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국가적 재난으로 상심해 있는 상황이라 기분을 내서 책을 사고 또 읽을 형편이 아니지만,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가는 책이 있어서 '이주의 발견'으로 꼽는다.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학자들이 쓴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민음사, 2014).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이 부제이고 원저는 2005년에 나왔다.

 

두 저자는 그들 자신도 젊은 시절 가족의 첫 번째 죽음을 경험했다. 슈창베르제는 십 대에 여동생의 죽음을 지켜보았고, 죄프루아는 겨우 육 개월 된 둘째 아이를 잃었다. 저자들은 그 고통을 표현하지 못한 채 가슴에 품고 계속해서 살아오면서 아픔에서 보다 잘 헤쳐 나오지 못한 실수를 다른 이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돕기로 마음먹는다. 상실의 고통을 겪은 이들이 애도를 마치고 나와서 어느 정도 내적인 평화와 평정을 되찾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저자들은 인간이 겪는 상실과 고통, 외로움, 분노, 좌절, 헤어짐에 대해 다루면서 애도의 상태를 건강하게 벗어나는 법에 대해 쉽고 간결한 언어로 서술한다.

애도를 주제로 한 책은 미술쪽으론 박영택의 <애도하는 미술, 2014), 그리고 문학쪽으론 왕은철의 <애도예찬>(현대문학, 2012) 등이 같이 참고할 만한 책들이다.

 

 

찾아보니 프로이트의 '애도와 우울증(멜랑콜리)'론을 해설한 임진수의 정신분석 세미나 <애도와 우울증>(파워북, 2013)도 작년에 나왔다. 대구지하철 참사도 사례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나도 한몫 거든 바 있다. <애도와 우울증>(그린비, 2011)은 러시아 낭만주의의 두 시인,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비교연구다. 더불어 프랑스의 비평가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애도 일기>(이순, 2012)도 애도를 주제로 한 책.  

 

 

아직 구조/수습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삼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14.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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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5주기를 앞두고 관련서들이 출간되고 있다(딱 한달 남겨놓고 있다). <그가 그립다>(생각의길, 2014)와 <기록>(책담, 2014) 등이 거기에 속한다. 넓게 보면 최근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 2014)도 관련서로 분류할 수 있겠다. 지난해에 나온 책 두 권과 같이 묶어서 리스트로 만들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그가 그립다- 스물두 가지 빛깔로 그려낸 희망의 미학
유시민.조국.신경림 외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4년 04월 23일에 저장

기록-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윤태영 지음, 노무현재단 기획 / 책담 / 2014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4년 04월 23일에 저장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4년 04월 23일에 저장
구판절판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5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4년 04월 23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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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의 상황과도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제목의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마이클 페럴먼(페렐먼)의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어바웃어북, 2014). 같은 저자의 책으로 <기업권력의 시대>(난장이, 2009)가 나온 바 있는데, 앞으로 두번째 책이 소개된 저자까지는 '이주의 발견' 대상으로 삼는다. 부제는 '일할 권리를 빼앗는 보이지 않는 수갑, 어떻게 풀 것인가?' 어떤 책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경제적 무능함’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가? 어느 날 갑자기 고용주가 어떤 이유를 들어 당신을 해고했다면 그것은 오롯이 당신 자신의 무능함 탓이라고 자본주의식 언어는 일갈한다. 경쟁이 난무하는 정글사회에서 먹잇감으로 전락한 책임을 그 무엇에도 전가시킬 수 없다는 게 자본주의식 질서이다.

 

 

여기 이 냉정한 언어와 부조리한 질서에 맞서 평생을 외롭게 싸워온 노학자가 있다. 노학자는 ‘노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춰 자본주의의 모순을 끄집어냄으로써,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업과 가난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노동자들의 자책과 세상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캘리포니아주립대(치코) 경제학과 교수로 주로 '먼슬리 리뷰' 같은 진보저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이와 짝이 될 만한 책으로 <무엇이 정부를 무능하게 만드는가>도 나옴직하다.

 

 

'기업권력의 시대'라고 하니까 신간 가운데 데이비드 코튼의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할까>(사이, 2014)도 눈길을 끈다. 원제는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세종서적, 1997)이고 그런 제목으로 책이 나온 적이 있는데(절판됐다), 이번에 나온 건 2판의 번역이고 출판사와 역자도 바뀌었다. 부제는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성장 관리 전문가 데이비트 C. 코튼 박사의 저서. 저자는 탄탄한 이론과 현장에서 겪은 풍부한 경험과 직접 눈으로 목격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 논리가 숨기고 있는 왜곡된 진실과 환상, 그리고 그 부작용에 대해 신랄하게 파헤쳤다. 이 책은 '경제 성장론자'들이 내세우는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책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자동으로 빈곤이 종식되고, 복지가 향상되고, 모두가 잘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 세계가 '경제 성장률'에 집착하게 된 그 시작이 된 사건과,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경제 성장률 측정 방식에 대한 오류, 무조건적인 경제 성장 추구가 야기하는 사회적, 경제적 재앙 등을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의 사례와 데이터를 동원해 증명하고 있다.

'성장 신화'를 깨뜨리거나 '성장 중독'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한데, 만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으려는지...

 

14. 0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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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에 실린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독일 작가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열린책들, 2011)를 읽고 적었다. 전혜린의 유고 에세이집 제목으로도 유명한 작품이지만 현재는 번역본이 한 종밖에 나와 있지 않다. 영어본도 절판된 상황이어서 구해본 건 시사영어사에서 나온 대역본인데, 발췌본이다. 열린책들판 번역에 아쉬운 대목이 있어서 전혜린 번역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백만사, 1980)도 도서관에서 빌려 참고했다. 전혜린본은 동민문화사(1967)판이 최초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14. 04. 21) 폐허 속 희망을 본 하인리히 뵐
 
전후 독일문학의 양심으로도 불린 하인리히 뵐의 초기 대표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53)를 읽었다. 어떤 독자에게는 전혜린의 유고 에세이집 제목으로도 친숙할지 모르겠다. 전혜린은 뵐의 작품을 유고 번역으로 남겨놓았기에 인연이 없지 않다. 법과대학에 재학중이던 전혜린이 ‘새로운 땅’ 독일로 유학을 떠난 해가 1955년이었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뒤로하고 떠난 독일에서 전후문학의 기수가 쓴 ‘폐허문학’과 조우한 것이라고 할까. 
 
1952년이 시간적 배경이지만 2차 대전 패전국의 상처는 다 아물지 않았고 주인공 프레드와 캐테 보그너 부부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무엇보다도 가난이 일상을 짓누르며 이웃의 편견이 고통을 배가시킨다. 가톨릭교회의 유력한 신자이자 주택위원회 회장이기도 한 집주인 프랑케 부인이 프레드가 술주정뱅이이고 캐테가 성당의 단체 행사에 적극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부의 주택 신청을 거부하는 바람에 사정은 더 나빠졌다. 
 
프레드는 성당의 전화교환수로 일하지만 박봉이어서 부업으로 과외까지 병행한다. 그는 폭력을 본능적으로 혐오하지만 다섯 식구가 단칸방에 살면서 마음이 여유를 잃다 보니 사소한 일로 아이들에게 손찌검까지 한다. 그는 더 참지 못하고 두 달째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 아이들과 남은 캐테의 일상은 더러움과의 투쟁으로 채워진다. 장롱을 조금만 움직여도 회칠한 벽에서는 석회 덩어리가 우수수 떨어지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걸레질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구역질나는 현실 속에서 ‘신’이라는 단어만이 자신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여기는 캐테야말로 진정한 신자다. 캐테는 프랑케 부인과 같은 사람들이 ‘하느님 장사’를 하는 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부부라고는 하지만 한 집에 살지 않으므로 프레드와 캐테는 가끔씩 바깥에서 만나 밤을 보낸다. 값싼 호텔에라도 하룻밤 묵으려면 프레드는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이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오랜만에 만난 주말에 아내는 헤어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을 꺼낸다. 가난은 그렇게 부부의 사랑까지 파괴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작가 뵐은 냉정한 현실을 과장 없이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회복의 길도 제시한다. 
 
상이군인인 아버지, 바보 동생과 같이 살아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이웃에게 친절을 베푸는 간이식당의 소녀에게서 프레드가 감동을 받았다고 하자 캐테는 자신도 그런 감동을 준 적이 있는지 묻는다. “그런 적은 없지만 내 마음을 돌린 적은 있어. 내가 아주 심하게 아플 때였지.”(열린책들) 오래전 전혜린의 번역본에서는 “당신은 내 심장을 건드리질 않고 뒤집어엎어 버렸어. 나는 그때 아주 병이 나 있었어, 그 때문에.”라고 옮긴 대목이다.
 
프레드의 나이가 썩 젊지 않았던 때였음에도 캐테는 프레드의 마음을 뒤집어엎은 전력이 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결혼한 것이기도 하다. 그때의 감정을 상기하면서 가난에 무뎌진 프레드의 열정은 다시 회복된다. 이튿날 길거리에서 어떤 여자의 모습을 보고 심장이 멎는 듯한 감동과 흥분을 느끼며 뒤쫓아 가는 게 그 증거다. 한데 놀랍게도 그 여자는 아내 캐테였다. “15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내 아내는 여전히 내게 낯선 동시에 또 무척 낯익게 생각되었다.” 이 소설이 프레드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주 당연해 보인다. 뵐이 암울한 폐허 속에서 발견한 은총인지도 모른다. 
 
14. 04. 20.
 
P.S. 인용한 대목에 대해 좀더 자세히 적으면 보그너 부부의 대화장면을 열린책들판은 이렇게 옮겼다. 

"나도 당신 마음을 감동시킨 적이 있나요?"
"그런 적은 없지만 내 마음을 돌린 적은 있어. 내가 아주 심하게 아플 때였지. 그리 젊지 않을 때였고." 나는 말했다.(191쪽)

시사영어사에서 나온 대역판은 이렇게 옮긴 대목이다. 

"Did I also touch your heart?"
"You didn't touch my heart, you turned it upside down. It made me quite ill at the time. I wasn't young any more," I said.
"나도 당신을 감동시켰어요?"
"당신은 날 감동시킨 게 아니라 내 가슴을 발칵 뒤집어 놓았었지. 그래서 그때 난 아주 앓았었지. 이미 젊은 나이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나는 말했다. 

이 대목만큼은 시사영어사판 혹은 영어판이 열린책들판보다 더 적합한 번역으로 보인다. 오래전 전혜린본에서 '뒤집어 엎어버렸다'고 옮긴 것과도 상응하고. 독어 원문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요는 '마음을 감동시키다'보다 더 강한 표현이어야 하고, 그 결과로 프레드가 한바탕 가슴앓이를 했다는 내용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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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철학서를 관심도서로 올려놓는다. 둘다 일본인 저자의 책이라는 점이 공통적인데,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철학의 교과서>(지식의날개, 2014)와 와시다 키요카즈의 <듣기의 철학>(아카넷, 2014)가 그 두 권이다. 나카지마는 구면이고 와시다는 초면이다.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책은 중복도서까지 포함하면 일곱 권이 번역됐고 <철학의 교과서>만 하더라도 <일하기 싫은 당신을 위한 책>(신원문화사, 2011)과 <인생 반 내려놓기>(21세기북스, 2013)에 이어지는 것이니까 출판계에서 선호하는 저자군에 속한다. '철학의 교과서'란 제목은 오히려 식상해서 눈에 띄는데, 저자의 말로는 "이 책은 철학에 '교과서' 따위가 있을 리 없다는 이야기를 풀어내어 이해시키려는 '철학의 교과서'"라고. 역설이지만 그래서 좀더 미덥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프롤로그를 보니 저자는 대부분의 '철학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으로 두 가지만 꼽는다. "하나는, 철학이란 순수한 의미로 볼 때 '학문'의 영역이 아니므로 그 책을 집필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세계관이나 현실적 감각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넘쳐나는 철학 입문서들은 하나같이 철학을 너무도 무해하고 품행방정하며 훌륭한 것으로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점".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철학이란 약간을 병적이고, 흉포하고, 위험천만하며, 반사회적 성향이 강한 것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왜 죄악인가? 인류가 우주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나는 결국 죽는다... 등등의 한탄과 독백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본질적 물음에 고통받고 끌려다니며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힘겨워하던 사람이, 물귀신처럼 다른 사람을 그 개미지옥에 끌어들이려는 속셈으로 써내려간 이 책이야말로 진짜 철학의 '교과서'가 아닐까요?

그런 생각에 동감하는 독자라면 모처럼 친구 혹은 원군을 얻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듣기의 철학>은 <철학의 교과서>에 비하면 조금더 '전문적'이란 인상을 준다. 전공이 논리학이라고 소개되지만 <얼굴의 현상학>, <현상학의 시선> 등의 저작을 갖고 있다는 와시다는 현상학 쪽의 전문가로 보인다. '듣기의 철학'이란 문제의식도 '현상학적'이고. 거기에 교육에 대한 관심도 얹어진다. 학생들에게 질문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는 것. 저자의 문제의식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듣기’가 타자의 말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동시에 말하는 이에게 자기이해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그 행위에서 어떤 힘을 느낀다고 덧붙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가 ‘산파술’, 또는 ‘시중드는 사람’이라 불렀던 그 힘을 말이다. 저자는 ‘듣기’라는 행위가 가진 철학적 힘을 밝히고자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리고 철학이 복원해야 할 것이 이렇게 귀를 여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고통받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위안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시작과 끝을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함께 있다는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듣기의 철학은 이것을 일깨우는 것이다. 말을 줄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마음이다.

리쾨르 전문가이기도 한 현상학자 돈 아이디의 <소리의 현상학>(예전사, 2010)이 떠오르는데, 맥락은 좀 다르지만 듣기는 청각과 관련되는 만큼 연관성이 없지도 않겠다(아이디의 책은 <테크놀로지의 몸>(텍스트, 2013)도 소개돼 있다. 기술과 신체 등도 현상학 쪽 철학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소리의 현상학>은 벌써 절판됐군... 

 

14. 04. 20.

 

 

 

P.S. 철학분야의 책으로 지난달에 미처 언급하지 못한 관심도서는 로이 브랜드의 <지식애>(책읽은수요일, 2014)다. "소크라테스에서 데리다까지 허무와 냉소를 지식에 대한 사랑, 즉 지식애를 통해 극복해온 철학자 6인의 삶과 철학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담은 책이다." 플라톤의 대화편 가운데 <소크라테스의 변명>(<변론>)과 <향연>, 스피노자의 <윤리학>,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니체의 <도덕의 계보>, 푸코의 <성의 역사>, 그리고 데리다의 <나는 여기에 있다>까지가 저자가 다루는 텍스트들이다. 봄날의 철학적 산책에 가장 어울릴 만한 동반자.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의 추천사도 참고할 만하다.

격조 높은 책이다. 왜 모든 인간이 결핍을 느끼는지, 왜 지식에 대한 열정을 지녀야 하는지와 같은 오래된 철학적 질문을 우리들의 삶의 문제로 끌어들인다. 당신이 아직 철학을 사랑해본 적이 없다면,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철학과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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