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의를 끝내고 귀가하니 출판평론가 장동석의 신간 <금서의 재탄생>(북바이북, 2012)이 도착해 있다. 부제가 '시대와 불화한 24권의 책'으로 개인적으론 뒷표지에 추천사를 얹은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적었다.

금서는 시대와 불화하는 책이면서 당대의 금기에 도전하는 책이다. 금지의 주체는 정치 권력이거나 가끔은 도덕적 다수였다. 시대의 금서를 지금 다시 읽는 일은 그 책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 시대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성찰의 거울을 마련하는 일이다. 금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금서라는 프리즘으로 우리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친절한 안내자로 나선 장동석과 함께 ‘눈 내리는 밤 금서를 읽는 즐거움’을 음미해보시라.

'금서' 혹은 '금서의 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더 생각나 찾아보니 몇권은 절판된 상태다. 그래도 참고가 될 듯하기에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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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재탄생- 시대와 불화한 24권의 책
장동석 지음 / 북바이북 / 2012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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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시대를 읽다- 문화투쟁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백승종 지음 / 산처럼 / 2012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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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금서의 문화사-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를 중심으로, 역사도서관 004
주명철 지음 / 길(도서출판) / 2006년 7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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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00권의 금서- 금지된 책의 문화사
니컬러스 J. 캐롤리드스.마거릿 볼드.돈 B. 소바 지음, 손희승 옮김 / 예담 / 2006년 4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2년 11월 08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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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12호)에서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문화대혁명 관련서들을 다루려고 했는데, 자연스레 '그 이후'까지 언급하게 됐다. 안 그래도 중국에서는 오늘 18차 당대회가 개막해서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문화대혁명을 전후로 한 중국현대사에 눈길을 주어봄직하다. 위화의 책이 좋은 출발점이다.

 

 

 

책&(12년 11월호)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그 이후

 

중국 작가 모옌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경제뿐 아니라 중국의 문학 또한 세계적 주목거리가 됐다. 중국문학의 힘은 무엇일까. 모옌, 쑤퉁과 함께 동시대 중국문학 3대 작가로도 꼽히는 위화의 에세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2012)는 그 힘이 파란만장한 중국 현대사에 대한 성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깊게 해준다. 그 역사는 크게 구분하자면 마오쩌둥의 정치혁명(문화대혁명)과 덩샤오핑의 경제혁명(개혁개방)으로 나눠지는 역사다. 중요한 것은 이 두 혁명 사이의 단절 못지않은 연속성이다.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중국현대사의 핵심적 사건으로 문화대혁명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은 국민당의 오랜 투쟁 끝에 승리하여 중국대륙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마오의 혁명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다. 무장투쟁을 동반하지 않을 뿐 혁명은 항구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마오는 믿었다. 대약진운동(1958-1960)과 문화대혁명(1966-1976)이 바로 그러한 혁명의 정점이었다. 그렇지만 1976년 마오가 세상을 떠나고 뒤이어 덩샤오핑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혁명의 시대는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사실 지난 30여 년 동안 이루어진 경제기적에서도 혁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환골탈태하여 다른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게 위화의 주장이다. 아니 그렇게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그는 전한다. 


일례를 들어보자. 개혁개방 첫해인 1978년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3천만 톤 남짓이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에 3천 7백만 톤을 넘겨 세계 5위를 기록하더니 1996년 이후에는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2008년에는 철강생산량이 5억 톤을 넘어 전 세계 생산량의 32퍼센트까지 차지하게 됐다. 이는 세계 2위에서 8위까지 국가들의 생산량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놀라운 고속성장이다.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대약진운동 시기의 경험이 깔려 있다. 당시 중국 전역 도시 마당과 농촌 들판에는 소형 용광로가 설치되어 인민 모두가 철강을 제련하는 일에 동원되었다. 영국을 따라잡고 미국을 추월해야 한다는 열기가 충천했다.

 

이러한 상황은 1990년대에 한 번 더 벌어진다. 농민들이 철강노동자로 변신하여 간이 용광로에서 제작한 쇳물을 레미콘차량에 싣고 철강공장에 갖다나름으로써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었다. 과거와 다른 것은 농민들이 정치적 구호가 아닌 돈을 위해서 철강제련에 나섰다는 점이다. 위화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중국 인민, 혹은 ‘풀뿌리’ 계층에게 두 차례 기회를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문화대혁명이 정치권력의 새로운 분배였다면 개혁개방은 바로 경제권력의 재분배였다.


이 ‘두 중국’에 대한 자세한 기술은 미국의 중국사학자 모리스 마이스너의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이산, 2004)에서 읽을 수 있다. 저자는 1986년에 펴낸 책의 2판에서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을 평가하면서 중국의 관료집단체제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길, 모두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거라고 보았으나 1998년에 펴낸 3판에서는 공산주의 국가가 오히려 중국 자본주의를 촉진하는 핵심요체였다고 견해를 수정한다. 저자의 비교분석에 따르면 애초에 마오는 레닌과 달리 자본주의 문화가 사회주의 건설의 전단계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서양 부르주아 문화와 자본주의 방식이 중국의 유교적 봉건문화만큼이나 유해하다고 판단했고 문화대혁명은 이 두 가지 악영향을 모두 제거하기 위한 시도였다. 물론 이 시도의 밑바탕에는 노년에도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자 했던 마오의 권력욕도 깔려 있었다. 

 

 


1966년 마오가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톄안먼 광장에서 수십만의 홍위병을 사열하면서 시작된 문화대혁명은 중국 전역을 광풍으로 뒤덮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간다>가 이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위화의 문화대혁명 체험담이라면 천이난의 <문화대혁명, 또 다른 기억>(그린비, 2008)과 션판의 <홍위병>(황소자리, 2004)은 홍위병들의 체험적 회고록이다. 거기에 학술적인 조명까지 얹자면, 백승욱의 <중국 문화대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그린비, 2012)는 문혁을 주도했던 조반파의 이론적 배후 천보다의 사상을 집중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보다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문화대혁명이 제시하는 이론적 아포리아를 탐구하는 책이다. 그에 따르면 대중, 혹은 인민이 스스로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과 그 난점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 문화대혁명이 머금고 있는 이론적 아포리아다.

 

 


‘인민의 아버지’였던 마오 이후의 시대는 문화대혁명의 광기와 과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그것이 펼쳐놓은 가능성의 공간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해서, 위화의 표현에 따르면 “정치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마오쩌둥의 흑백시대에서 덩샤오핑의 경제지상주의 컬러시대로 접어들었다.”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고속성장기 중국대륙에서 벌어진 핵심 사건들에 대해서는 카롤린 퓌엘의 <중국을 읽다 1980-2010>(푸른숲, 2012)이 가장 잘 정리해준다.

 

12.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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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1000호)의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가나자와 사토시의 <지능의 사생활>(웅진지식하우스, 2012)의 내용을 몇가지 간추렸다. 진화심리학에서 바라본 지능 문제가 흥미로워서 고른 책이었다. 저자의 책으론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2008)이 더 소개돼 있다. 앨런 밀러와 공저한 책으로 요긴한 진화심리학 입문서. 대학 교재용으로 많이 읽히는 책은 물론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2012)이다.

 

 

 

주간경향(12. 11. 13) 진보주의자가 지능이 높다?

 

2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진화심리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며, 국내에도 적잖은 관련서가 출간돼 있다. <지능의 사생활>은 가나자와 사토시의 신작으로 지능 문제를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흥미로운 책이다. 원제는 ‘지능의 역설’이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의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고 지능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불식시킨 다음에 본격적으로 ‘지능의 역설’을 파헤친다. 어떤 역설인가. “지능이 높은 개인들은 진화가 우리에게 설계해놓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선호와 가치관을 갖고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역설이다.

 

 

먼저 지능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IQ검사가 문화적으로 편향돼 있다거나 IQ가 환경에 의해 결정되며 교육을 통해서 높일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에 따르면 IQ검사는 객관적이며 혈압이나 체중 측정 이상의 정확도를 갖는다. 혈압이나 체중이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듯이 IQ 또한 그렇다. 또한 지능은 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유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지능이 우리의 생존과 번식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떤 특성의 유전 가능성과 적응성은 일반적으로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지능은 장구한 기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한 우리 조상들에게는 진화적으로 새로운 아주 협소한 영역에서만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화적으로 익숙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굳이 높은 지능이 필요하지 않으며, 지능이 높다고 해서 지능이 낮은 개인보다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지능이 높을수록 상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결혼과 번식이라는 진화적으로 익숙한 영역에서는 특별히 유리하지도 않다.

 

문제는 지난 1만년 동안 우리의 환경이 아주 급격하게 달라지면서 지능이 다른 심리기제들보다 중요하게 됐다는 점이다. 곧 지능이 낮은 개인은 지능이 높은 개인보다 진화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능과 정치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소규모로 무리를 지어 수렵채집 생활을 했던 진화의 역사 대부분 동안 우리 조상들이 평등주의적이고 민주적이었다 하더라도 보통선거권이나 비례대표제 같은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장치들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그에 비하면 세습군주제에 대한 욕구가 차라리 진화적으로 익숙하다. 즉 우리의 뇌는 대의민주주의에 맞게끔 진화하지 않았다. 지능의 역설에 따르면 이런 경우 지능이 높은 개인과 집단이 반대 경우보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욕구와 수용력이 더 크다. 달리 말하면 인구의 평균지능이 높을수록 그 정부는 더 민주적이다.

 

정치적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에도 지능의 역설은 적용된다. “유전자적으로 무관한 다른 사람들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이들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으로 진보주의를 정의한다면 이것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우리의 뇌는 완전히 낯선 불특정 다수에게까지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 즉 진보주의는 진화한 인간의 본성에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이념을 받아들이려면 평균보다 높은 지능이 필요하다. 실제로 ‘아주 보수적’인 미국 청년과 ‘아주 진보적’인 미국 청년이라는 범주의 청소년기 IQ를 조사해보니 전자가 평균 94.82점이었던 데 비해 후자는 106.42였다. 여기서 11점은 작지 않은 차이며,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진보는 인간에게 부자연스러운 이념이지만 “평균지능이 높은 국민일수록 소득세를 더 많이 내고 소득분배가 더 평등하다”는 사실이 지능의 역설이다.

 

12.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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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신간을 둘러보다가 장석주의 <마흔의 서재>(한빛비즈, 2012)가 뜬 걸 본다. 소개는 이렇다. "마흔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서재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지적 공간에서 오롯이 쉬고, 사유하고, 거기서부터 남은 생의 길을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은 생에 몸살을 앓는 마흔에게 피로한 몸을 누이고, 인생의 초안을 다시 생각하고,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쓰고 고독과 마주하며 자신을 비우고 채울 공간으로 서재를 권한다." 

 

 

바로 떠오른 생각은 '마흔'이 요즘 출판의 대세라는 것. 현재 40대가 가장 많은 인구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니 주목받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체감하기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 2011)이 물꼬를 트지 않았나 싶다(제목에 힘입은 바가 큰 베스트셀러다). 이후에 나온 '마흔서'들 가운데 몇 권을 골라 리스트로 묶어놓는다(상당수는 자기계발서이지만 트렌드를 보여주기에 같이 묶었다). 어느새 마흔도 중반을 지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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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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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즈음에 읽었으면 좋았을 책들
주선용 지음 / 북씽크 / 2012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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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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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대 리포트- 그들은 왜 바꾸려고 하는가
함영훈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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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흔셋, 묵자를 만나다- 논어를 끝낼 나이
친위 지음, 이영화.송철규 옮김 / 예문 / 2012년 10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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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에 현직기자들의 책을 손에 들었다. 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의 칼럼집 <민낯의 시대>(클, 2012)와 임지선 한겨레 기자의 <현시창>(알마, 2012)이다. 기자가 저자라는 점 말고도 공통점이라면 제목의 의미를 책을 들춰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는 점(현시창이 '현실은 시궁창'의 준말이라고).

 

 

<민낯의 시대>에서 저자가 던지는 물음은 사뭇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게도 한다. "왜 어떤 나라는 점점 더 발전하고 어떤 나라는 멈추고 어떤 나라는 심지어 뒷걸음치기까지 하는 걸까." 이런 물음을 갖게 한 것은 물론 최근 5년간 벌어진 뒤걸음치기,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최근 5년 사이에 한국 사회는 다시 뒷걸음치고 있다. 그것도 민주적으로 선출한 정부에 의해 민간인 사찰이 일어나고 자유로운 언론활동이 수사대상이 되고 최고권력층의 불법이나 탈법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위공직자들의 도덕 수준은 불법과 탈법이 일상이 되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걸러지지 못할 정도로까지 떨어졌다. 김영삼 정부(1993-1998) 때 대통령 아들을 구속 수사할 수 있었던 검찰은 그로부터 15년이 지나서 불법이 드러난 아들에 대해 서면질의로 수사를 덮었다. 북한 또다시 가장 위험한 적이 되었다.(5-6쪽)

저자가 압축해놓은 대로 권력층의 불법과 탈법이 일상적이다 보니 더이상 '자극'이 되지 않는 시대가 우리 시대다. 개탄할 만한 현실이지만 저자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치전도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역사발전의 디딤돌이 될 거"라고 믿어서다. "겉으로는 공동체 중심을 지향한다고 말하고 글 쓰지만 실제 삶은 자기 이해관계에 빠져 있던 이들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게 오히려 잘됐단 것이다. 왜 그런가.

실제로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겉으로는 공익을 표방한 이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논의들이 쳇바퀴만 돌았던가. 그러니 모두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 이후에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진짜 논의가 가능해진다. 한국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민낯을 드러내는 과정은 뼈아프지만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로 인해 삶과 말이 일치하는 진짜 지식인, 진짜 지도자들도 모습을 드러낸다.(7쪽)

그것이 '민낯의 시대'가 갖는 의의다. "누구든 어떤 집단이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옳을 때에만 옳다고 해줄 시대"가 바로 민낯의 시대다. 더이상 가면을 쓰지 않으니 가면에 속을 염려가 줄어든 시대. 하지만 낙관은 아직 이르다. 저자는 2009년 2월 12일자 칼럼에서 이렇게 쓴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부동산 투기를 하고 편법 증여를 받고 논문 조작을 하는 맨얼굴이 다 드러났는데도 이들을 정부각료로 내세우는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각료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세금으로, 국가 전체를 위해 일하라고 기용되는 사람들이다. 추악한 맨얼굴이 드러났는데도 각료로 기용하는 것은 범죄행위임을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한다.(90쪽)

하지만 우리도 이젠 안다. 그걸 알 만한 정부라면 이명박 정부가 아니다. 아니 아무리 범죄행위라 하더라도 "그게 어때서?"라고 대꾸하는 게 이명박 정부다. 우리가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 하는 건 'MB의 추억'(http://www.youtube.com/watch?v=eqr0QyOywbo)과 함께 'MB의 교훈'일 뿐이다.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런 시대를 한번 더 반복해서 살게 될 것이다.

 

 

<현시창>은 한겨레21의 '인권OTL' 시리즈로 이름을 떨친 임지선 기자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마주친 내 또래 청춘들에 관한 기록"이다. 사회부 기자의 취재거리가 될 만한 청춘이라면 대충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막다른 길로 내몰려 살인을 하거나 자살하게 된 청춘들이다. "노동, 돈, 경쟁, 여성" 등의 키워드가 이들 청춘의 고통을 집약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데 취직한다는 학벌사회, 초등학생들까지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경쟁에 미친 사회, 자존심도 인권도 포기한 채 일하길 강요하는 직장문화,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일해야 하는 후진적 노동환경, 돈이면 다 된다며 상위 1퍼센트의 품격을 만끽하라는 물질만능사회, 남편과 아버지가 폭력을 휘둘러도, 직장 상사가 성희롱을 해도 도움받기 어려운 가부장제 사회에서 청춘 개개인은 고통받고 있다.(6쪽)

그래서 나온 푸념 혹은 절망이 '현시창'이다. 절망에 빠진 청춘들에 대한 위로는 요즘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더 필요한 게, 더 중요한 게 현실의 직시라고 본다.

너무 많은 이들이 청춘을 위로하고 치유한다고 나서는 세상이다. 나는 스물네 건의 사연을 내보이며 이래도 세상이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넬 수 있겠냐고 반문하려 한다. 이것은 철수와 영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 잘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미래에 대한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사회는 '나쁜 사회'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7쪽)

두 여성 기자의 칼럼집과 보고서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 미덕이 있다. '민낯의 시대'와 '시궁창 현실'을 직시하게끔 한다. 변화는 그 이후에 가능하다고 그들은 믿는다. 나 또한 그렇게 믿는다...

 

12. 11. 04.

 

 

 

P.S. 기자들의 책을 언급하다 보니 최근 시사IN 기자들이 다시 펴낸 <다시 기자로 산다는 것>(시사IN북, 2012)이 생각난다. <기자로 산다는 것>(호미, 2007) 이후 어느새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창간과 관련한 비밀스런 이야기들과 취재 과정의 뒷담화가 넘쳐난다. 눈물도, 웃음도 있다."고 소개된다. 올해는 사옥도 이전했다고 하는데(주진우 기자의 공이 크다고 들었다) '진짜 언론'이 결국은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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