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기에 '발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주의 서프라이즈'이면서 '이주의 과학서'에 해당하는 책은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나남, 2013)이다.

 

 

 

진화생물학의 고전으로 개인적으론 수년 전에 원서까지 구해놨던 책. <이기적 유전자>를 쓴 도킨스조차도 이렇게 경의를 표한 바 있다. "내가 쓴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은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에 나오는 두어 단락 안에 다 들어 있다. 윌리엄스의 이 책은 진화 이론이 발전하는 데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를 깊이 존경한다." 소개는 이렇다.

 

 

워낙 여러 과학책에서 이 책이 언급되기에 국내 독자들에게도 그 묵직한 존재감은 잘 알려져 있었던 책,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이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경희대)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왜 이 책이 그토록 중요한가? 이 책은 유전자의 눈 관점(gene’s eye view), 즉 복잡한 적응은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함으로써, 현대 생물학에 우뚝 솟은 고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가 펼친 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적응은 우연히 발생한 이로운 효과가 아니라 과거의 환경에서 적합도를 높이게끔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된 증거를 통해서만 판별됨을 강조하였다. 둘째, 저자는 적응이 집단이나 군집, 생태계가 아니라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함을 입증함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집단 선택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조지 윌리엄스는 몇달 전 <사회생물학의 승리>(동아시아, 2013)를 읽다가 다시금 상기하게 돼 관련서를 (다시) 구하기도 했는데, 이렇듯 불시에 그의 대표작과 만나게 돼 반갑다. 게다가 진화심리학을 전공한 전중환 교수의 번역이라 더욱 신뢰가 간다. 진화생물학 서가의 빈틈 하나가 채워졌다...

 

1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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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차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는데, 마침 <헤밍웨이 단편선1,2>(민음사, 2013)가 출간됐다. 70여 편의 단편 가운데 35편을 선정해 번역했다고 하니까 절반쯤 옮겨진 셈이다. 단편작가로서도 헤밍웨이는 "약 70편에 이르는 단편을 통해 미국 단편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하드보일드 문체'와 '빙산 이론'으로 명명된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시키며 장르를 아우르는 문학적 대가의 면모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그간에 출간된 단편집과 같이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헤밍웨이 단편선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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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단편선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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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단편소설 선집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현혜진 옮김 / 부북스 / 2013년 5월
6,900원 → 6,210원(10%할인) / 마일리지 3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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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단편선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성시림 옮김 / 문학산책사 / 2012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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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 수학과 김민형 교수의 <소수 공상>(반니, 2013)이 소개된 데 이어서 이번에는 케임브리지대에서 과학철학을 강의하는 장하석 교수의 대표작 <온도계의 철학>(동아시아, 2013)이 번역돼 나왔다. 부제는 '측정 그리고 과학의 진보'.

 

 

언젠가 언론보도를 통해서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번역돼 나왔다. 어떤 책인가.

책을 통해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일약 세계적 과학철학자로 명성을 알렸으며, 러커토시상은 물론 2005년 영국 과학사학회가 과학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에세이 저자에게 주는 ‘이반 슬레이드상(Ivan Slade Prize)’을 받았다. 같은 해에는 <타임스> 고등교육 부록(THES)이 선정하는 ‘올해의 젊은 학술 저자’ 최종 결선에도 진출했다. <온도계의 철학>은 토머스 쿤의 저작들과 비견되기도 한다. 장하석 교수는 <온도계의 철학>을 통해 일약 세계적 과학철학자로 명성을 알렸다. <온도계의 철학>이 수상한 러커토시상은 헝가리 출신의 과학철학자 임레 러커토시(Imre Lakatos)를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과학철학 분야에서 최근 6년간 출판된 영문 서적 가운데 최고의 책을 골라 수여한다.

 

 

토머스 쿤, 칼 포퍼와 함께 과학철학 논쟁을 주도했던 러커토시는 국내에 '라카토스' '라카토시' '라카토슈' 등으로 표기됐고, 공저를 포함 몇 권의 책이 번역돼 있다. 과학철학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하는데, 6년에 한번씩 수상하는 걸 봐서도 <온도계의 철학>이 얼마나 뛰어난 책으로 평가받는지 알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피터 갤리슨 교수의 평이다.

학생들에게 이 책은 과학철학으로 들어가는 훌륭한 길이 된다. 전문가에게는 최첨단 과학이 물리학 기초 개념의 특별한 이야기와 함께할 수 있음을 보는 일이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온도계의 철학>은 역사, 철학, 그리고 과학이 교차하는 놀라운 책이다.

비록 번역서일지라도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인이 쓴 명저를 읽힐 수 있다는 건 매우 부듯한 일이다. 과학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귀감이 될 만하다...

 

1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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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 '오래된 새책'들을 더 골라놓는다. 우연히 발견한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비채, 2013) 덕분에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비채, 2013)까지 같이 건졌다. <비행공포>가 더 궁금하지만 <미국의 송어낚시>가 먼저 나왔으니 먼저 다룬다.

 

 

<미국의 송어낚시>는 이미 여러 판본으로 출간됐었는데, 제일 처음은 공역서로 나온 중앙일보사판이었다(내가 소장하고 있는 판본이다. 어느 박스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후에 효형출판에서, 뒤이어 비채에서 다시 나온 것(비채판도 2006년에 나오고 이번에 다시 찍은 듯싶다). 소개에는 "김성곤 교수가 1991년에 번역.소개한 <미국의 송어낚시>의 재출간판이다."이라고 돼 있는데, 2006년 효형출판판의 소개 같다. "김성곤 교수의 두번째 번역을 거친 이 책은, 1960년대 목가적 꿈을 잃어버린 미국 산업사회를 담담하게 패러디하고 풍자한다." 찾아보니 첫 작품인 <빅서 출신의 남부 장군>(1964)보다 먼저 쓰였지만 그보다 늦은 1967년에 출간됐다. <워터멜론 슈가에서>(비채, 2007)가 그 이듬해에 나왔다. 어떤 의의가 있는 책인가.

 

 

미국 생태문학의 대표작이자 히피운동이 꽃피우던 1960년대 미국 청년들의 ‘성경’이었던 소설 <미국의 송어낚시>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브라우티건의 팬임을 자처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유롭고 순수하며 엉뚱하고 즐거운 사고와 기성 소설의 틀을 낱낱이 해체한 듯 독특한 해방감’이라고 표현한 원작만의 개성과 은유를 모던&클래식 시리즈의 판형에 고스란히 담았다. 작품 세계로 독자를 인도하는 소개글을 첨가하고 번역문을 다듬고 수정해 보다 간결하고 읽기 쉽게 했다. 번역을 맡은 서울대학교 김성곤 교수의 자세한 해설과 생전의 작가와 나눈 인터뷰가 송어낚시 여행을 떠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여성의 성애를 다룬 작품으로 70년대 초반 화제가 됐던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1973)도 국내에 여러 차례 출간됐다(원서는 바로 최근에 4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검색해보니 <공중에 뜬 나의 맨발>(고려원, 1979), <날아다니는 것이 무서워>(문장, 1979), <날기가 두렵다>(민예사, 1979), <날으는 것이 두렵다>(삼문사, 1981) 등이 초기 번역본들이고, 역시나 절판됐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게 <날기가 두렵다>(넥서스, 1995)이다. 지금은 존재감이 없는 작가가 됐지만 한때는 아래 책들이 국내에 모두 번역됐었다.

 

 

 

제일 오른쪽 책은 1942년생인 저자가 쉰 살 때 쓴 자서전으로 <내가 두렵다>(넥서스, 1995)로 번역됐다(원저는 1994년에 나왔다). 아래가 젊은 시절의 에리카 종. 현재는 71세로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여하튼 <비행공포>는 작년인가 도서관과 헌책방을 뒤져본(검색해본) 적이 있는 책이어서 재출간이 반갑다. '걸작'은 아니더라도 '시대'의 표정을 담고 있는 책들을 요즘 구하고 있기도 하고. 작고한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같은 책 말이다.

 

 

 

그러고 보니 <별들의 고향>도 1973년에 나왔다. <비행공포>와 동갑내기인 셈. 1973년생들도 어느덧 중년을 맞았구나... 

 

13. 10. 20.

 

 

 

P.S. 아, <비행공포>를 왜 찾았는지 생각이 났다. 역시나 지젝 때문이었다. <환상의 돌림병>(인간사랑, 2002)에서 그가 인용한 대목(이 또한 절판됐군). 유명한 세 가지 변기 얘기다.

에리카 종이 거의 잊혀진 그녀의 <비행공포>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서로 다른 유럽의 변기에 대한 그 유명한 논의에서 비웃는 식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독일의 화장실은 참으로 제3제국의 공포를 알게 해주는 열쇠이다. 이와 같은 화장실을 만들 수 있는 국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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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오래된 새책'으로 도이힐러의 <한국의 유교화 과정>(너머북스, 2013)을 꼽았지만, 한권을 더 얹는다면 레닌의 <국가와 혁명>(아고라, 2013)도 가능하다. 다시 나왔으면 싶었던 책 가운데 하나.

 

 

다시 나왔으면 했던 때는 물론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길, 2006)와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을 읽을 무렵이다.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이 두 종은 지젝의 같은 책의 독어판과 영어판을 각각 옮긴 것이다. <지젝이 만난 레닌>에는 영어판처럼 레닌의 글모음과 지젝의 해제가 같이 묶였고, <혁명이 다가온다>는 지젝의 해제만을 따로 옮긴 것이다(실제 독어판은 그렇게 나온 듯하다. 러시아어판도 그러하다). 그사이 <지젝이 만난 레닌>은 벌써 절판된 상태다. 다른 판형으로 다시 출간될지 모르겠다(개인적으론 두툼한 하드카바 대신에 소프트카바로, 레닌과 지젝이 분권돼 출간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한 적이 있다).

 

 

<국가와 혁명>의 영어본은 펭귄판으로 나와 있다. 지젝의 레닌론에 대해선 <지젝이 만난 레닌>과 함께 <레닌 재장전>(마티, 2010)을 참고할 수 있다. 지젝의 글 외에도 레닌주의에 대한 재평가를 담은 좌파 철학자들의 글이 실려 있다(현재는 이 책 또한 품절된 상태다). 혁명가 레닌의 대표적 저작으로서 <국가와 혁명>의 의의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개된다.

출간된 이래 사회주의 혁명사상의 고전 중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의 사상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혁명가, 정치가는 물론 지성계와 문화계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이 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이상을 소개한 책이라면 <국가와 혁명>은 이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의의에 덧붙여서 개인적으론 레닌주의와 박정희주의도 비교해봄직하다는 생각을 늘 해오고 있다. <국가와 혁명과 나>란 책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인 저작은 아니지만, 레닌의 <국가와 혁명>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제목인지는 의심스럽다. 레닌주의와 박정희주의는 혹 '국가와 혁명'과 '국가와 혁명과 나'라는 구도로 정리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독서계획만 갖고 있는 상태이지만 그래서 몇년 전엔 박정희의 <국가와 혁명과 나>도 구했다. 절판된(그래서 희귀본이라고 고가로 올라와 있는) <국가와 혁명과 나>(지구촌, 1997) 대신에 동서문화서판으로. <하면된다! 떨쳐 일어나자>(동서문화사, 2005)는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과 <국가와 혁명과 나>가 합본된 책이다. 박정희 향수를 얘기하고, 젊은층에서도 자칭 박정희주의자가 없지 않지만 정작 이런 책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는 듯싶다. '박정희'로 검색되는 책 가운데 현재 세일즈포인트가 가장 높은 책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 2012)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귀태' 발언의 출처가 된 책이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하고, “(새마을운동을) 미래지향적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다('5년 임기제'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번 <국가와 혁명과 나>도 떠올리게 됐다. 레닌과 박정희 사이에 의외의 접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면서(혹은 스탈린과 박정희?)... 

 

1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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