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터 적으려던 페이퍼를 늦게라도 적는다. 미국문학에 대한 것이다. 도서관 강좌에서 20세기 미국문학 강의를 시작하며 케이트 쇼팽 대신에 시어도어 드라이저부터 시작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를 꺼냈는데, 드라이저의 대표작 <아메리카의 비극>(을유문화사) 새 번역본이 나왔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오면 강의에서 다루려고 벼르던 작품 가운데 하나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드라이저에 대해서는 한 차례 페이퍼에서 다룬 적이 있는 듯싶은데, 대표작이 <시스터 캐리>(1900)와 <아메리카의 비극>(1925)다. 















두 작품의 다른 선택지로는 범우사판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대표작이 번역돼 나오니 욕심을 더 부리게 된다. 그 사이의 작품들 가운데 두어 편은 더 소개되어도 좋겠다는 것. 그에 해당하는 작품이 아래 네 편이다. 


<제니 게르하르트>(1911)

<자본가>(1912)

<거인>(1914)

<천재>(1915)
















이 가운데 <자본가>와 <거인>은 '욕망 3부작' 가운데 두편으로 마지막 작품은 <성채>(1947)로 드라이저 사후에 출간된다. 이 작품들을 꼽은 건 1910년대 미국문학의 자리가 비어 있어서다. 통상 미국문학의 전성기로 1920년대로 넘어가는데, 나로선 1910년대 문학에 대해서 읽고 싶은 것. 게다가 미국식 자본주의를 해부하고 있는 '욕망 3부작'은 의미 있는 시도로 여겨진다(이 경우는 실패작이라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 최소한 <자본가> 정도는 번역되면 좋겠다. 


1920년대 미국문학은 보통 피츠제럴드의 <낙원의 이편>부터 시작해서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을 거쳐서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1929)로 마무리된다. <위대한 개츠비>(1925)와 <무기여 잘 있거라>(1929) 등이 20년대 대표작들. 
















그렇지만 이 목록에서 미국 사회를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이 늘 아쉽게 여겨졌다(<위대한 개츠비> 정도가 사회소설 범주에 들어간다). 그래서 떠올린 작가가 싱클레어 루이스다. 미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1930)을 수상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할 정도로 비평적 주목에서 빠져 있는 대표적 작가이기도 하다. 이전에 한번 적었는데, 루이스의 자품으론 1920년대작들이 중요하다(1930년에 노벨상을 수상했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우리의 미스터 렌>(1914)

<배빗>(1922)

<있을 수 없는 일이야>(1935) 

















세 편이다. <우리의 미스터 렌>이 첫 장편. 그렇지만 언젠가 적은 대로 대표작 <메인 스트리트>가아직 소개되지 않은 건 유감이다. 미국문학 강의에서 루이스를 다룬다면 아래 세 편이 후보다. 


<메인 스트리트>(1920)

<배빗>(1922)

<에로스미스>(1925)
















이 세 편은 피츠제럴드의 첫 세 장편과 겨룸직하다. 


<낙원의 이편>(1920)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1922)

<위대한 개츠비>(1925)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피츠제럴드 소설이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면 루이스는 '사회'에 주목한다. 그래서 루이스를 배제하고 1920년대 미국문학사를 다루는 건 뭔가 부당하게 여겨진다. 순번상 내년이나 후년에 미국문학 강의를 다시 하게 될 것 같은데, 최소한 드라이저의 <자본가>나 루이스의 <메인 스트리트> 정도는 강의에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독자이자 강사로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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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적잖게 나오는 재간본이나 개정판 가운데 몇 권을 추려본다(형편에 따라 자주할 수도 뜸하게 할 수도 있다). 먼저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부키). 교수생활 30년 기념으로 전면개정판을 펴냈다. 경제학자로서의 인생에 한 획을 그은 책이라는 게 스스로의 평가. 국내에서도 장하준이란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였지 싶다.
















"선진국들이 선진국 위치에 오르기까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 각종 정치적, 사회적 제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과정에서 이 책은, 산업 정책 같은 정부의 경제 개입이 과연 경제 발전에 해로운지, 사유 재산 보호가 경제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민주주의의 성숙이 최종적으로 경제 발전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등을 짚어 보고, 역사적 사실은 도외시한 채 도덕성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현실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지적함으로써 우리가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경제사에 관심을 갖게 돼 관련서를 다수 구입했다. <사다리 걷어차기>와 <국가의 역할>을 이전에 대충 넘겨보았는데, 이번에는 각을 잡고 읽어봐야겠다. 같이 읽을 책들은 <국가부도 경제학><가치의 모든 것>, 그리고 <자본과 이데올로기> 등이다(경제사 관련책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꼽을 수도 없다).
















세계화와 관련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거리들이 생겨서 책들을 챙겨놓았다. 이달에 일정이 많아서 독서는 좀 미뤄지겠지만..
















두번째 책은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알에이치코리아). 2007년에 나왔던 책이니 13년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도발적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을 그린 문제작 <인간 없는 세상>이 새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돌아온다. 2007년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 유수의 논픽션 상을 휩쓴 이 책은 출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살아 있는 고전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미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상으로 제작해도 좋을 책이다.















그리고 동양고전. 을유문화사판의 <고문진보>가 세번째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동양 고전 번역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 주었던 을유문화사 <고문진보>가 새로운 디자인과 편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문진보>는 전국 시대부터 당송 시대까지의 시와 산문 가운데서 명편만을 모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옛 문인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으며, 사서삼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문장의 보고로 전해진다.


여러 번역본이 나와있지만 공들인 번역에다 주석이 더해져 을유판이 정본 노릇을 해줄 듯싶다. 전집과 후집, 두 권 합계 2000쪽이 넘으니 분량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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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10-1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issue 소식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책이나 음반이나~^^

로쟈 2020-10-11 20:18   좋아요 0 | URL
네, 말그대로 ‘재회‘죠.~

이정언 2025-04-09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문진보의 이해와 감상]은 초보가 참고하기에 난이도가 어떨까요? 한문(고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입니다!
 

이건 어디서 본 빌리지
마을이라 쓰고 빌리지로 읽었는지
거꾸로였는지
오래 전 내가 꾼 꿈
꿈이 빌리지인지 빌리지가 꿈인지
마을에서 내가 걷는 걸음이 
시의 음절이 되고 단어가 되고
조금 더 걸으면 시행이 되는
가다가 멈춰 한숨 돌리면


그게 한 연이었지
내가 걷는 걸음을 지도에 그려넣듯이
그 걸음을 음절로 모아
시를 적었네 
시인의 마을이 아니어도
모든 산책이 시가 되는 마을
아침 산책은 아침의 시
정오의 산보는 정오의 시
해질녘 산책은 해질녘의 시가 되는
빌리지도 그런 빌리지
자정의 산책은 너무 어두워
그게 시가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알기 어렵지만
꿈길을 걸으면
꿈의 시가 되는지
그것도 모르겠지만
빌리지라고 적은 시를
꿈에서 읽은 뒤로
빌리지는 내게
언제나 마을의 시
빌리지 라이프는
나날의 시

빌리지에 바람 불고 눈이 내리면
시도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겠지
우리는 장갑을 끼고 만나야 할지도 몰라
빌리지에 가면 
어디서 본 것 같은 빌리지에 간다면

한 번 꿈을 꾸고
다시 보지 못한 빌리지
다시 읽지 못한 시
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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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0-10-0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좋네요~
초록 그늘 짙은 그 곳으로
숨고 싶네요,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로쟈 2020-10-09 22:21   좋아요 0 | URL
‘빌리지 라이프‘란 시집에 있길래 바로 쓴 시에요..

two0sun 2020-10-0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책이 하나도 없던데 의외의 수상인가요?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만 그런건지~

로쟈 2020-10-09 22:21   좋아요 0 | URL
기사를 보니 의외는 아니고 시인 가운데는 후보군에 있었더군요. 에세이도 있어서 연말쯤에 책이 몇 권 소개될 듯..

오지 2020-10-0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가 시가 말이 되고
말이 시가 되는 날이에요

로쟈 2020-10-09 22:20   좋아요 0 | URL
그러면 좋지요..
 
 전출처 : 로쟈 > '리뷰'와 '비평' 사이 새로운 글쓰기

10년 전에 가진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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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사랑이란 이름의 수수께끼

13년 전에 쓴 페이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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