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눈에 띄는 책이 많아서 약간 고심했는데, 거리의 철학, 거리의 지혜, 사회과학의 임무와 사회학자의 역할, 그리고 책과 혁명에 관한 책을 골랐다. 제목은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애스트라라 테일러의 <불온한 산책자>(이후, 2012)에서 가져왔다. 원제는 <성찰하는 삶>이고 다큐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토머스 맥러플린의 <거리의 지혜와 비판이론>(비즈앤비즈, 2012)은 문화이론에 관한 책, 최정운 교수의 <오월의 사회과학>(오월의봄, 2012)은 5월 광주의 삶과 진실에 관한 사회학적 탐구이다('한국의 책 100권' 선정도서 가운데 하나였지만 절판됐다가 이번에 다시 나왔다). 사회학자 피터 버거의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책세상, 2012)는 말 그대로 사회학자의 지적 모험담. 끝으로 일본의 젊은 인문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2012)은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정체가 가늠이 안 돼 이주의 가장 궁금한 책이다. 한편 <볼온한 산책자>는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철학의 오랜 편견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거라는 게 철학의 오랜 염려다. 그 편견과 염려는 유효한가? 오늘날 철학자들은 죽었는가?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 그 답이 궁금하다면, 여기 ‘불온한 산책’에 동행하시라. 철학은 아직 힘이 세다. 그리고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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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산책자- 8인의 철학자, 철학이 사라진 시대를 성찰하다
애스트라 테일러 엮음, 한상석 옮김 / 이후 / 2012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5월 11일에 저장

거리의 지혜와 비판이론
토머스 맥러플린 지음, 최재용 옮김 / 비즈앤비즈 / 2012년 5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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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월의 사회과학-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5월 광주의 삶과 진실
최정운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5월
21,000원 → 18,9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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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17,800원 → 16,020원(10%할인) / 마일리지 890원(5% 적립)
2012년 05월 11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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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06호)에서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가정의 달이어서 주제도 '아이와 가족'으로 잡혔다.

 

 

 

책&(12년 05월호) 아이와 가족

 

메이데이로 시작하지만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안녕한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갈파한 이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다.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행복한 가정의 모습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천차만별이어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뜻이겠다. 이달에는 그 ‘가정’을 다룬 책들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나홀로 가구’, 곧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부모가 한두 명의 자녀를 둔 핵가족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흔한 가정 형태다. 따라서 가정의 행복은 많은 경우 부모와 자녀 문제로 귀결된다. 가정의 안녕을 묻기 위해선 먼저 자녀의 안녕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자녀들은 안녕한가? 궁금하다면, 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전>(마음의숲)부터 손에 들어볼 수 있다. ‘고길동 신부’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청소년들을 상담해온 저자가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사전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왜 ‘사전’이 필요한가? 서로가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선 말이 통해야 하는데, 각기 다른 뜻의 말을 쓴다면 소통이 가능할 리 없다. 가령 ‘부모’는 국어사전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지만 청소년들이 쓰는 의미로는 ‘자식만 욕할 수 있는, 밉고 이해 안 되는 답답한 양반들을 이르는 말’이다. 대다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표현이 좀 서툴지만 생각보다는 속 깊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자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자살 문제는 어떨까.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일상’이 청소년이 보는 ‘학교폭력’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 ‘자살’이다. 학업과 진학, 보모의 이혼, 아이들의 따돌림 등 여러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지 못해서 그들은 자살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간주한다. 당연히 필요한 것은 부모와 학교, 그리고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다. 잘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것인가.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으론 아동심리학자와 심리상담사, 전직 교사가 함께 쓴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양철북)이 있다.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 하면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하는 부모라면 필독할 만하다. 일단 관점이 다르다. ‘아이’가 아니라 ‘아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즉 문제는 아이들 개개인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회생활’이라는 관점이다. “아이들의 사회생활은 집단과 개인, 패거리와 서열, 친구가 친구를 떠받쳐주는 진심 어린 우정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아이들의 사회생활이라고 특별한가? 특별하다. 한국에서라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일주일에 최소한 30시간 이상 12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되니 양적으로도 엄청난 시간이다. 이 특별한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없는 아이들에겐 얼마나 길고 힘들게 느껴질지 가늠해보아야 한다.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지난 1999년에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소수 ‘미친’ 아이들이 저지른 우발적인 사고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이 ‘사회적 잔인성’(학교폭력)에 맞서기 위한 프로그램은, 폭력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폭력을 막기 위해 나서서 무언가를 할 생각은 하지 않는 ‘방관자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도덕적인 학교란 도덕적인 학교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학교입니다”란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아이들의 사회생활과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해 주목했다면 그 실상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려볼 필요가 있겠다. 캐나다 토론토 지역 청소년 아홉 명이 직접 겪은 폭력의 경험을 들려주는 <폭력은 침묵 속에 전염된다>(아일랜드)는 데이비드 월시의 <10대들의 사생활>(시공사)을 보완해줄 만한 사례집이다. 마약 복용 등의 경험은 한국 청소년들과 거리가 있지만, 캐나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솔직하고 아주 생생하다. 책의 엮은이는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폭력은 침묵 속에 전염된다. 그리고 모두가 저항할 때 멈춘다.”


가정의 행복을 묻기 전에 자녀의 안녕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녀 때문에 불행한 가정도 있고, 자녀가 없어서 행복한 가정도 있겠다. 그렇다면 더 근원적인 질문은 ‘왜 굳이 아이를 가져야 하는가’일지도 모른다. <노키드>(이미지박스)의 저자 코린느 마이어 같으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가 있다고까지 주장하는 데 말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서 20년 넘게 뼈 빠지게 일하면서 자신의 여가와 친구, 사회적 성공을 희생할 필요가 있는지 묻는다. 반대로 크리스틴 오버롤은 <우리는 왜 아이를 갖는가?>(부글북스)에서 아이를 갖는 일이 키에르케고르식의 두려움과 떨림을 동반하는 ‘신념의 비약’이긴 하지만, 생물학적 부모가 되는 것은 유전적 관계만이 아니라 심리적, 육체적, 지적, 도덕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존재를 새롭게 창조하는 기회이며 도전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행복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12.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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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뭄'이었던 지난주와는 달리 이번주엔 관심도서들이 여럿 출간되고 있다. 주말에 갈무리할 책들을 제쳐놓고 미리 언급하고픈 책은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가 같이 쓴 <사회주의와 헤게모니 전략>(후마니타스, 2012)이다. '급진 민주주의론'의 교과서격 책. 이미 몇년 전부터 예고된 책이라 '지각 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하튼 나와주어서 다행이다. 샹탈 무페는 3년 전 방한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한 대담의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더불어, 무페와 라클라우의 관련서를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민주주의의 절차적 형태를 수립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민주적 시민성, 민주적 정서를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 같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은 특히 그렇다.”

 



1985년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함께 저술한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국내에는 1990년 <사회변혁과 헤게모니>란 제목으로 번역)이란 책으로 서구 좌파학계에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논쟁을 촉발시킨 샹탈 무페(66·사진)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교수가 한국 민주주의가 지닌 불완전성과 한계를 꼬집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펴내는 계간 <아세아연구> 가을호 특집 대담을 통해서다.

무페 교수는 곽준혁 고려대 교수(정치학)와 한 대담에서 “민주적 개인성이 있어야 규칙과 절차가 뒤따라올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서 이 점은 매우 중요하고, 한국 같은 국가들에선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돼 있어도, 시민들이 그 절차에 부합하는 삶의 양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올바른 절차가 확보된다면 어떤 사회적 대립이나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합리주의적 합의 모델에 대한 비판인 셈인데, 민주주의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오늘 한국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무페 교수는 대담에서 정치에 대해 지나치게 합리주의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현대 사회는 ‘조화로운 전체’가 아닌, 갈등의 요소를 필연적으로 내장한 다원성의 사회인 만큼, 불일치의 여지를 봉쇄한 채 이성적 합의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무페 교수가 밝힌 자신의 이론적 목표는 “(정치·사회 구조 안에) 적대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자유주의 정치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페 교수는 이것을 “급진적 민주주의라는 기획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을 쓰던 1980년대 초와 오늘날의 상황을 비교한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페 교수는 말한다. “시민적 권리들은 공격받고 사회적 권리들은 박탈당했다. 1980년대 초반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나빠졌다. 퇴보한 지점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급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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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 급진 민주주의 정치를 향하여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 샹탈 무페 지음, 이승원 옮김 / 후마니타스 / 2012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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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것의 귀환
샹탈 무페 지음, 이보경 옮김 / 후마니타스 / 2007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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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역설
샹탈 무페 지음, 이행 옮김 / 인간사랑 / 2006년 3월
12,000원 → 11,400원(5%할인) / 마일리지 35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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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 좌파에 대한 현재적 대화들
주디스 버틀러 외 지음, 박대진.박미선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9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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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시몬느 베이유)의 책이 오랜만에 나왔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리즈앤북, 2012). 원저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소개를 보니 편집된 책 같기도 하다(원저가 편집된 책인가?). 소개는 이렇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시몬 베유의 삶과 현실>에서는 T. S. 엘리엇과 체슬라브 밀로스의 글을 통해 시몬 베유의 짧은 생애를 이해해 보고자 했고, 지인들과 부모에게 보내는 시몬 베유의 편지들을 통해 그녀가 겪었던 현실의 순간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2부 <시몬 베유의 작품과 이상>에서는 시몬 베유의 사후에 발표된 여러 글들을 편집하여 실음으로써 그녀의 사상이 어떻게 글로 표현되었으며, 그 사상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다.

아무튼 <중력과 은총>(이제이북스, 2008)과 합본으로 나온 <중력과 은총/철학강의/신을 기다리며>(동서문화사, 2011) 이후에 다시금 관심을 돋구는 책이다. 시몬 베유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강의를 하느라 자료를 꽤 모은 기억도 있다. 지금은 자료도, 기억도 다 흩어진 상태지만, <중력과 은총>의 한 구절 정도는 아직도 생생하다. "사랑은 우리들의 비참함을 말해주는 표시이다. 신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할 수 있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것만을 사랑할 수 있다." '불꽃의 여자' 시몬 베유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다.

 

 

그럼 아감벤은 뭔가? 엉뚱한 연상은 아니고, 아감벤의 학위논문 주제가 베유의 정치사상이었다. 하이데거나 벤야민만 아감벤의 '소스'는 아니었던 셈. 한겨레의 '진보 지식인 시리즈'에 소개된 대목이다.

1942년 로마에서 태어났다. 로마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이후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의 정치사상을 주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간행된 발터 베냐민의 이탈리아어판 전집 편집자를 지낸 뒤 베로나대학과 유럽·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미학과 철학을 강의했다. 현재 베네치아건축대의 철학 교수로 있다. 대표작인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이후 <아우슈비츠에서 남은 것>(1998), <예외 상태>(2002), <군림과 영광>(2007)을 거치면서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다.(한겨레)

 

안 그래도 이번 여름에 아감벤을 읽을 일이 있는데, 시몬 베유가 같이 읽어보면 뭔가 새로운 접속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유의 책 가운데에서도 <중력과 은총> 외에 <전쟁과 일리아스>, <억압과 자유>, <뿌리 내리기> 등이 관심도서다. <억압과 자유>나 <뿌리 내리기>는 예전에 일부를 복사해둔 것 같기도 하다(번역도 됐을 것이다. 완역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감벤의 경우에도 <아감벤 사전>을 비롯해서 탐나는 신간들이 몇 권 된다. 번역까지 기다리기 어려워서 조만간 지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신앙이 없는 이에겐 '신을 기다리며'를 대신하는 것이 '책을 기다리며'이다...

 

12.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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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뭔가 싶겠지만 두 권의 책 제목이다. 저자는 미국의 여성학자 매릴린 옐롬. <아내>(시공사, 2003)란 제목으로 나왔다 절판됐던 책이 이번주에 원래의 제목대로 다시 출간됐다. <아내의 역사>(책과함께, 2012). 개인적으론 두달쯤 전에 중고도서로 구한 책인데(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강의할 기회가 잦은 탓에 내겐 요긴한 책이다), 다시 나올 줄 알았다면 좀더 기다렸을 것이다. 역자가 같은 걸로 보아 번역상의 차이는 별로 없을 듯하지만 표지는 훨씬 좋아졌다.

 

 

 

저자가 <아내의 역사>보다 먼저 쓴 책이 <유방의 역사>(자작나무, 1999)다. 이 역시 절판됐는데, <아내의 역사>가 반응을 좀 얻는다면, <유방의 역사>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표지도 좀 업그레이드돼서 말이다. 목차만 훑어봐도 알 수 있지만 '최초의 아내 이브부터 <인형의 집> 노라까지, 역사 속 아내들의 은밀한 내면 읽기'로서 <아내의 역사>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에 이런 주제의 역사를 쓴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운 것이기도 하고. 하긴 <엉덩이의 역사>나 <눈물의 역사> 같은 책들에 견주면 평범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책의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선 지난번 <아내>가 출간됐을 때의 서평기사가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간추려서 옮겨보면 이렇다.

 

아내란 관계의 이름이다. 남편 없는 아내란 있을 수 없으니까. 미국의 원로 여성학자 매릴린 옐롬이 쓴 <아내>(원제:아내의 역사)는 서양의 역사 속에서 아내의 지위 변화를 훑는 책이다. 이 책은 아내의 개념, 지위, 역할이 언제 형성되어 어떻게 변해왔으며, 역사 속에서 아내들은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보았고 이를 바꾸려고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 순종과 반항의 역사를 보여준다

역사 속에서 아내는 어떤 대접을 받아왔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아내는 남편이 사용하는 “가재도구” 혹은 재산이었다. 기독교 논리가 사회를 주름잡았던 중세에 아내는 ‘출산의 그릇’이었다. 이 시기 여성들 중 아내의 지위는 처녀·과부 밑이었다. 왜냐하면 이 시기 섹스는 타락이었으므로 여성들 내부의 서열은 금욕을 기준으로 매겨졌으니까.

전통적인 아내상 혹은 아내 관념이 최근 50년 동안 겪은 급격한 변모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오늘날 아내의 역할을 둘러싼 견해 차이는 성별 간에, 계층 간에 여전히 크고 깊다. 방대한 사료, 자료, 인터뷰가 녹아 있는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이런 질문들이다. 아내는 남편의 부양을 받는 자인가 “역사 이래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내를 먹여 살리는 것은 남편의 의무였다. 아내는 그 대가로 섹스, 아이, 가사노동을 제공했다.” 그러나 맞벌이 아내들의 대거 등장은 이 관념을 급속하게 약화시킨다. 지은이가 보기에, 여성은 피부양자이며 가사의 전담자라는 낡은 생각은 사라졌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평등하게 일을 분담하는 새로운 결혼 유형은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질문. 그렇다면 아내는 어머니인가. 역사 속에서 아내인 동시에 어머니이지 않았던 여자들은 철저히 박해받았다. 아내인데 어머니가 아닌 여자는 ‘죄인’취급을 받았으며, 거꾸로 아내가 아니면서 어머니인 이들은 심지어 처형당하기까지 했다. 독신모라는 낙인을 피하려고 “갓난아이 살해 등 무슨 짓이든 했”으니까. 그러나 오늘날은 자발적인 독신모의 증가 등 사정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결혼 50년 문턱에 있는 아내이기도 한 지은이는 말한다. 역사 이래 결혼은 아내가 되기 위한 필수 관문이었지만, “오늘날 미국의 아이들 가운데 40%는 혼외 관계에서 태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아내는 여성인가 오늘날 캐나다·덴마크·스웨덴·스위스·벨기에·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성간의 결혼이 합법화되는 추세에 있다. 동성 결혼에선 누가 아내일까. 지은이는 묻는 대로 “부부 간에 지위·역할·성별 등 어떤 차이도 없는 결합이라면 아내라는 용어가 의미를 가질 것인가” 아내라는 이름은 ‘멸종’ 위기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허미경 기자) 

12.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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