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넘게 작성한 '이달의 읽을 만한 책' 페이퍼를 날려먹었다. 로그아웃 상태인 걸 모르고 등록하기를 누르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왜 페이퍼 작성중에 로그아웃이 되는 건지는 미스터리다). 일년에 한두 번 겪는 낭패라서 낯설지는 않지만 오늘은 특히 타격이 크다. 두 시간이 공중으로 날아가버린 것이기 때문에(고작 서너줄이 임시저장으로 남았다). 짧은 글이라면 다시 쓸 수도 있지만 분량이 좀 되는 글이라 나중에 기력을 다시 찾고 나야(그리고 기분도 회복이 되어야) 쓸 수 있을 것 같다. 알라딘 유감.

 

 

억지로라도 기분을 바꾸기 위해서 '지난 16년간 알라딘과 함께 한 당신의 기록'을 살펴본다. 통계를 정리해주니 그간에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알게 된다. 대략적으로 지난 16년간 나는 9,000권 이상을 알라딘에서 구입했고 그 비용으로 1억 3,300만원 이상을 지불했다. 지난 1년간으로 한정하면 1,600권 이상을 구입했고, 2,500만원 이상을 지불했다(대한민국 월평균 책 구매 금액의 9522배란다). 알라딘 랭킹으로는 30위권 가량이다. 40대 남성독자 가운데서는 9번째이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1번째이다. 분야로는 서양철학 분야의 책을 가장 많이 구입한 걸로 돼 있다. 두번째가 영미소설 분야다. 흠, 이건 알라딘 만감이라고 해야 할까...

 

15. 07. 03.

 

 

P.S. 오늘도 택배로 받은 책이 예닐곱 권인데, <정치적 무의식>(민음사, 2015), <자유를 말하다>(엘도라도, 2015), <폐허의대학>(책과함께, 2015) 등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 책이 나오니 사는 것이고 읽는 것이다. 달리 어떻게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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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아감벤의 <행간>(자음과모음, 2015) 출간 기념행사의 하나로 '로쟈와 함께 읽는 아감벤' 강의를 진행한다(강의 신청은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50701_inmunstudy96). 7월 14일(화) 저녁 7시 30분이며, 장소는 양천도서관 배움방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덧붙여, 역자 윤병언 선생의 강의는 7월 21일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15.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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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바뀌어 7월이 된 건 오후 늦게야 알았다. 성적 처리가 끝나고 나서야 방학이란 걸 느끼게 되었지만, 며칠 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날짜는 물론 달이 바뀌는 것도 잊고 있었다. 7월에 해야 할 일들을 잠시 생각해보다가 일단 이달 '다솜이 친구'(175호)에 실은 글을 옮겨놓는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교보문고, 2015)와 <제3의 물결>(범우사, 1992)에 대한 비교를 청탁받고 쓴 것이다.

 

 

다솜이 친구(15년 7월호) 미래를 보는 과거와 현재의 눈

 

‘당장 내일 일어날 일도 모르는 게 인간’이라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 혹은 미래에 대한 관심은 고질적이다.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 있다면 들여다보고픈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록 그것이 불확실한 추측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미래학자들의 ‘예언’에 종종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다. 과연 한 세대 뒤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며,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길잡이로 삼을 만한 책은 ‘밀레니엄 프로젝트’라는 글로벌 싱크탱크의 보고서 <유엔미래보고서 2045>(교보문고)다. ‘유엔미래보고서’란 유엔에서 발표한 보고서가 아니라 유엔에 보고된 보고서란 의미다. 전 세계 전문가들의 미래예측을 종합한 이 보고서에서 핵심변수는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이다. 기술은 우리 삶을 과연 어떻게, 어디까지 변화시킬까. 몇 가지 사례를 따라가 본다.


미래의 의식주를 결정할 가장 보편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는 3D프린터이다. 미래에 가정에는 보급형 3D 프린터가 보급돼 설계도를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것만으로도 옷과 신발은 물론 가방과 각종 장식품, 주방용품 등을 프린트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주방의 3D 음식프린터에는 세계 각국 요리사들이 제공한 무료 레시피가 저장되어 있어서 매일 아침 기분에 따라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 물론 요식업자들에게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겠다. 3D 프린터의 보급으로 인하여 사교적인 모임에 이용하는 고급식당만 제외하면 끼니를 때우기 위한 식당은 대부분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전망이기 때문이다.


노동 여건도 파격적으로 달라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은 종류의 일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됨으로써 대부분의 일은 인공지능과 협업체제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결과 정규직은 줄어들고 대부분의 일자리는 프로젝트별로 단기간 고용되는 방식이 된다. 거리에는 무인자동차가 달리고, 소매점이나 마트에서는 도우미 로봇이 고객을 안내한다. 가사 일은 가정용 도우미 로봇이 전담하며, 병원에서는 간호사 로봇이 환자를 돌본다. 더 편리해질는지 모르지만 일자리의 감소와 고용 위기는 사회 불안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창출하는 것이 국가나 세계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삶의 질이 향상되고 민주주의는 확산될 것이고 빈부격차는 감소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수명 연장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옮겨 다녀야 하기에 결혼은 낡은 제도가 될 것이며 인간관계도 더 가벼워질 것이라는 예측과 이러한 낙관론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듯싶다. 


‘미래보고서’를 손에 든 김에 원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범우사)과도 재회해보는 것은 어떨까. 1980년에 내놓은 전망이니 어느덧 우리는 토플러가 예견한 미래의 시간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잘 알려진 대로 토플러는 농업혁명을 제1의 물결로, 그리고 산업혁명과 그것이 가져온 변화를 제2의 물결로 지칭하면서, 바야흐로 우리가 지식정보화 문명의 도래라는 제3의 물결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제3의 물결은 생활의 외양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활양식 자체를 갱신한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게 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지식정보사회의 필수적 이기(利器)라는 점을 고려하면, 토플러의 예언은 한창 진행중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유의할 것은 제2의 물결이 제3의 물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물결’들은 서로 간섭하면서 충돌한다. 토플러는 우리에게 닥칠 대투쟁을 “산업주의 사회를 지키려는 자와 그것을 극복하고 나가려는 자와의 투쟁”이라고 묘사하면서 제2의 물결과 제3의 물결이 갖는 갈등관계를 강조한 바 있다. 그것은 제1의 물결에서 제2의 물결로 넘어갈 때 전쟁과 반란, 기아와 강제 이주 같은 참사가 속출했던 것처럼 일종의 쟁탈전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최소한 토플러의 미래 전망이 낙관론으로만 채워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겠다.

 

15.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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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요가>(이학사, 2015)가 출간됐다('미르치아 엘리아데'로 표기되다가 이번 번역본부터는 '미르체아'로 수정됐다). 초역은 아니다. 오래 전에 <요가>(고려원, 1989)라고 나온 적이 있다. 엘리아데의 책을 몇 권 읽었을 무렵이지만 <요가>에까지 손이 가지는 않았는데, 나이를 먹은 탓인지 '불멸성과 자유'라는 부제가 지금은 좀더 마음에 와닿는다. 새번역으로 나온 만큼 들여다볼 생각도 들고. 이 참에 <세계종교사상사>(전3권)도 (장서용으로라도) 구입해볼까 싶다. 찾아보니 2008년에 리스트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나온 책과 <세계종교사상사>를 묶어서 한번 더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요가- 불멸과 자유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김병욱 옮김 / 이학사 / 2015년 6월
35,000원 → 31,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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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시련- 엘리아데 입문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김종서 옮김 / 북코리아 / 2011년 3월
20,000원 → 19,000원(5%할인) / 마일리지 57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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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현실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이은봉 옮김 / 한길사 / 2011년 2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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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리아데의 신화와 종교
더글라스 알렌 지음, 유요한 옮김 / 이학사 / 2008년 8월
24,000원 → 21,6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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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생물학 분야의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마이클 본드의 <타인의 영향력>(어크로스, 2015)과 아지트 바르키와 대니 브라워의 <부정 본능>(부키, 2015)이다. 둘다 처음 소개되는 저자의 책이다.

 

 

<타인의 영향력>은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나에게 스며드는가'가 부제. "타인의 존재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하지만 타인의 부재는 우리를 더 험한 길로 몰아넣는다. <뉴사이언티스트> 수석에디터, 영국왕립학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저명한 저널리스트 마이클 본드가 타인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을 다층적으로 파고들었다. 저자는 역사적 사건, 사회적 이슈와 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접목하고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이끈다."

 

'타인'이란 주제는 매우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기에, 저자가 범위를 어떻게 좁혀서 다룰지 궁금하다.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타인의 영향력에 관한 가장 유명한 심리학 연구는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웅진지식하우스, 2007)에서 소개된다.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을 다룬 책. 

1971년 8월, 당시 38세의 젊은 심리학자였던 필립 짐바르도는 ‘반사회적 행동 연구’의 일환으로 모의 교도소 실험을 계획한다. 평범한 학생들을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의 역할로 나눈 다음, 낯선 환경과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면서 어떤 심리 변화를 겪는가를 살펴보자는 것이 실험의 본래 취지였다. 그러나 실험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교도소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첫날부터 마치 진짜 수감자와 교도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감자들을 가학적으로 대했고, 그 방법도 ‘창의적’으로 악랄하게 발전시켰다. 점호 시간마다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서투른 수감자들에게 벌을 주고, 조금이라도 반항의 기미를 보이면 독방에 감금했으며, 심지어 성적인 수치심을 갖게 하는 등의 가학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실험은 일주일만에 중단되었는데, 실험을 기획한 저자가  이 모의 교도소 실험을 35년 만에 공개하고 분석하여,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과 악의 근원"을 파헤친 책이다. <타인의 영향력>의 배경으로 읽어봐도 좋겠다.

 

 

<부정 본능>은 더 긴 부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며 현실을 부정하도록 진화했을까'. 이 또한 흥미로운 문제제기인데, 저자들이 '부정'이란 주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거리다.

수백만 년 동안 기회가 있었는데도 왜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갖춘 코끼리나 돌고래는 없을까?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지구상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진화한 것은 뇌의 발달 같은 생물학적 이유가 아니라 심리적인 이유, 즉 죽음에 대한 부정을 비롯해 현실을 부정하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 그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진화상의 특이한 사건으로 인해 현실 부정은 인간의 본성으로 굳어졌고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개인 일상에서부터 전 세계적인 독감의 대유행이나 기후 불안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애써 부정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현실 부정 덕분에 암 환자의 낙관주의 성향이나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와 대담성 등 소중한 자질도 갖출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실 부정 능력이란 건 낙관 편향과도 이어질 수 있겠기에, 탈리 샤롯의 <설계된 망각>(리더스북, 2013)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원제가 '낙관 편향'이다). 한번 다룬 적이 있는데, 이런 내용이다.

이 책은 인간 두뇌의 가장 위대한 기만 능력들 가운데 하나인 낙관 편향을 탐구한다. 그리고 낙관편향을 지속하기 위해 뇌가 어떻게 낙관의 훼방꾼들을 퇴색시키거나 망각하게 하는지 설명할 것이다. 아울러 이 편향이 적응에 도움이 될 때는 언제이며 파괴적일 때는 언제인지 살펴보고, 적당히 낙관적인 착각은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할 것이다.

15.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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