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환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E.T.A. 호프만(풀네임으론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의 장편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문학동네, 2015)이 번역돼 나왔다. <호두까기 인형>이나 <모래사나이> 등의 작품을 대표작으로 알고 있었는데(<스퀴데리양>과 <악마의 묘약> 등이 더 번역돼 있다), 상당한 규모의 장편이 따로 있었다. 찾아보니 <수고양이 무르의 인생관>(경남대출판부, 2010)이라고 먼저 나온 번역본이 있는데, 대학출판부 책인데다가 가격도 25,000원이나 해서 알려지지 않았나 보다(번역은 비교해봐야 알 수 있겠고). 호프만에 대한 관심은 러시아문학에 끼친 영향 때문인데, 소개대로 "호프만의 작품은 환상적이고 기괴한 상상력으로 보들레르, 모파상, 도스토옙스키, 푸시킨, 고골, 포, 카프카 등 세계적 대문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또한 차이콥스키, 슈만, 바그너, 오펜바흐 등 오페라, 발레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탁월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기꺼이 읽어봄직하다. 겸사겸사 호프만 읽기 리스트도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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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 지음, 박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20,500원 → 18,450원(10%할인) / 마일리지 1,0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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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양이 무르의 인생관
E.T.A. 호프만 지음, 김선형 옮김 / 경남대학교출판부 / 2010년 12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75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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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환상 문학선- 환상문학전집 9
E.T.A. 호프만 외 지음, 박계수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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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데리 양
E.T.A. 호프만 지음, 정서웅 옮김 / 열림원 / 2006년 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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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분야의 책 두 권을 '이주의 발견'으로 꼽는다. 묵직한 대작들이다. 먼저 GPE(지구정치경제학) 총서의 하나로 나온 허먼 슈워츠의 <국가 대 시장>(책세상, 2015). 부제가 '지구경제의 출현'이다.

 

 

알라딘에는 아직 책소개가 뜨지 않는데, 저자는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경제사와 지리경제학의 통합 접근을 통해 국가와 시장력의 형성 및 상호 관계를 연구해왔다"고. "주요 저서로 2008년 금융위기를 미국 헤게모니의 성쇠와 관련해 분석한 <서브프라임 국가: 미국의 권력, 지구 자본과 주택 거품>, 주변부 외채 위기에 대한 분석인 <빚의 왕국에서: 종속적 발전에 대한 역사적 조망> 등이 있다." <국가 대 시장>은 원저가 3판까지 나온 걸로 보아 이 분야의 책 가운데 표준적인 저작으로 인정받는 듯하다. 번역본 분량이 710쪽에 이르고 있어서 거의 일주일 독서 거리가 아닌가 싶다.  

 

 

GPE총서는 연간 2-3권의 책이 나오는데(작년에 3권이 출간됐다), 이런 페이스라면 올해도 3권은 무난할 듯싶다.   

 

 

두번째 책은 미국의 고고학자 켄트 플래너리와 조이스 마커스, 두 명이 쓴 <불평등의 창조>(미지북스, 2015)다. '인류는 왜 평등 사회에서 왕국, 노예제, 제국으로 나아갔는가'가 부제이고 무려 1000쪽이 넘는 대작. 경제학자나 사회학자가 아닌 고고인류학자들의 저작이란 점에서 눈길을 끄는데, 두 저자는 중앙/라틴 아메리카 고대문명이 전문 분야다. 아메리카 대륙의 고고학 자료들을 주로 참고할 듯싶다. 물론 이런 인류학적 접근이라면 대번에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떠올리게 되는데, 어떤 견해 차이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아울러 현대적 접근으로는 알랭 떼스타의 <불평등의 기원>(학연문화사, 2006)과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거기에 오늘의 시각을 대표하는 책으로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와 토마 피케티의 <불평등 경제>(마로니에북스, 2014)도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더불어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선 고세훈 고려대 교수의 강연 '평등과 복지'도 참고할 만하다(http://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48493&rid=252). 기본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강연이다...

 

15.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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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웹진 '독서인'의 독서카페에 실은 칼럼을 옮겨놓는다. 지난 연말에 나온 데이비드 실즈의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책세상, 2014)의 몇 대목을 따라가면서 읽은 소감을 적었다. 그의 책이 몇권 더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죽은 언어>, <현실 갈망> 등과 책의 서두에서 언급되고 있는 밴 러너의 <아토차 역을 떠나며>는 내용이 궁금해서 주문을 넣었다. 그가 쓴 <샐린저>는 작년에 구입한 책인데 어디에 놓았는지 찾아봐야겠다...

 

 

독서인(15년 1월호) 문학이 필요한 이유

 

“책은 각자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거나, 그게 아니면 존재를 견딜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18세기 영국 평론가 새뮤얼 존슨의 말이다. 미국작가 데이비드 실즈의 회고록이자 자전적 문학론인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책세상, 2014)는 존슨의 명제를 지침으로 삼는다. 다만 실즈에게는 그 두 선택지 가운데 한 가지는 배제된다. “각자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별로 유효한 처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문학동네, 2010)의 저자이기도 한 실즈로서는 단순히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은 ‘엄청난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 책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 각자의 존재를 견디게끔 해주는 것, 그것이 책의 존재 목적이다. 모두가 동의하진 않더라도 그런 생각으로 책을 쓰는 작가들이 있고, 또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있다.

 

 
아마도 최초의 독서 체험이 책에 대한 생각을 규정짓는 데 결정적일지 모른다. 실즈가 기억하는 행복한 추억은 열네 살 때 목감기에 걸려 침대에 앉은 채로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던 일이다. 따끈한 버터밀크 한 잔을 건네면서 그의 어머니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평생 처음으로 읽다니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또한 샐린저의 대표작을 처음 읽던 시절의 행복감을 떠올린 것이었겠다. 어머니의 말에 더 고무된 실즈는 소설의 핵심 구절을 달달 외우고 어딜 가나 책을 옆에 끼고 다닌다. 그 이듬해에는 누나의 조언이 보태진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좋은 소설이지만 이젠 <아홉 가지 이야기>로 넘어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많은 작품을 쓴 작가는 아니지만 그 이후에 샐린저의 모든 책이 실즈에게는 ‘내 인생의 책’이 된다. <프래니와 주이>를 읽고, 대학원 시절엔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를 흉내낸 소설도 써본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일어나서 꺼내 읽을 수 있는 작가가 서른 명이 되지 않는 중에도 샐린저는 단연 앞자리에 놓이며, 그는 샐린저의 모든 책을 최소한 십여 번씩 읽었다. 샐린저의 무엇에 매혹된 것일까.


실즈가 샐린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목소리가 책마다 조금씩 다른 정도와 방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대꾸한다는 점”에 있다. 샐린저의 소설들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들은 것에 견해를 밝히고 또 계속 이야기한다. 그런 게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실즈 자신의 그런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이 기형적인 게 아니라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샐린저를 통해서 배운다. 이 배움이 그를 덜 외롭게 만들고 삶을 살아볼 만한 것으로 만든다. 다르게 말하면 그의 존재를 견디게 한다. 실즈는 자신이 온 마음으로 믿는 55편의 작품을 나열하고 그 이유도 간략하게 덧붙이고 있는데, “수많은 책을 그럭저럭 아는 것보다 십여 권의 책을 아주 깊이 아는 것이 낫다”는 D.H. 로렌스의 충고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55권의 맹우들이라면 꽤 든든한 처지이지 않을까.

 


책에 대한 실즈의 몰입에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실즈는 말더듬이였다. 그의 두 번째 소설이자 자전소설인 <죽은 언어>도 말더듬증을 소재로 하고 있다(아직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다). 말더듬증 때문에 그가 겪은 문제는 사랑과 미움, 기쁨, 고통 같은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도 자의식을 떨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먼저 인식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더듬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내야 했다. 그 결과 그에게 “감정이란 남들에게나 속하는 것”이었다. 그는 남들이 다 갖고 있는 감정을 “솔직하지 않은 우회로”를 거쳐서만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죽음 언어>에서 말을 심하게 더듬는 바람에 단어들을 숭배하게 된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쓴 것은 자연스럽다.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에. 그는 그 소설을 쓰던 무렵, 문장을 반복적으로 교정하면서 “그 책에 인생이 들어 있기를, 책이 내 인생이 되기를” 바란다. 책을 쓴다는 것은 각자의 인생을 더 견딜 만한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실즈가 보기에 예술은 각자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할 때 가장 활기차고 위험하다. 자기 삶을 구제하는 일이 걸려 있기에 활기차면서 동시에 위험한 것이리라. 실즈는 “병리학 실험실, 쓰레기 매립지, 재활용센터, 사형선고, 미수로 끝난 자살의 유언장”과 함께 ‘구원을 향한 돌진으로서 예술’을 믿는다. 물론 그것이 쉽게 될 리는 없다. “문학은 누구의 삶도 구한 적이 없어”라는 친구의 핀잔에, 그가 준비한 대답은 그래도 ‘문학은 내 삶을 구했다’는 것이다. 비록 ‘가까스로’란 말이 덧붙여져야 할지라도.


‘가까스로’란 어떤 의미일까. 실즈가 떠올린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 한 친구가 알래스카 주의 티셔츠 가게에서 일했는데, 유람선을 탄 관광객들이 도착하면 그들을 데리고 택시나 버스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멘던홀 빙하로 안내를 했다. 이 빙하는 넓이가 100제곱킬로미터나 되고 제일 높은 지점은 호수에서 30미터나 솟아올라 있다. 한번은 어느 관광객이 빙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너무 더러워 보이는군요. 씻거나 그러지 않나요?” 예컨대, 실즈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냥 웃음이 나는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언어는 우리를 서로 이어주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 그러나 완전히 이어주진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문학은 삶을 구할 수도 있고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또 작가가 돼 비평적 회고록을 쓴다면 딱 이런 모양새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게 하는 실즈의 책을 덮으면서 그의 마지막 문장에 공감하는 독자가 더 많았으면 싶다. “나는 문학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길 바라지만, 그 무엇도 인간의 외로움을 달랠 수 없다. 문학은 이 사실에 대해서 거짓말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문학은 필요하다.” 그런 문학이 없다면, 우리는 더 외로울 것이다.

 

15.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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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워>와 <재평가>의 저자 토니 주트의 회고록이 출간됐다. <기억의 집>(열린책들, 2015). 역사학자의 회고록이라고 하면 드문 게 아니지만, <기억의 집>은 좀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 유고작이다. 책이 나온 김에 겸사겸사 주트의 책을 한데 모아놓는다.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 토니 주트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일명 루게릭병으로 인해 마비된 몸 안에 꼼짝없이 갇힌 수인으로 지냈다. 목과 머리를 빼고는 어떤 근육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예전과 다름없이 기민했다. 그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몸을 뒤척일 수도 없는 상태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했다. 주트가 스스로 밝히듯이 혼자서 밤을 보낸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그가 찾아낸 해결책은 잠이 들 때까지 자신의 삶과 생각, 환상과 기억, 잘못된 기억 등을 샅샅이 훑는 것이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주트는 밤새 쓴 이야기들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정신적 ‘저장 장치’를 이용했다. 메모리 샬레, 즉 기억의 집이다. 주트는 밤새 떠올린 문장들을 집의 세부, 즉 바와 식당, 라운지, 뻐꾸기시계 등에 차곡차곡 채웠다. 그리고 다음 날, 조력자가 그 문장들을 받아 적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쓴 최초의 글은 2010년 1월<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실렸고, 이후 연재한 글들은 주트의 사후 3개월이 지난 2010년 11월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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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불굴의 인간 토니 주트의 회고록
토니 주트 지음, 배현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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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 잃어버린 20세기에 대한 성찰
토니 주트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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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책임- 레옹 블룸, 알베르 카뮈, 레몽 아롱… 지식인의 삶과 정치의 교차점
토니 주트 지음, 김상우 옮김 / 오월의봄 / 2012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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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자유 시장과 복지 국가 사이에서
토니 주트 지음, 김일년 옮김 / 플래닛 / 2012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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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 간혹 예기치않은 책들과 만나곤 하는데, 읽고 있는, 혹은 읽어야 하는 책이 많은 틈에도 '고독'이란 제목에 이끌려 꺼내든 책이 리처드 예이츠(1926-1992)의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오퍼스프레스, 2014)이다. 지난 여름 이사 기간에 손에 넣은 뒤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뒤늦게 작가에 대한 뒷조사까지 마치고 절판된 <레볼루셔너리 로드>(노블마인, 2009)를 중고본으로 주문했다. <부활절 퍼레이드>(오퍼스프레스, 2013)는 장바구니에 넣고.

 

 

연보를 보니 2008년에 영화화되기도 한 <레볼루셔너리 로드>(1961)가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전미도서상 후보로까지 올라 그해 조지프 헬러의 <캐치-22>,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 등과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고. 동시대 많은 작가들에게 칭송받았던 만큼(별칭이 '작가들의 작가'다) 문학사에 한 자리 차지하는 게 마땅하지만 오랫동안 잊혀졌다고 한다. 어떤 작품이었나.

 

미국 교외 주택가에 사는 중산층의 삶을 통해 혁명 정신이 스러진 1950년대 미국의 분위기를 통렬하게 비판한 작품으로, '타임' 선정 100대 영문소설에 선정되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케이트 윈슬렛 주연,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원작소설이다. 케이트 윈슬렛은 이 작품으로 2009년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작가 리처드 예이츠는 미국의 건국이념이었던 꿈과 이상, 미국인의 가장 본질적이고 훌륭한 부분이 발현된 정신이 물질을 숭배하는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스러져가는 파국적인 상황을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사는 한 젊은 부부의 삶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가장 주된 이유는 독자들의 외면인데, 생전에 발표한 8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단편집(이게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이다) 가운데 초판(하드카바) 12,000부가 다 나간 책이 한권도 없다니까 작가로선 꽤나 불운한 편이었다. 대부분이 절판됐으니 독자들로선 작가의 존재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다 1999년, 그가 세상을 떠나고도 7년이 지난 뒤에야 스튜어트 오난이란 비평가가 '리처드 예이츠의 잃어버린 세계'란 글을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비평의 역할이란 그런 것이다). '불안의 시대의 한 위대한 작가가 어째서 사라져버렸나'가 부제였다.

 

 

지금은 보급판 클래식으로도 다시 다 나와 있으니, 사후의 화려한 재기라 할 만하다. 그래서 한국어판까지 나온 것이겠고(하지만 한국에서는 별로 재미를 못 보고 있는 듯하다). 나로선 근래 1950-60년대 세계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터라 미국문학의 숨은 작가를 만나게 돼 반갑다. 그래서 뒤늦게 '이주의 발견'으로 그 반가움을 적는다. 그의 '열한 가지 고독'을 이참에 천천히, 하나씩 음미해보려고 한다...

 

15. 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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