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중앙선데이에 실린 '로쟈의 문학을 낳은 문학'을 옮겨놓는다. 투르게네프의 산문시 '거지'와 윤동주의 산문시 '투르게네프의 언덕'을 같이 읽어보았다. '투르게네프의 언덕'은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데(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들어 있지 않고, '산문시'가 아니라 '산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송우혜 작가의 <윤동주 평전>(푸른역사, 2004)과 마광수 교수의 <윤동주 연구>(철학과현실사, 2005)를 이 참에 읽어봤다. 이남호 교수의 <윤동주 시의 이해>(고려대출판부, 2014)도 마침 지난주에 출간됐다. 수백 편의 연구 논저들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윤동주 시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다고 적고 있어서 인상적이다. 참고로, 투르게네프의 산문시는 김억 등에 의해 일찌감치 소개돼 소월의 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소월은 투르게네프의 단편 <클라라 밀리치>를 번역하기까지 했다).

 

 

 

중앙선데이(14. 03. 09) 휴머니즘과 섣부른 휴머니즘

 

투르게네프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알려졌지만, 그의 문학적 경력은 서정시로 시작해서 산문시로 마무리된다. 『루진』(1856)을 필두로 하여 마지막 장편 『처녀지』(1877)까지 여섯 편의 ‘사회 소설’을 쓴 투르게네프는 이후 생의 말년에는 80여 편의 산문시를 썼다. 산문시는 러시아 문학의 고유한 장르가 아니다. 당시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던 투르게네프가 보들레르의 산문시에 영향을 받아 시도한 것이 그의 산문시다.

 

 

투르게네프는 한국과 일본의 근대문학 형성기에 가장 많이 읽히고 번역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일본에서 그의 산문시는 문학청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처럼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범상치 않은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어서였다. 일본을 통해 투르게네프를 수용한 우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많이 번역돼 읽혔던 산문시 ‘거지’를 읽어 보자.

 

시적 화자인 ‘나’는 거리를 걷다가 늙은 거지를 만난다. “눈물어린 붉은 눈, 파리한 입술, 다 해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오오, 가난은 어쩌면 이다지도 처참히 이 불행한 인간을 갉아먹는 것일까!” 화자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늙은 거지는 손을 내밀어 나에게 적선을 청하는데, 호주머니를 뒤져 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빈손으로 산책을 나온 것이다. 동냥을 청하는 거지의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고 있었다.”

당혹한 나는 하는 수 없이 “힘없이 떨고 있는 거지의 손을 덥석 움켜쥐고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랬더니 “그의 파리한 두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스쳐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늙은 거지는 충혈된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괜찮습니다, 형제여,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그때 문득 ‘나’는 깨닫는다. “거꾸로 이 형제에게서 내가 적선을 받았다는 사실을….”

식민지 조선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주제인데, 특히 윤동주도 이 ‘거지’에 반응한 독자였다. 그런데 윤동주의 반응은 공감과 함께 위화감도 포함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거지’를 명백히 패러디해서 쓴 ‘투르게네프의 언덕’(1939)에서 시인은 ‘거지’의 기본 골격을 반복하지만 몇 가지 설정을 비튼다. 시적 화자가 걷는 길은 ‘고갯길’로 바뀌고 ‘늙은 거지’는 ‘세 소년 거지’로 대체된다.

나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고갯길을 넘어가고 있는 넝마주이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 병, 간즈메통, 쇳조각, 헌 양말짝 등 폐물이 가득하였다.” 이들의 행색은 투르게네프의 늙은 거지와 마찬가지로 비참하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 색 잃어 푸르스름한 입술, 너덜너덜한 남루, 찢겨진 맨발.” 나는 탄식한다.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는 건 인지상정이다. 투르게네프의 화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호주머니를 뒤져 본다. 한데 투르게네프의 화자가 빈손이었던 것과는 달리 윤동주의 화자에게는 두툼한 지갑과 시계·손수건 등 모든 것이 다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이것이 윤동주 식 반전이다. 거지 아이들에게 동정심은 일지만 선뜻 자기 물건을 적선할 만한 용기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게 더 바람직하련만, 나는 “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 하고” 아이들을 부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 역시 투르게네프의 늙은 거지와는 다르다. 세 아이가 모두 피곤한 눈으로 흘끔 돌아다볼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 그렇게 아이들은 사라지고 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언덕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

‘투르게네프의 언덕’은 ‘거지’의 반복이지만 ‘차이 나는 반복’이고 변주다. 시의 의미는 이 차이에 의해 생산된다. 투르게네프의 시 ‘거지’의 주제는 한마디로 휴머니즘이다. 길에서 만난 늙은 거지에게 적선을 하고 싶었지만 가지고 있는 물건이 없었던 나는 되레 늙은 거지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투르게네프는 적선의 의미를 뒤집고 있는 것인데, 시에서 나보다 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오히려 더럽고 남루한 행색의 거지였다는 사실에 시적 화자는 물론 독자도 감동을 받는다.

반면 ‘투르게네프의 언덕’에서는 적선은커녕 교감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세 소년 거지’에게 잠시 동정의 마음이 일지만, 그것은 고작 일시적인 기분에서 머문다. 나의 동정심은 이기심을 넘어서지 못한다. 자기 것을 내줄 만한 ‘용기’가 없는 나는 아이들과의 거리를 한 치도 좁히지 못한다. “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는 섣부른 휴머니즘, 말뿐인 동정심에 대한 신랄한 고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시의 ‘나’가 시인 자신이라면 ‘투르게네프의 언덕’은 가혹한 자기 비판의 시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자주 부끄러워했던 윤동주의 초상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신의 휴머니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두 편의 시를 거울로 삼아 비춰 봐도 좋겠다.

 

14.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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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전 막간에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쏟아지는 중국 관련서 가운데서도 제목 때문에 눈길을 주게 되는 쉬산빈의 <결혼을 허하노니 마오쩌둥을 외워라>(정은문고, 2014). '생활문서로 보는 중국백년'가 원제에 가깝지만, 번역서의 제목이 더 낫긴 하다. 책소개는 이렇다.

 

중국 제일의 문서수집가 쉬산빈, 그가 3천여 수집품 중 3백여 점을 골라 엮은 중국백년. 기존의 역사서들이 사건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졸업장 한 장, 청첩장 한 장이란 아주 구체적인 증거로 그 사건이 속한 역사적 맥락을 짚어준다. 이 증거들은 오늘날 시각으로 봤을 땐 하나같이 희한하고 어리둥절하지만, 그것은 분명하게 존재한 중국 근현대 역사다.

고문서를 자료 삼은 책이라면 국내에서도 종종 출간되고 있는데, 작년에 나온 전경목 교수의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휴머니스트, 2013)나 한국고문서학회에서 펴낸 <조선의 일상, 법정의 서다>(역사비평사, 2013) 등이 대표적이다. 20세기 생활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책이 나옴직하다. 업자는 업자끼리 알아본다고, 쉬산빈의 책에 대한 전경목 교수의 추천사가 실감 난다.

이메일로 전달된 피디에프파일을 여는 순간! 이게 무엇인가? 첫머리에 있는 리전성李振盛 작가의 글부터 흥미로워서 도통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읽는 동안 연구실에 들랑거리는 학생과 동료 선생들로부터 방해받기 싫어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그냥 읽을 수가 없었다. 책에 실린 문서 하나하나를 번역문과 대조하고 문서에 나오는 작은 글자 내용까지 모두 파악해가면서 꼼꼼하게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 쉬산빈 선생에 대해 매우 궁금해졌다. 고문서 연구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러한 책을 쓰고 싶어 하니까. 그러나 이런 작업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과 마음의 수고야 말할 것도 없고 재력과 정신력 등을 모두 쏟아야 겨우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쉬산빈 선생은 가산을 탕진했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가산을 탕진해가며 쓴 책의 책값이 2만원 남짓이면 독자로선 꽤나 저렴하다고 할까. 중국 현대사의 보조자료로 쏠쏠히 읽어봄직하다. 원서의 표지는 이렇다.

 

 

14.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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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톰 하트만의 <기업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어마마마, 2014)다. 하트만은 <중산층은 응답하라>(부키, 2012)로 이름을 기억하게 된 저자인데,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라디오방송국 운영자이면서 다방면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0년에 펴낸 이 책은 '인간의 권리를 탐하는 거대 기업의 음모'를 다룬다. 물론 미국 얘기이긴 하지만 기업의 인격화와 그 폐해는 당연히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겠다. 

 

‘인간의 헌법’을 ‘기업의 헌법’으로 바꿔치기한 미국 기업의 문제를 다룬 책이다. 미국은 어쩌다가 로비스트가 버젓이 활보하는 나라가 되었을까? 바로 기업도 인간이기 때문에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기업에게는 의사를 표현할 입이 없는 대신 자금이 있고 이 자금은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자금으로 누구를 후원하는 행위를 막는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황당해 보이는 이 논리도 1886년 판례를 근거로 힘을 얻게 되어, 보스턴퍼스트내셔널 은행은 1978년의 소송에서 승리하게 된다. 그 뒤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로비스트의 천국으로 직행하게 된다.

 

두번째 책은 루크 하딩의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프롬북스, 2014)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국가와 언론을 고발한다'가 부제이고, 원서도 올해 나온 책이다. 스노든은 미국 NSA 내부 고발자로서 현재 러시아에 임시 망명중인 걸로 아는데, 그와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전직 CIA·NSA 요원, 서른 살의 IT 천재 스노든을 루크 하딩이 인터뷰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학위도 없을뿐더러 고등학교마저 중퇴한 29살의 전직 CIA, NSA 요원이다. 그는 미국의 NSA가 무차별적으로 수집해오던 불법 도청 및 감찰기록과 프리즘(Prism) 감시 프로그램 등 역사상 최고의 국가기밀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로서, 2013년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세번째 책은 이얼 프레스의 <양심을 보았다>(흐름출판, 2014). '분노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가 부제인데,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용기 있는 선택을 다룬 책이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인권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얼 프레스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인 양심을 따르고, 신념을 지킨 사람들을 오랜 시간 추적하였다. 특별히 그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용기 있는 선택에 관심을 가졌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배경, 그리고 어떤 도덕적 원칙이나 가치관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선택을 하게 했는지를 조사하여 책으로 출간했다."

 

 

네번째 책은 표창원의 <정의의 적들>(한겨레출판, 2014). "범죄수사전문가 표창원이 ‘정의’의 프레임으로 살펴본 우리 사회 범죄와 범죄자들"을 들여다 보았다. '정의의 적들'이 득세하는 현실을 새삼 직시하게 해준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기획회의> 편집위원회에서 엮은 <한국의 출판기획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14). 나도 정기독자로서 격주로 받아보고 있는 책인데, <기획회의> 15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책이다. 한국 출판의 현실과 현재를 가늠하게 해준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가 15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5년을 돌아봄으로써 앞으로의 출판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10년 후 출판, 출판사, 출판기획자의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의 글을 비롯해 민음사 박맹호 회장, 김영사 박은주 사장 등 9명의 출판기획자 인터뷰를 실었으며, 분야별로 주목할 만한 출판기획자를 살펴보았다. 그밖에 저자·번역자가 생각하는 출판기획자, 대중문화에서 그린 출판기획자, 그리고 편집자 127명의 출판기획에 대한 짧은 생각 등 출판기획자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시선들을 엿볼 수 있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기업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 인간의 권리를 탐하는 거대 기업의 음모
톰 하트만 지음, 이시은 옮김 / 어마마마 / 2014년 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4년 03월 08일에 저장
절판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국가와 언론을 고발한다
루크 하딩 지음, 이은경 옮김 / 프롬북스 / 2014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4년 03월 08일에 저장
절판

양심을 보았다- 분노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이얼 프레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3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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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적들
표창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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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는 국내외 비평가들이다. 먼저 문학비평가이자 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 선생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산문집 두 권이 '도정일 문학선'의 1,2권으로 나왔는데, 아직도 책으로 묶이지 않은 상당한 분량의 원고가 있다는 게 출판계의 정설이다. 몇 권으로 마무리될지가 궁금하다(짐작엔 저자나 편집자도 모를 듯하다,싶었는데, 목록을 보니 일곱 권이다). 정말 오랜만에 묶인 책들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가 함께 출간되었다. 문학동네 '도정일 문학선'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산문집 두 권은 저자의 첫 평론집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1994)가 출간된 지 20년,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2008)이 출간된 지 6년 만에 나오는 단독 저작이다. 바쁘게 지내느라 그간 저서 출간에 인색했던 그가, 자신이 "한 200년 사는 줄" 안 "바로 이반 이상의 바보 도반"이라 자평하는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저작물을 정돈해 세간에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1권)과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2권)는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된 도정일 산문의 정수를 엮은 것이다. 20여 년 동안 씌어진 글들을 한 권, 한 권으로 묶은 까닭에 글꼭지 말미에 발표지면과 시점을 밝혀놓았다.

 

언급된 대로, 도정일 선생의 책은 20년 전에 나온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민음사, 1994)가 처음이었고, 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은 <시장 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생각의나무, 2008)이 아주 어렵게 목록 하나를 늘렸지만 현재는 모두 절판된 상태다. 막아놓았던 물꼬가 트인 만큼 걸출한 학자와 비평가로서의 면모가 더 환하게 드러나길 기대한다.

 

 

중견 미술비평가이자 미술사학자 박영택 교수의 책도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휴머니스트, 2014)는 '선구자 8명과 작가 109명의 계보가 그려낸 한국 현대미술의 풍경'이고, <애도하는 미술>(마음산책, 2014)은 한 가지 주제를 다룬 비평집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98개의 이미지'를 해설한다.

 

 

이주에 나온 석학 인터뷰집 <지식의 풍경>(휴머니스트, 2014)에도 대표 미술사학자로서 참여하여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학자로서나 비평가로서 가장 부지런한 활동을 보여주는 듯싶다.

 

 

끝으로 독일 문학비평계의 '교황'이라고 불린 '괴물' 라이히라니츠키(1920-2013)의 자서전이 다시 나왔다. <나의 인생>(문학동네, 2014).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것인데, 예전에 <사로잡힌 영혼>(빗살무늬, 2002)이라고 나왔다가 절판된 책이다. 작년에 <작가의 얼굴>(문학동네, 2013)이 다시 번역돼 나왔을 때 이 자서전에 대한 기대도 적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반갑다. 소개는 이렇다.  

 

2013년 9월 18일, 독일의 문학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가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독일은 물론 세계 각국의 언론에서 일제히 그의 죽음을 알렸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애도 성명을 발표했으며, 9월 26일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생전에 그는 ‘문학의 교황’이라 불렸다. 독일 문단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나면 그가 내릴 ‘평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의 혹평을 읽고 몸서리치며 분노한 작가가 부지기수였다. 아무리 가까운 동료 작가라도 작품이 시원찮으면 그의 예봉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친구보다 적이 많았다.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간 무려 8만 권이 넘는 책을 비평했지만, 그의 장례식에 독일 작가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교황'은 그렇게 권좌에서 내려와 자신의 유일한 고향이자 안식처인 '문학'으로 돌아갔다. 이 책 <나의 인생>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개인이 남긴 유일한 자서전이자 20세기의 비극을 돌아보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회고록이다.

책의 부제대로, '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4. 0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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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을 주제로 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탈핵 학교>(반비, 2014)와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철수와영희, 2014) 등이다. <탈핵 학교>는 '밥상의 안전부터 에너지 대안까지 방사능 시대에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부제이며 "시민들이 알아야 할 핵발전과 방사능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작년에 나온 <한국 탈핵>(한티재, 2013)과 함께 말 그대로 '교과서'라 할 만하다. 찾아보니 '탈핵'을 키워드로 한 책은 10권이 검색된다. 한데 모아놓는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탈핵 학교- 밥상의 안전부터 에너지 대안까지 방사능 시대에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익중 외 지음 / 반비 / 2014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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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최열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3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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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욕심 괴물- 어린이를 위한 탈핵 이야기
김규정 글.그림, 김익중 감수 / 철수와영희 / 2014년 3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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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탈핵-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 2014 올해의 환경책 / 『한겨레』가 뽑은 '2013 올해의 책' / 『시사IN』선정 '2013 올해의 책'
김익중 지음 / 한티재 / 2013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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