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을 전부 연휴로 미뤄놓았더니 나흘간의 휴일도 짧게 느껴진다. 연휴라곤 하지만 가족모임도 있으니 풀타임 '자유시간'이라곤 할 수 없다. 재택근무에 나서기 전에 신간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나온 '어제의 책'들을 관심독서로 올려놓는다. 소장도서라 하더라도 이미 서재가 기능을 상실한지라 읽으려면 다시 구입해야 한다. 장바구니에 넣은 두 권의 책은 로버트 단턴의 <책과 혁명>(알마, 2014)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지식공작소, 2014)다.

 

 

 

11년만에 새로 나온 <책과 혁명>은 역자는 같지만 이번에 출판사를 옮겼다. 부제 '프랑스 혁명 이전의 금서 베스트 셀러'가 원저의 제목이다.

<고양이 대학살>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단턴이 이번에는 프랑스 혁명 전후 금서(禁書)의 목록과 당시 출판업계의 관행을 탐구한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흥미진진한 서술, 책의 역사와 프랑스 혁명사를 아우르는 깊고 넓은 관점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단턴은 포르노소설, 연애소설, 에스에프, 중상비방문 등 사람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자극하는 도서들이 당시 사람들의 봉건적 인식체계를 뒤흔들었다고 본다. 단적으로, 섹스는 계층과 계급을 초월한다. 즉 섹스는 평등하다. 단턴은 포로노소설들로부터 ‘평등한 세상’이라는 혁명의 위대한 관념이 싹텄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로버트 단턴은 미시사, 문화사 연구를 주도하는 대표적 역사학자로 자주 호명됐는데, <책과 혁명>이 보여주듯 그의 출발점은 18세기 프랑스사 연구다.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을 다룬 <시인을 체포하라>(문학과지성사, 2013)도 <책과 혁명>과 나란히 읽을 수 있는 책. 강창래의 <책의 정신>(알마, 2013)의 첫 장도 <책과 혁명>의 내용을 압축해서 소개하고 있다. <책과 혁명>의 두께가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참고해도 좋겠다.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는 판이 두번 바뀌었다. 1995년에 초판이 나오고, 2001년에 재판이 나왔었다. 이번에 나온 건 번역도 일부 교정했다고 한다.

20세기 유럽 최고의 인문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일부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아 출간하는 개정판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 책에서 1914년, 유럽에서 설마설마했던 전쟁이 어떻게 어이없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는 "이성에 맞는 단 하나의 이유, 단 하나의 동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작가 로맹 롤랑,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휘자 브루노 발터 등 다양한 예술가, 학자들과 친교를 맺으면서 그의 정신세계를 심화시켰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그 세계적 거인들과의 만남의 순간을 상세히 기록하며 시대의 풍경을 그려냈다.

 

 

마침 지난해 가을에 나온 <1913년 세기의 여름>(문학동네, 2013)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소개에도 있지만 올해는 1차대전 발발 100주년이 되는 해라 여러 회고록을 포함해 관련서가 많이 나올 걸로 예상된다. 기대해봄직하다. 덧붙여, 츠바이크가 좋았던 시절로 회고하는 빈의 세기말과 세기초에 대해선 칼 쇼르스케의 <세기말 비엔나>(생각의나무, 2006)과 스티븐 툴민과 앨런 재닉의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필로소픽, 2013)을 참고할 수 있다. <세기말 비엔나>는 <비엔나 천재들의 붉은 노을>(생각의나무, 2010)이라는 조잡한 제목으로도 다시 나왔다가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

 

14.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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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화제가 됐던 외신 하나는 중국 지도부의 부패 의혹이다. 22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회피처 기업 명단 공개로 전, 현직 중국 지도부의 치부가 폭로됐는데, 언론 통제로 정작 중국 내부에서는 이슈화가 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권력층의 자제들인 소위 '붉은 귀족'이 해외로 유출한 자산이 최소 1조달러에서 최대 4조달러(약 4312조원)로 추정된다고 한다. 최근 덩샤오핑 평전이 출간된 김에 다시금 중국현대사와 중국 공산당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두레, 2013)에서 해리슨 솔즈베리의 <새로운 황제들>(다섯수레, 2013)을 거쳐 에즈라 보걸의 <덩샤오핑 평전>(민음사, 2014)까지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관련기사의 일부는 이렇다.

 

 

‘훙얼다이’(紅二代) 혹은 ‘붉은 귀족’으로 불리는 중국 고위층 자제들의 경제 권력 독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블룸버그>는 2012년 덩샤오핑과 왕전, 천윈 등 중국 혁명 원로의 자제들이 보유한 국유기업 자산이 1조6000억달러(약 1700조원)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또 장쩌민 전 주석의 아들 장몐헝을 비롯해 우방궈, 허궈창 전 상무위원의 자제들이 아버지의 권력을 활용해 이른바 ‘태자당 사모펀드’를 조성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리펑 전 총리 일가는 중국 전력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이번 탐사보도 결과 장신 소호차이나 회장과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IT) 업체인 텅쉰(텐센트)의 마화텅 대표 등 중국 최고 갑부 16명도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관상(官商) 결탁(정경유착)이 드러났다” “부패를 분명하게 척결해야 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강력한 언론 통제 때문에 이번 폭로의 파장이 중국 사회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국 국내 언론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고, 웨이보의 관련 글도 삭제되고 있다. ‘반부패 제도화’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강경 대응도 변함없다.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야말로 부패를 척결하는 근본대책”이라며 ‘신공민운동’을 벌여온 인권운동가 쉬즈융의 재판은 이날 외신 취재를 통제한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됐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전날 “쉬즈융을 처벌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 운동이 허위임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한겨레)  

 

 

시진핑 주석도 매형이 부패에 연루돼 있고, 현 지도부 가운데는 리커창 총리 등 극히 일부만 부패 혐의에서 벗어나 있다(공청단 출신인 리커창이 주석이었다면 중국의 부패 척결 운동이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을지 궁금하다). 아무려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는 건 중국사가 증명한다. 중국 공산당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14.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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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비슷한 책이 출간됐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자서전 비슷한 것>(모비딕, 2014). 구로사와의 자서전이라면 <감독의 길>(민음사, 1994)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같은 책을 옮긴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더 멋진 표지와 포맷의 책이 출간되니 반갑다. 내친 김에 감독들에 관한 책을 검색했는데, 최근 개봉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때문에 마틴 스콜세지(스코세이지)에까지 눈길이 가 닿는다. 재작년 11월에 나온 책이다. 그 이후의 책들로 몇 권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한국영화감독으론 <이장호의 마스터클래스>(작가, 2013)가 포함돼 있고,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세 감독과의 인터뷰를 담은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예담, 2014)도 같은 부류다. 박찬욱 감독은 구로사와의 책에 '추천사 비슷한 것'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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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들의 서평집 '철학자의 서재' 셋째 권이 출간됐다. <세상의 붕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알렙, 2014). 처음 나온 두 권이 <철학자의 서재>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던 데 견주면 남다른 '자세'가 느껴진다. 소개는 이렇다.

 

 

<철학자의 서재> 시리즈 3권에서는 63편의 “철학자들의 쓴 소리· 흰소리”가 담겨 있다. 모두 책을 소개하는 글들이다. 실용적 독자들로서는 이 책만 대충 읽어도 63권의 책을 읽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 이른바 “읽은 척 매뉴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알려주기로는 최적이다. 또, 철학자들은 어떤 책을 주로 읽는지 알 수 있는, “훔쳐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책의 운명이 ‘실용적 차원’에 머물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저자들은 여기에 소개하는 책들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의 현재적 삶의 운명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운명에 대한 상상을 해보라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독자들뿐만 아니라 '비실용적' 독자들까지 겨냥한 남다른 '자세'라고 할까. 프레시안에 연재될 때 가끔씩 읽어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읽어야 제 격이고 제 맛이 난다. '서평집이라면 질색이야'라는 독자가 아니라면 유익한 가이드북으로 활용할 만하다.   

 

 

 

셋째 권이 갖는 의미 때문에 격월간 <말과 활>(3호)도 떠올리게 된다. 창간호 이후 여하튼 순항하고 있다. 박정희를 표지로 한 3호에서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정치 현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 그것은 '박근혜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연속기획의 주제로 연결된다." 좀더부연하면 "한국 민주주의의 근원적 한계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장질서와 이를 유지하고 보존시키는 민주주의라는 지배적이고도 상징적인 정치체제를 해체하고 지금과는 다른 민주주의를 발명할 것인가 하는 모색"이다. 연휴의 읽을 거리로 이 정도는 장만해둘 만하다.

 

 

그런가 하면 '만화로 읽는 21세기 인문학 교과서'도 3권이 나왔다. '앨빈 토플러'나 '노암 촘스키'까지는 당연하다 싶었는데, 놀랍게도 이번엔 '토마스 만'이다. <토마스 만의 생각을 읽자>라니! '인문학은 미래의 성공과 번영의 열쇠이다'라는 기획의 말은 장삿속으로 여겨지지만, (아무래도 청소년을 겨냥한 책에서) 토마스 만을 다룬다고 하니까 뜻밖이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저 작품세계에 대한 소개 정도일까?

 

 

 

'읽자'라고 하니까, 읽는 김에 <토마스 만 단편집>이나 <마법의 산>(<마의 산>) 정도도 읽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다. 올 겨울이 가기 전이면 더 좋겠고.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읽을 만한 책이 이번 주에도 몇 권 더 나왔다. 겨울방학이 끝난 학교도 있지만 곧 봄방학도 있으니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니다. 김경집의 <청춘의 고전>(지식너머, 2014),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편, <10대에게 권하는 인문학>(글담출판사, 2014), 그리고 이은애 '경찰관'의 <관점의 힘>(생각학교, 2014) 등이다. 흠, 이런 건 '방학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쯤 될 듯싶다...

 

14.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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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공지다.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기' 강의를 2월과 3월에 각각 4회에 걸쳐 진행한다. 2월에는 수요일 오전(10:30-12:30) 책사랑 계절강좌(http://cafe.daum.net/purunacademy/5PBQ/9)로 진행하며, 3월에는 월요일 저녁(19:30-21:30) 푸른역사 아카데미 정규강좌다(3월 강의 신청은 추후에 하실 수 있다).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기 강의는 2011년 8월에 진행한 바 있어서 이번이 두번째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맘먹고 일독/재독하시고픈 분은 참고하시길. 교재는 민음사판이며 일정은 다음과 같다.

 

 

 

1주 2월 05일(3월 10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

2주 2월 12일(3월 17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부

3주 2월 19일(3월 24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부

4주 2월 26일(3월 31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4부

 

 

 

 

작품과 함께 참고로 읽어볼 만한 책은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와 석영중 교수의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예담, 2008), 그리고 E. H.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열린책들, 2011) 등이다.

 

 

한편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는 북트레일러도 만들어졌다. 궁금하신 분은 한번 들러보시길(http://www.youtube.com/watch?v=hhRCrRprsHI).

 

14.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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