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의 작가 위화의 신작 장편소설이 번역돼 나왔다. <제7일>(푸른숲, 2013). 국내에 소개된 장편으로는 다섯번째 책이다. 위화의 작품은 네 권의 중단편집과 두 권의 에세이(<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가 대표작이다), 그리고 장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장편만을 따로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개인적으로 쑤퉁과 모옌의 장편소설에 대해서는 강의에서 다룬 바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위화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도 조명해보고 싶다. 물론 다섯 편의 장편소설이 기본 텍스트가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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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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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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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카뮈의 <전락>에 대해 적었는데, 이로써 카뮈의 주요작에 대해서 한번씩 다룬 듯하다. <전락>은 <이방인>이나 <페스트>와 비교해선 번역본이 많지 않다. 내가 읽은 건 창비판, 책세상판, 범우사판, 3종이다. 읽은 순서는 역순이다...

 

 

 

한겨레(13. 09. 02) 고해하는 재판관 클라망스의 회한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읽은 건 고등학생 때 읽은 <이방인>이나 <페스트>가 아니라 대학생 때 읽은 <전락>(1956)이다. 아마도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당시엔 <지하생활자의 수기>로 나와 있었다)를 읽은 뒤여서 더 흥미로웠는지 모른다. 두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같이 떠올리지 않는다는 게 불가능할 만큼 서로 닮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화자의 장광설로 채워진 형식을 비교해보더라도 그렇다.

 

도스토옙스키의 영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악령>의 각색가였던 카뮈는 무대에 올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는 이반 카라마조프 역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사상적으로 이반의 대척점에 놓이는 조시마 장로가 죽기 전에 남긴 설교의 한 대목. “당신은 어떤 사람의 심판자도 될 수 없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심판자 자신이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죄인이며, 아니 자기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그 범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까지는 아무도 죄인을 심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달을 때 그는 비로소 심판자가 될 수 있다.” 요는 자신이 죄인임을 먼저 인정할 때 심판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전락>의 주인공 클라망스가 자처한 형상 아닌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술집에서 자신을 ‘고해(告解) 판사’(범우사), ‘재판관 겸 참회자’(책세상), ‘속죄판사’(창비)라고 소개하는 클라망스는 원래 파리의 유능한 변호사였다. 육체를 향유하도록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그는 항상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성향을 지녔으며 약간은 초인이 된 듯한 기분으로 우쭐대며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우월감은 성격의 기본 옵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센강의 한 다리를 건너던 중에 그는 등 뒤에서 웃음소리를 듣는다. 깜짝 놀라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환청을 들은 것이다. 대개 그렇듯이 그의 환청은 그가 억압한 기억과 관련이 있었다. 그날 저녁보다 2~3년 전에 그는 센강의 또다른 다리를 건너던 중 다리 난간에 허리를 굽히고 있던 젊은 여자를 본다. 외면하고 계속 가지만 아니나 다를까 물에 첨벙하고 뛰어든 소리가 들렸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비명이 잦아지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라고 자위해볼 따름이었다.

 

그렇게 상기하게 된 사건은 그에게 오점, 곧 제거할 수 없는 얼룩이자 상처가 된다. 이 상처는 그의 표식이 돼 사람들이 곧 그를 심판대에 올려세우고 마치 식인어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을지 모를 일이었다. 인간은 모두가 재판관이고 남의 눈에는 죄인이기에 그렇다. 더는 ‘재판관’(판사)의 지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클라망스는 방책을 고안해낸다. 그건 남들보다 먼저 자신을 심판대에 올려 단죄하는 것, 곧 자발적 속죄자, 참회자가 되는 것이었다. 타인의 심판을 벗어나기 위한 교묘한 선택이라고 할까.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었지만 수년 동안 억눌러 왔던 말을 털어놓는다. “오, 아가씨, 이번에는 내가 우리 둘을 모두 다 구원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몸을 내던져주십시오!” 물론 이건 클라망스의 회한이자 유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기회가 종종 주어지는 듯하다. 혹은 억지로 기회를 만드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13.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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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스트 푸어만의 <교황의 역사>(길, 2013)가 출간됐기에 떠올린 책이 얼마전에 나온 폴 존슨의 <기독교의 역사>(포이에마, 2013)다.

 

 

이미 <예수 평전>(알에이치코리아, 2012)과 <그 사람, 소크라테스>(이론과실천, 2013) 등을 구입한 적이 있고, 예전에 <지식인들>(한언출판사, 1993)을 흥미롭게 읽은 터라 저자의 저술가로서의 역량에 대한 신뢰는 갖고 있다. 그래서 '이주의 저자'로 꼽으려다가 놓쳤는데, <교황의 역사>가 나온 김에 <기독교의 역사>도 같이 호명하기로 한다.

 

 

 

 

보수적 저널리스트이지만 폴 존슨은 대중적인 역사 저술로 이름을 날렸는데, 내가 장서용으로 갖고 있는 건 <세계현대사>(한마음사, 1993)과 <모던 타임스>(살림, 2008), <르네상스>(을유문화사, 2003/2013) 등이다.

 

 

 

그리고 '수집가'로서 놀랐던 건 <유대인의 역사>(살림, 2005)와 <2천년 동안의 정신>(살림, 2005)였는데, 이 <2천년 동안의 정신>의 원제가 <기독교의 역사>이고 이번에 한권으로 통합돼 나온 것. 가끔은 미리 구하지 않은 게 다행스러울 때가 있는데, <기독교의 역사>도 그런 경우다(<유대인의 역사>도 아마 한권짜리로 다시 나올 모양이다). 개정판 소개는 이렇다.

지난 2005년 살림출판사에서 '2천 년 동안의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세 권으로 분책해 냈던 것을, 같은 번역을 사용해 편집과 교정을 보완하여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폴 존슨의 <기독교의 역사>는 방대한 자료를 아우르는 20여 년의 연구 끝에 나온 저작으로, 기독교의 역사를 다룬 단권 저작으로서는 가장 냉철하면서도 포괄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책으로 손꼽힌다. 무엇보다도 기독교가 역사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를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원서가 출간된 지 30년이 지나도록 기독교인을 넘어 역사학도와 고급 인문 독자들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걸작이다.

 

요는 <교황의 역사>를 읽기 위해서는 책상맡에 <기독교의 역사>도 마련해두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것. 찾아보니 같은 타이틀의 책이 두 권 더 있다. P. G. 맥스웰의 <교황의 역사>(갑인공방, 2005)와 디스커버리 총서로 나온 프란체스코 키오바로의 <교황의 역사>(시공사, 1998)가 그것이다. 호르스트 푸어만의 책은 어떤 내용인가.

교회의 관점이 아닌 역사가의 관점으로 서술한 2005년까지의 교황사. 총 2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교황과 교황권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설명하고 있다. 베드로의 무덤, 교황청의 재정적 기반, 교황 선출의 역사,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 제도의 등장, 오늘날의 교황 선출 방식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제1부의 내용은 지은이가 전문 서적과 학술지에 게재했던 기존의 논문들을 일반 독자층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서 서술했다. 이어 제2부는 교황들의 역사를 다룬다. 2,000년 역사 가운데 대표적으로 꼽을 만한 교황과 사건들을 선택하여 서술했다. 여기에서 지은이는 제도보다는 사람에 더 치중하여, 교황과 그를 둘러싼 당대인들의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번역자인 차용구 교수는 서양 중세사 전공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문학동네, 2011-2) 감수를 맡은 바 있는데, <중세유럽 여성의 발견>(한길사, 2011), <로마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푸른역사, 2003) 등의 저서 외에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현실문화, 2013) 등의 역서를 갖고 있다. 모두 중세사 전문가인 저자와 역자의 견해로, <교황의 역사>가 교황과 교황청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개괄적인 입문서' 역할을 해줄 것이라 한다...

 

13.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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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룬 책들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듯싶은데, 지난주에도 몇권의 책이 나왔다. '개 구하기와 인생의 의미'를 부제로 한 스티븐 코틀러의 <치와와 우두막에서>(필로소픽, 2013)도 그중 하나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이자 유기견 보호소인 '란초 데 치와와'의 공동설립자라고 한다. 공저한 논픽션 <어번던스>(와이즈베리, 2012)도 국내에 소개된 저자다. 내용은 어림짐작해볼 수 있다.

여자 친구를 따라 우연히 뛰어들게 된 유기견 구호에서 시작해 철학적, 과학적 탐구를 거쳐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담은 개에 관한 인문 에세이. 유기견 보호소에서조차 포기한 시한부 운명의 개들이 모인 뉴멕시코의 ‘치와와 목장’에서 병들고 학대당해 버려진 개들이 다시 사람을 받아들이고, 공동체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서로 배려하는 이타주의적인 개들, 불치의 장애를 가진 개에게는 예외를 인정해 공동체의 평화를 유지하는 개들, 놀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혼자 연습을 하는 개, 동성애 개 등 통념을 뒤집는 개의 행동들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개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뒷표지의 소개로는 "연인을 위해 개 구호 활동에 뛰어들었다 개 없이는 못 살게 된 한 남자의 실존적 회고록"이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독자들에겐 더없이 흥미로울 만한 책.

 

 

 

웨인 파셀의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책공장더불어, 2013)은 더 본격적인 책으로 '동물권리선언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은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책공장더불어, 2012)였다. '책공장더불어'는 동물원에 위치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동물 관련서를 전문적으로 내고 있는 출판사다. '동물과더불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야생동물병원24시><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등 다수의 책을 펴낸 곳이다. 출판사 대표의 열성도 대단하지만, 이 책들이 유통될 정도의 독자층도 형성된 듯하다. <유대와 배신의 탄생>의 저자 웨인 파셀은 미국의 가장 큰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대표. '인도적인 동물보호운동의 얼굴이자 목소리'라고도 일컬어진다. 휴메인소사이어티는 무려 1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단체라 한다(이 정도면 파워를 안 가질 수가 없겠다).

 

 

<동물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도 추천사에 한마디 보탰는데, 이렇게 적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놓쳐서는 안 되는 책. 미국에서 오늘날 동물복지가 주요 이슈가 되는 데 기여를 한 웨인 파셀은 동물의 지성부터 동물원까지, 공장식 축산, 투견으로 구속된 마이클 빅 사건 등 모든 것에 대한 그의 견해를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유익하며, 박진감 넘치고, 충격적이다. 이 책은 우리가 동물과 맺는 관계의 영역을 모두 다루고 있다.

 

 

한편 철학자 데리다도 말년에 숙고했던 주제 가운데 하나가 동물과 동물성이었다. 우리 안의 동물성도 포함하는. 이 주제의 책들도 소개되면 좋겠다. 다행히 두껍지 않은 책들이다...

 

13.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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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상 '이주의 책'에는 올려놓지 못했지만 '이주의 고전'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책들이 있어서 따로 묶는다. '분노론과 연애수업'이란 타이틀은 손병석의 <고대 희랍.로마의 분노론>(바다출판사, 2013)과 잭 머니건, 모라 켈리 공저의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오브제, 2013)에서 가져왔다.  

 

  

 

<고대 희랍.로마의 분노론>은 "분노라는 감정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공적 영역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또 그것이 개인과 공동체에서 갖는 현실적 의미가 무엇인지 고대 희랍과 로마의 철학자들의 원전 텍스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밝힌 학술 연구서". 감정에 관한 철학적 분석을 다룬 책으론 임홍빈의 <수치심과 죄책감>(바다출판사, 2013)과 나란히 읽을 만하고, 고대 그리스에서의 감정 문제에 대한 고찰로는 논문집 <고대 그리스철학의 감정 이해>(동과서, 2010)도 같이 참고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일리아스>에서의 분노 문제(실상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 때문에 벌어진 일을 다룬다)나 <소크라테스의 변론>에 나타난 정치적 분노란 주제에 관심이 간다.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은 '31편의 명작 소설이 말하는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이란 부제 그대로다. "연애 칼럼니스트이자 열렬한 독서광인 두 남녀 작가가 바쁜 독자들을 대신해 31편의 고전을 엄선했다. 판에 박힌 대답만 돌아오는 연애 상담코너나 얄팍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토크쇼 대신, 이제 입체적이고 생생한 소설 속 인물들의 실전을 통해 연애를 배울 차례다. 여기에 고전에 입문하는 가장 빠르고 즐거운 길까지 덤으로 얻는다."

 

 

하지만 그런 책 제목에 '제인 오스틴'이 들어간 건 약간의 과장. 오스틴 외에도 다수의 작가들이 연애 코치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으로만 채워진 연애지침서로는 로렌 헨더슨의 <제인 오스틴의 연애론>(예담, 2006)이 따로 나와 있다.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공저자 잭 머니건은 <고전의 유혹>(을유문화사, 2012)의 저자라서 신뢰가 간다. 미더운 고전 안내서였기 때문이다...

 

13.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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