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존 개스킨의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현암사, 2014)를 고른다. 여행서에 관한 글을 얼마 전에 쓰고, 여름엔 짧은 유럽여행도 계획하고 있어서 관련서들을 챙기고 있는 중이라 더더욱 반가운 책.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인문여행을 위한 실속 있는 안내서'가 부제다. 출판사 소개로는 '쫄깃한' 책.

 

고대철학 전문가인 지은이와 함께 지중해와 에게 해 일대의 유적을 찾아가 직접 설명을 듣는 듯한 생생한 철학 안내서로 누구나 삶의 여행자인 독자들을 어제와도 같은 2500여 년 전의 세계로 이끈다. 고대 헬레니즘 세계의 문화와 사회에 영향을 끼친 자연과 공간, 삶과 죽음, 저 너머의 세계와 예술에 관한 이야기들이 ‘쫄깃하게’ 펼쳐진다.(...) 철학자와 시민들이 살았던 그리스, 로마, 터키, 이집트 등지의 주요 유적지를 안내하는 지명 사전도 실속 있다.

이번주에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와 같이 챙긴 책은 장석주의 <내가 사랑한 지중해>(맹그로브숲, 2014)이다. '장석주의 그리스 터키 인문학 여행'이 부제. MBC에서 기획, 제작, 방영한 ‘장석주의 에게해 인문학 기행’이 바탕이 됐다고 하는데, "터키, 그리스의 자연과 역사, 문명 유적지 곳곳을 여행하면서 저자가 가슴과 머리로 느낀 생생한 감흥과 그곳에 깃든 신화 이야기를 감성 에세이로 풀어냈다." 그리스, 터키 여행자가 부쩍 많아진 듯한 요즘 좋은 가이드가 될 듯하다...

 

14.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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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앞두고 포스팅할 책 얘기들이 많지만, 난민 생활중이라(집 공사가 끝나서 내일 입주한다) 사정이 여의치가 않기에 지그문트 바우만과 레비나스 책에 관해서만 간단히 적는다.

 

 

먼저, 인디고연구소에서 기획한 '공동선 총서'의 둘째 권으로 바우만 인터뷰집이 출간됐다.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궁리, 2014)란 제목이다. 재작년에 나왔던 지젝 인터뷰집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궁리, 2012)과 마찬가지로 가장 효율적인 입문서 역할도 겸할 수 있겠다. 가장 최근에 나온 <빌려운 시간을 살아가기>(새물결, 2014)가 그런 역할에 적당한 책이었지만, 아무래도 글보다는 말이 이해하기 쉽고 간명하다. 소개도 다르지 않다.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는 바우만 사유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개념과 사유의 지평을 두루 살펴보면서, 동시에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바우만식의 진중하면서도 재기발랄한 해결책 등이 담겨 있다. 가히 바우만 사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레비나스에 관해서도 좋은 입문서가 출간됐다. 콜린 데이비스의 <처음 읽는 레비나스>(동녘, 2014).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엠마누엘 레비나스>(다산글방, 2001)라고 나왔었는데, 번역이 좋지 않아서 선뜻 추천할 만한 책이 못 됐다. 새 번역본을 아직 손에 들지는 못했지만 다시 번역된 책인 만큼 이전의 오류를 답습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한창 레비나스의 책을 읽던 무렵 원서로 완독한 기억이 있는데, 명쾌한 서술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주요 저작들도 번역돼 있고(<전체성과 무한>이 아직 빠진 상태이지만) 연구서도 몇 권 더 나와 있기 때문에 레비나스를 읽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지만 입문서로서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좀더 대중적인 입문서로는 알랭 핑켈크로트의 <사랑의 지혜>(동문선, 1998)이 추천할 만하고, 우치다 타츠루의 <레비나스의 사랑의 현상학>(갈라파고스, 2013)도 수준 있는 입문서다. 좀더 본격적인 독서를 원하는 독자라면 마리안느 레스쿠레의 <레비나스 평전>(살림, 2006)을 통해서 전체적인 견적을 내볼 수 있겠다.

 

흠, '처음 읽는'이라고 하니까 왠지 설레는 느낌도 나는군. 나도 '처음 읽는'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14. 0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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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교보에 들렀다가 처음 본 책인데, 러시아의 대표적 아나키스트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의 격문이 번역돼 나왔다. <청년에게 고함>(낮은산, 2014). 그의 자서전과 상호부조론이 번역돼 나온 바 있는데(자서전은 절판됐다), 이 격문은 1880년에 불어로 발표됐다 한다. 그래서 부제가 '130여 년 전 한 아나키스트의 외침'. 번역은 홍세화 선생이 맡았다.

 

“그동안 쌓아 올린 지성이나 능력과 학식을 활용하여 오늘날 비참과 무지의 나락에 떨어져 신음하는 사람들을 도울 날을 꿈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악덕으로 타락한 탓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러한 꿈을 갖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그 꿈을 실현하려 무엇을 할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토해 내는 크로포트킨의 울분을, 그 호소를 쉽게 뒤로할 수 있는 청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옮긴 홍세화는 “크로포트킨이 살았던 격동의 시대나 이 책을 일역본으로 읽으면서 젊은 정신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을 내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젊은이에게 이 문건이 도대체 무슨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라고 되묻고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홍세화 선생은 <청년에게 고함>과 함께 자서전 <한 혁명가의 회상>을 권한다. <크로포트킨의 자서전>이라고 출간됐다가 <한 혁명가의 회상>으로 한번 더 나왔는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에서 아쉽다(<크로포트킨 자서전>으로 다시 나왔다). "19세기 유럽 노동 운동사는 물론이고, 그가 살았던 시대의 러시아 역사까지도 모두 담은 일종의 체험적 역사서". 덧붙여서 최근에 다시 나온 미셸 라공의 <패자의 기억>(책세상, 2014)도 보태고 있는데, 20세기 세계사의 벽화를 그리고 있다는 소설이다. "알프레드 바르텔르미라는 프랑스인 아나키스트의 회고록이라는 형식을 빌려 19세기 말부터 1968년 5월혁명에 이르는 격동의 ‘역사’와 그 현장의 한복판을 누볐던 ‘인간’ 군상, 그리고 그들을 사로잡았던 ‘이념’을 엮어 실제와 허구가 넘나드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직조해냈다." 아래가 홍세화 선생의 추천사이다.  

첫 부분부터 빠져든 게 정겨운 파리의 정경 때문이었다면, 손에서 놓기 어려웠던 건 파국과 절멸 상태에 이른 한국 진보 세력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 듯싶다. 아나키스트 주인공은 러시아혁명과 스페인내전을 거쳐 68에 이르기까지 살아남아 자신과 동료의 패배를 증언한다. 마지막 장을 넘긴 뒤 길게 남은 여운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사회를 위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을 장악한다지만, 만약 그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면 그것은 이미 인간과 사회를 배반하도록 예정된 게 아닐까? 강제력의 자장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인간의 자발적 연대를 꿈꾼 아나키즘은 어쩌면 현 단계에서는 패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책은 ‘패자들에 대한 기억을 소멸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소수의 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많은 독자가 이 소수의 특권을 누리기 바란다.

14.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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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노트북을 겨우 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며칠씩 서재일에 손을 놓기도 그래서 간단한 포스팅 하나.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단편집이 출간됐다.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시공사, 2014). 러시아어 번역이지만 제목은 영어판 선집을 따른 책이다(영어권에서는 2009년에 출간된 이 작품집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월드판타지문학상'도 수상했다고). 먼저 읽어보고 추천사를 쓸 기회가 있어서 이렇게 적었다.

 

 

안톤 체호프가 러시아식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떨가?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가 궁금증을 풀어준다. 단, 포스트모던하고 그로테스크한 옛날이야기다. '이야기의 마녀'가 있다면 단연 페트루솁스카야다.

 

실제로 1938년생인 이 '할머니 작가'의 이미지가 딱 '마녀'이긴 하다. 오싹하고 눈물나고 웃긴 이야기들이 고팠던 독자라면 '이야기의 마녀'와 만나봐도 좋겠다. 

 

 

 

현대 러시아 여성작가로 페트루솁스카야와 같이 거명되는 작가는 타티야나 톨스타야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등이다. 모두 국내에 작품이 소개돼 있고, 울리츠카야는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있어서 우리와는 구면이다. 모아놓고 읽으면 러시아 여성작가들의 작품세계가 얼추 눈에 들어올 듯하다. 그런데, 페트루솁스카야가 '이야기의 마녀'라면 '마왕'은 누굴 꼽아야 할까? 좀 생각해봐야겠다...

 

1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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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부대에서 탈영사고가 일어나 계속 속보가 뜨고 있는 어수선한 휴일 오후에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칸트와 푸코의 책, 그리고 프랑스 비평가 비에르 바야르의 책 얘기다.

 

 

칸트와 푸코를 나란히 떠올리게 된 건 절판됐던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울산대출판부, 2014)이 <칸트의 형이상학 강의>(울산대출판부, 2014)와 함께 이번에 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작년말에 나왔던 푸코의 <칸트의 인간학에 관하여>(문학과지성사, 2013)의 부제가 바로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 서설'이었다. "푸코의 국가박사학위 부논문이자 그의 초기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받는" 책. 프랑스에서도 2008년에야 푸코 번역의 <인간학>과 함께 같이 출간됐다고(프랑스에서는 국가박사학위논문 제출시 부논문으로 번역과 함께 해제를 제출하는 듯싶은데, 데리다의 경우는 후설의 <기하학의 기원>에 붙인 서설이 이에 상응한다). 그러니까 칸트의 <인간학>과 푸코의 <칸트의 인간학에 관하여>를 같이 읽으면 되는 셈.

 

 

푸코의 책으론 소품인 <헤테로토피아>(문학과지성사, 2014)가 이번에 나왔다. 라디오 강연 원고 '유토피아적인 몸'과 '헤테로토피아', 그리고 다니엘 드페르의 해제를 묶은 책이다.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 시리즈로 <안전, 영토, 인구>와 <생명관리정치>에 뒤이어 올 하반기에도 두 권쯤 나오는 걸로 아는데, 서재가 정돈이 되면 맘먹고 정독해봐야겠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 2008) 이후 피에르 바야르의 책은 모두 구입하고 있는데, 매년 한권씩 나오는 것 같다. 올해의 책은 <나를 고백한다>(여름언덕, 2014). '존재에 대한 자문을 이끌어내는 논리적이고 사적인 고백'이 부제다. "자기 자신을 과거로 보내는 ‘가상 여행’을 시도한다"고.

 

 

전작에 빗대면, '망친 삶,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을지 궁금하다...

 

14.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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