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의 연재꼭지 '뉴 파워라이터'의 이번주 기사를 옮겨놓는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061841275&code=960205). 지지난주에 인터뷰를 했고 그게 기사화됐다. 사진은 경향신문 자료실에서 찍은 것이다.

 

 

경향신문(13. 12. 07) [뉴 파워라이터](8) 서평가 이현우

 

명함은 한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이다. 그 점에서 이현우씨(45)의 명함은 특이하다. 앞면의 이름과 뒷면의 이름이 다르다.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그가 건넨 명함 뒷면에는 흰색 바탕을 배경으로 선명한 검은 글씨가 찍혀 있었다. ‘로쟈’.

 

이현우씨는 본명보다 필명이 더 먼저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첫 책인 <로쟈의 인문학 서재>가 나온 것은 2009년이지만, ‘로쟈’라는 이름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신간의 바다에서 헤매는 이들에게 읽어야 할 책들의 좌표를 알려주는 나침반 구실을 해왔다. 그의 필명이 20세기 초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아니라 <죄와 벌>의 주인공 로지온 라스콜리니코프에서 따온 것이라는 사실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 지 오래다. 책동네에서 ‘로쟈’는 ‘서평가’의 대명사다.

 

- 현재 서평을 기고하는 매체는 몇 개나 되나.

“시사주간지 ‘시사인’, 한겨레,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서평지 ‘책&’에 정기적으로 쓰고 있고 기타 계간지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청탁을 받아 글을 쓴다.”

 

- 어떤 경로로 서평가가 됐나.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알라딘 독자 서평을 쓴 게 시작이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 ‘비평고원’에 책 이야기를 썼다. 둘 다 2000년대 초반이다. 그 무렵 ‘텍스트’라는 이름의 북매거진에서 청탁이 왔다. 이런 활동들을 하고 있었는데 2007년 한 일간지에서 나를 포함해 인터넷 공간에서 신간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며 맥락까지 짚어주는 일군의 누리꾼들을 ‘인터넷 서평꾼’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뒤 서평꾼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후 언론에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여러 언론매체로부터 서평 청탁을 받았다. 말하자면 온라인에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서평을 쓰게 된 것이다.”

 

 

 

이현우씨의 학문적 기반은 러시아 문학이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2004년 러시아 시인 푸시킨과 레르몬토프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지적 관심은 문학만이 아니라 칸트, 마르크스, 레닌, 니체, 레비나스, 벤야민, 데리다, 라캉, 지젝 등 철학자들과 이론가들에게까지 뻗어 있다. 지젝 전문가로도 알려진 그는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이라는 지젝 입문서를 쓰기도 했다. 그의 알라딘 서평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이 ‘서평’ 블로그가 아니라 ‘인문학’ 블로그로 알려진 이유다. 이씨는 자신을 ‘문학 극대주의자’라고 말한다.

 

“역사나 철학과 함께 문학을 인문학의 한 분과학문으로 보는 것을 나는 문학 극소주의라고 부른다. 나는 문학 극대주의자다. 역사, 철학, 문학이 다 큰 의미에서 문학이라고 본다. 작가라면 전체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도 있어야 한다. 문학이 삶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추구한다면, 작품 하나를 읽기 위해서도 모든 게 다 필요하다. 플롯이나 테크닉을 다루는 정도로는 안된다. 내 경우에는 현상학, 해석학, 정신분석학, 수용이론 등 문학이론을 공부하면서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장됐다.”

 

- 서평은 비평과 어떻게 다른가.

“비평은 독자들이 같은 책을 두 번 읽게, 다시 읽게끔 하는 것이다. 서평은 읽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판단하는 자료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비평은 어떤 책을 이미 읽은 독자를 상대로 한다. 서평은 읽지 않은 독자를 상대로 한다. 넓게 보면 서평은 비평에 포함된다. 그런데 요즘엔 책을 읽은 독자들이 적어 비평을 읽는 독자들이 실종됐다. 상대적으로 서평의 역할은 커졌다.”

 

- 서평의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평은 어떤 책을 읽고 싶도록 하거나, 읽은 척하게 하거나, 안 읽어도 되도록 해준다.”

 

- 서평을 쓸 때 원칙은.

“내 주관을 적게 넣는다. 이건 지면 사정과 관련이 있다. 서평 분량이 원고지 9~10장이다. 책 내용을 정리하고 나면 주관적인 판단을 섞는다고 해봐야 한두 문장이다. 다른 필자들은 주관적 느낌을 내용보다 더 중심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독자들이 책 내용을 맛보게 하는 데 중심을 둔다. 개성이 없다거나 호오가 분명하지 않다거나 하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서평은 어떤 책을 골랐다는 것 자체가 유익한 정보다. 비평은 다르다. 어떤 책을 비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는 정보가 안된다.”

 

- 독자들에 대한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우스개로 10부 나가는 데는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출판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면 서평이나 지면 책광고의 영향력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고를 때 서평을 참고하려는 독자들의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독자들이 정보를 얻는 출처가 분산됐을 뿐이다. ‘로쟈의 저공비행’ 방문자는 하루 2000명 정도 된다.”

 

- 적합한 서평 분량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길어야 원고지 20장이다. 그 이상은 무리다. 30장 이상은 비평이다. 서평의 경우 100자평도 독자들에게는 유익한 참고가 될 수 있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저이(로쟈)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아닌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책을 얼마나 읽나.

“대학이나 도서관,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강의도 해야 하고 서평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책 읽을 시간이 많진 않다. 다만 강의하고 서평 쓰고 잠 자는 걸 빼면 책 검색, 책읽기, 서평 쓸 책을 고르는 일이 내 일상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출판사에서 내게 보내는 책은 일주일에 20~30권인데, 내가 직접 사는 책이 또 그만큼 된다. 그러니 내가 사는 책과 받는 책을 합하면 연간 2000권쯤 될 것이다.”

 

 

 

- 서평가는 평생직업인가.

“한시적으로 하는 일이다. 60대 서평가는 이상하지 않나. 3년 복무라고 생각했는데 2007년부터 잡으면 이미 3년을 초과해 장기복무하는 셈이 됐다. 서평집 독자가 절반씩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서평을 모은 책은 두 권(<책을 읽을 자유>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냈는데, 네 권까지 내면 더는 못 낼 것 같다. 자연적으로 은퇴하게 될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비평 쪽으로 가려 한다. 책을 자세히 읽고 음미하며 읽는 것 말이다. 서평이라는 글쓰기 형식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진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평 독자들을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든 뒤 이 독자들과 함께 더 깊이 읽는 독서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독자들이 5000~1만명 정도 유지된다면 좋겠다. 읽을 만한 책이 나왔을 때 1만명의 독자는 있는 사회를 보고 싶다는 뜻이다.”

 

13. 12. 06.

 

P.S. 지난 가을에는 성대신문과도 인터뷰를 가졌는데, 기자들의 파업으로 뒤늦게 기사화됐다(http://www.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46). 아무래도 서평가로서 인터뷰한 것이라 중복되는 질문들이 있고 답변도 대동소이하다. 몇몇 오식을 교정하여 옮겨놓는다.

 

성대신문(13. 12. 03) 서평블로거 '로쟈' 이현우 인터뷰

 

당신은 일주일에 몇 권의 책을 읽는가?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질문 앞에 서평의 고수가 나타났다. △당대의 서평가 △인문학 전도사 △지젝 전도사로 불리며 서평계에서 필명 ‘로쟈’로 유명한 이현우다. 책 좀 읽는 네티즌 사이에서 그는 전설이라 불린다. 그의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에는 매일 2500명이 넘는 사람이 들렀다가며, 총 방문자는 300만 명에 이른다. 블로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점과 각종 일간지에서도 그를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평가한다. ‘인터넷 서평꾼’이라 불리는 그에게 참 친해지기 힘든 ‘독서’와 ‘인문학’에 대해 묻는다.

 

■ 언제부터 그렇게 온라인 서평계에서 유명해졌나

인터넷 공간에 서평류의 글을 올린 활동은 1999년부터 했다. 초기에는 ‘비평고원’이라는 카페에서 서평을 쓰다가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의 서재’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알라딘에서 추천을 많이 받으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데 몇 개 써본 마이리뷰가 반응이 좋았다. 리뷰를 그렇게 많이 쓴 것은 아닌데 책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자주 포스팅 한 게 영향이 큰 것 같다. 

 

블로그에 서평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3~2004년부터다. 그때 처음 블로그가 생겨 지금 사용되는 ‘온라인 개인서재’와 함께 ‘북 블로거’, ‘서평블로거’ 등의 개념이 만들어졌다. ‘온라인 서평꾼’이라는 별명은 2007년 한겨례 신문에서 처음 사용한 것 같다. 특별히 나를 지칭하는 단어는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그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이 더 없어서 검색하면 나만 뜬다. (웃음) 

 

■ 블로그에 가봤더니 신간들을 몇 권씩 주제별로 묶어서 추천하더라. 

그것이 ‘인터넷 서평꾼’들의 역할이다. 주제별로 묶어 여러 책을 한 번에 추천한다. 책들 사이의 관계, 문학과 사상의 지도를 그려 가이드처럼 추천해 주는 것이다. 도서관 사서의 역할과 같다. 모든 책을 다 읽지는 못한다. 읽는 것도 있지만 책을 그냥 ‘본다’. 책을 ‘보는’ 걸로는  한국에서 랭킹 안에 들 수 있다. (웃음) 책에 대해 검색하고, 책을 만지고 훑어보는 것은 거의 업자수준으로 한다. 일주일에 거의 수십 권을 그렇게 스크린한다. 이걸 책의 면접을 본다고 말한다. 사람을 그냥 보는 거랑 사귀는 거랑 다르지 않나. 사람을 만나보고 더 깊게 알아가는 것은 좀 더 여러 번 만난 후다. 면접이 통과돼 시간 여유가 생기면 그때 그 책을 깊게 만난다.   

 

■ 도대체 책을 얼마나 읽는 건가. 

너무 많이 받는 질문이다. 48시간을 사는 게 아닌 이상 보통사람과 비슷하거나 더 적게 읽는다. 유별나게 독서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어릴 때부터 숫기가 없어서 사람 사귀는 것보다 책을 사귀었다. 초등학교 때 책과 강렬하게 만난 기억이 있다. 하루 이웃집에 놀러 갔는데 그 집 서재에 전집이 꽂혀있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아마 ‘세계소년소녀문학전집’이었을 것이다. 그런 광경을 그 때 처음 봤다. 서점에 가본 적도 없어서 책이 세트로 50권 모여 있다는 것이 굉장히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전집을 4~5번은 반복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냥 책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좋아서 읽었다.

 

대학교 때는 책을 사서 넘버링하는 습관이 있었다. 연말에 300권대까지 간 것을 봐서 하루에 한 권 꼴로 산 건데 요새는 더 산다. (웃음) 출판사에서 보내는 책이랑 개인적으로 사는 걸 합치면 일주일에 30권 씩 일 년에 1500~2000권 정도 새 책이 생긴다. 보관 문제 때문에 조만간 이사를 한다. 저번 주에 산 책을 못 찾고 있다. 심각하다. 

 

 

 

■“인문학을 읽기 전에 로쟈에게 물어보라”고 하던데, 어쩌다 인문학 전도사가 되었나

인문학 전도사는 좀 과장된 표현인 것 같다. 과거 ‘쿤데라와 고진의 고원’이라는 블로그 운영자와 죽이 맞아 인문학 관련 글을 많이 썼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슬라보예 지젝과 가라타니 고진 관련 포스팅을 많이 해서 이름이 알려졌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했다. 최근에 나온 인문학 책들을 많이 소개했고, 그다음엔 관련 이론서나 번역서가 나오면 그것에 대한 리뷰나 코멘트를 많이 올렸다. 그때 고전번역에 대해 독한 코멘트를 많이 했는데 그게 네티즌에게 약간 어필을 했던 것 같다. ‘신뢰할 만한, 참고할 만한 블로거’로 인식되는 데 말이다. 신랄한 비판의 글 때문에 출판사들의 미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물론 이건 책에 좀 관심 있는 네티즌에 한정된 이야기다. 아마 날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웃음)

 

■ 얼마 전 슬라보예 지젝의 방한으로 해설서인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이 더 유명해졌다. 본지에서도 그를 다뤘는데 어쩌다 지젝의 전도사로 불리게 되었나

지젝의 오랜 독자였다. 96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는데 본격적으로 읽은 것은 2000년 정도부터다. 읽다가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아서 지젝의 모든 책을 섭렵했다. 이유를 물어본다면 현상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지젝의 철학이 맘에 들었다. 책을 읽고 나면 사회문제 저반의 현상이나 사태를 지젝의 눈을 통해서 다시 보게 된다. 세계에 대해 통찰하면서 다시 눈뜨게 되는 느낌이 든다. 초기 번역본들의 질이 좋지 않아서 번역서로는 이해가 잘 안 되더라. 그래서 오역에 대한 지적도 하고 번역도 직접 하면서 많이 떠들다 보니까 어쩌다 전도사가 됐다. 그러다 번역서를 넘어 그의 사상을 다룬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을 쓰게 됐다.

 

■ 요새 다들 인문학 시대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나는 인문학 자체에 대해서는 양가적인 태도를 지닌다. 인문학의 주류는 서양 인문학이다. 서양에서 인문학은 최상위 계층을 위한 교양교육이었지 중산층이나 빈곤층을 위한 교육이 아니었다. 백년 전 우리는 10% 정도만이 책을 읽고 70%가 문맹이었다. 한국사회에서도 독서가 중산층과 빈곤층으로 확장된 것은 두 세대가 채 되지 않는다. 빈곤층을 위한 희망인문학이 가능해진 것도 최근에 와서다.

 

그럼에도 인문학은 또 다른 계급투쟁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1:99의 경쟁사회에 산다. 1명의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우리에겐 없어 보인다. 우리가 그 문제의식 자체를 아예 차단해버린 것이다. 그것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우리는 대부분 99%의 입장이다. 이 99%가 배우는 인문학은 현재의 부당한 사회 시스템에 대해 저항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인문학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 시스템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오히려 경쟁력이 될 것이다. 생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더 가치 있고 훌륭한 삶을 사는 것이 목표라면 말이다.

 

■언제까지 계속 서평을 쓸 것인가

서평은 어떠한 중대한 사회적 역할 같은 것이다. 지식사회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으로선 대체할 만한 인물이 매우 드물다. 십 년 동안 책을 검색하고 읽는 것을 누가 하겠나. 좋아서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일을 대신해줄 후임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교체가 될 것이다. 서평가는 절대 어렵지 않다. 책을 읽고 남들이 읽기에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면 서평가의 자질이 있는 것이다.

 

■책 읽기 싫어하는 성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이 질문은 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책을 안 읽으면 죽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지가 자기의 선택이라고 착각한다. 책을 안 읽는 건 본인의 선택이라면서. 하지만 대개 책을 안 읽는 경우보다 ‘못’ 읽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을 착각하는 건 안쓰럽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입맛에 맞는 작가를 세 사람 정도 전집으로 읽어라. “나는 책과 인연이 없어”라고 하더라도 “나는 이 작가는 읽어”라고 하면 나름 괜찮은 대학생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여도 되고 과학자, 철학자여도 된다. 그것조차 부담된다면 해설서나 서평집을 읽어라. 무슨 책을 읽을지 로드맵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일단 읽어라. 독서의 효용이나 즐거움에 대해서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독서가 안 맞는다고 말하는 것은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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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의 빅뉴스는 물론 넬슨 만델라의 타계 소식이었다. 고령에다 와병중이었기에 부고 자체가 놀라운 건 아니었지만 다시 환기하게 된 그의 생애는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준다. 아침에 그의 전기 가운데 하나를 주문해서 받았고, 그의 자서전도 마저 주문했다(오래 미뤄둔 책이기도 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어린이용 전기를 빼고 그의 전기/평전에다가 아프리카의 역사에 관해 나온 책 두 권을 더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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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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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묵직한 저자들의 책이 여럿 출간됐기에 미리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고르고 보니 모두 작고한 미국인이다. 문명비평가 루이스 멈포드, 역사학자 하워드 진, 그리고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그들이다. 

 

 

먼저 멈포드의 <기계의 신화1: 기술과 인류의 발달>(아카넷, 2013). 지난 여름 <기술과 문명>(책세상, 2013)이 출간됐을 때 <기계의 신화2: 권력의 펜타곤>(경북대출판부, 2012)가 출간된 걸 보고 1권은 어떻게 된 건가 궁금했는데, 따로 번역중이었던 것. 그때 영어본도 구하려다 말았는데, 1권이 절판돼서였다. <기계의 신화>의 원서는 아래의 책 두 권이다.

 

 

내가 바란다고 해서 절판된 원서가 다시 나올 리 없겠지만,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어떤 책인가. "국내에 뒤늦게 소개된 혁신적 사상가이자 걸출한 문명사가인 루이스 멈퍼드. 현대 기술문명에 대한 멈퍼드의 비판적 신념이 응집된 <기계의 신화 I>은 그의 역작 가운데 하나인 <기술과 문명>보다 30년도 더 지난 1966년에 출간된 것으로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우리의 과거로부터 현재를 진단하여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기술과 문명>을 포함하여 3종 세트로 읽어도 좋겠다. 멈퍼드의 핵심 통찰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다.

 

 

하워드 진의 연설문집 <역사를 기억하라>(오월의봄, 2013)도 이번에 출간됐다(올해엔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다른, 2013)와 공저 <지금 왜 혁명을 말하는가>(시대의창, 2013)가 하워드 진 관련서로 출간된 책들이다). 편자인 앤서니 아노브는 국내에도 소개된, 하워드 진과 촘스키의 책들을 편집한 바 있다.

 

 

곧 <'미국 민중사'를 만든 목소리들>(이후, 2011), <촘스키, 지의 향연>(시대의창, 2013), <미국의 이라크 전쟁>(북막스, 2002) 등이다. <역사를 기억하라>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은 1963년부터 201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하워드 진이 했던 연설들 중 주요 연설 20개를 선별하여 묶은 연설집으로 2012년 미국에서 발간되었다.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대운동,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기득권층을 위한 입법과 기만적인 사법시스템, 미국 예외주의와 정의로운 전쟁,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허구 등 이 연설들은 미국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과 첨예한 쟁점들을 아우르고 있으며 각 연설문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깨달음을 주는 탁월한 논리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연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역사의 중요성이다.

 

 

'스티브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의 두번째 책으로 <플라밍고의 미소>(현암사, 2013)도 반가운 책이다. 작년에 나온 1권 <여덞 마리 새끼 돼지>(현암사, 2012)와 마찬가지로 저자의 대표 에세이 선집 가운데 하나. 자연과학계의 대표적 글쟁이로 이름을 날렸던 저자의 글솜씨를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그걸 '굴드 스타일'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굴드 글쓰기 스타일의 요체는 특수성에서 일반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의 에세이는 긴 논증인 동시에 여러 가지 개별적인 특수성을 이어붙인 것이다. 그는 ‘아하’ 하고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작은 사실들의 관찰에서 출발해 일반성에 도달하도록 글을 ‘진화’시켰다. 그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세이들이 <플라밍고의 미소> 1부에 수록된 에세이들이다. 머리를 거꾸로 뒤집고 먹이를 먹는 플라밍고, 교미 후 배우자를 잡아먹는다고 알려진 곤충의 암컷들, 수컷에서 암컷으로 그리고 때로는 반대로 성전환하는 꽃과 달팽이를 관찰한 세 편의 에세이는 일반적인 대중의 기대를 ‘역전’시킨다. 또한 샴쌍둥이는 한 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고깔해파리는 개체인가 군체인가를 추적한 두 편의 에세이는 자연에서의 ‘경계’ 문제와 ‘연속성’(연결)에 대해 질문한다.

굴드의 에세이는 아래 여섯 권을 더 꼽을 수 있다. 이중 <판다의 엄지>(세종서적, 1998)이 절판돼 아쉬운데, 개정판이 근간 예정이라고도 하니까 기다려봐야겠다...

 

 

 

13.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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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흥미를 끄는 책이 많지만 책장을 넘기고픈 충동을 가장 강하게 유발하는 건 맷 키시의 <그래픽 모비딕>(미메시스, 2013)이다. 일단 그림책이어서. 그리고 <모비딕>이니까. 역자는 열린책들판 <모비딕>을 옮긴 강수정 씨다.

 

 

책의 원제는 'Moby-Dick in Pictures: One Drawing for Every Page'이다. 그러니까 <모비딕>의 모든 페이지당 그림 한장이라는 것. 그렇게 해서 나온 분량이 번역본 453쪽이다. 원서는 552쪽(이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이 그림작가의 약력은 "카페테리아 요리사, 전문의 수련의, 책방 부점장, 영어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결국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는 것이며(그러니까 그림은 그의 취미였던 모양), '모비 딕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는 것(이건 지극히 당연하겠다). 일러스트판, 혹은 그래픽판 <모비딕>이 그간에 얼마나 나왔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새로운 시도라 흥미를 끈다. 찾아보니 이런 식으로 그렸다.

 

 

내가 더 선호하는 건 열린책들판 표지 같은 그림인데, 그래도 작품 전체를 그림으로 옮겼다니까 <그래픽 모비딕>에도 관심이 간다. 물론 아주 저렴한 책은 아니기에 구입시기는 조율을 좀 해봐야겠다...

 

13.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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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강자들의 책이 출간됐다. 강창래의 <책의 정신>(알마, 2013)과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의 신>(추수밭, 2013). <독서의 신>은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추수밭, 2010)의 개정판이다.

 

 

먼저, <책의 정신>의 부제는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과문하여 저자가 책동네의 유명인사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사실 그간에 낸 책이 광고인 박웅현을 다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알마, 2013) 등의 책과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알마, 2012) 같은 번역서여서 주목하지 못한 면도 있다(내가 아는 건 어쨌거나 책을 낸 저자들이니까). 이번에 추천사를 쓰면서 <책의 정신>을 미리 읽이볼 기회가 있었는데, 기대 이상의 재미와 통찰을 보여준다. "책장을 여는 순간, 깊고 넓은 책 세상으로의 도약과 지성의 거침없는 모험이 펼쳐진다"고 과장 없이 말할 수 있다. 책의 정신이란 책에서 배운 정신이자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 정신일 텐데, 바로 그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독서의 신>은 제목과 표지가 바뀌면서 훨씬 더 구미를 끄는 책이 됐다.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는 '편집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일본의 저명 독서가. 국내에 <지의 편집공학>(지식의숲, 2006), <만들어진 나라 일본>(프로네시스, 2008) 등이 소개돼 있는데, <만들어진 나라 일본>은 가장 흥미로운 일본론의 하나라는 평이다(절판돼 아쉽다). 편집공학이 어째서 '일본이라는 방법'과 연결되는지 알게 해준다. <독서의 신>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한 권씩 독서 감상문을 웹에 올리는 사람이 있다. 한 저자 당 한 권만 쓸 것, 같은 장르 혹은 같은 출판사 책을 연달아 쓰지 않을 것, 가급적 두 번 이상 읽은 책만 쓸 것 등 그 조건도 까다롭다. 1,000회를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는 이미 1,500회를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사히신문>이 희대의 독서가로 평한 마쓰오카 세이고가 그 주인공이다. ‘21세기형 알렉산드리아 프로젝트’로 불리는 웹 도서관 구축 프로젝트, 3권씩 책을 진열해 판매하는 서점 프로젝트도 그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이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의 신’ 또는 ‘편집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경이로운 독서의 세계를 인터뷰로 정리한 것이다.

책에 대한 책, 독서에 대한 책이 드물지 않게 나온다. 독서인이라면 가끔은 자신이 무슨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는지 견주어보고플 때가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한다. 그런 용도라면 <책의 정신>과 <독서의 신>을 유력한 기준점으로 삼아도 좋겠다...

 

13. 12. 04.

 

 

 

P.S. 최근에 나온 독서에세이들. 문아름의 <책과 연애>(네시간, 2013)는 저자의 데뷔작이다. "모든 책을 연애로 읽는다는 독특한 오독의 결과물"이라는 소개가 미소를 짓게 한다.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다시봄, 2013)의 이유경(다락방님)과 함께 '책읽기'계의 뉴페이스. 뚜루의 카툰 서평집 <카페에서 책읽기2>(나무발전소, 2013)도 나왔다. 어느새 2권이다(1권은 지난 2월에 나왔다). 서평가라지만 나도 겨우 두 권의 서평집을 내고 내년쯤 세번째 책을 내려고 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곧바로 추월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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