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 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매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 도서 목록에다가 분야별로 몇 권씩 더 얹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란 페이퍼를 적어온 지 이달로써 만 7년째다(2007년 10월에 첫 페이퍼를 적었다). 3년 전부터는 '좋은 책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양분야(2년간)와 문학예술분야(1년간)에서 실제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렇게 잠시 이력을 적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페이퍼이기 때문이다(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식의 '시즌2'를 생각하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자연스럽다(또다른 시작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만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감회를 느끼며 '9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추천한 책은 이승우의 소설집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 2014)이다. "<신중한 사람>은 이승우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으로, 제10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칼」을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미 지난 7월에 한번 고른 적이 있는 책이라 군말은 적지 않는다. 한국소설로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민음사, 2014), 천명관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창비, 2014)까지 더 얹으면 뭔가 꽉 찬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예술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건 에릭 홉스봄의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포노, 2014)이다.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에릭 홉스봄은 프랜시스 뉴턴이란 필명으로 활동한 재즈 비평가이기도 했다.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은 그의 재즈에 관한 글모음이다." 추천사에서 이렇게 더 적었다.

일곱 편의 글 가운데, 처음 네 편은 네 명의 재즈 아티스트들에 대한 스케치이다. 나머지 세 편의 글에서 홉스봄은 미국의 흑인음악으로서 재즈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됐고 서구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가를 분석하고, 스윙 음악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성격을 밝히며, 재즈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1960년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재즈의 변모 양상을 살핀다. 십대시절 첫사랑을 느낄 만한 나이에 재즈가 첫사랑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었다는 역사학자의 재즈에 대한 깊은 애정 고백으로도 읽힌다.

같이 읽어볼 만한 재즈 관련서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 <포트레이트 인 재즈>(문학사상사, 2013), 그리고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사흘, 2014)을 꼽는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작년에 나왔던 책이지만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두 권인데, 먼저 역사 쪽으로 김문식 교수가 추천한 책은 윌리엄 T. 로의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너머북스, 2014)이다. 청나라를 다룬 책으로 최근에 나온 중국 학자 옌 총리엔의 <청나라, 제국의 황제들>(산수야, 2014)과 일본 작가 이리에 요코의 <자금성 이야기>(돌베개, 2014)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지난해 나온 책으로는 신슈밍의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글항아리, 2013)이 청 황실 이야기를 보충해주는 책이다. 

 

 

철학 쪽으론 이진남 교수가 김선희의 <8개의 철학지도>(지식너머, 2014)를 추천했다. 철학입문서로서 '여덟 가지 개념으로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철학 지도'를 제공한다. 같은 분야의 책으로 수전 울프의 <삶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4)와 앙트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책세상, 2014)도 부담스럽지 않은 철학의 맛을 맛보게 해줄 듯싶다. <삶이란 무엇인가>는 베스트셀러였던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2)의 짝으로 기획돼 나온 책이고, <인생의 맛>은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이 부제인 책.  

 

 

3. 사회과학

 

사회과학분야의 추천도서는 웨이드 데이비스의 인류학 입문서 <웨이파인더: 인류 최초의 지혜로 미래를 구하다>(정은문고, 2014)와 정영호 등의 <사물인터넷>(미래의창, 2014)이다. 경제경영서로 분류되는 <사물인터넷>은 저자들이 모바일 업계의 최전선에서 뛰는 전문가들로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고, 사물인터넷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다루었다"고 소개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뛰어넘는 거대한 연결'이 부제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해봄 직하다.

 

덧붙여,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불편한 독자라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한국경제신문, 2014)에서 불편함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겠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지 조명했다면, 이 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4. 자연과학

 

이한음 번역가가 추천한 책은 레오나르도 콜레티의 <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작은씨앗, 2014)이다. 명화 감상법을 다룬 책은 많지만, 그 속에서 물리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발상은 독특하다(미술과 물리의 만남을 주제로 한 책이 예전에 나오긴 했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문화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인간적인 내용을 다룬 적이 없기 때문에, 물리학을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여기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세계의 명화를 빌려 물리학에 다가서는 아주 특별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베스트셀러 < E=mc²>의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일상 속 과학 이야기' <시크릿 하우스>(웅진지식하우스, 2014)와 <시크릿 패밀리>(웅진지식하우스, 2014)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과학 이야기' 독자라면 챙겨둘 만하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나미의 <행복한 부모가 세상을 바꾼다>(이랑, 2014). "의학과 심리학을 폭넓게 공부한 저자는 자녀교육에 앞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한 부모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를 부모 자신의 보상심리를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모두 불행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부모인 자신의 깊은 곳에 숨겨진 ‘내면의 아이'를 제대로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의 책으론 <다음 인간>(시공사, 2014)이 최신간이다. 작년에는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을 부제로 한 <한국사회와 그 적들>(추수밭, 2013)을 펴내기도 했다.

 

 

0. 독서에세이

 

내 맘대로 고르는 분야는 '독서에세이'로 정한다. '책 읽는 책'으로 나온 책들 가운데,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정은문고, 2014), 김용석 딴지일보 편집장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멘토르, 2014), 그리고 청소년 문학 가이드북으로 박상률의 <어른도 읽는 청소년 책>(학교도서관저널, 2014) 등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시즌2에서는 '독서에세이' 혹은 '책읽기/글쓰기' 분야를 따로 독립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14. 09. 08.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고른다. 이상옥, 김종건 등 원로 영문학자의 번역과 함께 중견 영문학자들의 번역서들도 나와 있고, 원서도 쉽게 구해볼 수 있다. 강의차 정독할 작품이기도 한데,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20세기 영문학 최대 작가와 대면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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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쌓여 있는 수십 권의 책들을 정리하다가(정확하게는 정리하는 시늉을 하다가) 엊저녁에 손에 든 책은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돌베개, 2014)다. 더불어 프랜스시 윈의 <자본론 이펙트>(세종서적, 2014)까지 꺼내와 나란히 펼쳤는데, <자본론>에 새삼 꽂힌 것은 짐작 가능한 대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의 실물을 이번주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예판만으로도 현재 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올라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토대'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관심의 반영이 아닐까).

 

 

<자본론 공부>에 서문에서 김수행 교수는 예상대로 <자본론> 공부의 의의에 대해서 짚었는데, 책을 마무리하던 시기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즈음과 겹쳤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 우리를 용서하지 못하는 이 마당에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과학적으로 끝까지 추적한 마르크스의 거대한 작품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가 서문의 첫 문장인 것은 그 때문이다.

 

<자본론>은 말 그대로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을 모두 설명하고자 한 책이고,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변혁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본론>을 읽지 않을 수 없다(아이러니컬한 일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도 그들의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자본론>을 읽는다). "결국 지금의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를 바꾸어야 할 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자본론>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막바로 <자본론>을 펴드는 일은 조금 무모할 수 있다. <자본론 공부>와 같은 길잡이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로서는 <자본론>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을 제공하려고 했고, 실제로 '벙커 원'에서 진행한 대중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두리미디어, 2010)과 비슷한 난이도이지 않을까 싶다.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시대의창, 2012)와 새로운 시각의 접근으로 올여름에 좋은 반응을 얻은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 2014) 등이 <자본론 공부>의 친구가 될 만하다.  

 

 

책상을 정리하다가 지나간 신문들도 치우게 됐는데, 미뤄둔 일간지 리뷰도 눈에 띄었다. 7월 28일자 한겨레신문의 '책과 생각'란에 실린 케빈 올리어리의 <민주주의 구하기>(글항아리, 2014)에 대한 리뷰다. 제목대로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책. 기사의 일부를 발췌하면 이렇다.  

3억 인구를 통치하는 대규모 공화국에서 소수가 정책을 좌우한 탓에 미국에서는 각종 부패가 잇따랐다. 특히 경제적 문제가 시민평등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2003년 미국 조세감축안은 미국 상위 1%에게 연평균 4만5000달러의 세금을 줄여줬지만, 소득 하위 60% 사람들한테는 고작 연평균 95달러를 깎아줬을 뿐이다. 이는 미국 헌법이 지닌 태생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헌법 초안을 마련한 제임스 매디슨과 입안자들은 민주공화국을 창안했지만, 기업이익집단과 정치권이 야합한 특권층 부패를 막지 못했다.

 

대중은 정치에서 점점 배제됐다. 사람들은 쟁점의 상세한 부분을 탐구하지 않았으며 자기 경험에 기반해 섣불리 사안을 판단해버렸다. 정치가 일부 엘리트의 경쟁으로 전락하고, 여론이 상징과 유행어에 손쉽게 휘둘리게 된 까닭이다. 지은이는 미국 헌법이 초기부터 강한 정부, 대중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정부를 지향한 점을 비판하며 정치와 대중의 간극을 좁히는 방안을 탐구했다.

 

이에 올리어리는 대의제를 거부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는 한편, 미국 전통의 토론인 ‘타운 홀’ 방식에 따른 인민원 제도를 실시하자고 제안한다. 435개 하원 선거구마다 지역민회를 설치하고, 파벌이나 비밀 후원에서 자유로운 배심 시스템과 비슷한 무작위 추첨에 따라 각각 100명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모두 4만3500명의 인민원이 활동하게 된다. 민회는 핵무기, 국제무역, 복지 문제 같은 국내외 쟁점을 공론장에서 심의한다. 민회의 전국 네트워크인 인민원은 ‘양원제 입법부의 편향’을 교정해 인민주권을 회복하고 헌법적 균형도 맞출 수 있다. 이것이 ‘시민의 자기 통치술’이다.

대안까지 따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단은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부패와 무기력에 있어서는 우리도 미국 못지 않으니까. 저자의 대안은 "시민의 덕성, 공동의 심의, 공공선을 중시하는 ‘공화주의’의 회복"이다. 리뷰를 쓴 이유진 기자는 그런 회복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매슈 크렌슨과 베전민 긴즈버그의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후마니타스, 2013)보다 희망적이라고 지적한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의 저자들은 이미 "시민의 시대가 끝났고, 정부가 더는 시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공화주의의 회복이란 대안은 마이클 샌델의 <민주주의의 불만>(동녘, 2012)과도 상통한다. 샌델은 자유주의의 득세와 공화주의의 쇠퇴라는 정치철학적 용어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을 적시하고 역시나 공공선에 대한 관심의 회복으로서 공화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다운사이징'된 한국 민주주의, 그에 대한 불만도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이즈음에 '민주주의 구하기'는 어떻게 가능할까(실상 복지국가나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그 너머에 있는 건, 마르크스의 말대로 계급투쟁이고 자본주의 이후다. 한국형 '앙시앵 레짐'은 복지국가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악화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또한 무너뜨리게 되지 않을까). 오늘밤 슈퍼문이 뜨면 달님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14.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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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들이 연휴에 던질 수 있는 질문 가운데 순위를 매기자면 스물한 번째쯤에서 혹 "폴 오스터는 왜 글을 쓰는가?"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느닷없는 건 아니다. 최근에 나온 인터뷰집 <글쓰기를 말하다>(인간사랑, 2014)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오스터의 인터뷰는 '파리 리뷰'지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다른, 2014)에도 포함돼 있다).

 

 

일차적으론 폴 오스터의 독자들이 반가워 할 책이지만, 글쓰기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누구나 눈길을 줄 만하다. 이 25년 동안의 인터뷰 모음집에서 폴 오스터가 줄곧 던지는 질문이 바로 '왜 글을 쓰는가?'이기 때문.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글쓰기가 직업, 그것도 천직니까. 그에게는 삶이 글쓰기이고 글쓰기가 삶이니까. 약간 맥이 풀릴 수도 있지만 그의 대답은 이렇다.

"왜 쓰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답을 알고 있었다면 아마 쓸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글쓰기를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우리를 선택합니다."

작가라면 글쓰기란 무엇인가란 문제에 천착할 것 같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며 또 그 문제를 오스터만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흔하진 않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작가지망생들에겐 유익한 교본이 될 만한 인터뷰들이다. 오스터의 책을 책상 한쪽에 열권은 쌓아놓은 다음, 한 계절 정도 천천히 읽어나간다면 '폴 오스터 글쓰기' 코스를 완주할 수 있겠다.

 

 

알다시피 국내에서 오스터의 소설들을 전담하여 출간하고 있는 곳은 열린책들이다. 이번 책에는 <보이지 않는>(열린책들, 2011)까지 다룬 인터뷰가 실렸다. <선셋파크>(열린책들, 2013)를 막 끝낼 무렵까지의 오스터다. 그의 회고록 <겨울 일기>(열린책드, 2014)는, 생각해보니 아직 구입하지 않아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보이지 않는> 이후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훗날 또 다른 인터뷰집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런 인터뷰라면 언제라도 마다하지 않을 작가이니 만큼 기대는 시간이 충족시켜줄 것이다(비록 그가 앞으로도 25년을 더 살기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더 나올 만한 오스터의 책. <겨울 일기>의 속편 격인 <내면의 보고서>.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존 쿳시와 교환한 편지 모음집 <지금 여기> 등이다. 독특하고 괴팍한 작가 쿳시의 비평과 에세이들을 최근에 구입한지라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구미가 당긴다. 소프트카바로 주문을 넣어야겠다...

 

14.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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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을 먹으며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맘먹고 시인들만 골랐으니 '이주의 시인'이다. 주로 고전 소설들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니 시를 읽을 기회가 뜸해졌는데, 연휴는 잠깐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시집 읽기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기에. 젊은 시인들의 시집을 고르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세 시인의 연배가 모두 50대다. 이른바 중견들. 이재무, 김경미 시인과는 구면이고 윤희상 시인과는 초면.

 

 

먼저 이재무 시인의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실천문학사, 2014)가 출간됐다. 개인적으론 초기 시집인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사, 1995)로 기억하고 있으니 꽤 오래 전이다. 2012년에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수상 시인 시선집으로 <길위의 식사>(문학사상사, 2012)가 나와 있다.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는 1983년에 등단하여 30년 넘게 시를 써온 시인의 열번째 시집. 여전히 평이하면서도 미더운 시세계를 보여주는 듯싶다.

"아내는 비정규직인 나의/밥을 잘 챙겨주지 않는다/아들이 군에 입대한 후로는 더욱 그렇다/이런 날 나는 물그릇에 밥을 말아먹는다/흰 대접 속 희멀쑥한 얼굴이 떠 있다/나는 나를 떠먹는다/질통처럼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없어진 얼굴로 현관을 나선다/발 벌러 간다"('나는 나를 떠먹는다')   

 

이어서 <밤의 입국 심사>(문학과지성사, 2014)를 펴낸 김경미 시인. 내가 기억하는 건 첫시집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실천문학사, 1989)이니까 꽤 오래 전이다.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창비, 1995)와 <쉿, 나의 세컨드는>(문학동네, 2006)까지는 시집의 제목을 기억하지만 <고통을 달래는 순서>(창비, 2008)는 기억에 없다. 아마도 2000년대 중반부터 시집을 챙겨 읽지 않은 모양이다. 1983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했지만 한 손가락에 꼽을 만한 시집을 펴냈으니 과작인 편.

"내가 있는 곳은 내가 있기에 혹은 내가 있어서/항상 적당치 않다/어젯밤에는 괴팍한 사람의 글을 읽었다/그 사람처럼 괴팍하지 못한 게 부끄러워/밤 내내 뒤척였지만/(중략) 오늘도 목이 부러진다"('오늘의 괴팍' 중)

"내가 있는 곳은 내가 있기에 혹은 내가 있어서/항상 적당치 않다"고 토로하는 '괴팍한' 시인이라면 여전히 읽어볼 만하다.

 

 

그리고 윤희상 시인. 세번째 시집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문학동네, 2014)이 출간됐다. 1989년에 등단했으니 올해가 25년차. 첫 시집 <고인들과 함께 놀았다>(문학동네, 2000)를 제목만 기억하기에 시로는 초면이지만, 지난 인터뷰 기사를 보니 여러 학회에서 만난 인연이 있는 분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은 해설에서 "우리시대에 읽기 쉬운 언어로 가장 많은 비밀을 끌어안고 있는 시집"이라고 평했는데, 시인의 가족사를 알려주는 시 '일본 여자가 사는 집'부터가 그렇다.

내가 동네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

동네 밖에서 찾아온 낯선 사람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일본 여자가 사는 집이 어디냐고

아이들은 저기 기와집이라고 말했다

일본 여자는 우리 동네에서 사는 무면허 안과 의사였다

그렇다고 돌팔이 의사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멀리까지 소문난 일본 여자는 본래 간호사였다

일본 여자는 동네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을 받았다

돈은 받지 않았다

일본 여자는 조선 남자를 사랑했다

일본 여자가 사는 집은 우리집이고

일본 여자는 나의 엄마였다

괴팍하지는 않지만 담담하면서 속이 깊은 언어들을 부리는 시인이다. 이만한 시집들이면, 한가위 음식을 좀 덜 먹어도 되겠다...

 

14.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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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자 추석 연휴 첫날 '이주의 책'을 고른다. 자연스레 고른 책은 박흥갑의 <우리 성씨와 족보 이야기>(산처럼, 2014)인데, 타이틀은 '우리에게 족보란 무엇인가'로 잡았다. 부제는 '족보를 통해 본 한국인의 정체성'. "족보가 만들어지는 초기 족보의 형태부터 그 이후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족보들이 진화해가는 모습, 족보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 문화 현상, 족보의 허상과 실재들을 살펴보며, 족보가 단순한 생물학적 계보를 추적한 것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현상을 반영한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짚어본다."

 

 

한마디로 교양 수준에서 '족보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 책. 역사 분야에서 학술적인 내용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일을 일컬어 '역사 대중화'라고 하는데, 저자 역시 공저로 펴낸 <승정원 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산처럼, 2009) 등을 통해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두번째 책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의 <우리 안의 식민사관>(만권당, 2014). 부제도 '해방되지 못한 역사,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했는가'다. 문창극 사태를 통해서도 '우리 안의 식민사관'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한 터라('기독교 식민사관'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의 논쟁적인 문제제기에 눈길을 주게 된다. "그동안 대한민국 주류 역사학계를 장악하고 조선총독부의 관점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바라보고, 그 관점을 강단에 서서 전파해온 식민사학자, 예를 들어 이병도, 신석호, 서영수, 노태돈, 송호정, 김현구 등을 실명으로 비판하고, 그들의 학문적 태생에서 현재까지의 행적을 낱낱이 벗겨내며 대담하게 문제를 제기한 논쟁적인 책이다." 황순종의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만권당, 2014)도 나란히 나왔다.

 

 

세번째 책은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의 <워터게이트>(오래된생각, 2014).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원제로 1974년에 나온 책이다(영화로도 제작됐다). "워싱턴포스트의 풋내기 기자들인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사건의 전모를 밝힌 탐사보도의 고전이 된 책이다. 워터게이트 불법침입으로 시작해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끝난 세기의 특종을 보도한 장본인들이자 그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기자의 진실을 향한 치열한 취재 기록이며 드라마틱한 미국의 역사이다."

 

이 참에 찾아보니 <워터게이트>란 표제로 나온 책이 없어서 놀랍다. 찾아보니 <대통령의 사람들>(학일출판사, 1977)이라고 한번 나온 적이 있지만 그간에 묻혔던 책이다.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두 기자에 관한 책으론 알리샤 셰퍼드의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프레시안북, 2009)이라고 나온 적이 있다. 절판돼 유감인데, 우리 주변에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이 점점 드물어진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듯싶다.

 

 

네번째 책은 영국 일간지의 중동 특파원 로버트 피스크의 <전사의 시대>(경계, 2014). 부제는 '테러와의 전쟁, 그 10년의 기록'이다. 최근 이라크에서 이슬람 테러단체에 의해 서방 기자들이 연이어 참수 당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는 터라 관심을 갖게 된다. 출간은 뜻밖이면서도 반가운데, 다만 심심한 표지가 좀 아쉽다. 소개는 이렇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중동문제 전문기자’라 일컬어지는 영국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가 써내려간 ‘테러’와의 전쟁 10년. 베이루트를 기반으로 38년간 중동 이곳저곳을 취재하며 수없이 많은 전쟁과 학살을 지켜봐 온 그는 <전사의 시대>를 통해 중동 지역의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온 고통과 비극, 그리고 그것을 야기한 서구의 거짓과 위선, 그로 인해 오늘날 우리 모두의 삶에 일상적으로 죄어드는 공포를 고발한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연휴의 읽을 거리 중 하나로 고른 이언 샌섬의 <페이퍼 엘레지>(반비, 2014)다.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가 부제. 종이의 역사를 다룬 책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저자의 다른 책으론 코믹 미스터리 <도서관 책 도난사건>(뜨인돌, 2012)가 번역돼 있다. 책과 도서관에 관해서 일가견이 있는 작가/비평가라는 걸 이 두 권의 책만으로도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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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씨와 족보 이야기- 족보를 통해 본 한국인의 정체성
박홍갑 지음 / 산처럼 / 2014년 8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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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식민사관- 해방되지 못한 역사,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했는가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만권당 / 2014년 9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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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워터게이트-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밥 우드워드 & 칼 번스타인 지음, 양상모 옮김 / 오래된생각 / 2014년 9월
17,500원 → 15,750원(10%할인) / 마일리지 8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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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사의 시대- 테러와의 전쟁, 그 10년의 기록
로버트 피스크 지음, 최재훈 옮김 / 경계(도서출판) / 2014년 9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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