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마침 일요일이라 달력도 빈틈이 없이 꽉 채워서 시작하는데, 이달의 독서 또한 그랬으면 싶다. 공휴일도 총선이 치러지는 11일 하루밖에 없다. 다질 건 다지고 응징할 건 응징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면서 (그들에게) '잔인한 달'의 포문을 연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문태준 시인의 <먼 곳>(창비, 2012)이다. '서정의 귀환'을 대표하는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라고.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과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2008)에 이어지는 시집이다. 같은 서정시 계열로 분류되는 장석남 시인의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2012), 그리고 김선우 시인의 신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 등이 같이 읽어볼 만한 시집이다.  

 

 

영문학계의 화제작들도 4월의 독서목록에 올려놓음직하다. 영국작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다산책방, 2012)와 작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제니퍼 이건의 <킵>(문학동네, 2011), <깡패단의 방문>(문학동네, 2012) 등이 그 목록에 들어가는 책들이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마하엘라 비저의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들>(지식채널, 2012)이다. "이동변소꾼, 개미번데기수집상, 고래수염처리공, 소변세탁부, 커피냄새탐지원, 촛불관리인…. 알쏭달쏭 낯선 이 이름들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과거 인류가 생계를 이어나가는 수단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역사 속 뜻밖의 직업들을 통해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추적한다." 말 그대로 '사리진 직업들'을 통해서 읽는 유럽 문화사이다. 같은 컨셉의 책으로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건 이승원의 <사라진 직업의 역사>(자음과모음, 2011). 이 둘을 비교해 읽는 것도 흥미롭겠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책은 조지프 핼리넌의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문학동네, 2012)다. '실수'를 키워드로 한 책을 더 찾아보니 윌리엄 헬름라이히의 <내가 왜 그랬을까>(말글빛냄, 2011), 아서 프리먼 등의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애플북스, 2011) 등이 같이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분류하자면 심리학 분야의 책들이다.

 

 

철학쪽 책으론 우리의 사유에서 실수(오류)를 제거하고자 했던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의 새 번역본이 나왔기에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분석철학 전공자인 곽광제 교수가 <논고>를 <논리철학론>(서광사, 2012)란 제목으로 다시 옮겼다. 먼저 나온 해설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론 이렇게 읽어야 한다>(서광사, 2011)와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논고'가 '론'이란 뜻이라 해도 관행적으로 굳어진 제목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신용하의 <독도영유의 진실 이해>(서울대출판문화원, 2012)다. "우리나라가 독도를 영유하는 것이 지리적・역사적・국제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모든 자료와 해설"이다. 저자는 그간에 독도 문제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출간했는데, 가장 간명하게는 <신용하의 독도 이야기>(살림, 2004)를 참고할 수 있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유진수의 <가난한 집 맏아들>(한국경제신문, 2012)이다. 경제학자가 쓴 경제정의론으로 "99%는 왜 가난한가?"를 질문한다. '왜 가난한가'란 질문에 보태서 '어떻게 가난한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학생들이 만드는 단비뉴스의 '대한민국 빈곤보고서', <벼랑에 선 사람들>(오월의봄, 2012)이 그런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노동, 주거, 보육, 의료, 금융 등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도시빈민의 삶에 대한 역사적 보고서로서 최인기의 <가난의 시대>(동녘, 2012)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최희규의 <가루와 함께 일주일만 놀아보자!>(이담북스, 2012)다. 분체(가루)공학 전공자가 쓴 책으로 세상의 물질에는 고체, 액체, 기체 말고 분체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가루에 관한 책은 워낙 드물기에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을 찾기는 어렵고, 개인적으론 '시간의 화살'이란 주제를 따로 읽어보고 싶다. 숀 캐럴의 <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다른세상, 2012)가 나온 게 계기다. 오래 전에 나온 피터 코브니 등의 <시간의 화살>(범양사, 1994)를 떠올리게 하는데, 주로 열역학 제2법칙을 소재로 하여 가역성과 비가역성의 문제를 다룬다. 시간의 화살이란 비가역성의 다른 이름이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아카넷, 2012)도 같이 읽어볼 만하겠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플로리안 하이네의 <화가의 눈>(예경, 2012)이다. "이 책의 묘미는 두 관찰력의 만남, 즉 과거의 그림과 현재의 사진을 비교하는 일에 있다. 옛 화가가 화면 속에 의도적으로 집어넣거나 제거해버린 부속 풍경들을 찾아내서 과연 왜 그런 작업을 했는지 면밀하게 추적해내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예술 창조자의 시선뿐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추적자의 시선이 동시에 생생하게 느껴지는, 한마디로 ‘실감나는’ 책"이라는 평이다. 같은 저자의 책으론 <거꾸로 그린 그림>(예경, 2010)도 흥미를 끈다. '미술사 최초의 30가지 순간'을 조명한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존 판던의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웅진지식하우스, 2012)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 50의 랭킹과 해제를 담은 책이다. "<이것은 질문입니까?>를 통해서 재치를 겸비한 박학을 선보였던 존 판던은 이 책에서도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들의 안내자로 자신이 적임자임을 과시한다.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되고 더불어 즐길 수 있으니 교양서로 모자람이 없다"고 평했다. 지적인 재미와 자극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두 권의 책은 일독해볼 만하다.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고른 책은 피터 멘젤 등의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월북, 2012). 저자의 이름이 낯익은데 그럴 만하다. "원제가 'Material World(물질 세계)', 부제가 ‘지구촌 가족의 초상’이다. 물건으로 각 나라별 차이점을 보겠다는 책이다. 이 기발한 작업에 나선 이는 사진작가 피터 멘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지구촌 식탁을 담은 <헝그리 플래닛>, 먹을거리 생태학을 다룬 <칼로리 플래닛>의 저자다." 이름하여 '플래닛 3부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1994년 '세계 가족의 해'를 맞아 만들어진 책이라지만 여전히 유익해보인다.

 

 

 

10. 팩트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팩트'다. 주진우 기자의 <주기자>의 가제가 '이것이 팩트다'였다. 당일배송이 되기에 어제 주문해서 받았는데, '팩트'란 말은 그간에 왜곡되고 축소된 진실, 조작된 진실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주기자는 미국으로 날아가 에리카 김을 만나 인터뷰 특종을 따냈었는데,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에라도 BBK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말했다"는 질문에 에리카 김은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그 사람을 잘 아는데 만약 그렇다면 내가 성을 간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밥 먹는 것보다 더 많이 하고 잇다. 또 이명박 씨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는데 '짠돌이' 이명박 씨가 그럴 리 없다. 또 그런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다. 진짜 재산을 다 빼돌려놓은 거 아니냐.(175쪽)

'이명박 씨'의 실제 재산과 관련한 내용은 안치용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타커스, 2012)에 나온다. 2007년 가을 미국에서 진행되던 BBK 관련소송에서 김경준은 MB의 재산이 6억 달러(약 7000억원)라고 주장했다. 공직자재산신고에서 밝히고 청계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다고 한 380여억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김경준은 해당 서류 2페이지에서 MB가 사기, 뇌물, 돈세탁, 착취 등을 통해 6억 달러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모았고 그의 재산은 형제와 처남 그리고 여러 법인들을 통해 은닉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김경준은 이 서류에서 MB가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현대건설에 입사해 최고경영자가 된 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현대의 자산을 형과 처남 명의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28쪽) 

'정의는 죽고, 탐욕만 남은' 세상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을까. '17살'을 자처하는 주진우 기자는 이렇게 적었다.

내가 이런다고 약자들이 이기지도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것이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전국민이(MB주의자들를 빼고) 한번씩 합창하면 혹 사정이 나아질지 모를 일이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그렇게 거짓과 탐욕이 극세하는 동안 '88만원세대'는 '결혼불능세대', 행복을 저당잡힌 세대가 됐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인터뷰집 <결혼불능세대>(필로소픽, 2012)도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되는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인터뷰어 윤범기 기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적었다.

결혼하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해법은 바로 정치에 있다. 그런 점에서 2012년은 중요한 해다. 총선과 대선이 있고, 이 기회를 활용하려는 청년 정치인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나와 같은 2030세대가 SNS의 등장으로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투표율이 높아지는 현상도 바람직한 일이다. 좋은 이룸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결혼하기 좋은 세상도 이런 작은 노력들이 쌓여서 이루어질 것이다.(11쪽)

 

12. 04. 01.

 

 

 

P.S. 4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고른다. 번역본은 민용태 교수가 옮긴 <돈끼호떼>(창비, 2012)가 속편을 포함한 완역본이다. <돈키호테>는 1605년과 1615년에 각각 1, 2권이 출간됐는데, 시공사판 <돈키호테>는 1권만을 옮긴 것이어서 아쉽다. 김현창 교수의 <돈끼호테>(범우사, 동서문화사)도 참고할 수 있는 완역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차츰 확산되고 있다.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했지만 관련자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 문건도 특종으로 공개됐다. 뉴스타파(http://www.newstapa.com/)에서 '리셋 KBS뉴스'를 보고나서 '이주의 책' 타이틀을 미국의 언론인 이지 스톤의 평전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문학동네, 2012)로 정했다. 방송 3사 기자/PD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뜻도 보탠다. 두툼한 이 평전의 내용에 대해선 아래 기사를 참조. 같이 생각난 책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알리샤 셰퍼드의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프레시안북, 2009)인데, 아쉽게도 현재는 품절 상태다. 우리에게도 조만간 이런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지(Izzy)’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미국의 진보 언론인 이사도어 파인슈타인 스톤(1907∼1989) 평전. 14세에 동네신문 ‘진보’ 창간, 고등학생 때 지역신문통신원을 거쳐 펜실베이니아대학을 졸업한 그는 45세까지 ‘더 네이션’ ‘PM’ 등 미국의 주류언론에서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경험을 쌓는다. 주류언론 시절, 그는 정치판에서 기자들이 취재원을 잡기 위해 공정성을 팔아먹는 일을 무수히 목격했다. 그러나 스톤은 정부 측의 감언이설과 협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 전달이라는 대의명분만을 추구하며 거침없이 써댔다. 1953년, 그는 1인 독립주간신문 ‘I. F. 스톤 위클리’를 창간해 냉전 정책에 반대했고, 대다수 언론이 침묵할 때 조지프 매카시와 싸웠으며 다른 언론인들이 정부 발표에 속아 넘어갈 때 베트남전 참전의 빌미가 된 통킹 만 사건은 날조라고 비판했다. 그의 목소리가 가장 컸던 것은 논평과 칼럼이었다. 공문서와 정부 보고서에서 수많은 특종을 건져 올린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정부가 공식문건까지 새빨간 거짓말로 도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공식문건을 읽어라.” 기자 출신의 여성작가인 저자가 입수 공개한 연방수사국(FBI) 사찰 파일도 흥미롭다.(국민일보)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20세기 진보 언론의 영웅 이지 스톤 평전
마이라 맥피어슨 지음, 이광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36,000원 → 34,200원(5%할인) / 마일리지 1,08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3월 31일에 저장

국가의 숨겨진 부- 국가에 내 행복의 책임을 묻다
데이비드 핼펀 지음, 제현주 옮김 / 북돋움 / 2012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2년 03월 31일에 저장
절판

넥스트 데모크라시- 소셜 네트워크 세대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꾸는가
제러드 듀발 지음, 이선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2년 03월 31일에 저장
절판

생각에 관한 생각-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2년 03월 31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요즘은 다른 분야의 강의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내게 가장 친숙한 건 문학이다. 문학을 읽고 음미하다 보니 문학이론 공부를 하게 됐고, '이론'이란 것이 거의 문어발 수준이어서 여러 분야로 관심이 확장돼 간 것이니 결국 모든 일의 시작은 문학이었다. 문학에 대한 사랑이었다. 

 

 

 

새삼스런 얘기를 꺼낸 건 이번주에 '그래, 문학이었지!'란 사실을 상기하게 해준 책들이 여럿 출간됐기 때문이다. <정여울의 소설 읽는 시간>(자음과모음, 2012)에서 따오자면 이번주는 '문학 읽는 시간'으로 충만하다(철학 전공자라면 이번주에 나온 칸트의 <윤리형이상학>(아카넷, 2012)이나 <들뢰즈 개념어 사전>(갈무리, 2012)을 손에 들고 가벼운 흥분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문학 안에서라면 모두가 '친구'라고 할 만한 이들의 책이다. <정여울의 문학멘토링>(이순, 2012)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나를 변함없이 매혹시키는 문학의 힘을 '문학과 담을 쌓고 살고 싶은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 문학이 좋긴 하지만 왠지 부담스러운 독자들에게, 문학이 좋진 않지만 왠지 모른 척할 수 없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문학과 친구가 되는 법, 문학과 연애하는 법을 알려주는 다정한 멘토가 되기를 바란다.    

문학에 매혹된 자, 여전히 그 매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자의 바람을 적은 말이다. 그 매혹의 힘에 나도 기꺼이 한 표를 던지는 자이니 '문학과의 연애'는 나의 연애이기도 하다.

 

 

 

때로 그 연애는 나이 먹은 연애이기도 하다. 중견평론가 황종연의 <탕아를 위한 비평>(문학동네, 2012)은 실로 아주 오랜만에 나온 저자의 두번째 평론집이다. <비루한 것의 카니발>(문학동네, 2001) 이후 우리는 모두 10년 이상씩 나이를 더 먹었다. 그 10년의 공백 끝에 돌아온 탕아? 그 '변명'의 자리에 저자는 '비평'을 갖다놓았다. 그 비평엔 어떤 만감과 회의가 진하게 배어 있다.

사실,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실천으로서의 문학은 진작에 효력을 상실했다. 오늘날의 문학에 뭔가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역사 이후에 남아도는 인간 특유의 욕망, 바타이유가 말한 의미에서 쓸데없는 부정성을 포용하기 시작한 덕분일지 모른다.

거기에 "문학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비평을 시작한 이후 나의 뇌리를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는 고백까지 저자는 보태고 있지만, 그의 회의가 문학에 대한, 문학이라는 역어에 대한, 민주화 이후의 정치와 문학에 대한, 국민문학과 세계문학에 대한 일급의 성찰이 갖는 무게감을 지우지는 못한다. '무엇이 문학인가, 어째서 문학인가라는 쓸데없는 물음'조차도 이런 담론의 성찬을 가능하게 하니, 역설적으로 문학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문학의 성찰적 힘은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어서 로버트 콜스의 <하버드 문학 강의: 문학의 사회적 성찰>(이순, 2012)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영문학을 전공했다지만 하버드 의대에서 문학을 강의하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 현 직함은 '하버드 대학의 정신의학과 및 인문의학과 명예교수'다. 그는 강의에서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가.

빌리(빌리 홀리데이)는 이 책에서 살펴보게 될 작가와 시인, 사진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학문과 문학과 예술적인 열정을 도덕적 관심과 질문들 -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과 조화시키려고 애쓴 사람이다.(...) 글과 그림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을 안내자 삼아, 우리는 사회적 성찰과 특별한 종류의 관찰을 통해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의 취지는 각자의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벗어나 우리가 서로 손잡을 수 있도록 해줄 통찰을 찾아 함께 방황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손잡을 수 있도록 해줄 통찰'을 저자는 찰스 디킨스와 조지 오웰, 레이먼드 카버,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플래너리 오커너 등 거장들의 문학 속에서 찾는다. 한 리뷰의 말을 빌리면 저자는 "위대한 작가들에 대한 지성적 관찰, 그리고 좀더 사려깊은 존재로 사는 것에 관한 가치 있는 성찰"을 우리에게 선보인다. 우리에게 내미는 손이다. 기꺼이 그 손을 잡을 관심과 열정이 당신에게도 있는가?

 

 

 

혹은 이상 문학의 비밀에 대한 관심은? <이상 전집>(뿔, 2009)을 새로 펴냈던 권영민 교수의 <이상 문학의 비밀 13>(민음사, 2012)은 <오감도>의 트레이드마크인 '13'이란 숫자만큼 흥미를 끈다(책은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개인적으론 아주 오래전, 대학생활 첫 학기에 권영민 교수의 문학개론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젊은 국문학 교수'가 어느덧 정년을 맞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문학은 여전히 문학이다. 우리 곁에서 여전히 살아숨쉬는 청년 이상처럼.  

 

 

<이상 문학의 비밀 13>이 나온 김에 관련서들을 찾아보다가 이상문학회에서 엮은 '작품론' 시리즈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마도 중3 때쯤 이상의 시와 소설을 접했을 듯싶으니 이상과의 만남도 거의 30년이다(이젠 그보다 나이도 훨씬 더 많다!). 그 이상이 곧 문학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만한 사랑, 혹은 우정을 나는 더 갖고 있지 않다. 혹자들의 말대로 문학은 별로 대수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면 인간도, 인간의 삶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

 

12. 03. 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요 때문에, 거기에 덧붙여 재발한 관심 때문에 영화 관련서들을 사들이고 있는데,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책들도 눈에 띈다. 로버트 스탬의 <영화이론>(케이북스, 2012) 같은 경우가 그렇다.  

 

 

 

보통 영화를 공부한다고 하면 영화이론과 영화사에 관한 '교과서'를 구비해놓는 게 기본이었는데, 바로 그 영화이론 교과서라 불릴 만한 책이다. 원서는 진작에 구입해놓은 터라 번역본 출간이 반갑다. 스탬은 영화이론 앤솔로지 <영화와 이론>의 공동편자이기도 하다.  

 

 

초급 단계의 영화이론을 학습했다면 바로 다음에 읽어볼 만한 책이 스탬의 <어휘로 풀어읽는 영상기호학>(시각과언어, 2003)이다. 책이 출간됐을 때쯤 한번 소개한 기억이 난다. 당시엔 문화기호학과 영화기호학 관련서들이 드물지 않게 나왔었고 스탬의 책은 그중 요긴한 가이드북이었다. 그의 책으론 <자기 반영의 영화와 문학>(한나래, 1998)이 가장 먼저 소개됐었는데, 지금 다시 검색하니 절판됐다. 어디에 두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영화사 책으로 가장 많이 읽혔던 건 잭 C. 엘리스의 <세계영화사>(이론과실천, 1988)였는데, 어느새 절판된 지 오래다. 새로 나온 건 버지니아 라이트 웩스먼의 <세상의 모든 영화>(이론과실천, 2008). 원서도 6판까지 나온 걸 보면 가장 많이 읽히는 영화사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책은 <옥스포드 세계영화사>(열린책들, 2006). 996쪽에 이르는 '중량감 있는' 책이다.  

 

 

거기에 더 얹어서 크리스틴 톰슨 등의 <세계영화사1-3>(시각과언어, 2000)도 과거엔 필수 아이템이었는데, 이 역시 절판된 지 오래군.  

 

 

 

영화이론과 영화사로 들어가는 게 전공수준의 공부라면 교양수준의 영화공부도 물론 가능하다. 교과서격의 책은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현암사). 찾아보니 역자와 출판사가 바뀌었고,  얼마전 12판의 번역본이 나왔다. <영화의 이해>(케이북스, 2012). 판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아 이 역시 가장 인기 있는 교과서인 듯싶다.   

 

 

 

그렇게 책들을 구비하고 나서 독서와 함께 해야 할일은 물론 영화를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지젝의 <삐딱하게 보기>(시각과언어, 1995)를 다시 읽는 김에 히치콕의 '전작'에 도전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전작'에 모두 도전하는 건 아니고, 구할 수 있는 작품들은 대충 다 구해서 보자는 정도다. 물론 그래도 20편은 훌쩍 넘어간다. 히치콕에 관한 책은 그간에 모아두긴 했는데, 분량 때문에 미뤄둔 패트릭 매길리건의 방대한 전기 <히치콕>(을유문화사, 2006)을 이번에 구입했다. 오래전에 간단한 리뷰를 적기도 했지만 가장 간명한 전기는 로로로 시리즈의 <앨프레드 히치콕>(한길사, 1997)이고 가장 요긴한 자료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다. 절판된 게 심히 유감스러운 책. 개인적으론 분실한 책이라 더더욱 아쉽다. 재출간되기를 기대한다. '히치콕 컬렉션'에 대해선 다음에 따로 적어야겠다...

 

12. 03. 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코노믹 씽킹>(웅진지식하우스, 2007)과 <승자독식사회>(웅진지식하우스, 2008)의 저자 로버트 H. 프랭크의 신작이 출간됐다. <경쟁의 종말>(웅진지식하우스, 2012). '승자독식사회 그 후, 미래의 경제질서를 말한다'가 부제다. 사실은 원제가 더 흥미를 끄는데, '다윈 경제학'이다. 경제학 교과서 외 '프랭크 경제학'이라고 묶을 만한 그의 책들을 모아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경쟁의 종말- 승자독식사회 그 후, 미래의 경제 질서를 말한다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안세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2년 03월 27일에 저장
절판
승자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2년 03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사치열병- 과잉 시대의 돈과 행복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이한 옮김 / 미지북스 / 2011년 3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2년 03월 27일에 저장

부자 아빠의 몰락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 창비 / 2009년 2월
11,000원 → 10,450원(5%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2년 03월 27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