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의 페이퍼나 리스트를 만들어보게 되는데, 올해는 번역서만 따로 골라본다. 최고의 번역서라기보다는 출간에 높은 의의를 부여할 수 있거나 가장 반가웠던 책으로 다섯 권을 골랐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나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 2014)는 누구라도 꼽을 만한 책이고, 들뢰즈의 <안티 오이디푸스>(민음사, 2014)는 20년만에 나온 개정 번역본이란 점에서, 승계호의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반니, 2014)와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유문화사, 2014)는 고대하던 번역서란 점에서 골랐다. 더 골랐다면 새로 번역된 <돈키호테>(열린책들, 2014)가 뒤를 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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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33,000원 → 29,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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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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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오이디푸스- 자본주의와 분열증
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지음, 김재인 옮김 / 민음사 / 2014년 12월
33,000원 → 31,350원(5%할인) / 마일리지 99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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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
승계호 지음, 석기용 옮김 / 반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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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부고를 접하게 됐다. 인문학 번역가 겸 저술가 남경태 선생이 오늘 세상을 떠났다. 고인과는 주로 저자/번역자와 독자의 관계일 뿐이지만, 사적으로는 몇년 전 한국일보 출판문화상 예심에 같이 참여한 인연이 있다. 심사 후 귀가길 지하철에 동승하여 번역/저술에 관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는데, 그게 마지막 인상이 됐다. 고인의 이른 죽음을 애도하며, 주요 저술서로만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번역서는 100권이 넘어간다). 아래 사진에서 맨 오른쪽이 남경태 선생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학 번역가 겸 저술가인 남경태(사진)씨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53세. 고인은 지난해 겨울 직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작가로 활동한 20여년 간 ‘종횡무진 인문학자’ ‘우리 시대 최고의 르네상스맨’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과거와 현재, 역사와 철학, 사회과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술과 번역으로 대중교양서의 새 지평을 열었다. 가장 애착을 갖고 쓴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서양사, 한국사, 동양사)를 비롯해 ‘개념어 사전’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등 35종 39권의 저술과 ‘비잔티움 연대기’ ‘30년 전쟁’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등 99종 106권의 번역서를 냈다. 마지막까지도 병상에서 지리와 역사, 천문학을 아우르는 ‘지구본 갖고 놀기’라는 원고를 놓지 않았을 정도로 평생 글쓰기의 열정을 불태웠다.(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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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역사-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를 함께 읽는다
남경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7월
38,000원 → 34,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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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남경태의 열려라 한국사- 맥락이 보이는 한국사 60장면
남경태 지음 / 산천재 / 2013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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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동양사- 남경태의 역사 오디세이 3부작, 개정3판
남경태 지음 / 그린비 / 2013년 3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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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사에 훤해지는 역사- 남경태의 48가지 역사 프리즘
남경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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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대표작 두 권의 제목을 차례로 적은 것은 예기치 않게도 <종의 기원>(한길사, 2014) 새 번역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서 인정하는 '정본' 번역본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에 준하는 판본이 될지 궁금하다. 역자는 <인간의 유래>(한길사, 2006)를 먼저 옮긴 바 있는 김관선 교수다. 덧붙이자면 마크 리들리의 <HOW TO READ 다윈>(웅진지식하우스, 2007) 번역자이기도 하다. 새 번역본의 의의는 어떤 것인가.

 

<종의 기원>은 다윈 생전에 모두 여섯 개의 판이 출간되었다. 대부분의 연구서는 판을 거듭할수록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거나 이전 내용에 수정이 가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종의 기원>은 당시 워낙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다윈은 판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했고, 일부 내용은 삭제했다. 한길사에서 다윈의 <인간의 유래>를 번역 출간하기도 한 역자 김관선(페어리디킨슨 대학교 강사· 생물학)은 <종의 기원>의 초판본이 다윈의 의견을 가장 잘 반영한 것으로 보고 이를 한길그레이트북스 133권 <종의 기원>으로 펴냈다. 또 과학적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읽고 정확히 이해하도록 최대한 잘 읽히는 우리말 번역본을 내놓으려 노력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완역본은 송철용 교수가 옮긴 동서문화사판 <종의 기원> 정도다(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버전의 표지로 출간됐다). 그리고 가이드북으로는 재닛 브라운의 <종의 기원 이펙트>(세종서적, 2012)와 박성관의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그린비, 2010), 그리고 청소년용으로는 심원의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두리미디어, 2010), 윤소영이 풀어쓴 <종의 기원>(사계절, 2004)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사실 자연과학의 고전은 인문고전과는 달리,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히 따져가며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전체적인 대의를 간취했다면, 나머지 대목에선 편안하게 책장을 넘겨도 좋은 것. 장서용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더 바란다면 다윈에 관한 이차문헌에서 인용할 만한 번역본이 나왔기를 기대한다...

 

1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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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중앙일보에 실린 '삶의 향기' 칼럼을 옮겨놓는다(마지막 칼럼이다). 최근에 읽은 <가장 멍청한 세대>(인물과사상사, 2014)가 계기가 돼 '디지털 신세계'에 대한 근심을 적었다. 닐 포스트먼의 책들을 몇 권 구입해놓았는데, 마저 읽어보려고 한다.

 

 

중앙일보(14. 12. 23) 집착하다 파멸될지 모를 '디지털 신세계'

 

해가 바뀌면 디지털 시대의 구루인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디지털이다』(1995)에서 디지털 시대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지 20년이 된다. 그는 과거의 아날로그 세계가 원자로 구성되는 데 반해 디지털 세계는 ‘비트’로 구성된다고 멋지게 선언했고, 디지털 혁명으로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를 구분했다. 중립적인 구획은 아니다. ‘아날로그’라는 말은 낡은 구세대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디지털이 대세였다. 그의 책 제목을 ‘이제 디지털이다!’는 구호로도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그 후 10년 뒤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바보상자의 역습』(2005)을 내놓았다. ‘바보상자’는 물론 텔레비전을 가리키는데, 저자는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에 대한 부당한 편견과 비난에 맞서고자 했다. 텔레비전과 비디오게임에 열중하는 세대를 옹호하면서 그는 새로운 미디어가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걸맞은 ‘지적 훈련’을 제공해준다고 했다. 심지어 게임은 “책이나 영화·음악보다 훨씬 많은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가령 책은 독자가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도록 하지 않지만 게임에서는 사용자가 마치 운전대를 쥔 운전사처럼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것이 우리를 훨씬 더 주체적인 존재로 만들어준다고 하면 얼핏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디지털 혁명과 함께 ‘디지털 원주민’이 등장한 지 한 세대가 지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을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이 변했다.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해 간다면 전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은 듯싶다. 미국의 영문학자 마크 바우어라인의 『가장 멍청한 세대』(2008)는 그러한 근심의 근거를 매우 상세하게 제시한다. 가령 하루 세 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청소년은 심각한 주의집중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아주 크며 중·고교 이상의 학업을 계속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텔레비전이 아이들을 똑똑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낙관적 기대도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지능은 TV시청 시간보다는 독서시간에 좌우된다.

디지털 전도사들은 게임에 숙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옳은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운다고 주장하지만 그 결정은 표면적인 줄거리에나 적용될 뿐이다. 복잡한 상황에 대한 이해는 물론 도덕적·심리적·철학적 깊이도 포함하지 못한다. 멀티태스킹과 상호작용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는 뛰어난 스크린 이해능력을 보여주지만(그들의 탁월한 게임 지능!) 대신에 독서력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그들은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고, 서핑하고, 채팅하고, 포스팅한다.” 그러나 그들은 복잡한 글을 분석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정확한 철자법도 모른다.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비하는 그래서 억지가 아니다. 시각적 자극이 없으면 상상력조차 발휘하기 어려운 세대가 진득하게 『리어왕』이나 『소리와 분노』 같은 작품을 읽어내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대세의 방향을 과연 돌릴 수 있을까. 인쇄문화에 충분히 적응하기도 전에 너무 일찍 도래한 디지털 문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근심하던 차에 사회비평가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1985)에서 예리한 통찰을 발견했다. 조지 오웰이 경고한 ‘1984년’이 바로 지나자마자 발표한 이 책에서 그는 오웰이 『1984년』에서 그려놓은 디스토피아보다 더 끔찍한 미래상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본다. 『1984년』에서는 사람들을 고통으로 통제하지만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들에게 즐길 것을 쏟아부어 통제한다.

오웰식 세계에 대해서는 알아차리기 쉽고 이에 대한 저항을 조직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대중이 끊임없는 오락활동을 문화적 삶으로 착각하는 헉슬리식 세계에서는 그것을 문제적인 상황으로 지각하는 것조차 어렵다. 고통의 파도라면 모를까 즐거움의 파도에 대해 어떤 저항이 가능하겠는가. 포스트먼에 따르면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한 반면에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한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 요컨대 너무 즐기다 아무런 생각 없이 죽어나가는 게 ‘멋진 디지털 신세계’다. 이젠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1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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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찾은 책은 리처드 로티(1931-2007)의 <철학 그리고 자연의 거울>(까치, 1998)이다. 절판된 지 오래이고, 중고판은 가장 싼 게 35000원(최상급은 45000원이다). 20000원대라면 다시 주문할 뻔했지만, 소장도서를 그리 살 수는 없어서 가까운 도서관을 검색해봤다. 가까이에는 없고 발품을 좀 팔아야 대출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발품을 팔거라면 서고를 한번 더 뒤져보는 게 낫겠다 싶다(서고로 쓰는 공간은 집에서 차로 15분은 가야 되는 거리에 있다).

 

 

원 책이 절판됐으니 해설서도 멋쩍겠는데, 그럼에도 다시 읽어볼 욕심을 낸 것은 2009년에 30주년 기념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철학과 자연의 거울>(<철학 그리고 자연의 거울>은 학계에서 통용되지 않는 제목이다)이 1979년에 나왔기 때문에 2009년이 30주년이 되는 해였다(정확하게는 2008년말에 출간된 듯하다). 2007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를 추모하는 의미도 겸했겠다.

 

 

국내에서 출간된 로티 관련서를 모두 갖고 있었지만(상당수를 읽었고) 최근 몇년간은 소원했다. 그는 내게 지젝 이전의 철학자여서다. 그래봐야 그 사이에 나온 책은 <로티의 철학과 아이러니>(아카넷, 2014) 한권밖에 없고, 모두 1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입문서로 가장 평이한 건 이유선의 <리처드 로티>(이룸, 2003)이고, 좀더 자세한 책으론 김동식의 <로티의 신실용주의>(철학과현실사, 1994)가 있다(놀랍게도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철학과 자연의 거울> 외에 주저에 해당하는 <실용주의의 결과>(민음사, 1996)나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민음사, 1996) 등은 모두 절판된 상태. 그러고 보니 대학원 시절에 가장 애독했던 철학자의 한 명이 로티였다(아마도 한나 아렌트가 거기에 추가될 듯싶다).

 

독자에게 어떤 저자나 책은 자기만의 연대를 갖는다. 내게 로티는 주로 1996년과 1998년 사이에 놓여 있으며 그맘때를 상기하게 해주는 철학자다. 아니 분석철학의 기린아로 프린스턴대학 철학과에서 강의하다가 뛰쳐나와(쫓겨나서?) 버지니아대학의 인문학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스탠포드대학 비교문학과에 재직하던 중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의 경력을 '철학자'로만 한정할 수도 없겠지만, '로티의 철학'을 다시금 더듬어보고 싶다. 이번 겨울엔 내 나름의 '로티 컬렉션'을 재정비해봐야겠다. 아무튼 <철학 그리고 자연의 거울>도 사라진 책에 속한다는 걸 확인하게 돼 간단히 적는다. 다시 나오면 좋겠다. 제목은 바꿔 달고서...

 

14. 12. 22.

 

 

P.S. 로티의 독자라면 탐을 낼 만한 것이 철학논문집인데, 나는 두 권까지 구입했지만 이후에 두 권이 더 나온 것 같다(올해 초기논문집이 따로 나왔으니 다섯 권인 셈인가?). '콜렉션'은 정비하게 되면 구색을 갖춰놓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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