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사IN에 실린 장정일의 서평을 옮겨놓는다. 아마도 격주로 서평이 연재되는 듯싶은데, 이번에 다뤄진 책이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난장이, 2011)이다. 공역자로서 지난 연말과 올 연초를 함께했던 책이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으니 나로선 인연이 없지 않다(오늘 주문해서 받아보니 지난 7월에 3쇄를 찍었다). 얼마전 도서관 강의에서도 지젝의 폭력론을 다룬 적이 있는데,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책의 주장을 쉽게 풀어써줄 용의가 없느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당장은 자신할 수 없지만 능력이 된다면 그렇게 해보고도 싶다. 내주에 나올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자음과모음, 2011)이 그런 능력을 가늠해보는 척도가 돼줄 것도 같다.

시사IN(11. 11. 12) 명박산성을 지젝식으로 읽는다면?  

어떤 사람이 무엇에 정통했는지 아닌지는, 보기(일례·example)를 만들거나 제시하는 능력으로 드러난다. 흔히 자기 혼자서는 알겠는데 남에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가 아직 보기를 만들거나 들 수 있을 만큼 알지 못해서다. 대저 무엇을 안다는 사람이 보기를 실어 나르거나 만드는 일에 능하다는 것은, 역사상 위대한 스승이 모두 비유에 능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어떤 명제나 논리든, 보기를 만들거나 들지 못하는 사람은 아직 알고 있는 게 아니다. 

마치 자신의 현자 같은 능력을 과시하려는 듯이, 지젝은 <폭력이란 무엇인가>(난장이, 2011년)의 서문 첫머리를 아예 보기로 시작한다. “물건을 훔쳐낸다는 의심을 받던 일꾼이 한 명 있었다. 매일 저녁, 일꾼이 공장을 나설 때면 그가 밀고 가는 손수레는 샅샅이 검사를 받았다. 경비원들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손수레는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결국 진상이 밝혀졌다. 일꾼이 훔친 것은 다름 아닌 손수레 그 자체였던 것이다.” 

우리는 폭력을 이야기할 때, 범죄와 테러 행위, 사회 폭동, 국제 분쟁 같은, 눈에 보이는 폭력만 문제 삼는다. 하지만 한눈에 보이는 가시적 폭력보다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은 상징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이다. 언어를 통해 구현되는 상징적 폭력과, 멀쩡해 보이는 경제체제와 정치체제가 행사하는 구조적 폭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일꾼이 매일 도둑질했던 게 ‘손수레’였던 것처럼, 뻔히 보이면서도 장물로 감지되지 않는 그런 폭력이다.

사악한 범죄자나 억압적인 공권력, 광신적인 대중운동이 저지른 가시적 폭력만 문제 삼는 시선에는 착취당하는 노동자, 아프리카의 기아,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이 폭력으로 포착되지 않는다. 이처럼 가시적 폭력만을 문제 삼는 사람일수록 ‘폭력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신념을 내세우기 쉽다. 이를테면 그들은 빈약한 화력으로 무장한 채 경찰과 대치하는 파업 노동자나 재개발 지역 주민만 폭도로 보지, 그 사람들을 극단으로 내몬 구조적 폭력은 외면한다. 지젝은 이런 위선자들을 향해 ‘주관적 폭력과 싸운다고 하면서 구조적 폭력에 가담하는 자들’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구조적 폭력과 다름없다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고용주의 변덕에 직면한 피고용자들의 불안과, 강탈적인 대기업의 공세에 생존권이 위태로운 자영업자의 곤궁한 현실로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지젝은 대의민주주의마저도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으로 간주한다. 그는 대개의 선거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관습과 견해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간혹 다수의 사람이 일시적으로 깨어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투표를 하기도 하지만, “그와 같은 놀라운 선거 결과가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라는 점은 선거가 진리의 수단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자유선거는 체제가 더 부드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지젝은,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방법이 대의제 말고는 모조리 봉쇄되어 있다는 것을 책임(->폭력)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닫혀 있는 정치 공간이 열린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젝은 이 책의 진정한 주제인 폭력으로 되돌아온다. 그러기 전에 독자는 이 책의 서문에 적혀 있는 ‘취급 주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거기서 지은이는 폭력이라는 메두사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제’하고, ‘폭력으로 생긴 정신적 충격을 무시’할 것을 당부한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우리는 폭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쁜 것으로 매도하는 탁월한 이데올로기적 조작에 흡수되고 만다. 

‘신적 폭력’과 ‘신화적 폭력’ 
지젝은 폭력을 긍정적으로 사유하기 위해 발터 베냐민의 ‘신화적 폭력’과 ‘신적 폭력’이란 개념을 빌려온다. 신화적 폭력은 법을 만들거나 지키기 위해 행해지는 폭력이며, 이런 폭력의 가담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애국’이나 ‘안보’ 따위의 대타자에 전가한다. 반면 신적 폭력은 구조적인 폭력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구조적인 폭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행하는 폭력으로, 신화적 폭력과 달리 자신의 폭력을 그 어떤 대타자에게도 전가하지 않는다. 예컨대 신적 폭력은 ‘정의’나 ‘민주주의’ 같은 대타자의 무력함과 무능함에서 솟아나기 때문에, 거기에 참여한 주체들은 모든 책임과 위험부담을 홀로 떠안아야 한다. 베냐민은 이런 폭력을 ‘인간이 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순수한 폭력’이자 ‘혁명적 폭력’이라고 일컬었으며, 지젝은 거기에 ‘사랑의 역사(役事)’라는 명칭을 달아준다. 

역사에 기록된 많은 폭력은 신적 폭력보다, 폭력을 행사하는 주체의 무능을 은폐하기 위한 폭력이 대부분이었다. 스탈린의 숙청과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이 대표적인데, 이명박 정권이 휘두르는 ‘법치’니 ‘공안정국’이니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자신의 무능을 가리려는 폭력에 가깝다. 정신분석에서는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위장하기 위한 행동을 ‘행위로의 이행’이라고 하는데, 시민운동가의 ‘행동하라’ ‘참여하라’ 따위 권고가 베냐민이 말하는 신적 폭력을 거세한 것이라면, 그것 역시 행위로의 이행에 지나지 않는다. 지젝은 <폭력이란 무엇인가>의 한국어판 후기를 새로 써 보냈는데, 여기에는 이런 전언이 담겨 있다. ‘한국인이 지금 개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박산성을 넘지 않고자, 그 앞에서 비폭력을 외쳐댔기 때문이야!’ 

놀랍게도 지젝의 삐딱한 시선에 발본색원된 보이지 않는 폭력 가운데는, 민주주의 사회의 미덕으로 권장되어 왔던 ‘관용’과 ‘정치적 올바름’도 포함된다. 그가 보기에 알카에다가 벌인 9·11 테러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미군이 벌인 고문 사례는, 헌팅턴이 말하는 ‘문명의 충돌’과 무관한 야만끼리의 충돌이다. 사태를 그렇게 키운 것은 관용과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현대의 이데올로기로, 관용은 ①상대방을 아이로 취급하면서 상대방의 환상을 깨지 않으려는 태도이며 ②어떤 진리든 진리를 주장하는 것은 모두 폭력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정치를 문화적 차이와 생활 방식의 차이로 변질시키는 관용과 자신의 견해는 바꾸지 않으면서 표현에만 신경 쓰는 정치적 올바름은, 미소 띤 얼굴 뒤에 야만을 키워왔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서로를 성인으로 취급하고, 책임을 물리면서, 예의 바른 비판을 하는 것이다.(장정일_소설가) 

11. 11. 12. 

 

P.S. 이번주에 나온 지젝의 신간은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자음과모음, 2011)이다. <실재계 사막으로의 환대>(인간사랑, 2003)라고 나왔던 책의 재번역판이다. 당초엔 9.11 10주년에 맞춰 9월에 출간하려고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좀 늦어졌다(어쨌든 가을에 맞추긴 했다!). 공역자로 번역 자체에 많은 힘을 보태진 못했지만 번역 출간을 적극 제안하고 번역팀을 직접 구성했기에 새 번역본 출간은 나로서도 의미가 깊다.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실재계 사막으로의 환대>를 읽어나갔던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연재였고, 여러 문제점 때문에 새 번역본이 출간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면 또 현실로 이뤄지곤 하는 게 세상이다! 그게 '실재의 사막'이니 그 환영사를 여기에 적어둔다.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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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opa 2011-11-1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문장에서 '책임'은 '폭력'입니다.
편집부에서 단어를 마음대로 고친 탓에, 지젝의 의도와는 달리, '민주주의는 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가 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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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거는 체제가 더 부드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지젝은,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방법이 대의제 말고는 모조리 봉쇄되어 있다는 것을 책임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닫혀 있는 정치 공간이 열린다고 강조한다.

로쟈 2011-11-12 21:39   좋아요 0 | URL
편집부에선 조사나 어미만 건드리는 줄 알았는데요.^^;
 

내주 월요일엔 방송대TV의 '책을 삼킨TV' 마지막 녹화가 있다(특별히 공개녹화로 진행되기에 관심있는 분들은 방청하실 수 있다). 28회로 마무리되는데, 마지막 책이 프로그램의 사회자이기도 한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다. 개인적으로 '나꼼수' 관련서들의 열풍에 관해 칼럼도 쓸 계획이라서 <달려라 정봉주>(왕의서재, 2011)도 출간된 김에 리스트로 만들어놓는다. 현재까지는 딱 다섯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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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에피소드 1- 세계 유일 가카 헌정 시사 소설집
김어준 외 3인 지음 / 시사IN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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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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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에는 명랑한 아이러니와 풍자가 가득하다. 물론 ‘씨바’와 ‘졸라’와 함께.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 성실하게 불법을 자행해왔고 자행하고 있는 걸로 ‘추정’되는 권력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닥치고 정치>에는 진보정치에 대한 속 깊은 비판과 제안도 포함돼 있다. 그가 진보정치권에 던지는 충고의 핵심은 ‘느낌’과 ‘마음’의 중요성이다. 마음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움직이는 게 대중정치인 만큼 중요한 것은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정서적 직관이라고 말한다. 그걸 일공로만으로도 올해의 책에 값한다.
달려라 정봉주-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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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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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키 2011-11-14 17:29   좋아요 0 | URL
아, 아내의 팬심을 완전 자극중이신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 기반으로 하신 정봉주 의원의 책이 보이는군요.

로쟈 2011-11-15 07:50   좋아요 0 | URL
ㅎㅎ

허스키 2011-11-15 15:01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막 통화를 하다가 정봉주 의원의 이 책을 언급했더니 '아, 우리 정봉주 의원님. 생각만해도 그냥 웃음이 나고 흐뭇해지네'라고 하네요.ㅎㅎ
 

한나 아렌트에 관해 글도 쓰고 강의도 해야 하는 터라 손에 든 책은 <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웅진지식하우스, 2011)이다.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웅진지식하우스, 2005)에 이어서 이 책을 만든 편집자에게 선물받은 책인데, 에디터의 말에 이렇게 적혀 있다. "에디터의 장점 중 하나는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나 아렌트라는 사상가와 많이 친해졌다. 왜 멋진 사람들 중에 '아렌티안'이 많은지 알 것 같다." 아렌트가 특별히 언급된 건 제목의 '인간의 조건'이 아렌트의 책 <인간의 조건>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11. 11. 12) 인간의 조건 지키며 사는 게 왜 이리도 힘든 것인가

국회의원이 쓴 책이라고 하면 대체로 자기자랑이겠거니 하고 치부하기 쉽다. ‘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건축 분야의 전문가이자 지식인이며 민주당 국회의원인 저자의 사유와 자기 성찰이 담긴 책이다.

책에는 두 명의 본보기가 등장한다. 한 명은 책의 제목까지 빌려 쓴 해나 아렌트(1906~1975)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이정희(42) 민주노동당 대표다. 독일의 유대계 정치철학자인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 등의 저서를 통해 평생 전체주의의 기원과 악의 평범성을 고발했다.

김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죽기 전에, 이정희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해 큰 화제가 됐다. 김 의원의 이 말은 이 대표가 대통령감이라는 것뿐 아니라 그가 대통령이 되기란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려던 것이었다고 한다. 변호사를 지내다 정치에 뛰어든 이 대표의 내공은 자신이 할 말을 직접 자신이 쓰는 ‘법조 훈련’을 통해 키워졌다고 김 의원은 분석한다. 그리고 ‘가슴에 불을 안은, 된 사람’이 제대로 된 법조 훈련을 받았을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는 299개의 대통령 당선 시나리오가 있다는 농담이 있다. 국회의원 숫자가 299명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혐오집단인 국회의원이 된 심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건축가로서 주목받았던 그가 정치를 시작한 동기는 ‘더 좋은 생각을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도록 하자.’는 좋은 정치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17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18대에 비례대표로 당선된 것도 우연이었다. 당선되었던 한 비례대표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김 의원 앞의 승계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던 것.

그는 국회에서 전공 분야를 살려 4대강 사업과 뉴타운을 비판하는 전사로 활약하고 있다. 책은 그러나 4대강 사업 비판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진 않는다. 대신 1994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21세기 리더 100인’에 꼽으면서 갑자기 주목받게 된 사연을 얘기한다. 한 번은 전화로, 또 한 번은 찾아온 기자와 인터뷰한 것 외에는 한 일이 없다는 김 의원은 그야말로 ‘사건’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기대받는 사람이 되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했고 좋은 채찍이었다고 말한다.(윤창수기자)  

11. 11. 12.    

P.S. 책에는 저자의 롤 모델로 아렌트뿐만 아니라 이정희 의원도 거명되고 있다. 딸아이가 정치가가 될 생각도 있다고 해서 여성 정치인의 책 몇권을 사다준 적이 있는데 <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도 나보다는 아이에게 더 영감을 줄 만한 책 같다. 내겐 저자가 속해 있는 국회 국토해양위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게 해준 책이다. 김진애 의원은 국토위에 대해서 겉모습은 '공룡위원회', 속모습은 '이권위원회', 그리고 본색은 '거수기 위원회'라고 적었다.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 관련으로 국회 차원의 공청회 한번 없었다고 하니 저자의 말대로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한편, 올해는 아렌트 입문서가 한꺼번에 여럿 출간된 해이기도 한데, 홍원표 교수의 <아렌트>(한길사, 2011), 사이먼 스위프트의 <스토리텔링 한나 아렌트>(앨피, 2011), 그리고 엘리자베스 영-브루엘의 <아렌트 읽기>(산책자, 2011) 등이 거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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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11-12 10:01   좋아요 0 | URL
음...괜찮은 기사인데, '해나 아렌트'가 걸리네요. 서울신문 서평 기자는 의외로 책 읽기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실수를 몇 번인가 본 것 같아요. 아렌트 입문서로는 두번째 사이먼 스위프트의 책이 가장 나은게 아닌가 합니다. 아렌트에 관한 글을 쓰신다기에 로쟈님의 새로운 신간소식인가 싶어 살짝 두드려보고 갑니다.^^

로쟈 2011-11-12 10:15   좋아요 0 | URL
'해나'는 외국어표기안에 따른 거에요. '발터 베냐민'처럼. 한겨레에서도 '해나 아렌트'라고 씁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 방식이에요. 고유명사는 보통명사와는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듯해요...

빵가게재습격 2011-11-12 10:20   좋아요 0 | URL
오? 정말이네요. 전 단순한 실수인가 했는데, 정말로 이중으로 표기가 되어 있네요. 한겨레21에서도 그렇게 쓰여 있고.^^; 할 말을 잃는데요...^^;

PhEAV 2011-11-12 12:44   좋아요 0 | URL
보통 인명은 출생지를 고려하지 않나요? 해나라고 표기하면 출생지가 미국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데… 뭐 반드시 출생지를 고려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독일로 간주해도 베냐민처럼 '하나 아렌트'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함정일까요 -,.-;;

로쟈 2011-11-13 13:35   좋아요 0 | URL
보통 출생지가 아니라 국적을 고려하는데, 그것도 충분한 이유는 안되구요. '한나 아렌트'라고 고정된 이름을 '해나 아렌트'라고 표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저로선 백치적 발상으로 보입니다...

yamoo 2011-11-12 17:00   좋아요 0 | URL
김진애씨의 책이 급 땡기는데요~
이 참에 아렌트에 도전해 볼까욤~ 아렌트는 부러 멀리해 왔는뎅~^^;;

로쟈 2011-11-13 13:36   좋아요 0 | URL
네 편하게 읽히는 책이에요.^^
 

어젯밤에 당일배송으로 주문한 책의 하나는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 2>(프로메테우스, 2011)이다. 자본권력을 다룬 전작 <제1권력>(프로메테우스, 2010)을 읽을 터라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지도 않고 바로 주문을 넣었다. 아침에 리뷰가 뜬 걸 보니 러시아의 지배계급과 권력지도에 관해 다룬 책이다. '러시아 이야기'로 분류해도 될 만하다. 마이리스트로 만들어놓으려고 하다가 자세한 리뷰기사가 있길래 기사를 옮겨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러시아 지배층 가운데 로마노프 왕가의 후손들은 아직도 최대 이권 집단이라고 지적"이 요지 가운데 하나일 텐데(일종의 족보결정론?), 푸틴도 거기에 해당하는지 읽어봐야겠다... 

    

세계일보(11. 11. 12) 러시아 지배계급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항해 온 것은 빈곤을 낳은 하나하나의 문제들이지,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이데올로기가 결코 아니었다. 소련이 소멸되었기 때문에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했다지만, 사실상 그들 지도자는 대부분 귀족계급 내지는 자본주의의 화신이나 다름없었다. 이래서야 무슨 실험을 했다고….” 이 책은 이른바 ‘좌파’의 원조격인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이면을 고발하면서, 민중운동을 명분으로 내건 사회주의 진보 지식인들의 본모습을 들춰낸다. 저자가 겨냥한 인물들은 1848년 공산당선언에서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고 외친 칼 마르크스, 민중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자며 국가혁명론을 들고 나선 블라디미르 레닌,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완성하자고 외친 트로츠키, 스탈린 등이다.

우선 16세기 중반부터 러시아를 통치한 로마노프 왕가의 혈연을 따라간다. 이에 열거한 인물들은 죄다 로마노프 왕가와 직계 혹은 모계로 연결돼 있다. 저자는 이들이 권력서클을 이룬 과정, 인민 대중을 수탈하는 과정, 기득권 보호 행태 등을 고증자료를 토대로 비판한다. 특히 민중 봉기를 부추기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과 맹점을 통렬히 고발하고 있다.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으로 유명한 저자는 지난해 ‘제1권력 1’을 펴내 JP모건과 록펠러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거대자본가들이 미국을 좌지우지했던 갖가지 행태들을 열거했다. 지난해 이 책은 출간 직후 일본 공산당 이론가들이 공식 항의하고 반박하는 소동을 빚으면서 30만부 이상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책은 이제껏 전해진 소비에트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종래 인식을 뒤집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종래 ‘좌·우’이념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깨고 ‘러시아혁명(공산주의혁명)은 대체 무엇이었나’라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테면 소비에트 독재를 연 인물 가운데 한 명인 흐루시초프는 로마노프 가문의 대귀족이었다. 이어 이오시프 스탈린, 몰로토프, 미코얀 등의 크렘린 수뇌부는 거의 로마노프 가문과 유대관계 또는 혈연으로 연결된 사실도 밝혀진다.

흐루시초프는 100% 프롤레타리아 출신임을 간판으로 내걸고 소비에트운동에 앞장선 인물. 러시아 정부 공식 문헌에도 도네츠크 탄광에서 일한 노동자로 분명히 명기되어 있다. 그는 1917년 러시아 10월혁명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왕가의 일원이었으나, 프롤레타리아혁명을 완수하는 주역으로 면모를 탈색한다. 이렇듯 노동자와 농민이 지배한다는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 구소련의 최고 권력 집단 ‘볼셰비키 정부’를 구성한 인물들은 대부분 귀족 집안의 후손이거나 그 후광을 업고 있었다. 이런 게 사실이라면 사회주의 이념을 추종하고 있는 국내 진보 사상가들의 이념적 혼돈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금도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혁명의 아버지를 떠받들고 있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선조는 로마노프 왕가를 추종한 귀족이었다. 레닌의 외조부는 1847년 카잔의 영주였으며 가장 유복한 계급이었다. 소련이 붕괴되고 자유 기운이 한창 무르익을 때 반체제 인사로 이름을 알린 사하로프. 그는 수소폭탄이라는 인류 최대의 흉기를 스탈린에게 만들어 바친 인물로 묘사된다. 서방에서는 그를 반체제 양심인사의 상징으로 치켜세우곤 했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에서 사하로프를 떠받들거나 존경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보리스 옐친의 금고지기 출신으로, 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 첼시의 구단주이자 석유재벌인 아브라모비치 역시 귀족집단 ‘울리가르히’ 중 한 명이다.

저자는 이런 인물들이 움직이는 러시아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분명히 적시한다. 양심적 지식인들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민중운동 내지 사회주의를 명분으로 한 특권층의 행태를 고발한다. 그는 현재 러시아 지배층 가운데 로마노프 왕가의 후손들은 아직도 최대 이권 집단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로마노프 왕가가 지배한 제정 러시아에서 공산주의로 바뀌고, 현대에 와서 다시 제정 러시아로 돌아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배계급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낭만적 성향의 일부 사회주의자들은 맹종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국내 사회 운동가들 가운데서도 이런 표리부동의 인물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산주의 이념을 내걸고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실험했던 장본인들은 실상 당대의 자본가 내지 귀족 계급 출신이었다. 저자는 로마노프 왕가로 대표되는 러시아 지배계층의 본모습을 고발하면서 현대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정승욱 선임기자)  

1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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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00호)에 실은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소셜미디어'가 주제이고 세 권의 책에 대해 간략히 적었다. 주로 언급한 책은 클레이 셔키의 <많아지면 달라진다>(갤리온, 2011)이다.  

책&(11년 11월호) 실시간 소통의 혁명

세계인구 70억 시대가 됐다. 2000년에 60억명을 돌파한 지 11년만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70억 인구 시대는 ‘지구사’에서 유례가 없는 새로운 시대다. 지난 1750년 세계인구가 8억 명 수준이었고 1950년에 25억 명이었던 걸 고려하면 우리가 얼마나 ‘예외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인구가 많아지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물론 늘어나는 인구만이 사회변화의 동력은 아니다. 새로운 발명과 기술적 진보 또한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다. 예컨대 최근 10년간 우리의 일상생활과 소통방식을 가장 파격적으로 변화시킨 소셜미디어가 그렇다. 과연 지금 우리 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저자인 IT전문가 클레이 셔키는 <많아지면 달라진다>(갤리온)에서 우리 시대 변화의 핵심을 ‘새로운 대중의 탄생’으로 보고 역사적 사례와 견준다. 산업화 초기였던 1720년대 영국의 런던은 도시 전체가 술에 흠뻑 빠져 있었는데, 도시생활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시름을 달래기 위해 진을 마셔댔기 때문이다. 하나의 도시 현상으로서 ‘진 열풍’은 사람들이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이었고 사회 구조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잠잠해졌다. 이어서 산업화 시대에서 탈산업화 시대로의 전환기에 사람들이 진 대신에 빠져든 것은 시트콤이다. 우리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지만 서구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수명이 늘어나면서 여가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이 시간을 텔레비전 시청에 할애했다. 텔레비전 시청은 고독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활동을 감소시키고 대인간 접촉을 줄게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미국인이 일 년 동안 텔레비전 시청에 쓰는 시간은 대략 2000억 시간이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동적 문화소비에 반기를 든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또 한 번 새로운 전환이 마련된다.  

클레이 셔키는 이 전환의 두 가지 배경으로 전 세계의 교육받은 인구 사이에서 연간 1조 시간이 여가시간이 생겨난 것과 자신이 관심을 가진 활동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공공 미디어가 발명‧확산된 것을 든다. 즉 소셜미디어의 발명과 그것을 적극 활용하는 세대의 등장이 우리 시대를 과거와는 다른 시대로 호명하게 해준다. 텔레비전을 덜 보는 대신에 지금의 젊은 세대는 빠른 대화형 미디어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견하며 행동한다. 저자는 네 살짜리 딸과 DVD를 보던 친구의 얘기를 들려주는데, 화면을 보던 아이가 갑자기 화면 뒤쪽으로 가 뭔가를 찾더라고 한다. “왜 그러니?”라는 물음에 아이는 “마우스 찾아요.”라고 대답했다. ‘마우스가 없는 화면’은 뭔가 빠진 걸로 간주하는 세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던 세대와는 분명 다르게 세상을 지각할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바로 그런 세대를 새로운 대중으로 합쳐놓는다. 그들이 가진 ‘1조 시간’과 ‘인지 잉여’, 곧 ‘남는 머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어쩌면 아직 상상할 수 없는 변화의 문턱에 우리는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소셜미디어 전략 컨설턴트인 제이 베어와 애버 나스룬드는 그러한 변화를 ‘실시간 혁명’이라고 부른다. <실시간혁명>(더숲)에서 저자들은 급변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기업과 조직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충고한다.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와 함께 현행 비즈니스 문화의 철저한 개조를 요구하는 이 혁명적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기지, 인간화, 소셜미디어의 포용 같은 것들이다. 예컨대 음악가 데이브 캐럴이 유나이티드 항공의 처사를 고발한 유튜브 비디오를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자 그가 가진 기타의 브랜드 회사인 ‘테일러 기타’는 나흘 만에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수었네>라는 노래에 대한 테일러 기타의 반응’이란 제목의 2분짜리 비디오를 올려서 망가진 기타가 어떻게 수리되는지를 보여주었고 열띤 호응을 얻었다. 적극적인 소셜미디어의 활용이 기업의 이미지를 단시간에 제고시킨 대표적 사례다.   

소셜미디어의 폭발적 확산은 소셜미디어의 ‘소리 없는 혁명’을 학문적 차원의 연구대상으로도 만든다. 설진아 교수의 <소셜미디어와 사회변동>(커뮤니케이션북스)은 소셜미디어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사회변동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이미 우리는 여러 차례의 국내외 선거를 통해서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고, 저자 또한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에 주목한다. 문제는 기존의 선거법이 새로운 매체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불합리한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소셜미디어와 선거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숙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변화의 물꼬는 제도 개선의 수준을 넘어서 곧 사회구조 변혁에까지 도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실시간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11.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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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2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국사람 2011-11-12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님 위 내용과는 상관이 없지만 이명박 자서전이 나와서 올립니다.
The Uncharted Path: The Autobiography of Lee Myung-Bak.
http://www.amazon.com/Uncharted-Path-Autobiography-Lee-Myung-Bak/dp/1402262914,
아마존 서평 별5개 3개, 별1개 28개
청와대 자금으로 출판했을텐데 국민세금 엄한데 쓰는 짓 계속하는군요. 자서전을 자기 임기중에 출판하는 미국 대통령은 본 적이 없는데 이 양반은 임기 끝나면 감옥에 가 있을까봐 이러는지.....
욕먹을 짓은 이렇게 골라가며하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로쟈 2011-11-12 10:18   좋아요 0 | URL
한 '캐릭터'하는 양반이죠. 제목대로 Uncharted Path를 가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