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주도 더 지났다. 하지만 사건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200명이 넘는 실종 승객이 시신으로 수습되고도 아직 80여 구의 시신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사건의 발생과 구조 과정의 많은 부분이 아직 의혹에 싸여 있다(세월호의 3대 의혹에 대해서는 '김어준의 KFC'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5352.html 참조). 무엇이 의혹 내지 의문이고 정부의 대처에 대해 왜 절망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지 잘 짚고 있는, 한국일보 서화숙 선임기자의 칼럼('살릴 수 있었던 3시간47분')을 발췌해놓는다(전문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405/h2014050120393367800.htm 참조).   

 

(...)

 

해경은 9시30분에 도착했지만 38분에야 구조를 시작했다. 해경 구명정은 20분 이상 배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10시부터 10시반 어름에 소방방재청 소방헬기 11대가 도착했다. 9시반에 출발했으나 일부는 전남지사가 자기를 태우고 현장으로 가라고 해서 10시5분에야 재출발해서 늦었다. 어이없는 이유로 현장에 늦었지만 그때도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해경의 반대로 구조작업에 참여도 못하고 되돌아갔다.

 

해군 해난구조대가 낮12시4분에 도착했다. 최정예잠수요원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뛰어난 해난구조 전문가들이다. 이때도 승객들은 살아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해경의 반대로 구조작업에 참여 못했다. 미군 구조헬기도 2대가 왔다. 155㎞ 떨어진 미군 항공모함에서 오전 11시58분에 출동했다니 MH-60기의 시속을 감안하면 낮12시34분에는 도착했다. 이때도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가 돌려보냈다.

 

가장 줄여 잡아도 47분, 길게 잡으면 3시간 47분이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해경이 아닌 곳은 구조에 참여하지 못했고 해경은 구조하지 못했다. 선장을 숨겨주기까지 했다. 이건 그래서 사고가 아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저지른 청소년과 시민 살해이다.

 

그러고서 대통령이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국무회의에서 총리실 산하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그 앞에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덧붙인 것을 사과라고 주장한다. 분별없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잘못이 크다 싶으면 춘추관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고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로 끝나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무회의장에 앉아서 “국무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로 시작하는 대국민사과도 있는가. 대국민사과 이전에 유족을 만났을 때 사과해야 했다. 안 했다. 되려 유족이라는 사람은 무릎 꿇고 대통령은 바라보는 이 기괴한 장면은 무엇인가.

 

2003년 이라크전으로 사망한 미군이 139명이다. 전쟁도 아닌데,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국민 302명을 죽게 만든 이 정부는 과연 나라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가. 위기가 닥쳤을 때 신뢰할 수 있는가. 대통령은 정부를 통솔할 능력과 책임감이 있는가. 남탓은 그만하고 진지하게 자문해보기 바란다.([서화숙 칼럼/5월 2일] 살릴 수 있었던 3시간47분)

 

14.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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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를 펴낸 이후에 여러 공공도서관에서 러시아문학 강의를 부쩍 많이 하게 됐다. 이달부터 올해 안으로 네댓 곳 정도의 강의가 더 예정돼 있는데, 빠른 순서로 하면 일단은 노원평생학습관'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4회차), 그리고 남산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남산 목요 인문학'의 한 꼭지로 '(로쟈와 함께 하는) 러시아문학의 이해'(8회차)가 있다. 러시아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4.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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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하세가와 히로시의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교유서가, 2014)를 고른다. 제목이 일러주듯 책은 저자가 고른 '철학의 명저' 열다섯 권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아니 딱히 분야가 '철학'에 한정된 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나 도스토옙스키(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그리고 보들레르의 <악의 꽃> 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정도라고 해야 할까.

 

 

저자는 일본에서 헤겔 주요 저작의 재번역으로 명성을 얻은 학자이고 국내에도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도서출판b, 2013)이 먼저 소개된 바 있다(일본의 헤겔학 수준에 대해서는 <헤겔 사전>(도서출판b, 2009)을 통해서 어림해볼 수 있다).

 

그렇게 마음대로 스무 권 정도의 책을 골라서(실제로 저자가 고른 건 열다섯 권) 자유롭게 써보는 일이라면 나도 어떤 목록을 고를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서문을 읽으며 좀 부럽게 느껴진 대목이 있다. 하세가와는 이렇게 적었다.

처음으로 잡은 것이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다. <방법서설>은 오치아이 다로 역, 노다 마타오 역, 오바세 다쿠조 역, 다나기와 다카코 역 등 몇 종의 일본어역이 있다. 어느 번역본이 좋을까. 나 또한 헤겔을 번역하느라 꽤나 고생했던 터라, 번역본을 적당히 고를 수는 없었다. 구할 수 있는 대로 다 구해서 눈앞에 늘어놓고, 몇 번이나 비교하면서 읽은 뒤, 모호한 일본어 표현이 적고 문장에 리듬이 있는 노다 마타오 역을 골랐다.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서 다룬 15권의 작품 가운데 <기독교의 본질> <색채에 관하여> <눈과 정신>을 제외한 열두 작품은 여러 종의 일본어역이 있다. 도서관에 가서 가능한 한 많은 역서를 들춰보고, 일본어 표현이 알기 쉽고 문장에 격조가 있는 것을 선정기준으로 삼아 텍스트를 선정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묘미는 (번역상으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 '선정 과정'에 있다. 우리는 어느 만큼 그 선정 과정의 즐거움과 (즐거운) 고충을 느껴볼 수 있을까.

 

 

좀 비관적인 기분이 들긴 했지만, 막상 찾아보니 상황이 아주 나쁜 건 아니다. 가령 하세가와는 '인간'이란 주제를 다루면서 알랭의 <행복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세 권을 글거리로 삼았는데, 모두 한국어로도 복수의 번역본이 있다. <행복론>의 경우에는 비교해봄직한 번역본이 대여섯 종이고, <리어왕>은 물론 그보다 훨씬 많다. <방법서설>은 좀 아쉬운 편이지만, 서너 종 가량의 번역본을 참고할 수 있다.

 

 

또 '아름다움'이란 주제를 다루면서 하세가와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 비트겐슈타인의 <색채에 관하여>, 메를로퐁티의 <눈과 정신>을 골랐는데, <악의 꽃>의 경우 서너 종의 번역본이라면 좀 빈곤한 편이다. <색채에 관하여>는 과문하여 접해본 적이 없고(한국어판 비트겐슈타인 선집에도 빠진 것 아닌가?), <눈과 정신>은 <눈과 마음>(마음산책, 2008)으로 번역됐었지만 절판된 상태.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당연하게도 눈앞에 책이, 많은 경우엔 번역본이 있어야 한다. 어떤 책, 어떤 번역본으로 읽어야 할지 고심할 권리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더 훌륭한 번역본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독자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출판계의 탄식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바람일까...

 

14.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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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대표작이 하나 더 번역됐다. <미국의 목가>(문학동네, 2014). 퓰리처상 수상작인데, "필립 로스는 <미국의 목가>를 시작으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휴먼 스테인>으로 이어지는 '미국 3부작'을 발표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어떤 작품인가.

 

1997년에 발표된 <미국의 목가>는 광기와 폭력으로 얼룩진 1960년대 말의 혼돈스러운 미국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몰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팍스아메리카나의 위상에 도취되어 한껏 달아오른 미국의 취기가 베트남전쟁의 실패와 맞물리며 어떻게 한순간에 사라지는지를, 그 몰락의 파도 속에 개인의 삶이 어떻게 비극 속으로 휩쓸려 가는지를 예리하게 펼쳐 보인다.

개인적으론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미국문학 강의를 해오면서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포크너를 다루었고, 5월에는 스타인벡을 다룰 예정인데(http://blog.aladin.co.kr/mramor/6947583), 내년쯤에는 20세기 후반기로 넘어와서 솔 벨로와 필립 로스 등을 일정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주요 작품 서너 편을 고르려고 하는데, 미리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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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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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2 (무선)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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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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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테인 1 (무선)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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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IN(346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안나 폴릿콥스카야의 <러시안 다이어리>(이후, 2014)를 다루었다. 2006년 암살당한 러시아의 인권운동가이자 여성 기자 안나의 마지막 일기인데, 2004년은 나도 러시아에 있던 때라서 많은 시사적 사건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암담한 러시아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이 겹쳐지기도 해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시사IN(14. 05. 03) 우리는 러시아와 얼마나 다를까

 

안나 폴릿콥스카야를 아시는가. 푸틴 정권의 반테러 정책과 민주주의 파괴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하고 고발해온 여성 기자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런 비판을 허용할 만큼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2005년 당시 러시아는 세계에서 언론활동을 하기에 가장 위험한 다섯 나라 가운데 하나였고,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폴릿콥스카야는 2006년 10월 자신의 아파트 계단에서 괴한의 총격에 의해 살해되었다.


‘러시아의 양심’이 암살당한 이후로 불행하게도 러시아 국민은 이제 또 다른 안나 폴릿콥스카야를 갖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그녀의 기록과 증언이 러시아인들에게만 의미를 지니는 건 아니다. 권력자와 권력집단의 탐욕과 비양심이 어떤 국가적 재난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폴릿콥스카야의 경고는 우리에게도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체첸전쟁의 비리와 참상을 폭로한 <더러운 전쟁>에 이어서 출간된 <러시안 다이어리>가 갖는 의의다.

 


<러시안 다이어리>는 그녀가 남긴 최후의 기록이다. 2003년 12월부터 2005년 8월까지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을 기술했다. 2003년 12월에는 두마(러시아의 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었고 2004년 3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다. 우리가 아는 바대로 푸틴이 재선에 성공해 집권 2기로 접어들게 되는 해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옐친이 러시아연방을 통치하던 시기에 이슬람 주도로 체첸 지역의 분리‧독립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자 러시아가 이를 강제로 진압하면서 발생한 것이 제1차 체첸전쟁(1994-1996)이다. 그리고 폴릿콥스카야는 이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주역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KGB 국장 출신으로, 옐친에 의해 전격 후계자로 발탁된 푸틴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크렘린에 입성하기 위해 또 한 번 전쟁을 일으킨다. 제2차 체첸전쟁(1999-2000)이다. 러시아군은 전쟁 중에 위법적 살인과 납치, 강간, 고문 등을 일삼았고 폴릿콥스카야는 그 실상을 대담하고도 용기 있게 폭로했다.


그렇더라도 현실적으로 한 기자의 힘이 최고 권력자를 꺾을 수는 없었다. 푸틴은 높은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되고 더욱 강력한 권력체제를 갖춘다. 그는 의회를 무력화하고 입법부와 행정부를 실질적으로는 통합함으로써 과거 소련 체제를 부활시켰다(‘푸틴의 제국’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국민의 동의다.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와 도전, 곧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아무도 항의하거나 궐기하지 않았다. 폴릿콥스카야가 보기에 그 결과는 소련 시절로의 회귀다. “다만, 이제는 관료적 자본주의를 가미해서 국가 관료가 어떤 사유재산가나 자본가보다 더 부유한 거물급 올리가르히(산업, 금융재벌)로 존재하는, 약간은 손보고 가꾼, 세련된 소련으로.”  


일례를 들어보자. 2004년 9월 러시아 남부 베슬란 시의 한 초등학교에 체첸 반군이 잠입해 학생 1000여 명을 인질로 잡은 사건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살해당하는 참사로 끝났는데, 그녀가 문제 삼는 것은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였다. 기자로서의 양심과 신념을 저버린 텔레비전 진행자와 방송기자들이 내보낸 보도의 대략 70%가 거짓이었고, 국영방송의 경우는 90%가 거짓이었다. 1,200명에 이르는 여자와 어린이들이 인질로 잡혀 있었지만 언론은 354명이라고 보도함으로써 테러범들을 자극했다. 언론의 기만적인 자기 검열이 작동한 최악의 사례였다.


폴릿콥스카야의 폭로와 염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의 경고에 귀를 닫고 있고, 당국자들은 자기 몫 챙기기에만 바쁘다. 뭔가 기시감이 들지 않는지. 우리는 러시아와 얼마나 다른 사회에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14.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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