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안과에 가면서 손에 들었던 책은 이택광의 <영단어 인문학 산책>(난장이, 2010)이다. TV를 잘 보지 않아서 EBS의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란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책은 방송내용을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영어에 관한 '수다'라면 단연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 선생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거기에 덧붙이자면 소설가이자 언론인 고종석의 '영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저자 또한 서문에서 한 차례 언급한다.  

"우리는 영어책을 '독해'하려고 덤비지만,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의 말처럼, 영어책은 해석하지 말고 읽어야한다. 그러면 처음에 힘들지만 나중에 영어책도 한국어책처럼 술술 읽을 수 있다." 

물론 번역은 또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덧붙이고는 있지만, 젊은 학생들은 시도해 봄직하다. 그렇게 '독해'에서 해방된 영어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주는가? 

"영어를 실용적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인문학적 능력으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에서 출간되는 인쇄물의 절반 이상이 영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그만큼 많은 지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무서운 건 강조한 대목이다. 무섭기도 하지만 그만큼 엄연한 현실. 이러한 현실에 비하면 '회화'는 비교적 사소한 문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지식을 아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리의 현실에 접목해서 독특한 지식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피겨스케이팅을 한국이 발명하진 않았지만, 김연아는 그 피겨스케이팅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다.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으로 주장되는 것이 인문학의 법칙이라면, 영어도 한국이라는 영토에 터 잡아 깃들 인문학의 보편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연아(=특수한 것)가 피켜스케이팅을 매개로 보편적인 것(=세계적인 선수)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 인문학(=특수한 것)도 보편적인 것(=세계적인 인문학)으로 나가는 데 영어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그때의 인문학은 '영어로 하는 한국 인문학' 혹은 '영어로 논문 쓰는 인문학'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란 의문을 갖게 된다. '한국이라는 영토'가 단서일까? 한국에서 한국인이 생산하되 '영어로 하는' 세계 수준의 인문학? 김연아의 경우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수사적 차원에서 도입한 사례일 테지만, 아무래도 '세계적인 인문학'과는 그림이 잘 맞지 않는 듯싶다. 영어를 피겨스케이팅에 견주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저자가 염두에 두었을 법한 또 다른 '산책자'는 빌 브라이슨이다. <발칙한 영어산책>(살림, 2009)을 덕분에 책장에서 빼왔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학고재, 2010)도 비슷한 두께를 자랑하는데, 영단어에 대한 이해와 영국과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상호작용하는 거라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봄직하다. '미국인 발견'은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21세기북스, 009)로 대체하고. 더 좋은 책을 아시는 분을 알려주시길...  

10. 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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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0-06-10 01:31   좋아요 0 | URL
제 경우 한글로 된 책도 머리 싸매고 읽어야 독해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더구나 영어나 한문은... 머리 뽀개집니다...
전 좀 재능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술술 읽기는 언어적 재능이 있거나 영미권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방식이겠죠.. 재능 없고 기회 없는 이들은 그냥 우울해지죠... 그러다 영어 공부!라는 것에 빠지게 되는 거겠죠... 자본의 소유 유무가 계급갈등을 낳는다면, 재능의 소유 유무도 또다른 계급갈등을 낳겠죠 아마...

얼그레이효과 2010-06-10 01:53   좋아요 0 | URL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으로 주장되는 것이 인문학의 법칙이라면, 영어도 한국이라는 영토에 터 잡아 깃들 인문학의 보편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예전에 경향신문 칼럼이었나, 김우창 선생님이 하신 말씀과 유사한 시선이네요.^^

미지 2010-06-10 10:20   좋아요 0 | URL
저는 솔직히 현재 지구상에서 영어는 제국의 언어이고 서양수학은 제국의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보편성은 이미 강제되어 있다는 것이죠...

알케 2010-06-10 11:32   좋아요 0 | URL
요즘 이택광교수 책많이 내는군요. 스펙트럼이 넓은 연구자라는 생각.
 

기획회의(273호)에 실은 인문분야 전문가리뷰를 옮겨놓는다. 시몬느 코르프-소스의 <아버지들에 대한 찬사>(해피스토리, 2010)를 다루면서 필리프 쥘리앵의 <노아의 외투>(한길사, 2000)의 내용을 곁들였다. 원고를 펑크낸 지난 5월 초에 나왔으면 더 '시의성'이 있을 뻔했다. 하지만 그땐 영화 <하녀> 얘기로 서두를 떼진 못했겠다... 

기획회의(10. 06. 05) 아버지의 역사

“장모님 질문은 제가 합니다. 제 애라고 하던데요. 이봐요. 당신 딸이 낳아야만 내 애인 것 같습니까?”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에서 재벌 사위 훈(이정재)이 장모에게 던지는 말이다. 말 그대로 ‘훈훈한’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온다. 비록 아내의 ‘빤스나 빠는’ 여자가 가진 아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애라면 다른 사람들이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침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는 부드러운 남자로 묘사되지만, 장모를 면박하는 그의 대사는 그가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가부장적 권위의식 또한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경우엔 근육질 몸매가 뿜어내는 남성적 권위가 아니라 ‘아버지로서의 권위’다.   



아버지란 무엇일까. 보통은 잊고 지내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가 밤에 자기 전에 뜬금없이 “아빠는 왜 아빠야?”라고 물어올 때가 있다. “아빠니까 아빠지.”라고 대충 얼버무리는데, 막상 진지하게 “왜 아빠일까?”를 따져보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러니 제목부터 눈길을 끈,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시몬느 코르프-소스의 <아버지들에 대한 찬사>를 손에 든 건 뭔가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에서였다. ‘찬사’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버지란 존재가 혹 ‘부정적인 환각’이 아닌가란 질문부터 던진다. 프랑스도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듯한데, “아버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널리 퍼져 있지만 그건 과학적 기초가 결여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며 “나는 이런 호들갑스러운 견해들에 반대한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사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같은 노래가 아빠들을 힘나게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만큼 아버지의 위상과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뜻도 된다. 대략 IMF 이후라고 봐야 하나? 그 무렵 해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이렇다.  

“오늘날 우리는 부성의 과거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지만 새로운 모델을 찾아내지는 못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부성은 재구성되고 있는 제도이다. 이것은 현재의 아버지들이 직면해야 하는 도전이다.” 

저자는 그런 관점에서 먼저 왜 아버지들이 ‘기능부전의 존재’가 되었는가를 살펴보는데, ‘부성의 과거 모델’이 어떤 것이었나를 알려면 역시나 프랑스의 정신분석가인 필리프 쥘리앵의 <노아의 외투>가 요긴하다. 부제가 ‘아버지에 관한 라캉의 세 가지 견해’인만큼 다소 딱딱한 저작이긴 하지만, ‘아버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책이다.  

쥘리앵에 따르면, 먼저 아버지는 ‘아이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다. 원래 아버지로 불린 것은 한 여자의 남편이 아니라 지배자, 즉 국가를 이끄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즉 아버지의 일차적인 의미는 ‘정치적․종교적 아버지’였으며, 가족적 의미의 아버지는 그로부터 파생된 개념이다. 말하자면 정치적․종교적 지배자라는 것이 아버지가 갖는 권위의 기원이겠다. 이런 경우엔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들을 낳는다. 그리고 ‘아버지임’에 대한 이러한 정의에서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권리, 즉 자녀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고 벌하거나 가둘 수 있는 권리, 그들의 결혼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들이 따라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아버지’는 18세기에 커다란 전환을 맞는다. 루이 16세의 처형은 그러한 전환을 말해주는 사회적 증상이었다. 말 그대로 ‘부친살해’였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낳은 결과는 두 가지다. 첫째, 정치․종교․가족의 영역 모두를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적용되던 아버지의 권위가 가족에 대한 권리로 축소되었다. 이제 아버지의 권리는 한 여자를 데려와 그녀를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남자의 권리일 뿐이다. 둘째, 절대왕정이 쇠퇴하면서 정치적 절대주의 및 ‘가정의 왕권’이 배척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권리만을 말하던 시기는 지나가고, ‘아이의 권리’라는 새로운 관심사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어린아이는 자신의 행복과 이익, 안락함을 위해 점점 더 많은, 그리고 세분화된 권리를 가지며 이로써 ‘아버지임’의 새로운 정의가 생겨난다. 곧, 아버지는 실제로 어린아이를 돌보는 사람, 즉 단지 삶을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아이를 문화세계로 편입시킴으로써 어른들의 사회로 통합될 수 있는 권리를 충족시켜주어야 할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의 아버지가 19세기 도시에 거주하는 부르주아 핵가족 속에 뿌리를 내렸다. 이제 아버지는 어린아이가 직접 말을 걸고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  

문제는 ‘아이의 권리’로서의 아버지는 몰락하기 쉬운 아버지라는 점이다. 그때의 아버지란 어린아이에게 이익과 행복, 안락함을 제공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아버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쥘리앵은 아버지의 역할이 점점 약화되는 요인으로 두 가지를 덧붙인다. 첫째는 시민사회가 어린아이의 복지와 관련하여 아이와 아버지 사이에 끼어든다는 점이고, 둘째는 민법상 어머니의 권리가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정이 아버지의 사회적 몰락을 더 촉진한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남은 건 정자 제공자로서의 생물학적 아버지뿐이다.  

이런 식으로 쥘리앵이 ‘아버지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간추려준다면, 코르프-소스는 50년대에서부터 특히 70년대에 생겨난 변화에 주목한다. 양성평등, 동성애 운동, 감성적 결합에 입각한 부부, 자유로운 합의에 따른 공동보조를 취하는 탈제도화된 가족 등이 이 시기에 등장한 변화의 양상이다. 게다가 생물학적 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면서 전통적인 모델은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됐다. 전통적으로 어머니는 확실한 사람(Mama's baby)인 반면에 아버지는 항상 불확실한 사람(Papa's maybe)이었다. 모성은 물질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부성은 가설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DNA를 통한 친부확인검사가 가능해진 시대다. 아버지가 아니라는 생물학적 증거는 자연스레 법적인 부성을 제거하게끔 된 것이다. 이렇듯 평가절하된 ‘아버지’를 저자는 어떻게 구제하고자 하는가.

“가부장의 종말은 새로운 아버지의 행동이 광범위하게 등장한 다음 일어난 사회적 현상이다. 그것은 출산, 가계, 교육, 부부의 삶, 남성과 여성의 역할 등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현재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성의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진화라기보다는 진정한 인류학적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결론이라면 ‘아버지들에 대한 찬사’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애초에 ‘찬사’란 말은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란 뜻이었을까. 

10. 06. 09. 

P.S. '기획회의'의 취지와 무관하게 서평감으로 잘 소개되지 않은 책을 주로 고르는데, 대개는 그럴 만한 이유가 한두 가지씩 있는 책이다. <아버지들에 대한 찬사>도 저자명이 앞면에서는 '시몬느 코르프-소스', 저자 소개란에는 '시몬 코르크-소스', 그리고 판권면에는 시몬 코르프-소스'라고 기재돼 있다. 저자명만 세 가지 버전이 있는 셈인데(본문 각주의 '시몬느 코르프 소스'까지 포함하면 네 가지 표기방식이다), 한번이라도 교정을 본 것인지 의문스럽다. 교정을 안 보았다는 쪽에 내기를 걸 수 있는 건 이런 대목도 나오기 때문. 

"클라인의 오이디푸스가 위치하는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보다 훨씬 이전의 심리적인 삶이다."(145쪽)

뭔가 빠져 있고, 띄어쓰기도 엉터리다. 이런 기본적인 교정도 안 돼 있다면, "남성은 아기를 분만해줄 수 없다. 그는 수태를 시킬 수는 있지만 나을 수는 없다."(134쪽)에서 '나을 수'는 '낳을 수'가 되어야 한다는 건 감히 지적할 수 없겠다. 과연 더 나은 책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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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미 2010-06-0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적 교정도 안된 책 읽을 때... 정말 화 나지요... 그나 저나, 임상수의 <하녀>가 보고 싶네요. 여기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야 할 듯...

로쟈 2010-06-09 08:49   좋아요 0 | URL
많이 팔리는 책도 아니어서 좀 안타까운 경우죠. 명분과 실리를 둘다 잃게 되는 거니까요...

2010-06-09 0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9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0-06-0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기도/생식기도 아닌/비뇨기만 남았다.'는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 글이에요.

로쟈 2010-06-09 16:16   좋아요 0 | URL
음, 좀 '슬픈' 시네요.^^;

비로그인 2010-06-1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리/의무라는 법적 개념으로 축소된 친자 관계는 슬프네요.DNA로의 환원은 더욱 그렇고요. 저는 서로가 서로에게 다양한 의미로서 책임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게 모호하고 때론 이름뿐인 '사랑'의 구체적인 모습이라고...
 

이번주의 가장 주목되는 신간은 우카이 사토시의 <주권의 너머에서>(그린비, 2010)이다. 감기 후유증으로 골골대고 있는 나에게 '헛기운'이라도 불어넣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다소 생소하지만 이미 <반일과 동아시아>(소명출판, 2005)가 소개된 바 있다. 찾아보니 데리다의 <불량배들>, <정신분석의 저항>, 르낭의 <민족이란 무엇인가> 등을 일어로 옮긴 전력을 갖고 있다. 책소개는 이렇다.    

우카이 사토시는 자크 데리다에게서 배운 학자답게 데리다가 말한 환대의 윤리, 주권론과 폭력론, 테러리즘 비판 등의 정치철학을 이어받아 일본 내의 내셔널리즘적 현실 변화를 비판하기도 하고, 국제정치 무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특히 미국의 폭력적인 세계 통치를 비판한다. 그리고 국민국가와 주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적 논리를 펴 나간다. 이 책은 1995년에서 2006년 사이의 세계 현실과 마주하며 쓴 글이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9·11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기지화, 히노마루·기미가요 법제화 등 점차 우경화하는 일본, 주권 밖으로 배제된 노숙자와 외국인 문제 등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재조명하여 국가 간 혹은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차별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범세계적인 정치적 사유를 통해 오늘날 주권 너머, 자본주의 너머를 생각할 수 있는 아젠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인 저자라는 이유로 덩달에 떠올리게 된 이는 얼마전 <전후 일본의 사상공간>(어문학사, 2010)이 번역된 오사와 마사치. 편저인 <내셔널리즘의 명저 50>(일조각, 2010)도 올해 나왔고, 처음 소개된 건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그린비, 2005)를 통해서였다. 두 사람이 교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흥미로운 생각을 촉발시켜준다는 점에서 같이 묶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주권의 너머에서
우카이 사토시 지음, 신지영 옮김 / 그린비 / 2010년 6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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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과 동아시아
우카이 사토시.천꽝싱.쑨꺼.권혁태 외 지음, 연구공간 수유+너머 번역네트워크 옮김 / 소명출판 / 2005년 1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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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의 사상공간
오사와 마사치 지음, 서동주.권희주.홍윤표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0년 06월 07일에 저장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오사와 마사치 지음, 송태욱 옮김 / 그린비 / 2005년 8월
14,900원 → 13,41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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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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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21에 실은 서평기사를 옮겨놓는다. <이단의 경제학>(시대의창, 2010)을 다루고 있는데, 책은 내가 아니라 편집부에서 고른 것이다. 마땅한 인문사회과학서가 드물게 나오고 있어서 선정에 애를 먹었다. 그런 이유에다 개인적인 피로감이 겹쳐서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한겨레21의 서평은 쉴 예정이다. 재충전을 위해서 다른 일들도 줄여갈 예정이다. 충전이 되긴 되려나...   

한겨레21(10. 06. 14) 개도국 경제에 이단을 허하라 

<이단의 경제학>(시대의창 펴냄)은 저자가 ‘스티글리츠 외’로 표기돼 있지만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를 앞세우고 있지만 공저자 5명은 모두  '정책대화구상'(IPD: Initiative for Policy Dialogue) 회원들이다. IPD는 ‘워싱턴 합의’에 반대해 2000년대 중반 미국 워싱턴에서 출범한 단체로 경제학자, 정치학자, 정책입안자, 시민사회 대표 등으로 이루어진 인적 네트워크라고 한다. 이들이 반대하는 ‘워싱턴 합의’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20년 넘게 전 세계에 강요해온 정책을 말한다. 주로 낮은 인플레이션, 긴축재정, 민영화, 자유화를 강조하며 다른 견해들을 배제한 채 그동안 ‘주류경제학’으로 행세해왔다.   

선진국의 '완전고용'과 개도국의 '경제성장'
<이단의 경제학>은 이 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려 한다. 비판의 빌미는 많은 개발도상국, 특히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침체다. 워싱턴 합의가 위세를 떨치던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의 경제성장은 20세기 들어 최악을 기록했고 세계화와 워싱턴 합의에 대한 환멸을 키웠다. 대안적 이론과 정책의 모색이 필요한 건 당연한데, IPD의 초점은 주로 개발도상국의 거시경제학과 자본시장 자유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두어진다.  

선진국 위주로 발전해온 거시경제학의 주된 관심사는 인플레이션 억제, 완전고용, 경제활동의 안정화를 위해서 어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써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이론상으로도 견해차가 적지 않다. 경제안정과 자본시장 자유화 등에 대해서 보수파(신고전파), 케인스학파, 비정통파의 입장이 각기 다른 것이다. 하지만 IMF를 비롯한 국제 금융기구들은 개발도상국에 ‘워싱턴 합의’에 따른 정책만을 강요했고, 이것이 오히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경기침체를 가져오는 일이 잦았다. 경제정책의 목표와 상충관계 등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어떤 차이인가?  

선진국에서는 거시경제정책의 초점을 ‘물가안정을 동반하는 완전고용’에 맞추지만 개발도상국의 초점은 경제성장이다. 선진국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많은 비중을 둔 정책을 쓰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성장,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의 관계가 불확실하다. 사실 산업구조가 다르고 투자환경이 다르며 성장 동력에도 차이가 있는 두 그룹의 국가에 동일한 정책적 처방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선진국에서는 교육비 지출이 줄면 학급 당 학생 수가 조금 많아지고 교직원 임금 인상률이 낮아지는 정도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예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 수가 늘어나게 된다. 정책 효과가 그만큼 다르다는 얘기다.  

물론 경제법칙은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재화의 희소성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며 경쟁시장에서 균형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는 법칙들 말이다. 덧붙여, 가장 보편적인 차원에서 경제정책의 목표가 ‘장기적인 사회적 후생을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점에도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다면, 정책 또한 달라져야 하니까.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의 선택이 순전히 경제학자나 경제 관료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학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경제학자들은 가장 좋은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까지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고백을 유의미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은 '정치과정'의 일부
따라서 경제정책은 본질적으로 ‘정치과정’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포함하여 IPD가 지향점이 대안적 견해를 설계하고 거시경제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제도 틀에 대한 민주적 토론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안적 정책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일은 경제학자들의 책무겠지만,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 그 선택은 정치적 선택이다. 그러니 ‘성장과 안정의 이분법’을 넘기 위해서도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다.  

10.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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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하여 파견된 러시아 조사단이 '소리소문 없이' 귀국했다고 한다. 초계함이 정말로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면 천안함 선원들은 해군이 아니라 '밥통'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인 듯하다. 이래저래 국제적인 웃음거리다. 이왕 조작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경향신문(10. 06. 07) “러시아, 천안함 조사결과 의문 제기”

지난달 31일 한국을 방문,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조사를 벌인 러시아 전문가팀이 한국의 조사결과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홍콩 봉황위성TV는 지난 4일 저녁 뉴스를 통해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러시아 전문가팀이 조사를 마치고 귀국했다면서 수행 러시아 기자가 한국 측에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해군전문가와 기자로 구성된 전문가팀은 천안함 침몰 증거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평택의 해군기지를 방문, 선박 잔해와 어뢰 잔편을 조사했다고 봉황TV는 전했다. 봉황TV에 따르면 러시아 전문가팀은 한국 국방부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났음에도 어뢰 부품이 온전한 이유, ‘1번’ 글씨가 선명히 남아 있는 이유 등을 질문했다. 또 전문가팀은 당시 서해 연안에는 한국군함은 물론 미국의 핵잠수정까지 있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잠수정이 굳이 연안 경비와 순찰을 맡고 있는 초계함을 공격 목표로 삼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그 문제는 북한에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다고 봉황TV는 전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러시아 전문가가 “천안함이 만약 어뢰에 의해 침몰됐다면 한국해군은 바로 ‘밥통’(飯桶:바보)”이라고 말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브즈글랴드’는 지난달 20일 잠수정 전문가이자 러시아 해군 예비역 대령인 미하일 보른스키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천암함은 어뢰 공격이 아닌 탄약폭발에 의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른스키는 “초계함은 수중음향 탐지시스템으로 주변을 모두 살필 수 있다”며 천안함이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면 선상에 있는 사람들은 해군이 아닌 ‘밥통’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10. 06. 07. 

P.S. 기사에서 인용된 러시아 일간 '브즈글랴드'(시선)의 기사는 http://vz.ru/society/2010/5/27/405783.html 참조. '밥통'이라고 번역된 러시아어 단어는 'шляпы'(모자들)이다. 이런 경우엔 '멍청이', '허수아비'나 '보릿자루' 정도의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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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 2010-06-07 10:40   좋아요 0 | URL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지난 두 달간 일어난 모든 것은 한국 국민을 관객으로 한 한 편의 연극"이었다고 표현하고 있네요("Всё, что происходило последние два с небольшим месяца, являло собой спектакль, причём его зрителями являются почти исключительно южнокорейские граждане. Именно для них разыгрывались все эти драматические сцены, а остальные оказались в зале случайно (ну, или по работе).")

로쟈 2010-06-07 10:42   좋아요 0 | URL
좀 '조잡한' 연극이었죠.--;

꼬마요정 2010-06-07 11:56   좋아요 0 | URL
미국 자자극이라는 말도 있던데, 미국이나 쥐나 감독이나 연출가의 자질은 없나봐요.. 배우들도 엉망이고..

로쟈 2010-06-07 19:42   좋아요 0 | URL
양해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치고나간 건 국방부죠...

무해한모리군 2010-06-07 13:39   좋아요 0 | URL
참 남사스럽습니다 ==

로쟈 2010-06-07 19:41   좋아요 0 | URL
본인들은 모르나 봅니다...

2010-06-07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꾸때리다 2010-06-07 15:07   좋아요 0 | URL
진짜 조작이라면 밥통은 바로 가카가 아닐런지. 조작은 조작대로 선거는 선거대로 망했으니

로쟈 2010-06-07 19:40   좋아요 0 | URL
'조야한' 반전이 또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자꾸때리다 2010-06-07 15:12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의료민영화 안 한다고 약속하고서는 또 밀어붙이려는 기세던데 이 정부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정부인지...

로쟈 2010-06-07 19:40   좋아요 0 | URL
어찌보면 아주 '단순'합니다...

blanca 2010-06-07 16:11   좋아요 0 | URL
전쟁이 두렵지 않다고 큰소리 뻥뻥 치더니 선거 끝나고 나니까 한반도내에서는 절대 전쟁 안일어난다고 하고. 예상을 뒤엎는 법이 없는 작태들에 이제 식상해지려 합니다.

로쟈 2010-06-07 19:39   좋아요 0 | URL
국민들이 속아넘어가지 않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카스피 2010-06-07 19:12   좋아요 0 | URL
ㅎㅎ 만일 정말 천안함 사태가 조작이라면 군 수뇌부와 최고 통수권자는 국민에게 어떤 식으로 사과를 해야 될까요? 무척 기대됩니다^^

로쟈 2010-06-07 19:39   좋아요 0 | URL
조선일보도 4대강과 행정수도는 포기해도 '천안함'만은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는군요. 이게 몇 사람만 책임지기에는 일이 너무 커져버려서 어떻게든 덮어버리려고 하겠지요. 저도 언제까지 갈는지 궁금합니다...

2010-06-09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0-06-09 17:17   좋아요 0 | URL
곧 러시아조사단의 독자적인 발표가 있을 거라네요...