자랑스러워하지만 문학이나 철학을 공부하는 자녀들은 부끄러워한단다. 누스바움이 보기에 이건 생각보다 끔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무런 비판적 사고도 가르치지 않고 인종주의적 편견을 부추기면서 주입식 교육만을 밀어붙였던 인도의 구자라트 주에서 2002년에 폭동이 발생하여 힌두 우익 폭력배들이 2,000여 명의 무슬림 시민을 살해한 사건을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학교들이 인도식 방향으로 이동해가고 있는 현실에 “뼛속 깊이 두려운 마음으로 놀라야 한다”는 것이 누스바움의 경고다. 과연 우리와는 무관한 경고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11. 09. 20.   

P.S.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는 누스바움의 단독 저작으론 처음 번역된 것이다. 그런 만큼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솔직히 절반 정도까지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스러웠는데, 마지막 6장과 7장이 다행스럽게도 기대에 부응했다. 번역에 별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역자가 '문맥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였다는 [ ]가 너무 빈번하게 나와서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됐다. ( )까지 자주 등장하다 보니 뭔가 거추장스러운 느낌을 자주 받았다 . 그리고 두 번인가 '괴탄하다'란 말이 나오는데, '개탄하다'를 잘못 쓴 게 아닌가 싶다. 또 마지막 감사의 글(원서에는 서두에 나온다)에서 누스바움이 아마르티아 센 모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the late Amita Sen and Amartya Sen"을 "최근의 아미타 센과 아마르티아 센"이라고 한 건 오류이다. "고(故) 아미타 센과 아마르티아 센"이다. 아마르티아 센은 보통 '아마티아 센'이라고 표기되는 하버드대학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로 인도 출신이고 누스바움과는 공동 연구도 진행한 적이 있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하게 영국에서도 인문학자들이 정부기관에 연구비 지원을 신청해서 지원을 받는 체계인 모양이다. 누스바움이 보기에 "이는 실로 시간 잡아먹는 귀신"이면서 "연구 주제를 왜곡하는 귀신"이다(미국은 대학 재정이 상대적으로 독립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 하나.  

최근 철학과와 정치학과를 합병하여 신설된 어느 학과에서 일하는 냉소적인 젊은 철학자는 내게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최근 그가 제출한 자금 지원 제안서의 제목은 6개 단어로 되어 있는데, 이는 글자 수 제한 탓이었다. 그래서 그는 제안서의 제목란에 "경험에 근거한(empirical)"이라는 단어를 6번 연달아 기입했다고 한다. 마치 제안서를 검토한 관료들에게 그가 여기서 다루는 것은 단지 '철학'만이 아니라는 점을 재삼 확인하기라도 하는 양 말이다. 그런데 그의 신청서는 결국 성공적으로 통과되었다."(214-5쪽) 

요는 'empirical'이란 단어를 많이 집어넣었더니 연구비 신청이 채택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에피소드의 내용이 잘못 번역됐다. "최근 그가 제출한 자금 지원 제안서의 제목은 6개 단어로 되어 있는데, 이는 글자 수 제한 탓이었다. 그래서 그는 제안서의 제목란에 "경험에 근거한(empirical)"이라는 단어를 6번 연달아 기입했다고 한다."는 "his last grant proposal was six words under the word limit - so he added the word 'empirical' six times"를 옮긴 것이다. '제목은'이나 '제목란에', '연달아'는 원문에 없는 걸 역자가 (이해를 돕기 위해?) 집어넣은 것으로 실상은 오독의 산물이다. 보통 '몇단어 이내'라고 지정돼 있는 연구비 신청서에서 6단어가 모자라기에, 곧 더 넣을 수 있기에 'empirical'이란 단어를 6번 집어넣었다는 것이다(그게 선정 '비결'이 아닐까란 것이고). 제목에만 같은 단어를 6번 연달아 기입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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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1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2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2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11-09-22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번역제목이 너무 마음에 안 듭니다. 개인적으로 '공부'는 혼자 하는 탐색활동이란 느낌이라면, '교육'은 누군가로 부터 배우고 길러지는 것이라서 저런 식으로는 쓸 수 없는 거거든요.

로쟈 2011-09-22 13:21   좋아요 0 | URL
네, 제목은 저도 맘에 안 듭니다.^^;

수증기 2011-09-2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들러서 즐겁게 읽는 사람입니다.^^

'괴탄하다'가 '이상하고 허탄하다'의 괴탄(怪誕)이라면
그런 뜻으로 쓰는 것은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맥락이 이상해서 의심하셨겠지만 여기서 자양분을 많이 얻는 독자로서
혹시나 도움될까 해서 남깁니다

로쟈 2011-09-23 08:50   좋아요 0 | URL
그런 말도 있군요. 하지만 어떤 단어를 그렇게 옮겼을지는 좀 의문이에요. 문맥상으론 그냥 '개탄하다'여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