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시행에 따른 여러 가지 조처와 변경이 마무리돼 가는 모양이다(하지만 여전히 검색이 원활하지 않은 걸 보면 더 시간이 걸리는지도). 오늘 당일 배송이 안된다는 것 정도가 불편하다고 할까. 서버 확충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기다리는 게 마치 주말 오전에 동네 내과에 가서 대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이것도 병인 거죠?). 가을비 내리는 주말 오전,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은 '이주의 책'부터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로널드 라이스가 엮은 <나의 아름다운 책방>(현암사, 2014). 책방(서점)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 지난 한주였기에 '이주의 책'으로는 딱 어울린다. '작가들이 푹 빠진 공간에서 보내는 편지'가 부제.

 

이사벨 아옌데, 웬델 베리, 론 커리 주니어, 데이브 에거스, 존 그리샴, 패니 플래그, 척 팔라닉, 대니얼 핸들러, 브라이언 셀즈닉… 이 책은 미국 유명 작가 84명이 풀어놓은 '책방 예찬'이다. 그들이 비밀스럽게 소개하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서점'. 그들의 책방은 작가들이 꿈을 키울 때부터, 첫 책을 내고 나서, 북 투어를 다니면서, 몇 권, 몇 십 권의 책을 낸 뒤에도 함께 웃고 울고 추억하고 의지가 된 곳이다. 독자와 작가, 책방지기가 드넓은 책의 세계에서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아름다운 책방을 만난다. 책으로 꽉 들어찬 서가와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가, 편안한 독서 공간, 조용조용 조심조심 자신의 책을 고르는 독자들, 책 냄새 커피 냄새 나는 그런 서점을 마음에 그린다면, 책을 사랑하고 글을 사랑하고 작가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내게도 그런 책방이 있었던가, 란 생각이 잠시 들면서 2-30년 전에 드나들던 서점들을 떠올려보았다. 렌디 웰치의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책세상, 2013) 같은 책방이 지금도 존재할까, 가능할까란 생각도 들고. 유감스럽게도 분명한 건 현재 내겐 알라딘의 서재만 있을 뿐 그런 책방이 없다는 사실이다. 부산의 인디고서원 같은 곳에 동네에 있다면 모를까...

 

 

책방이 없다면 도서관은 어떨까. 두번째 책은 시미즈 레이나의 <세계 꿈의 도서관>(지식여행, 2010)이다. "호화로운 세계문화유산부터 최첨단 현대 건축까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서 엄선한 최고의 도서관 37관을 담았다." 시미즈 레이나의 책으론 전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학산문화사, 2013)에 뒤이어 읽어볼 만한 책. 아니, 찾아가볼 만한 도서관 가이드북이다. 물론 이런 도서관도 가까이에 있다면 좋겠지만, 흠, 현재로선 너무 무망한 일 같다.

 

 

세번째 책은 책방과 도서관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일러주는 듯한 제목의 책이다. 김탁환의 <읽어가겠다>(다산책방, 2014). "40권 이상의 장편소설을 펴낸 이야기꾼 김탁환이 SBS 러브FM [책하고 놀자]에서 소개한 백오십 권이 넘는 책에서 스물세 편의 소설을 골라 소개한 책이다." 이 소설들이 젊음과 동의어로 보였기에 부제가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이다. 많이 알려진 소설들을 다루고 있기에 각자의 독후감과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네번째 책은 과학 책 북토크, 고중숙의 <책 대 책>(사이언스북스, 2014). "과학의 고전에서 과학자 전기, 과학적 상상력의 결정체 SF 소설에 이르기까지, 26권의 책과 23명의 명사가 함께 어우러져 만드는 13편의 본격 사이언스 북 토크! 책이라는 웜홀을 통해 과학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우주를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과학책들만 다룬 '북토크'는 드문 편이라 그 자체로 희소성을 갖는다.

 

 

다섯번째 책은 고정원의 <책으로 말 걸기>(학교도서관저널, 2014). "대안학교 교사 고정원이 학생과 함께 책을 보며,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 소통한 상담 교육에세이다. 청소년기의 학생이 겪고 있는 문제는 가족 문제부터 진로와 입시에 대한 고민, 방황, 이성 문제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책을 소개한다." 책을 읽은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 란 물음에 한 가지 대답을 제시하는 듯하다. "‘책읽기를 가르치는 보통의 교사’들이 자기의 실천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고백하듯 써내려간 살아 있는 교실 에세이"로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서해문집, 2014)와 같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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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책방- 작가들이 푹 빠진 공간에서 보내는 편지
로널드 라이스 엮음, 박상은.이현수 옮김 / 현암사 / 2014년 11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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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꿈의 도서관
시미즈 레이나 외 지음, 윤희육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10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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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어가겠다-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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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코스모스에서 뉴런 네트워크까지 13편의 사이언스 북 토크
고중숙 외 22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1월
19,500원 → 17,550원(10%할인) / 마일리지 9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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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실시 전야라 아주 북새통이다. 검색이 안 된다는 핑계로 페이퍼를 적지 않으려다가 지난주에 찍은 책사진 한 장을 올려놓기로 한다. 방안에 쌓아둔 책들을 한 컷 찍었는데,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고 책들 가운데 몇권은 반값 세일을 하길래 구입했다는 것 정도(기념사진?). <켈트 신화와 전설>(황소자리, 2009), <톨킨의 환상 서가>(황금가지, 2005), <앙드레 지드의 콩고 여행>(한길사, 2006) 등이 그런 경우다. 이 정도가 나로선 행사 치레인 셈(오늘 오전에 몇 권 더 주문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평소 주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정리를 못하고 두서없이 쌓아둔 책들이다. 다시 보니 몇 권은 자리를 옮겼지만 절반 이상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말에 한번 손을 보든가 해야겠다. 어서, 정가제 이후로 넘어가서 이 소란이 가라앉았으면 싶다(사실 도서정가제란 말이 정확하진 않다. '완전 도서정가제'란 말이 따로 있고, 현행 도서정가제란 도서할인율 제한제도에 불과하기에). 왠지 <벚꽃동산>의 경매 이후 분위기 같군.

 

중요한 건 '이튿날'이다. 도서정가제에 대처하는 자세가 아니라 '도서정가제 이후'에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출판계에서는 독자들의 구입심리가 급속하게 얼어불을 거라고 우려하는데(겨울이 코앞이다), 향후 6개월 가량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나로선 완전도서정가제를 지지하고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난 구간본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훨신 더 많은 폭의 할인이 허용되어도 좋다는 입장이지만 이번에 개선된 도서정가제라도 안착되길 기대한다. 게임의 룰이 완벽하길 바라는 건 무망한 일이고 나머지는 '선수들'의 몫이다... 

 

1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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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데이비드 랜들의 <잠의 사생활>(해나무, 2014)을 고른다. 원제는 <드림랜드>이고 대략 '잠과학의 특이한 모험'이 부제. 번역본의 부제는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이다. 매일같이 피곤한 일정이 이어지다 보니 이런 책을 베개 삼아 자고픈 생각이 굴뚝 같다(아예 베개를 표지로 한 것이 맘에 든다).

 

 

저자는 '현재 로이터 통신사의 수석기자이자 미국 뉴욕 대학 저널리즘 겸임교수'. 잠에 대한 책을 쓸 일은 없어 보이는데, 소개에 따르면, "잠을 자다가 다치는 바람에 이 책을 쓰게 된 데이비드 랜들은 각계의 전문가들과 심도 깊은 인터뷰를 하고, 수백 편의 참고 문헌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로 자신의 수면 장애 개선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에필로그로 끝맺으면서, 잠자리 개선을 통해 인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떻게 해야 자다가 다치게 되는지 모르겠지만('잠버릇' 때문이라고 나오는데 자세한 건 읽어봐야 알겠다) 여하튼 수면 장애가 있는 독자나 잠이 부족한 독자들에겐 흥미를 끌 만한 책이다(그렇다고 잠을 줄여가며 읽을 책은 절대 아니고!). 더불어 수면과학 내지 수면의학의 세계에 대해서도 좀 들여다볼 수 있겠다(국내엔 <수면의 약속>(넥서스, 2007) 같은 책이 수면의학서로 분류될 수 있겠다).

저자의 충격적인 경험담을 시작으로 잠에 얽힌 역사, 문화, 심리, 과학, 진화생물학, 인지과학, 신경학, 정신의학, 수면의학을 파헤쳐 알게 된 신비로운 잠의 면모와 기이하고 흥미로운 사례를 다채롭게 엮어서 들려준다. 이를 위해 저자는 끈질기게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적재의 수많은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수백 편의 참고 문헌을 조사했다. 넘쳐나는 유용한 정보를 특유의 재치가 돋보이는 경쾌한 필치로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냈다.

 

아무려나 참 다양한 책이 나온다 싶다. 책의 세계는 무궁하다고 할까. 여하튼 다시 밤이다. 모두들 수면장애 없는 행복한 잠자리가 되시길 바란다. 굿나잇!..

 

1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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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인간사랑, 2006)의 저자 모리치오 비롤리의 <HOW TO READ 마키아벨리>(웅진지식하우스, 2014)가 출간됐다. 'HOW TO READ 시리즈'로는 오랜만에 출간된 것인데(2008년까지 나오다 말았으니 무려 6년만이다!), 최근에 <군주론> 새 번역본들도 여러 종이 다시 나온 바 있어서 겸사겸사 리스트로 묶어놓는다(지난 봄에 만든 리스트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에 포함된 책은 배제했다). 마키아벨리와 <군주론> 읽기에 길잡이로 삼아도 될 듯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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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마키아벨리- 군주들의 교사를 넘어 지혜로운 인문주의자로
모리치오 비롤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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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군주론- 이탈리어 완역 결정판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10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43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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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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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시민정치의 오래된 미래
박홍규 지음 / 필맥 / 2014년 7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11월 18일에 저장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책,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박상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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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회학자 김호기 교수의 <예술로 만난 사회>(돌베개, 2014)를 들춰보다가 만나게 된 책은 풀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문학의숲, 2012)다. 자가예프스키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체스와프 미워시,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에 이어 오늘날 폴란드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돼 있다. 김호기 교수는 책에서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이란 시의 일부를 인용하고 있는데, 시의 첫 대목이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

시의 전문이 궁금해서 아침에 책을 주문했고 귀가길에 경비실 앞에 놓여 있는 택배를 들고 왔다. 그리고 펼쳐보았다. 나머지 대목은 이렇다.

고독이 아편처럼 달콤하다 해도,

타인들은 지옥이 아니다,

꿈으로 깨끗이 씻긴 아침

그들의 이마를 바라보면.

나는 왜 어떤 단어를 쓸지 고민하는 것일까,

너라고 할지, 그라고 할지,

모든 그는 어떤 너의 배신자일 뿐인데, 그러나 그 대신

서늘한 대화가 충실히 기디라고 있는 건

타인의 시에서뿐이다.

 

이 정도 시라면 평이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서 읽어볼 만하다 싶다. 찾아보니 영역된 시집과 에세이들이 눈에 띄는데,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으로 올려놓았다(물론 따로 줄 사람도 없으니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 시에 대해 김호기 교수는 이렇게 논평을 덧붙였다.

자가예프스키의 삶은 전후 폴란드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권위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 서유럽으로의 망명, 폴란드의 민주화에 따른 귀향이라는 개인적 삶의 궤적이 그의 시들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폴란드인이지만, 동시에 국경과 이념을 넘어서 인간적 가치를 옹호하는 세계시민이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은 폴란드인과 세계시민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폴란드라고 하니까, 바르샤바 생각이 나고(아직 가보지 못했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들도 떠오른다(내가 본 바르샤바는 그의 영화들 속 바르샤바다, 잿빛 아파트단지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바르샤바). 날씨도 많이 쌀쌀해진 김에 강의도 줄어드는 12월엔 그의 <데칼로그>(십계)나 한편씩 다시 보고 싶다. 그래, 올 겨울맞이는 그걸로 대신해야겠다...

 

 

1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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