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국제영화제가 한창 진행중인데, 영화사의 고전 가운데 새롭게 발굴/복원된 작품을 소개하는 2012 JIFF ‘되찾은 시간’ 코너의 '오프스크린' 행사 강연자로 참석하게 됐다. 내가 맡은 영화는 아르헨티나의 감독 우고 산티아고(Hugo Santiago)의 <인베이전>(1969)이다. 보르헤스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소개를 옮겨놓는다. 영화는 오늘 저녁에 상영된다(http://www.jiff.or.kr/g00_event/g10_special_0102.asp).  

 

 

혁명의 열기가 세계를 휩쓴 직후인 1969년, 아르헨티나는 기나긴 군사독재 중 유화 국면을 맞는다. 검열이 느슨해진 틈을 타, 우고 산티아고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및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와 함께 군사 쿠데타를 빗댄 <인베이전>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과 연출을 도맡는다. 권총 한 자루만으로 무력 침공을 시도하는 잔악한 무리를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리어드’를 떠오르게 한다. 침공을 막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트럭과 송신 장치는 트로이의 목마와 닮았고, 용맹하고 정의로우나 시작부터 패퇴가 예정되어 있는 인물들의 운명은 트로이인들과 같다.

 

고다르의 <알파빌>처럼, B급 범죄물이면서 현실 풍경을 배경으로 한 저예산 SF의 외양을 지닌 영화는, 가상의 도시 아킬레아를 무대로 삼았으나 기실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담은 지정학적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또, 20세기 라틴아메리카 사를 극사실주의로 기술하는 역사물처럼 보이기도 한다(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또 한 번 일어날 쿠데타와 길고 엄혹한 저항의 시간을 예감하는 결말 시퀀스는, 1973년 칠레 산티아고 스타디움에서의 학살마저 미리 보여주는 듯해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한편, 괴수나 새의 울음, 노이즈, 탱고 선율 등이 직조하는 초현실적 사운드스케이프, 흑백 필름이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를 마술처럼 활용하는 미장센과 외화면 구성의 아름다움은, 이 작품을 상투적인 정치 영화가 아니라 세계영화사의 숨은 보석으로 기억하게 한다.(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카달로그 리뷰어. 신은실)

 

오프스크린 3 : <인베이전>

• 강연자 : 이현우 (인문학자, 인터넷 서평꾼 ‘로쟈’)
• 일시 : 4월 29일(일) 20:00
• 장소 : 전주시네마타운 5관

 

12. 04. 29.

 

P.S. 참고로 영화는 유튜브에서도 전편을 볼 수 있다(123분 분량). 자막이 없는 게 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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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이미 주초에 진화심리학 관련서 두 권, 더글러스 켄릭의 <인간은 야하다>(21세기북스, 2012)와 피터 글루크먼 & 마크 핸슨의 <문명이 낯선 인간>(공존, 2012)을 구입하고 주제는 정해놓은 터이다. '섹스, 살인, 삶의 의미'가 원제인 <인간은 야하다>의 부제는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인간 본성의 비밀'인데, 새로운 얘기가 있는 건지 약간 미심쩍긴 했지만 "그는 이 생동감 넘치는 책을 통해 마음의 작동 원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스티븐 핑커의 추천사에 마음이 움직였다. 피터 매컬리스터의 <남성 퇴화 보고서>(21세기북스, 2012)는 진화심리학적 남성론이며, 토머스 실리의 <꿀벌의 민주주의>(에코리브르, 2012)는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꿀벌'에 대한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작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김영사, 2012)은 가슴 뛸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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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야하다-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인간 본성의 비밀
더글러스 T. 켄릭 지음, 최인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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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낯선 인간- 풍요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빈곤한 유전자
피터 글루크먼 & 마크 핸슨 지음, 김명주 옮김 / 공존 / 2012년 5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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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퇴화 보고서- 진화를 멈춘 수컷의 비밀
피터 매캘리스터 지음, 이은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2년 04월 28일에 저장
품절
꿀벌의 민주주의
토머스 D. 실리 지음, 하임수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4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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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533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필립 카곰의 <나체의 역사>(학고재, 2012)를 서평거리로 삼았다. 잡지는 아직 받아보지 못해서 초고를 올려놓는다. 이 책의 흥미로운 서두는 이렇다. "이렇게 한번 해보라. 책을 덮고 당장 옷을 벗어라. 만약 지금 욕실에서 이 책을 읽으려 했다면 괜찮겠지만 하필 서점에 있거나 버스나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면 인생이 달라질지 모른다."

 

 

 

공간(12년 4월호) 나체의 역사

 

누드(nude)와 네이키드(naked)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누드는 옷을 입지 않고 고의로 시선을 끄는 것을 말하며 네이키드는 단순히 옷을 입지 않은 ‘순수한’ 상태를 말한다.” 즉 누드는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네이키드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누드의 공간이 주로 예술가의 작업실이라면 네이키드의 공간은 욕실이다. 하지만 이 두 단어가 언제나 확연히 구분되는 건 아니다. 가령 대중목욕탕에서 벌거벗은 몸은 자기 자신을 위한 네이키드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누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립 카곰의 <나체의 역사>(원제 ‘A Brief History of Nakedness’)는 제목에 ‘네이키드’를 달고 있지만 누드와 구별되는 네이키드만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는 의미상의 논란을 막기 위해 두 단어를 구별 없이 사용하며 우리말로는 통칭 ‘나체’로 번역됐다. 이 나체가 어째서 관심거리인가?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나체는 왜 사람들을 그렇게 흥분시키는가? 왜 어떤 종교는 나체를 비난하고 또 어떤 종교는 권하는가? 나체 시위로 무언가 보람 있는 것을 이룰 수 있는가? 젖꼭지를 가린 재닛 잭슨의 가슴이 겨우 눈 깜짝할 동안 노출됐다는 이유로 CBS에 55만 달러의 벌금을 매기는 나라에서 어떻게 음경 연기자들이 자신의 생식기를 주무르는 공연을 할 수 있는가?” 등등. 이러한 관심에서 나체의 역사를 탐사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떤 목차를 구상할 수 있을까? 저자는 예상할 수 있는 경로를 비껴가지 않는데, 그가 고른 주제는 ‘종교와 나체’ ‘정치와 나체’ ‘대중문화와 나체’, 세 가지이다.  

 

저자에 따르면 나체와 종교가 최초로 결합한 사례는 4,000여 년 전, 인더스강 유역에 나타난 현인들로 이들은 옷을 거부했다. 알렉산드로스대왕과 이들 나체 현인들과의 만남이 기록에 남아 있다. 그런 기원이 우연은 아닌지 인도의 종교에서는 나체 수행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자이나교도들은 옷을 입지 않는 것을 ‘공기를 입는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자신이 아무것에도 ‘묶이지 않은 사람’이란 뜻도 전한다. 현재 나체 자이나교 승려들은 200명이 채 되지 않지만 힌두교 나체 성자들은 아직 수천 명이나 있다. 인도의 나체 수도승 전통에서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성적 편견과 나체 동기다. 남성만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게 나체의 역사 내내 발견되는 성적 편견이고, 자제와 금욕의 행위로 나체가 되려고 한다는 게 종교적 동기다. 나체 수도승들이 누군가를 유혹하려고 한다면 그 짝은 신이다.  

 

나체가 신에 더 가까이 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깨달음이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은밀하게만 전해졌다. 가장 유명한 나체 기독교도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였다. 중세의 신학자들은 나체를 네 종류로 구분했는데, 원죄로 타락하기 이전의 자연적인 상태를 가리키는 ‘자연적 나체’, 가난하거나 자발적인 거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인 ‘일시적 나체’, 자신의 순결함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 나체’, 허영과 육욕이 지배하는 ‘죄악의 나체’ 등이다. 나체를 옹호하는 자연주의 기독교도들은 자신들의 나체가 처음 세 종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종교에서 나체가 순수함, 수치를 모르는 상태, 더 나아가 육체를 거부를 뜻한다면 정치에서 나체는 강력한 힘과 권위를 나타내면서 동시에 취약성과 노예상태를 상징하기도 한다. 즉 나체에 대한 이중적이고 모순적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정치영역이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군이 이라크 죄수들의 옷을 벗길 때 나체는 굴욕적이고 가학적인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정치적 시위를 목적으로 옷을 벗을 때 아무것도 숨길 게 없는 나체는 도발적이면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의 전달수단이 된다. 종교에서 남성의 나체가 특권적이었다면 여성의 나체는 정치 운동의 영역에서 주도적이다. 2005년 캘리포니아 멘도시노카운티에서 여성들은 가슴을 드러낸 채 일광욕을 하고 대중 앞에서 수유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브레스트 낫 밤(Breasts not Bombs)’ 운동을 펼쳤다. 이 활동가들이 외친 구호는 “가슴은 폭탄이 아니다. 유방은 탱크가 아니다. 젖꼭지는 네이팜탄이 아니다. 유방은 미사일이 아니다”였다. 인간은 나체일 때 가장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만 시위하는 나체는 강하다. 이것이 나체의 역설적 본성이다. 때문에 나체는 정치적 주장뿐만 아니라 도덕적 분노를 표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하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나체 시위는 나도 과도하게 이용되어 진지한 캠페인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대중이 나체 시위에 싫증을 내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미국에서 나체 활동가들은 여전히 소수자일 뿐이고,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최근에 들어와서야 나체가 시위의 수단이 됐다. 게다가 한국에서 나체 시위는 여전히 ‘남의 나라’ 얘기인 만큼 나체의 정치성은 아직 고갈되지 않은 영역이다.

 

종교와 나체, 정치와 나체와 달리 우리에게 친숙한 건 대중문화와 나체라는 주제다. 나체는 언제나 관음증적 주목의 대상이 되기에 정치적 주장과 저항의 수단으로서도 유효하지만 그만큼 상품화의 수단으로도 유력하다. 1960년대에 나체 혁명을 일으킨 뮤지컬 <헤어>에서 나체 장면은 20초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은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등에서 나체가 등장하며 성적 자유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나체는 이제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제약받지 않고 세상에 존재할 자유’를 표현하는 행위가 됐다. <나체의 역사>는 벌거벗은 몸의 역사가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통로라는 걸 알려준다.

 

12.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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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고돼 있던 책인데, 인문학자 강신주의 신작 <김수영을 위하여>(천년의상상, 2012)가 출간됐다. 소개에 따르면 저자가 "본격적으로 자기 지향점을 드러내는 책"이다. 소개를 더 옮기면, "이 책은 시인 김수영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문학비평서가 아니다. 민족주의 시인으로 오해 받았지만 실은 강력한 인문정신의 소유자였던 김수영을 통해 한국 인문학의 뿌리를 찾는 철학서이다. 다시 말해, 1960년대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이 땅의 자유와 인문정신에 대한 강신주의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며 인문적인 고백록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책이 나온 김에 오랜만에 김수영 전집을 펼쳐보아도 좋겠다. 마침 <김수영 사전>(서정시학, 2012)도 이번에 출간됐다. 책값이 만만찮아서 손에 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리스트로 같이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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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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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수영 사전
고려대학교 시어연구회 엮음 / 서정시학 / 2012년 4월
70,000원 → 63,0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4월 24일에 저장

거대한 뿌리
김수영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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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24일에 저장

김수영 전집 1- 시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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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2년 04월 2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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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새뮤얼 리처드슨의 <클러리사 할로>(지만지, 2012)가 번역돼 나와 이언 와트의 <소설의 발생>(강, 2009)과 같이 묶어서 페이퍼를 쓴 적이 있는데, 18세기 영국소설의 고전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첫 번역은 아니지만 헨리 필딩의 <톰 존스의 모험>(동서문화사, 2012)과 로렌스 스턴의 <신사 트리스트럼 샌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을유문화사, 2012)다. 

 

 

각각 <톰 존스1,2>(삼우반, 2007)와 <트리스트램 샌디1,2>(문학과지성사, 2001)로 한번 출간됐던 작품들이다. <톰 존스의 모험>은 먼저 나온 <톰 존스1>이 품절로 뜨기에 마침 요긴하게 나왔다. 새로 번역돼 나오니 독서욕 또한 새롭게 자극한다.

 

 

이번에 확인해보니 동시대 작가이지만 헨리 필딩(1707-1754)이 로렌스 스턴(1713-1768)보다 조금 연배가 앞선다. 이들은 각각 어떤 문제작을 쓴 것인가. 필딩의 <톰 존스>는 알다시피 서머싯 모옴이 '세계 10대 소설'이 주저 없이 포함시킨 작품이고, <트리스트램 샌디> 또한 러시아의 문학이론가 슈클로프스키가 '기법으로서의 예술'에서 '낯설게 하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한 소설이다.   

 

 

 

 

둘다 만만찮은 두께인지라 완독에는 꽤 공을 들여야 하지만, 요즘 <돈키호테>를 읽고 있는 터라 내친 김에 '서사적 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연이어 읽어보려 한다(예전엔 완독하지 않기도 했고). 아, 원서도 구해놓아야겠다!..

 

 

12.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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